[취재후] 몰아친 회오리바람 “한국 맞아요?”…복구 막막

입력 2021.07.02 (07:00) 수정 2021.07.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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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마을에 '회오리바람'…"한국 맞아요?"

비가 오던 농촌 마을에 강한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쳤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서 있던 일입니다. 마을을 비추던 CCTV에는 회오리바람에 찢어진 비닐하우스 차광막과 비닐이 원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철골이 통째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회오리바람을 목격한 농민들은 "높이가 족히 100m는 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회오리를 타고 올라간 구조물이 어디에 떨어질지 몰라서 일단 도망부터 갔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냐"고도 했습니다.

회오리바람이 불며 부러진 전신주회오리바람이 불며 부러진 전신주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다음 날 오전 취재팀이 실제로 마을을 찾아가 봤습니다. 전신주가 부러지거나 기울었습니다. 무너진 시설물이 이곳저곳으로 날아가 논이나 길에서 발견됐습니다. 전선에 비닐과 바구니가 걸려있었고 강한 바람에 신호등 방향이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회오리에 날아간 문에서 깨진 유리가 길에 널려있기도 했습니다.

회오리바람에 찢어진 하우스 비닐회오리바람에 찢어진 하우스 비닐

■ 회오리바람 3km가량 통과…"대기 불안정으로 발생"

앞서 설명했듯이 마을 일대를 휩쓸고 간 회오리 바람의 위력은 엄청났지만, 해당 지역에 관측 장비가 없어 순간 최대 풍속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취재팀은 직접 부서진 비닐하우스와 시설물, 피해를 본 농지를 따라가 봤습니다. 그 결과 회오리바람의 진행 거리는 3km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직접 목격한 주민들도 회오리바람이 "마을을 따라 3km가량 진행하다 야산에 가로막혀 소멸됐다"고 말했습니다.


기상청은 이번 회오리바람이 소나기 구름에서 비와 함께 확산하는 공기와 구름으로 몰려드는 공기가 만나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회오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 가까이에는 충남에서 2번째로 큰 저수지인 탑정호가 있습니다. 회오리바람은 주변 기온과 호수 수온의 온도 차로 기류가 상승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외국에서 있는 일'인 줄만 알았던 회오리바람이 대한민국의 여러 지역에서 종종 관측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년 전 충남 당진에서도 대형 회오리바람이 불었습니다. 당시 수십 미터 넓이의 회오리 기둥이 현대제철 공장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회오리에 지붕이 조각나고 부서져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습니다. 차량도 파손됐습니다.

지난 2019년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 공장 지붕이 회오리 바람에 뜯겨 날아가고 있다.지난 2019년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 공장 지붕이 회오리 바람에 뜯겨 날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에게 회오리 바람을 미리 경고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회오리바람은 기상청의 호우, 폭염, 대설, 강풍 등 10가지 특보(주의보, 경보)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장비가 없어 관측이 어렵고 언제 생길지 예측 또한 어렵기 때문입니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특보를 내리는 의미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재산과 인명피해 위험이 크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제때 구체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기상청은 "회오리바람이 특보 대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기상예보에서 바람의 세기를 설명하고 강풍주의보를 활용해 돌풍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회오리바람에 비닐하우스 철골이 부서졌다.회오리바람에 비닐하우스 철골이 부서졌다.

■ 재난 피해에도 "재난지원금 지급 어려워"

관할 자치단체인 논산시는 이번 회오리바람으로 해당 지역의 비닐하우스 36동과 주택, 시설물 13곳이 파손되고 상추와 멜론 등을 재배하는 농경지 24,000㎡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농민들은 당장 어디서부터 복구를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마을 주민 상당수가 노인인 데다 중장비가 없으면 복구가 어려워 그저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지만, 보상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논산시는 "재난으로 인한 지원금을 받으려면 주택이나 시설물의 경우 최소 절반 이상 부서지거나 침수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농지의 경우 전체 피해 면적이 500,000㎡가 넘어야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난 피해를 봤지만,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당장 주말부터 시작된다는 장마 소식에 농민들의 시름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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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몰아친 회오리바람 “한국 맞아요?”…복구 막막
    • 입력 2021-07-02 07:00:19
    • 수정2021-07-02 07:00:59
    취재후·사건후

■ 농촌 마을에 '회오리바람'…"한국 맞아요?"

