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뒷돈 의혹에 성추행도?’…유명 고교야구 코치의 두 얼굴

입력 2021.07.03 (07:01) 수정 2021.07.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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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1990년대 유명했던 프로야구 선수 출신입니다. 현재는 인천의 한 야구 명문 고등학교에서 코치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은 A 코치가 상습적으로 돈을 요구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학교 야구부에서 코치가 갖는 위상 탓에 학부모나 선수들은 제대로 피해를 호소하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 야구 명문고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3백만 원만 빌려주세요"…거절할 수 없는 코치의 요구

 학부모가 야구부 A 코치에게 보낸 3백만 원 송금 내역 학부모가 야구부 A 코치에게 보낸 3백만 원 송금 내역

이 학교 야구부의 학부모들은 A 코치에게서 이따금씩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학부모 B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이 코치가 3백만 원을 빌려달라고 한 건 지난해 10월이라고 했습니다. 코치 본인이 일하는 '사설 체육시설'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A 코치가 작년 10월쯤 전화하셔서 '3백만 원 빌려달라'고...올해 3월인가 돈이 들어올 텐데 (사설 체육시설에 필요한) 기계를 산다고 금액이 부족하다고 빌려달라고 그러셨어요."
/ 학부모 B 씨

결국, B 씨는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까지 받아 코치에게 3백만 원을 건넸습니다. '돈을 빌려달라'고는 했지만, A 코치는 차용증도 쓰지 않았습니다.

A 코치의 돈 요구를 받은 건 B 씨 말고도 또 있었습니다.

학부모 C 씨 역시 앞서 코치에게서 3백만 원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C 씨는 이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돈 좀 있으시면 3백만 원만 빌려달라고 지금 레슨하고 있는데 몇 달 뒤에 주겠다'...이 말 들었을 때 '달라는 거구나' 생각이 되죠." / 학부모 C 씨

'갚겠다.'라면서도 돈을 빌려 간 뒤 갚지 않는다는 것을 일부 학부모들은 알고 있지만, 야구부 내에서 코치가 가진 위상과 권한 탓에 행여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아들의 장래가 걸려 있어서 라는 게 학부모들의 말이었습니다.


"실수하면 신체 부위 잡아당겨"…성추행 의혹도


A 코치를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학부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지도하는 야구부 소속의 선수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겁니다.

인터뷰에 응한 이 학교 야구부 소속의 한 선수는 훈련 때 자신이 실수하자, A 코치가 자신의 신체 부위를 강하게 잡아당기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선수는 다른 선수들 가운데서도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여럿 있지만, 이를 호소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야구 선수로 활동하는데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A 코치가) 아직까지는 확실히 코치진에서 물러나지 않았으니까요. 자기한테 피해가 올까봐 말을 못하는게 있죠"

A 코치 "성추행 의혹 말도 안 돼…뒷돈 의혹도 모함"

이른바 '뒷돈' 요구에 학생 성추행 의혹까지, 당사자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취재진은 A 코치에게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A 코치는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공개적인 훈련 때 성추행을 했다면, 다른 학생들도 모두 목격하지 않았겠냐는 겁니다.

학부모들에게 사실상 뒷돈을 요구해 받아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학부모들의 근거 없는 주장이며 단지 자신을 모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A 코치의 해명과는 달리 경찰은 강제 추행 혐의로 A 코치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측의 신고로 A 코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2명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황"이라며 "조만간 가해자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 "가해자만 처벌하면 안 돼…책임자도 일벌백계"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스포츠심리학 교수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스포츠심리학 교수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학교 운동부의 비위 의혹. 전문가들은 가해 당사자만 처벌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스포츠심리학 교수는 "학교 스포츠에서 문제가 터지면 해당 코치나 감독 등만 처벌하지만 실제로는 교장이나 교육청, 교육감 등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신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관할 안에서 있던 일에 책임을 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는 학교 운동부에서 일어나는 성 추행 의혹 관련해서 "(이전에는) 동성 간에 일종의 장난처럼 용인됐거나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일일지 몰라도, 이를 자행한 코치나 선배 등은 범죄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위 '라커룸 토크'라고 해서 운동부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잘못된 문화가 아직 뿌리 뽑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어 "(스포츠계에서는) 내부에서 목소리를 낸 선수들이 왕따를 당하거나 재계약이 안 되는 등 불이익을 겪는 것이 현실"이라며 비리나 성 비위, 폭력 등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해당 사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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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뒷돈 의혹에 성추행도?’…유명 고교야구 코치의 두 얼굴
    • 입력 2021-07-03 07:01:35
    • 수정2021-07-03 07:01:57
    취재후·사건후

