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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자본100년]① 혁신의 첨단에 선 중국, 붕괴는 멀리있다
입력 2021.07.03 (08:00) 취재K
공산당 100년을 맞은 중국이 자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산주의 정치체제를 표방하지만 경제는 사실상 자본주의인 ‘붉은 자본 100년’이다. 이웃나라 입장에선 그 100년의 성과에 어떤 의미와 한계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지금의 중국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고, 우리 경제는 어떻게 대응해야할지를 차분히 짚어본다.

■ 2021년, 혁신의 맨 앞에 선 중국

세계 온라인 소매시장을 장악한 아마존. 창업은 1994년이었다. 뉴욕에서 투자은행에 다니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자동차를 타고 창업여행을 떠나고, 시애틀에서 창고를 임대해 온라인 서점을 열었다. 97년부터는 책 이외의 상품도 팔기 시작했다. 이 해에 주식 상장(IPO)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 2001년 닷컴 버블 이후 5달러까지 추락했다. 고객은 있지만 돈은 못 버는 회사. 사람들은 이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거라고 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날, 아마존 주가는 3400달러가 넘는다. 20년만에 680배 가치의 회사가 됐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둔 회사는 세계 역사에 흔치 않다. 그리고 혁신과 성공의 스토리는 언제나 미국에서 오는 것 처럼 보인다.

실제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紙가 세어봤더니 지난 25년간 새로 생긴 뒤 가치가 1000억 달러(120조)를 넘은 기업은 딱 19개 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9개가 미국 기업이었다. 스냅이나 페이팔 같은 회사다.

하지만 놀라운 건 중국이 결코 뒤지지 않는단 점이다. 19개 최고 혁신회사 가운데 중국 회사가 무려 8개다. 미국에 1개 모자란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 메이투안과 제3의 이커머스 핀둬둬 같은 회사다.


가만히 떠올려보면 핀테크와 온라인커머스, 게임, 전기차와 배터리, 모빌리티, 5G통신... '떠오르는 모든 산업'에서 중국은 맨 앞에 있다.

지구의 운명을 좌우할 친환경 에너지 산업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석탄 발전에 의존하는 중국의 에너지 산업이 낙후돼 보일지 모르지만, 태양광 발전에서만큼은 가장 앞선 나라가 중국이다. (누적 발전설비 설치 용량 기준)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기업 역시 중국(CATL)이다.

혁신 경쟁에서 중국은 이미 G2로 선도국가 자리에 있다

■ 2000년, 20년 뒤 이렇게 될 지 아무도 몰랐다

2000년에는 아무도 20년 뒤 미래가 이렇게 바뀌어 있으리라 생각지 않았다. 정치학자들은 미국의 세기이던 20세기를 뒤로하고, 21세기는 '다극화 시대'가 되리라 전망했다.


유럽이 EU라는 정치경제 공동체를 창설했다. 유로가 달러 지위를 실제로 위협했다. 어쩌면 미국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가지리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중국은 부상하고 있었으며, 브라질도 안정적 성장을 구가했다. 러시아도 주목받았다.

불과 20년만에 모든게 달라졌다. 다극화라는 단어는 쏙 들어갔다. G2 이외의 수식이 없다.

이 급격한 '글로벌 구조 재편'은 세계 100대 기업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2000년(이코노미스트가 그린 인포그래픽), 일류기업 100개 90% 이상을 미국과 유럽이 양분했다. 미국이 50개 이상, 유럽도 41개. 중국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2020년 미국은 더 집중도를 높였다. 60개 이상이 미국기업이다. 그러나 유럽은 불과 15개로, 반토막 이하로 추락했다.

빈자리는 중국이 채웠다. 중국은 7위 텐센트와 9위 알리바바를 포함해 13개(홍콩 포함)다. (Statista 집계, 5월 기준)

■유럽과 중국의 운명은 '혁신'에서 갈렸다

살아남은 15개 유럽 회사를 보면 상위권엔 사치품 화장품 기업(LVMH 20위, 로레알 39위) 식품회사(네슬레 26위, 로쉐 28위), 반도체 장비회사(ASLM 29위) 같은 전통 제조업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중국은 텐센트(7위, 게임), 알리바바(9위, 이커머스), 메이투안(43위, 배달플랫폼) 같은 비제조업 회사도 상위권에 올렸다. 독일의 SAP(68위, 소프트웨어)를 제외하면, '거대 혁신기업'이 미국 이외 국가에 자리잡은 건 중국이 유일하다.


