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자본100년]② ‘비호감’ 자본주의에 이웃마음 떠났다

입력 2021.07.04 (09:00) 수정 2021.07.04 (20:3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996 문화' 워라밸은 없다…노동인권? '보이콧'으로 맞선다

#1.
세계 시가총액 7위 기업인 중국의 게임업체 텐센트. 산하의 개발회사가 지난달 '파격적인 노동환경 개선'으로 칭찬받았다. 그런데 내용이 좀 시대착오적이다.

'앞으로 주 5일을 보장한다', '또 일하는 날은 늦어도 9시에는 퇴근하게 하겠다'

이 조치가 '개선'일 수 있는 이유, 중국 IT 기업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최소 밤 9시까지 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 6일 회사에 나간다. 장시간 노동 관행이 일상화돼 있다. 996 문화라고 부른다. 법적으론 주 44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지만, 법은 멀리 있다. 수당은 물론 없다. 고속 성장의 이면이다.

#2.
세계 최대의 면화 생산지 중국 신장. 무슬림계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이 폭로되자 서구 국가들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과 영국은 면화 수입 금지조치를 내렸고, H&M도 수입을 거부했고, 나이키 등 글로벌 업체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당국은 '악의적이고 날조된 루머'라고 반발했고, 중국에서는 H&M과 나이키에 대한 보이콧이 벌어졌다. 모델들은 계약중단을 선언했고, 온라인 몰들은 입점을 철회했다. 일부 점포는 영업이 중단됐다.

■ 여전한 '보호무역, 산업정책, 기술탈취'의 조합

#보호무역
아마존과 페이스북, 그리고 구글이 중국에서 자유경쟁을 했어도 중국의 혁신 기업이 등장했을까?

중국의 혁신 기업이 '거대 인구'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깎아내리는 일은 흔하다. 일면의 진실이긴 하다. 중국은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을 엄격히 통제했다. 진출을 허락할 경우에도 지분의 절반 이상을 중국업체에 주는 합작을 강요했다. 기업 안에는 '공산당 간부'를 위한 자리가 있다.

#산업정책: 보조금과 국영기업
국영기업에 대한 직간접 지원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중국 상품이 세계를 휩쓴 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 덕택이라고 하지만 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적자가 나도 개의치 않고 상품을 찍어 시장에 내놓는' 사실상의 국영기업들 때문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화웨이는 정부 사업을 독점 수주하며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기업가치가 100조가 넘지만, 증시 상장도 하지 않았다. 정부, 특히 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사실상의 국영기업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기술탈취와 상표권 도용
기술탈취와 상표권 무시는 고질적인 문제다. 여러 경쟁기업, 국가들을 머리 아프게 하는 소재인데 우리는 대표적인 피해국가다.

쌍용차 때처럼 '회사를 샀다가 기술을 빼가는' 것은 양반이다. 인력 유출과 데이터 거래, 해킹 등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 기술을 빼간다. 단순 상표 도용은 예사고, TV 방송도 베끼고, 심지어 아이돌도 베낀다.

■ G2 대국답지 않은 면모… 그래도 여기까지는 '남들도 그랬다' vs '그럴 때가 지났다'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의 대표적 애국자로 꼽힌다. 소재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은 최고 인기 뮤지컬이고, 그의 얼굴은 10달러 지폐에 새겨져 있다.


그 해밀턴의 애국 가운데 가장 큰 업적은 '산업보국'. 미국 곳곳에 '공장'이 들어서게 하는 등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의 변화를 선도했다. 하지만 그의 '산업보국'을 '애국' 빼고 객관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기술탈취 장려'다.