비가 오던 농촌 마을에 강한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쳤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서 있던 일입니다. 마을을 비추던 CCTV에는 회오리바람에 찢어진 비닐하우스 차광막과 비닐이 원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철골이 통째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회오리바람을 목격한 농민들은 "높이가 족히 100m는 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회오리를 타고 올라간 구조물이 어디에 떨어질지 몰라서 일단 도망부터 갔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냐"고도 했습니다.

회오리바람이 불며 부러진 전신주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다음 날 오전 취재팀이 실제로 마을을 찾아가 봤습니다. 전신주가 부러지거나 기울었습니다. 무너진 시설물이 이곳저곳으로 날아가 논이나 길에서 발견됐습니다. 전선에 비닐과 바구니가 걸려있었고 강한 바람에 신호등 방향이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회오리에 날아간 문에서 깨진 유리가 길에 널려있기도 했습니다.

회오리바람에 찢어진 하우스 비닐
■ 회오리바람 3km가량 통과…"대기 불안정으로 발생"

앞서 설명했듯이 마을 일대를 휩쓸고 간 회오리 바람의 위력은 엄청났지만, 해당 지역에 관측 장비가 없어 순간 최대 풍속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취재팀은 직접 부서진 비닐하우스와 시설물, 피해를 본 농지를 따라가 봤습니다. 그 결과 회오리바람의 진행 거리는 3km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직접 목격한 주민들도 회오리바람이 "마을을 따라 3km가량 진행하다 야산에 가로막혀 소멸됐다"고 말했습니다.


기상청은 이번 회오리바람이 소나기 구름에서 비와 함께 확산하는 공기와 구름으로 몰려드는 공기가 만나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회오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 가까이에는 충남에서 2번째로 큰 저수지인 탑정호가 있습니다. 회오리바람은 주변 기온과 호수 수온의 온도 차로 기류가 상승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외국에서 있는 일'인 줄만 알았던 회오리바람이 대한민국의 여러 지역에서 종종 관측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년 전 충남 당진에서도 대형 회오리바람이 불었습니다. 당시 수십 미터 넓이의 회오리 기둥이 현대제철 공장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회오리에 지붕이 조각나고 부서져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습니다. 차량도 파손됐습니다.

지난 2019년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 공장 지붕이 회오리 바람에 뜯겨 날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에게 회오리 바람을 미리 경고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회오리바람은 기상청의 호우, 폭염, 대설, 강풍 등 10가지 특보(주의보, 경보)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장비가 없어 관측이 어렵고 언제 생길지 예측 또한 어렵기 때문입니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특보를 내리는 의미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재산과 인명피해 위험이 크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제때 구체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기상청은 "회오리바람이 특보 대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기상예보에서 바람의 세기를 설명하고 강풍주의보를 활용해 돌풍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회오리바람에 비닐하우스 철골이 부서졌다.
■ 재난 피해에도 "재난지원금 지급 어려워"

관할 자치단체인 논산시는 이번 회오리바람으로 해당 지역의 비닐하우스 36동과 주택, 시설물 13곳이 파손되고 상추와 멜론 등을 재배하는 농경지 24,000㎡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농민들은 당장 어디서부터 복구를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마을 주민 상당수가 노인인 데다 중장비가 없으면 복구가 어려워 그저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지만, 보상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논산시는 "재난으로 인한 지원금을 받으려면 주택이나 시설물의 경우 최소 절반 이상 부서지거나 침수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농지의 경우 전체 피해 면적이 500,000㎡가 넘어야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난 피해를 봤지만,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당장 주말부터 시작된다는 장마 소식에 농민들의 시름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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