A 씨는 1990년대 유명했던 프로야구 선수 출신입니다. 현재는 인천의 한 야구 명문 고등학교에서 코치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은 A 코치가 상습적으로 돈을 요구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학교 야구부에서 코치가 갖는 위상 탓에 학부모나 선수들은 제대로 피해를 호소하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 야구 명문고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3백만 원만 빌려주세요"…거절할 수 없는 코치의 요구

 학부모가 야구부 A 코치에게 보낸 3백만 원 송금 내역
이 학교 야구부의 학부모들은 A 코치에게서 이따금씩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학부모 B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이 코치가 3백만 원을 빌려달라고 한 건 지난해 10월이라고 했습니다. 코치 본인이 일하는 '사설 체육시설'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A 코치가 작년 10월쯤 전화하셔서 '3백만 원 빌려달라'고...올해 3월인가 돈이 들어올 텐데 (사설 체육시설에 필요한) 기계를 산다고 금액이 부족하다고 빌려달라고 그러셨어요."
/ 학부모 B 씨

결국, B 씨는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까지 받아 코치에게 3백만 원을 건넸습니다. '돈을 빌려달라'고는 했지만, A 코치는 차용증도 쓰지 않았습니다.

A 코치의 돈 요구를 받은 건 B 씨 말고도 또 있었습니다.

학부모 C 씨 역시 앞서 코치에게서 3백만 원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C 씨는 이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돈 좀 있으시면 3백만 원만 빌려달라고 지금 레슨하고 있는데 몇 달 뒤에 주겠다'...이 말 들었을 때 '달라는 거구나' 생각이 되죠." / 학부모 C 씨

'갚겠다.'라면서도 돈을 빌려 간 뒤 갚지 않는다는 것을 일부 학부모들은 알고 있지만, 야구부 내에서 코치가 가진 위상과 권한 탓에 행여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아들의 장래가 걸려 있어서 라는 게 학부모들의 말이었습니다.


"실수하면 신체 부위 잡아당겨"…성추행 의혹도


A 코치를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학부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지도하는 야구부 소속의 선수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겁니다.

인터뷰에 응한 이 학교 야구부 소속의 한 선수는 훈련 때 자신이 실수하자, A 코치가 자신의 신체 부위를 강하게 잡아당기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선수는 다른 선수들 가운데서도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여럿 있지만, 이를 호소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야구 선수로 활동하는데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A 코치가) 아직까지는 확실히 코치진에서 물러나지 않았으니까요. 자기한테 피해가 올까봐 말을 못하는게 있죠"

A 코치 "성추행 의혹 말도 안 돼…뒷돈 의혹도 모함"

이른바 '뒷돈' 요구에 학생 성추행 의혹까지, 당사자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취재진은 A 코치에게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A 코치는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공개적인 훈련 때 성추행을 했다면, 다른 학생들도 모두 목격하지 않았겠냐는 겁니다.

학부모들에게 사실상 뒷돈을 요구해 받아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학부모들의 근거 없는 주장이며 단지 자신을 모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A 코치의 해명과는 달리 경찰은 강제 추행 혐의로 A 코치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측의 신고로 A 코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2명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황"이라며 "조만간 가해자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 "가해자만 처벌하면 안 돼…책임자도 일벌백계"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스포츠심리학 교수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학교 운동부의 비위 의혹. 전문가들은 가해 당사자만 처벌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스포츠심리학 교수는 "학교 스포츠에서 문제가 터지면 해당 코치나 감독 등만 처벌하지만 실제로는 교장이나 교육청, 교육감 등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신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관할 안에서 있던 일에 책임을 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는 학교 운동부에서 일어나는 성 추행 의혹 관련해서 "(이전에는) 동성 간에 일종의 장난처럼 용인됐거나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일일지 몰라도, 이를 자행한 코치나 선배 등은 범죄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위 '라커룸 토크'라고 해서 운동부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잘못된 문화가 아직 뿌리 뽑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어 "(스포츠계에서는) 내부에서 목소리를 낸 선수들이 왕따를 당하거나 재계약이 안 되는 등 불이익을 겪는 것이 현실"이라며 비리나 성 비위, 폭력 등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해당 사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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