당시 첨단 산업인 '방적 산업' 기술 관련 산업기밀을 넘기는 사람에게 거액의 보조금을 줬다. 기계도면을 훔치기 위해 스파이를 영국에 파견했다. 선진국 영국은 기술 수출은 물론 기술자 이민도 금지하고 엄하게 처벌했지만, 애국자 해밀턴이 지휘하는 미국의 기술 탈취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영국인 방적 기술자 슬레이터는 농부라고 속이고 미국에 와 기술을 전파함으로써 미국 제조업의 기틀을 잡았다.  물론 영국은 반역자 취급을 했다.영국인 방적 기술자 슬레이터는 농부라고 속이고 미국에 와 기술을 전파함으로써 미국 제조업의 기틀을 잡았다. 물론 영국은 반역자 취급을 했다.

요컨데 자국의 유치산업을 키우기 위해 수입을 통제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기술을 빼 온 행위는 비록 칭찬하기 어려울지언정 대부분의 선진국이 '과거에' 해온 일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도 <사다리 걷어차기> 이후 줄곧 해온 얘기다. '자유무역' 주장은 '사다리 걷어차려는' 선진국의 주장일 뿐, 그 어떤 선진국도 자유무역만으로 성장한 사례는 없다. 일본도 그랬고, 우리나라도 그랬고, 지금은 중국이 그렇다.

다른 나라들은 G2 경제부국이 된 지금은 '그럴 때가 지났다, 중국은 너무 지나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남들도 그랬다'는 역사적 사실은 중국을 위한 일부 변명거리가 되어 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변명이 가능한 것은 거기까지다. 중국은 '이웃의 마음을 잃었다'는 차원에서는 너무 멀리 왔다.

■ 최악의 비호감도... 주변국 질리게 만드는 통상 보복

미국의 퓨리서치 센터는 매년 미국과 중국의 비호감도를 측정해 발표한다. 올해까지 20년째 이어진 조사 결과는 일관되다. 중국의 비호감도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2021,6)는 역사적 최고점에 있다.

특히 지리, 경제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나 일본, 호주의 비호감도는 특별히 높다. 추세를 보아도 위험수준이다.


우리가 겪은 일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2008년 이후 개선되던 한국의 비호감도는 2017년 이후 급반전된다. 사드 사태 이후다.

중국이 사드 포대 배치를 기점으로 한국 기업과 상품에 대한 보이콧 등 실력행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30%대까지 떨어졌던 비호감도는 올해 77%까지 높아졌다. 롯데는 중국에서 사실상 철수했고, 화장품과 자동차도 된서리를 맞았다. 점유율이 급격히 낮아진 현대차는 중국공장 매각에 나서는 등 ' 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한다. '한류'도 막고 있고 심심찮게 'BTS 비방'에도 나선다.


삼성 스마트폰도 중국시장에서 밀려난지 오래다. 지난 1분기 중국 내 5G 스마트폰 점유율이 불과 1.3%였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전체 순위를 집계할 때 이제 삼성은 별도집계 대상이 아니고 '기타'로 분류된다. 점유율이 너무 낮아서다.

■ 일본은 일찌감치 겪은 '중국 특색 비호감 자본주의'... 호주와는 현재 진행 중

일본의 비호감도 그래프는 훨씬 일찍 높아졌다. 센카쿠 영토분쟁 과정에서 겪은 중국의 무역 보복 때문이다. 2010년에는 섬 주변서 조업하던 중국인 어부를 일본이 체포했는데, 이후 중국은 '일본 관광을 금지하고 반도체 제조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중단하겠다'는 협박을 가한다. 일본은 결국 체포했던 어부를 무조건 석방하는 굴욕을 겪는다.


2012년에는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이후 갈등사태를 겪고, 이후 중국에서 '전방위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진다. 중국에 진출했던 일본 기업들이 약탈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크게 감소했다.

일본은 이같은 중국의 보복을 스스로 '센카쿠 쇼크'라고 부를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호주와의 관계는 코로나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4월 호주가 '코로나 발원지 조사'를 압박하자 중국이 호주산 소고기 일부에 대한 수입 중단을 시작으로 보리·석탄·와인·구리 등 수입 제재를 확대하며 양국 간 통상 갈등이 고조됐다.