결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혁신에 실패한 유럽은 검색(구글), 쇼핑(아마존), 클라우드(아마존, MS), 소셜미디어(페이스북) 시장을 모두 미국 기업에 통째로 내줬다. 소비재(프랑스)와 일부 자동차 제조업(독일과 프랑스), 관광(프랑스와 남유럽) 밖에 남지 않은 대륙이 됐다.

반면 중국은 그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을 가진 나라가 됐다.

[논외지만, 수출로 세계를 석권하던 일본도 완전히 가라앉아 세 기업(토요타, 소프트뱅크, 소니) 밖에 남지 않았다. 또 셋 다 타이완의 TSMC(11위)나 한국의 삼성(12위)보다 작다.]

■ 일류 혁신국가의 공통분모 :
①무형경제 시대 선도 ②거대 내수시장 ③유능한 정부

'형태가 있는 제품을 만드는 산업은 혁신을 선도하지 못한다'

화장품을 사용할 몸은 하나 뿐이다. 사치품을 걸 손목과 팔목 역시 모두 두 개 밖에 없다. 왠만한 사람은 차를 한 대 이상 보유하지 않는다. 그러니 '물리적 형태를 가진 제품'을 생산하는 전통 제조업 '수요'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날 수 없다. 한계에 봉착했다.

게다가 제품은 넘쳐나고, 경쟁은 치열하다. 이윤을 남기기 쉽지 않고, 가격도 올리기 쉽지 않다. 유형경제의 시대가 저물고 무형경제의 시대가 오고 있다.


①무형경제의 시대
"무형경제 Intangible economy"의 시대다. 휴대전화 안 앱 장터에서 디지털 부호에 불과한 앱을 사고, 사진은 인화하는 대신 저장할 온라인 저장소(클라우드)를 산다. 사람을 사귈 때, 만나고 대화하는 만큼이나 중요한 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틱톡'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활동이다.

마트에 가지 않고 '쿠팡' 같은 온라인 커머스에서 주문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사람을 찾거나 책을 보지 않고 온라인 검색창을 쓴다. 현금을 쓰지 않고, 이제는 심지어 디지털 부호에 불과한 가상화폐를 사고 판다.

이같은 '무형경제'는 나날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트래픽은 매일 신기록을 세우고, 성공한 회사들의 사용자는 세계를 무대로 더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이 형태가 없는 무형경제로 이행 경쟁에서 미국은 완승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혁신기업은 모두 미국 회사다. 유럽은 참패하고 시장을 내줬다. 중국은 이 대열에서 시장을 지켰고, 오히려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②거대하고 통합된 내수시장
무형경제에서 규모는 곧 경쟁력이다.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생사를 좌우한다. 가입자가 많은 서비스만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 승자독식 경제다. 검색은 구글, 소셜미디어는 연령에 따라 페북이나 인스타, 틱톡이다. 쇼핑은 아마존, 결제는 페이팔 같은 식이다.


이 혁신경제의 생존에 필요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국가 성패도 좌우했다. 거대하고 통합된 '내수시장'을 가진 미국과 중국은 이 점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했다. 해외에서 경쟁하지 않아도, 내수 시장만으로 온전히 혁신을 키워 '거대기업'을 만들 수 있었다.

여러 나라로 쪼개진 유럽은 'EU'로 거대 단일 시장을 만든 것 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작은 단위 국가들의 집합' 정체성이 강하다.( EU집행위원장의 이름을 정확히 댈 수 있는 사람?)

③강력하고 효율적인 '유능한' 정부
대통령제의 미국과 공산당 일당독재 통치체제의 중국 정부는 효율성이 높았다. 코로나 발발 이후 가장 먼저 통제에 성공한 건 권위주의 국가 중국이다. 막대한 돈을 혁신적인 제약기업에 투자해서 가장 먼저 백신을 보급한 나라는 미국이다. 두 나라 모두 정부가 유능했다.

사실 '유능한 정부', 또 '거버넌스'의 역할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미 확인됐다.

