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55년 만의 승리’…독일-잉글랜드는 어떻게 앙숙이 됐나
입력 2021.07.03 (09:02)
수정 2021.07.0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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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패배 소식을 전한 베를리너 차이퉁 1면.
■"유럽 최대 라이벌"…"그건 영국 생각이고"
잉글랜드와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은 유럽 최대 라이벌로 꼽힌다. 특히 잉글랜드 언론은 독일과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전쟁에 비유하며 승리를 기원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런던 공습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독일에 대한 악감정도 한몫한다.
반면 독일 축구팬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라이벌? 그건 네 생각이고."
그런데 전적은 다른 말을 한다. 독일 축구협회(DFB)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유로 16강 경기를 포함하면 역대 국가대표 간 A매치에서 13승 7무 17패로 영국이 앞서 있다. 그런데도 독일 국대가 낫다는 독일 축구팬들의 자신감은 어디서 온 걸까?
근거 없는 자신감 같지만, 이유는 있다. 월드컵과 유로 등 메이저대회 맞대결, 그리고 성적이다.
독일은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5번 만나 딱 1번 졌다.(출처=DFB 웹페이지 갈무리)
월드컵에서 독일은 잉글랜드와 2승 2무 1패를 거뒀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전에서 서독으로 출전한 독일이 2:4로 패한 이후 월드컵 무대에서 잉글랜드에 진 적이 없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대회에서 서독은 잉글랜드가 1:1로 비겼지만,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공식 기록은 무승부지만 이긴 건 이긴거니 두 팀 간 역대 월드컵 전적은 사실상 3승 1무 1패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독일은 서독 시절 포함 월드컵 4회 우승에 역대 월드컵 랭킹에서도 5회 우승의 브라질에 이어 2위다. 독일은 또 준우승을 4회 했다. 준우승을 가장 많이 한 팀인데, 이 말은 바꿔 말하면 결승에 무려 8번에 올라 그중 절반을 우승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당연히 결승전에 가장 많이 올랐던 팀도 독일이다. 2위는 7회의 브라질이다. 독일은 브라질과 함께 3회 연속 결승 진출(1982 스페인, 1986 멕시코, 1990 이탈리아)이라는 대기록도 가지고 있다.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에서 열렸던 월드컵을 제외하곤 우승이 없다. 준우승도 없다. 4강 이상 오른 적은 단 두 번(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결승행을 가로 막은 게 독일-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다. 축구 종가라지만 월드컵에서의 성적은 초라하다. 그래도 월드컵 랭킹은 6위다.
UEFA 유러피언 챔피언십(유로 대회)에서도 독일은 3회 우승에 3회 준우승으로 유로 랭킹 1위지만 잉글랜드는 우승이 한차례도 없다. 유로 랭킹은 오히려 월드컵 랭킹 보다 낮은 9위다.
■ '55년만의 승리'에 "징크스가 깨졌다"…"KO 당한 독일"
잉글랜드의 가장 최근 대 독일전 승리는 2016년 3월 독일에서 열린 친선 경기다. 해리 케인과 제이미 바디가 골을 넣었고 후반 추가 시간 터진 에릭 다이어의 결승골로 3:2 승리했다. 그런데 '55년 만의 승리'?
메이저 대회 '녹 아웃 스테이지', 지면 바로 짐을 싸야 하는 경기에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 이후 처음으로 독일을 이겼다는 얘기다. 역대 전적에서 앞서 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특히 고비 때마다 자신들의 발목을 잡았던 독일을 드디어 잡아낸 것이다.
잉글랜드는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선정적 기사의 타블로이드 신문이 많은 곳. 앙숙 독일에 승리를 거둔 것에 환호를 쏟아냈다.
“55년의 상처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의 1면.
“징크스가 끝났다”는 헤드라인을 뽑은 무료 일간지 메트로의 1면.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이 55년의 저주를 깨부수는 일이 일어났다”는 소제목도 눈에 띈다.
최근 수년간 독일 국가대표팀은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이기는 경기를 보기 어려웠다. 독일팀 몰락의 시작을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한국전부터라고 말하는 독일 축구팬들도 있다. 이기면 16강인 경기에서 거의 탈락이 확정된 한국에 2:0으로 발목을 잡힌 그 경기. 피파 랭킹은 12위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이번 유로 2020엔 내심 기대가 컸던 것 같다. 항상 강력한 우승 후보였고, 조별 예선을 거치면 더욱 단단해지는 팀이었기에, 더군다나 상대가 만만하게 보던 잉글랜드였기에, 런던에서 경기했지만 지지 않으리라고 기대했던 듯하다. 결과는 16강 탈락이었지만.
해리 케인의 추가 골로 2:0이 된 순간을 1면 사진으로 뽑은 독일 일간지 ‘디 벨트’
사실 잉글랜드는 대회 전부터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베팅엑스퍼트는 잉글랜드의 우승 배당률을 1/4로 전망,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고 봤다. 프랑스가 1/5였고, 그 뒤를 벨기에(2/13), 스페인(1/7)이 뒤를 이었다. 독일은 이탈리아와 함께 1/8이었다. 우승 후보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8강에 오르지 못했다.
