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의붓딸 ‘2시간 폭행’ 결국 숨져…‘정인이법’ 첫 적용

입력 2021.07.02 (16:35) 수정 2021.07.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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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3살 중학생이 계모의 상습 학대에 시달리던 중, 계모에게 2시간여 폭행을 당한 뒤 숨을 거뒀습니다. 경찰은 이른바 '정인이법' 즉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는 중학교 1학년 의붓딸 (지난달 23일 새벽, 경남 남해군)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는 중학교 1학년 의붓딸 (지난달 23일 새벽, 경남 남해군)

■ 2년 전부터 의붓딸 '상습 폭행'

학대가 시작된 건 2년 전, 의붓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시점이었습니다.

7~8년 전, 어머니 A 씨(현재 40살)는 남편과 재혼했습니다.

이후 재혼한 남편이 전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과 둘째 아들, 남편과 자신이 낳은 셋째 아들까지 모두 세 아이를 키웠습니다.

경찰 수사에서 A 씨는 2년 전부터 큰 딸이 행동이 느리고 말을 잘 듣지 않아 학대와 폭행을 일삼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이 진술의 구체성과 병원 치료 등의 객관적 증거로 미뤄 학대 강도가 심해진 것으로 추정한 시점은 지난 3월, 부부가 별거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지난 3월 별거하면서부터 학대 강도 세져

A 씨는 3월부터 양육과 이혼 문제로 별거 중인 남편과 잦은 다툼을 벌였다고 진술했습니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A 씨는 5월 말쯤 중학교 1학년인 큰 딸의 배를 밟는 등 심하게 폭행했습니다.

아이는 숨질 때까지 복통 증세에 시달렸습니다.

학교 친구들도 그즈음부터 친구의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배가 아프다며 책상에 자주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이 벌어지기 사나흘 전, A 씨가 밀쳐 아이의 머리가 문 모서리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4㎝가량 되는 열상이 생겼지만, 병원은 가지 못했습니다.

A 씨는 폭행 사실을 들킬까 두려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아버지의 품에 안겨 구급차로 옮겨지는 의붓딸아버지의 품에 안겨 구급차로 옮겨지는 의붓딸

■이혼 서류 제출하고 남편과 다툰 뒤 '홧김에 2시간 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22일. A 씨는 오전에 남편과 법원에 이혼 서류를 제출하고 왔습니다.

이어 밤 9시쯤 20여 분 동안 아이의 양육 문제로 남편과 심하게 다퉜고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밤 9시 30분부터 아이에게 지옥 같은 2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는 이미 그동안의 학대로 몸이 약해진 상태였습니다.

A 씨가 사건 며칠 전 아이를 씻기다 배가 볼록하게 부어 있었던 것으로 봤다고 진술할 만큼 복부가 불러 있었습니다.

5월 말 배를 밟힌 학대 후유증이 낫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날 저녁밥 역시 제대로 먹지 못하고 토한 상태였습니다.

■상습 학대로 약해진 아이 몸에 무차별 폭행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이미 몸이 약해진 아이를 2시간 동안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폭언을 하면서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찼습니다.

아이의 몸은 축 늘어졌고 숨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또래보다 왜소했던, 상습적인 학대로 약해진 아이의 몸은 폭행을 버티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뒤늦은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119구급차뒤늦은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119구급차

■아이 몸 나빠진 것 알고도 의료조치·신고 안 해

A 씨는 폭행이 끝나고 30분 뒤인 자정쯤 누워있던 아이의 몸이 급격히 나빠진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에게 연락했을 뿐 아무런 의료조치도, 신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차례에 걸친 전화와 문자메시지 연락 끝에 남편이 집에 도착한 시점은 새벽 2시쯤.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도착 당시 아이의 몸이 굳어 있었고 숨진 것을 직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부부는 서로 신고를 미뤘습니다. 승강이를 벌이며 2시간을 보냈습니다.

119 신고가 이뤄진 건 새벽 4시 14분. 남편에 의해서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남편은 "날이 밝으면 주변 사람들이 다 알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신고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맞아 숨진 아이…'외부 충격에 의한 장기 손상'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때 이미 아이의 몸은 차갑게 굳어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아파트단지와 차로 5분 거리의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도착 당시 아이의 온몸에 멍 자국이 있었고 배에 복수가 차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직접 사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장기 손상'입니다.