미국은 위기의 진앙지이면서도 빠른 극복에 성공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막대한 돈을 푸는 금융정책을 신속히 펼쳤다. 정부는 막대한 돈을 풀어 재정정책을 펼쳤다. 또 말썽을 피운 은행들을 때로는 협박하고 때로는 달래가면서 신속한 구조조정과 지원을 했다. 이 과감한 수술을 거쳐 미국은 금융위기를 빠르게 빠져나왔다.

애덤 투즈는 <붕괴 Crashed>에서 미국이 이렇게 위기를 극복한 반면, 유럽은 통합된 정부가 없어서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유럽은 통합된 재정정책에 국가간 이견이 있었고(남유럽은 부양을 원했으나 독일은 반대하는 식), 양적완화는 했지만 '조율된' 정책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2012년 이후 남유럽 재정위기를 또 맞았고, 여전히 위기는 끝나지 않았단 분석이다.

중국은 아예 충격을 겪지 않았다. 미국 중심 글로벌 금융망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 상처입지 않은 '중국의 거대한 부양책'에 힘입어 세계는 극복을 향해 나아갔다. 당시 국내 경기 과열의 위험을 무릅쓴 중국의 과감한 정책에 감사를 표한 세계의 지도자가 적지 않았다.

이 때 중국은 '서구 금융제도와 경제의 불안정성'과 중국의 '질서있는 체제 우월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 이런 중국이 갑자기 무너질 수 있을까

2010년 전후만 해도 언젠가 중국의 체제 불안정이 가시화되리란 전망이 많았다. 세계 석학들은 '중국이 언제 붕괴할지'를 연구했다.

경제 성장이 중산층 성장을 낳는다. 중산층은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고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권위주의 정부는 이 신흥 계층의 지지를 잃고 붕괴할 수 밖에 없다, 는 중국 민주화론이다. 어느날 갑자기 공산주의 중국이 붕괴할 수 있단 얘기도 심심찮게 나왔다.

그러나 공산당 100년을 맞은 지금, 지금 주류 학자들은 중국 민주화론에서 조금 멀어졌다. 그보다는 '왜 중국은 경제성장을 하면서 민주화는 피할 수 있었나'나, '중국은 왜 혁신에 성공했는지'를 연구한다.

중국은 이미 거의 모든 혁신에서 선두권에 있으며, 지금도 세계 성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 [붉은자본100년]① 혁신의 첨단에 선 중국, 붕괴는 멀리있다
    • 입력 2021-07-03 08:00:43
    취재K
공산당 100년을 맞은 중국이 자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산주의 정치체제를 표방하지만 경제는 사실상 자본주의인 ‘붉은 자본 100년’이다. 이웃나라 입장에선 그 100년의 성과에 어떤 의미와 한계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지금의 중국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고, 우리 경제는 어떻게 대응해야할지를 차분히 짚어본다.

■ 2021년, 혁신의 맨 앞에 선 중국

세계 온라인 소매시장을 장악한 아마존. 창업은 1994년이었다. 뉴욕에서 투자은행에 다니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자동차를 타고 창업여행을 떠나고, 시애틀에서 창고를 임대해 온라인 서점을 열었다. 97년부터는 책 이외의 상품도 팔기 시작했다. 이 해에 주식 상장(IPO)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 2001년 닷컴 버블 이후 5달러까지 추락했다. 고객은 있지만 돈은 못 버는 회사. 사람들은 이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거라고 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날, 아마존 주가는 3400달러가 넘는다. 20년만에 680배 가치의 회사가 됐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둔 회사는 세계 역사에 흔치 않다. 그리고 혁신과 성공의 스토리는 언제나 미국에서 오는 것 처럼 보인다.

실제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紙가 세어봤더니 지난 25년간 새로 생긴 뒤 가치가 1000억 달러(120조)를 넘은 기업은 딱 19개 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9개가 미국 기업이었다. 스냅이나 페이팔 같은 회사다.

하지만 놀라운 건 중국이 결코 뒤지지 않는단 점이다. 19개 최고 혁신회사 가운데 중국 회사가 무려 8개다. 미국에 1개 모자란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 메이투안과 제3의 이커머스 핀둬둬 같은 회사다.


가만히 떠올려보면 핀테크와 온라인커머스, 게임, 전기차와 배터리, 모빌리티, 5G통신... '떠오르는 모든 산업'에서 중국은 맨 앞에 있다.