55년의 저주를 푼 잉글랜드가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 또다시 빅게임 징크스에 가로막힐지, 이번 유로 대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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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7-03 09:02:54
- 수정2021-07-03 16:22:21
■"유럽 최대 라이벌"…"그건 영국 생각이고"
잉글랜드와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은 유럽 최대 라이벌로 꼽힌다. 특히 잉글랜드 언론은 독일과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전쟁에 비유하며 승리를 기원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런던 공습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독일에 대한 악감정도 한몫한다.
반면 독일 축구팬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라이벌? 그건 네 생각이고."
그런데 전적은 다른 말을 한다. 독일 축구협회(DFB)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유로 16강 경기를 포함하면 역대 국가대표 간 A매치에서 13승 7무 17패로 영국이 앞서 있다. 그런데도 독일 국대가 낫다는 독일 축구팬들의 자신감은 어디서 온 걸까?
근거 없는 자신감 같지만, 이유는 있다. 월드컵과 유로 등 메이저대회 맞대결, 그리고 성적이다.
월드컵에서 독일은 잉글랜드와 2승 2무 1패를 거뒀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전에서 서독으로 출전한 독일이 2:4로 패한 이후 월드컵 무대에서 잉글랜드에 진 적이 없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대회에서 서독은 잉글랜드가 1:1로 비겼지만,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공식 기록은 무승부지만 이긴 건 이긴거니 두 팀 간 역대 월드컵 전적은 사실상 3승 1무 1패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독일은 서독 시절 포함 월드컵 4회 우승에 역대 월드컵 랭킹에서도 5회 우승의 브라질에 이어 2위다. 독일은 또 준우승을 4회 했다. 준우승을 가장 많이 한 팀인데, 이 말은 바꿔 말하면 결승에 무려 8번에 올라 그중 절반을 우승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당연히 결승전에 가장 많이 올랐던 팀도 독일이다. 2위는 7회의 브라질이다. 독일은 브라질과 함께 3회 연속 결승 진출(1982 스페인, 1986 멕시코, 1990 이탈리아)이라는 대기록도 가지고 있다.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에서 열렸던 월드컵을 제외하곤 우승이 없다. 준우승도 없다. 4강 이상 오른 적은 단 두 번(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결승행을 가로 막은 게 독일-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다. 축구 종가라지만 월드컵에서의 성적은 초라하다. 그래도 월드컵 랭킹은 6위다.
UEFA 유러피언 챔피언십(유로 대회)에서도 독일은 3회 우승에 3회 준우승으로 유로 랭킹 1위지만 잉글랜드는 우승이 한차례도 없다. 유로 랭킹은 오히려 월드컵 랭킹 보다 낮은 9위다.
■ '55년만의 승리'에 "징크스가 깨졌다"…"KO 당한 독일"
잉글랜드의 가장 최근 대 독일전 승리는 2016년 3월 독일에서 열린 친선 경기다. 해리 케인과 제이미 바디가 골을 넣었고 후반 추가 시간 터진 에릭 다이어의 결승골로 3:2 승리했다. 그런데 '55년 만의 승리'?
메이저 대회 '녹 아웃 스테이지', 지면 바로 짐을 싸야 하는 경기에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 이후 처음으로 독일을 이겼다는 얘기다. 역대 전적에서 앞서 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특히 고비 때마다 자신들의 발목을 잡았던 독일을 드디어 잡아낸 것이다.
잉글랜드는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선정적 기사의 타블로이드 신문이 많은 곳. 앙숙 독일에 승리를 거둔 것에 환호를 쏟아냈다.
최근 수년간 독일 국가대표팀은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이기는 경기를 보기 어려웠다. 독일팀 몰락의 시작을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한국전부터라고 말하는 독일 축구팬들도 있다. 이기면 16강인 경기에서 거의 탈락이 확정된 한국에 2:0으로 발목을 잡힌 그 경기. 피파 랭킹은 12위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이번 유로 2020엔 내심 기대가 컸던 것 같다. 항상 강력한 우승 후보였고, 조별 예선을 거치면 더욱 단단해지는 팀이었기에, 더군다나 상대가 만만하게 보던 잉글랜드였기에, 런던에서 경기했지만 지지 않으리라고 기대했던 듯하다. 결과는 16강 탈락이었지만.
사실 잉글랜드는 대회 전부터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베팅엑스퍼트는 잉글랜드의 우승 배당률을 1/4로 전망,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고 봤다. 프랑스가 1/5였고, 그 뒤를 벨기에(2/13), 스페인(1/7)이 뒤를 이었다. 독일은 이탈리아와 함께 1/8이었다. 우승 후보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8강에 오르지 못했다.
55년의 저주를 푼 잉글랜드가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 또다시 빅게임 징크스에 가로막힐지, 이번 유로 대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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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수 기자 seowoo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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