■경찰, 검찰로 송치하면서 첫 '정인이법' 적용

경찰은 사건 당일 A 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해 구속했지만, 일주일 뒤 혐의가 달라졌습니다.

'아동학대 살해' 혐의. 이른바 정인이법이 처음 적용됐습니다.

지난 2월 말 만들어진 정인이법은 '아동학대 살해죄'를 새로 만들어 처벌 수위를 높였습니다.

사형·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입니다.

기존 '아동학대 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입니다.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겁습니다.

경찰은 몸이 약한 아이가 숨질 것을 알면서도 2시간 동안 무차별 폭행했고, 의료조치나 신고 없이 버려둔 건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동학대 살해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남동생에 대한 학대 혐의도 추가됐습니다. 두 남동생이 누나가 폭행당하는 것을 지켜보게 했고 초등학생인 둘째 남동생을 한 차례 폭행한 혐의가 확인됐습니다.


■'2년 학대' 아무도 눈치 못해…기댈 곳 없이 숨진 아이

2년 동안의 학대, 그리고 지난 3월부터는 배가 부어오를 정도로 심한 폭행을 수차례 당하는 동안 아이가 기댈 곳은 없었습니다.

지난 5월 아이는 말없이 인근에 있는 할아버지 집을 방문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말했지만, 몸이 좋지 않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를 보살필 수 없었습니다.

지옥 같은 집으로 되돌아가야 했지만 아이는 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는 지난 5월부터 자주 엎드려 있거나 몸이 안 좋았지만, 교사들은 학대 정황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선생님들은 평소 수업시간에 누워 자는 아이들이 종종 있었고 6월 중순까지 긴소매 교복을 입어 폭행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이의 엄마가 자주 교사에게 연락하고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 학대 가해자로 의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아이는 장염과 손가락 염증 증세로 두 차례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역시 학대와의 연관성을 의심할 정황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웃들은 인사성이 밝고 모나지 않은 착한 아이로 기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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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살 의붓딸 ‘2시간 폭행’ 결국 숨져…‘정인이법’ 첫 적용
    • 입력 2021-07-02 16:35:56
    • 수정2021-07-02 16:39:38
    취재K
13살 중학생이 계모의 상습 학대에 시달리던 중, 계모에게 2시간여 폭행을 당한 뒤 숨을 거뒀습니다. 경찰은 이른바 '정인이법' 즉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는 중학교 1학년 의붓딸 (지난달 23일 새벽, 경남 남해군)
■ 2년 전부터 의붓딸 '상습 폭행'

학대가 시작된 건 2년 전, 의붓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시점이었습니다.

7~8년 전, 어머니 A 씨(현재 40살)는 남편과 재혼했습니다.

이후 재혼한 남편이 전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과 둘째 아들, 남편과 자신이 낳은 셋째 아들까지 모두 세 아이를 키웠습니다.

경찰 수사에서 A 씨는 2년 전부터 큰 딸이 행동이 느리고 말을 잘 듣지 않아 학대와 폭행을 일삼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이 진술의 구체성과 병원 치료 등의 객관적 증거로 미뤄 학대 강도가 심해진 것으로 추정한 시점은 지난 3월, 부부가 별거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지난 3월 별거하면서부터 학대 강도 세져

A 씨는 3월부터 양육과 이혼 문제로 별거 중인 남편과 잦은 다툼을 벌였다고 진술했습니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A 씨는 5월 말쯤 중학교 1학년인 큰 딸의 배를 밟는 등 심하게 폭행했습니다.

아이는 숨질 때까지 복통 증세에 시달렸습니다.

학교 친구들도 그즈음부터 친구의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배가 아프다며 책상에 자주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이 벌어지기 사나흘 전, A 씨가 밀쳐 아이의 머리가 문 모서리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4㎝가량 되는 열상이 생겼지만, 병원은 가지 못했습니다.