호주의 대중국 수출은 호주 전체 수출의 약 38%, GDP의 11%에 달한다. 가장 많은 흑자를 안겨주기도 하는 국가이기에 호주의 피해는 심각했다.

요컨데, 이웃의 마음이 떠난건 '자업자득'이란 이야기다. 정치적인 분쟁이 생길 때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통상에서의 우위를 활용한 경제보복'을 가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호주와의 대결에선 중국도 내상을 입고 있다. 호주에서 수입하던 석탄을 다른 나라로부터 충분히 대체하지 못해, 중국은 지금 전력난과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겪고 있다.

■ G7 "중국은 국제무역 규칙을 따라달라"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해도, 이번 G7 공동선언에 담긴 중국에 대한 요구는 이례적으로 강도가 높다.

홍콩 인권과 자치,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는 물론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 같은 문제까지 선언에 담았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인 행위를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이례적 압박도 있었다.

글로벌 경제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저해하는 중국의 비시장(Non-Market) 정책과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집단적 접근 문제를 지속해서 협의할 것이라는 언급에선 중국에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분명히 느껴진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G7은 중국에 적대적인 클럽이 아니다."면서도 "중국은 (국제무역) 규칙을 충실히 따라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친구가 없는 나라, 스스로 고립의 길을 가는 중국

'일대일로'는 돈으로 친구를 사는 정책이다. 중국은 이미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런 친구가 많다. 미얀마와 같이 국제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통치방식으로 지탄받는 군부 정부도 중국과 더 가까워지고자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친구, 발전된 서구와 주변 이웃 국가들로부터는 분명한 고립의 길을 가고 있다. 일대일로에 참여했던 이탈리아도 이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비호감 행태'는 물론 역사적 상처를 반영한다. 19세기 후반, 20세기 전반에 겪은 이른바 '굴욕의 시대'를 겪었다. 서구 열강에 의해 국토가 유린됐고, 일본에 의해 난징 대학살과 같은 치욕을 겪었다.

중국 공산당은 그 굴욕의 시대를 청산하고 다시 '중국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을 정당성의 근원으로 삼는다. 권위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민주주의 진영에 대해 '특색 사회주의'의 ' 질서 있는 정치-경제'가 우월하다는 선전을 반복한다. 톈안먼 사태를 겪으며 학생들에게 이같은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했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배타성, 국수주의적 민족주의, 잦은 경제보복의 역효과는 분명하다.

중국 특색의 '비호감 자본주의' 때문에, 이웃 국가들의 마음은 떠나가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붉은자본100년]② ‘비호감’ 자본주의에 이웃마음 떠났다
    • 입력 2021-07-04 09:00:22
    • 수정2021-07-04 20:30:19
    취재K

■ '996 문화' 워라밸은 없다…노동인권? '보이콧'으로 맞선다

#1.
세계 시가총액 7위 기업인 중국의 게임업체 텐센트. 산하의 개발회사가 지난달 '파격적인 노동환경 개선'으로 칭찬받았다. 그런데 내용이 좀 시대착오적이다.

'앞으로 주 5일을 보장한다', '또 일하는 날은 늦어도 9시에는 퇴근하게 하겠다'

이 조치가 '개선'일 수 있는 이유, 중국 IT 기업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최소 밤 9시까지 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 6일 회사에 나간다. 장시간 노동 관행이 일상화돼 있다. 996 문화라고 부른다. 법적으론 주 44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지만, 법은 멀리 있다. 수당은 물론 없다. 고속 성장의 이면이다.

#2.
세계 최대의 면화 생산지 중국 신장. 무슬림계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이 폭로되자 서구 국가들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과 영국은 면화 수입 금지조치를 내렸고, H&M도 수입을 거부했고, 나이키 등 글로벌 업체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당국은 '악의적이고 날조된 루머'라고 반발했고, 중국에서는 H&M과 나이키에 대한 보이콧이 벌어졌다. 모델들은 계약중단을 선언했고, 온라인 몰들은 입점을 철회했다. 일부 점포는 영업이 중단됐다.