지구의 운명을 좌우할 친환경 에너지 산업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석탄 발전에 의존하는 중국의 에너지 산업이 낙후돼 보일지 모르지만, 태양광 발전에서만큼은 가장 앞선 나라가 중국이다. (누적 발전설비 설치 용량 기준)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기업 역시 중국(CATL)이다.

혁신 경쟁에서 중국은 이미 G2로 선도국가 자리에 있다

■ 2000년, 20년 뒤 이렇게 될 지 아무도 몰랐다

2000년에는 아무도 20년 뒤 미래가 이렇게 바뀌어 있으리라 생각지 않았다. 정치학자들은 미국의 세기이던 20세기를 뒤로하고, 21세기는 '다극화 시대'가 되리라 전망했다.


유럽이 EU라는 정치경제 공동체를 창설했다. 유로가 달러 지위를 실제로 위협했다. 어쩌면 미국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가지리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중국은 부상하고 있었으며, 브라질도 안정적 성장을 구가했다. 러시아도 주목받았다.

불과 20년만에 모든게 달라졌다. 다극화라는 단어는 쏙 들어갔다. G2 이외의 수식이 없다.

이 급격한 '글로벌 구조 재편'은 세계 100대 기업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2000년(이코노미스트가 그린 인포그래픽), 일류기업 100개 90% 이상을 미국과 유럽이 양분했다. 미국이 50개 이상, 유럽도 41개. 중국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2020년 미국은 더 집중도를 높였다. 60개 이상이 미국기업이다. 그러나 유럽은 불과 15개로, 반토막 이하로 추락했다.

빈자리는 중국이 채웠다. 중국은 7위 텐센트와 9위 알리바바를 포함해 13개(홍콩 포함)다. (Statista 집계, 5월 기준)

■유럽과 중국의 운명은 '혁신'에서 갈렸다

살아남은 15개 유럽 회사를 보면 상위권엔 사치품 화장품 기업(LVMH 20위, 로레알 39위) 식품회사(네슬레 26위, 로쉐 28위), 반도체 장비회사(ASLM 29위) 같은 전통 제조업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중국은 텐센트(7위, 게임), 알리바바(9위, 이커머스), 메이투안(43위, 배달플랫폼) 같은 비제조업 회사도 상위권에 올렸다. 독일의 SAP(68위, 소프트웨어)를 제외하면, '거대 혁신기업'이 미국 이외 국가에 자리잡은 건 중국이 유일하다.


결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혁신에 실패한 유럽은 검색(구글), 쇼핑(아마존), 클라우드(아마존, MS), 소셜미디어(페이스북) 시장을 모두 미국 기업에 통째로 내줬다. 소비재(프랑스)와 일부 자동차 제조업(독일과 프랑스), 관광(프랑스와 남유럽) 밖에 남지 않은 대륙이 됐다.

반면 중국은 그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을 가진 나라가 됐다.

[논외지만, 수출로 세계를 석권하던 일본도 완전히 가라앉아 세 기업(토요타, 소프트뱅크, 소니) 밖에 남지 않았다. 또 셋 다 타이완의 TSMC(11위)나 한국의 삼성(12위)보다 작다.]

■ 일류 혁신국가의 공통분모 :
①무형경제 시대 선도 ②거대 내수시장 ③유능한 정부

'형태가 있는 제품을 만드는 산업은 혁신을 선도하지 못한다'

화장품을 사용할 몸은 하나 뿐이다. 사치품을 걸 손목과 팔목 역시 모두 두 개 밖에 없다. 왠만한 사람은 차를 한 대 이상 보유하지 않는다. 그러니 '물리적 형태를 가진 제품'을 생산하는 전통 제조업 '수요'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날 수 없다. 한계에 봉착했다.

게다가 제품은 넘쳐나고, 경쟁은 치열하다. 이윤을 남기기 쉽지 않고, 가격도 올리기 쉽지 않다. 유형경제의 시대가 저물고 무형경제의 시대가 오고 있다.


①무형경제의 시대
"무형경제 Intangible economy"의 시대다. 휴대전화 안 앱 장터에서 디지털 부호에 불과한 앱을 사고, 사진은 인화하는 대신 저장할 온라인 저장소(클라우드)를 산다. 사람을 사귈 때, 만나고 대화하는 만큼이나 중요한 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틱톡'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활동이다.