A 씨는 폭행 사실을 들킬까 두려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아버지의 품에 안겨 구급차로 옮겨지는 의붓딸
■이혼 서류 제출하고 남편과 다툰 뒤 '홧김에 2시간 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22일. A 씨는 오전에 남편과 법원에 이혼 서류를 제출하고 왔습니다.

이어 밤 9시쯤 20여 분 동안 아이의 양육 문제로 남편과 심하게 다퉜고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밤 9시 30분부터 아이에게 지옥 같은 2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는 이미 그동안의 학대로 몸이 약해진 상태였습니다.

A 씨가 사건 며칠 전 아이를 씻기다 배가 볼록하게 부어 있었던 것으로 봤다고 진술할 만큼 복부가 불러 있었습니다.

5월 말 배를 밟힌 학대 후유증이 낫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날 저녁밥 역시 제대로 먹지 못하고 토한 상태였습니다.

■상습 학대로 약해진 아이 몸에 무차별 폭행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이미 몸이 약해진 아이를 2시간 동안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폭언을 하면서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찼습니다.

아이의 몸은 축 늘어졌고 숨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또래보다 왜소했던, 상습적인 학대로 약해진 아이의 몸은 폭행을 버티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뒤늦은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119구급차
■아이 몸 나빠진 것 알고도 의료조치·신고 안 해

A 씨는 폭행이 끝나고 30분 뒤인 자정쯤 누워있던 아이의 몸이 급격히 나빠진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에게 연락했을 뿐 아무런 의료조치도, 신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차례에 걸친 전화와 문자메시지 연락 끝에 남편이 집에 도착한 시점은 새벽 2시쯤.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도착 당시 아이의 몸이 굳어 있었고 숨진 것을 직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부부는 서로 신고를 미뤘습니다. 승강이를 벌이며 2시간을 보냈습니다.

119 신고가 이뤄진 건 새벽 4시 14분. 남편에 의해서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남편은 "날이 밝으면 주변 사람들이 다 알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신고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맞아 숨진 아이…'외부 충격에 의한 장기 손상'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때 이미 아이의 몸은 차갑게 굳어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아파트단지와 차로 5분 거리의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도착 당시 아이의 온몸에 멍 자국이 있었고 배에 복수가 차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직접 사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장기 손상'입니다.


■경찰, 검찰로 송치하면서 첫 '정인이법' 적용

경찰은 사건 당일 A 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해 구속했지만, 일주일 뒤 혐의가 달라졌습니다.

'아동학대 살해' 혐의. 이른바 정인이법이 처음 적용됐습니다.

지난 2월 말 만들어진 정인이법은 '아동학대 살해죄'를 새로 만들어 처벌 수위를 높였습니다.

사형·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입니다.

기존 '아동학대 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입니다.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겁습니다.

경찰은 몸이 약한 아이가 숨질 것을 알면서도 2시간 동안 무차별 폭행했고, 의료조치나 신고 없이 버려둔 건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동학대 살해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남동생에 대한 학대 혐의도 추가됐습니다. 두 남동생이 누나가 폭행당하는 것을 지켜보게 했고 초등학생인 둘째 남동생을 한 차례 폭행한 혐의가 확인됐습니다.


■'2년 학대' 아무도 눈치 못해…기댈 곳 없이 숨진 아이

2년 동안의 학대, 그리고 지난 3월부터는 배가 부어오를 정도로 심한 폭행을 수차례 당하는 동안 아이가 기댈 곳은 없었습니다.

지난 5월 아이는 말없이 인근에 있는 할아버지 집을 방문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말했지만, 몸이 좋지 않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를 보살필 수 없었습니다.

지옥 같은 집으로 되돌아가야 했지만 아이는 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는 지난 5월부터 자주 엎드려 있거나 몸이 안 좋았지만, 교사들은 학대 정황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선생님들은 평소 수업시간에 누워 자는 아이들이 종종 있었고 6월 중순까지 긴소매 교복을 입어 폭행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이의 엄마가 자주 교사에게 연락하고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 학대 가해자로 의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아이는 장염과 손가락 염증 증세로 두 차례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역시 학대와의 연관성을 의심할 정황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웃들은 인사성이 밝고 모나지 않은 착한 아이로 기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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