마트에 가지 않고 '쿠팡' 같은 온라인 커머스에서 주문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사람을 찾거나 책을 보지 않고 온라인 검색창을 쓴다. 현금을 쓰지 않고, 이제는 심지어 디지털 부호에 불과한 가상화폐를 사고 판다.

이같은 '무형경제'는 나날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트래픽은 매일 신기록을 세우고, 성공한 회사들의 사용자는 세계를 무대로 더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이 형태가 없는 무형경제로 이행 경쟁에서 미국은 완승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혁신기업은 모두 미국 회사다. 유럽은 참패하고 시장을 내줬다. 중국은 이 대열에서 시장을 지켰고, 오히려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②거대하고 통합된 내수시장
무형경제에서 규모는 곧 경쟁력이다.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생사를 좌우한다. 가입자가 많은 서비스만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 승자독식 경제다. 검색은 구글, 소셜미디어는 연령에 따라 페북이나 인스타, 틱톡이다. 쇼핑은 아마존, 결제는 페이팔 같은 식이다.


이 혁신경제의 생존에 필요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국가 성패도 좌우했다. 거대하고 통합된 '내수시장'을 가진 미국과 중국은 이 점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했다. 해외에서 경쟁하지 않아도, 내수 시장만으로 온전히 혁신을 키워 '거대기업'을 만들 수 있었다.

여러 나라로 쪼개진 유럽은 'EU'로 거대 단일 시장을 만든 것 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작은 단위 국가들의 집합' 정체성이 강하다.( EU집행위원장의 이름을 정확히 댈 수 있는 사람?)

③강력하고 효율적인 '유능한' 정부
대통령제의 미국과 공산당 일당독재 통치체제의 중국 정부는 효율성이 높았다. 코로나 발발 이후 가장 먼저 통제에 성공한 건 권위주의 국가 중국이다. 막대한 돈을 혁신적인 제약기업에 투자해서 가장 먼저 백신을 보급한 나라는 미국이다. 두 나라 모두 정부가 유능했다.

사실 '유능한 정부', 또 '거버넌스'의 역할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미 확인됐다.

미국은 위기의 진앙지이면서도 빠른 극복에 성공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막대한 돈을 푸는 금융정책을 신속히 펼쳤다. 정부는 막대한 돈을 풀어 재정정책을 펼쳤다. 또 말썽을 피운 은행들을 때로는 협박하고 때로는 달래가면서 신속한 구조조정과 지원을 했다. 이 과감한 수술을 거쳐 미국은 금융위기를 빠르게 빠져나왔다.

애덤 투즈는 <붕괴 Crashed>에서 미국이 이렇게 위기를 극복한 반면, 유럽은 통합된 정부가 없어서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유럽은 통합된 재정정책에 국가간 이견이 있었고(남유럽은 부양을 원했으나 독일은 반대하는 식), 양적완화는 했지만 '조율된' 정책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2012년 이후 남유럽 재정위기를 또 맞았고, 여전히 위기는 끝나지 않았단 분석이다.

중국은 아예 충격을 겪지 않았다. 미국 중심 글로벌 금융망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 상처입지 않은 '중국의 거대한 부양책'에 힘입어 세계는 극복을 향해 나아갔다. 당시 국내 경기 과열의 위험을 무릅쓴 중국의 과감한 정책에 감사를 표한 세계의 지도자가 적지 않았다.

이 때 중국은 '서구 금융제도와 경제의 불안정성'과 중국의 '질서있는 체제 우월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 이런 중국이 갑자기 무너질 수 있을까

2010년 전후만 해도 언젠가 중국의 체제 불안정이 가시화되리란 전망이 많았다. 세계 석학들은 '중국이 언제 붕괴할지'를 연구했다.

경제 성장이 중산층 성장을 낳는다. 중산층은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고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권위주의 정부는 이 신흥 계층의 지지를 잃고 붕괴할 수 밖에 없다, 는 중국 민주화론이다. 어느날 갑자기 공산주의 중국이 붕괴할 수 있단 얘기도 심심찮게 나왔다.

그러나 공산당 100년을 맞은 지금, 지금 주류 학자들은 중국 민주화론에서 조금 멀어졌다. 그보다는 '왜 중국은 경제성장을 하면서 민주화는 피할 수 있었나'나, '중국은 왜 혁신에 성공했는지'를 연구한다.

중국은 이미 거의 모든 혁신에서 선두권에 있으며, 지금도 세계 성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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