■ 여전한 '보호무역, 산업정책, 기술탈취'의 조합

#보호무역
아마존과 페이스북, 그리고 구글이 중국에서 자유경쟁을 했어도 중국의 혁신 기업이 등장했을까?

중국의 혁신 기업이 '거대 인구'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깎아내리는 일은 흔하다. 일면의 진실이긴 하다. 중국은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을 엄격히 통제했다. 진출을 허락할 경우에도 지분의 절반 이상을 중국업체에 주는 합작을 강요했다. 기업 안에는 '공산당 간부'를 위한 자리가 있다.

#산업정책: 보조금과 국영기업
국영기업에 대한 직간접 지원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중국 상품이 세계를 휩쓴 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 덕택이라고 하지만 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적자가 나도 개의치 않고 상품을 찍어 시장에 내놓는' 사실상의 국영기업들 때문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화웨이는 정부 사업을 독점 수주하며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기업가치가 100조가 넘지만, 증시 상장도 하지 않았다. 정부, 특히 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사실상의 국영기업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기술탈취와 상표권 도용
기술탈취와 상표권 무시는 고질적인 문제다. 여러 경쟁기업, 국가들을 머리 아프게 하는 소재인데 우리는 대표적인 피해국가다.

쌍용차 때처럼 '회사를 샀다가 기술을 빼가는' 것은 양반이다. 인력 유출과 데이터 거래, 해킹 등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 기술을 빼간다. 단순 상표 도용은 예사고, TV 방송도 베끼고, 심지어 아이돌도 베낀다.

■ G2 대국답지 않은 면모… 그래도 여기까지는 '남들도 그랬다' vs '그럴 때가 지났다'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의 대표적 애국자로 꼽힌다. 소재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은 최고 인기 뮤지컬이고, 그의 얼굴은 10달러 지폐에 새겨져 있다.


그 해밀턴의 애국 가운데 가장 큰 업적은 '산업보국'. 미국 곳곳에 '공장'이 들어서게 하는 등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의 변화를 선도했다. 하지만 그의 '산업보국'을 '애국' 빼고 객관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기술탈취 장려'다.

당시 첨단 산업인 '방적 산업' 기술 관련 산업기밀을 넘기는 사람에게 거액의 보조금을 줬다. 기계도면을 훔치기 위해 스파이를 영국에 파견했다. 선진국 영국은 기술 수출은 물론 기술자 이민도 금지하고 엄하게 처벌했지만, 애국자 해밀턴이 지휘하는 미국의 기술 탈취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영국인 방적 기술자 슬레이터는 농부라고 속이고 미국에 와 기술을 전파함으로써 미국 제조업의 기틀을 잡았다.  물론 영국은 반역자 취급을 했다.
요컨데 자국의 유치산업을 키우기 위해 수입을 통제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기술을 빼 온 행위는 비록 칭찬하기 어려울지언정 대부분의 선진국이 '과거에' 해온 일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도 <사다리 걷어차기> 이후 줄곧 해온 얘기다. '자유무역' 주장은 '사다리 걷어차려는' 선진국의 주장일 뿐, 그 어떤 선진국도 자유무역만으로 성장한 사례는 없다. 일본도 그랬고, 우리나라도 그랬고, 지금은 중국이 그렇다.

다른 나라들은 G2 경제부국이 된 지금은 '그럴 때가 지났다, 중국은 너무 지나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남들도 그랬다'는 역사적 사실은 중국을 위한 일부 변명거리가 되어 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변명이 가능한 것은 거기까지다. 중국은 '이웃의 마음을 잃었다'는 차원에서는 너무 멀리 왔다.

■ 최악의 비호감도... 주변국 질리게 만드는 통상 보복

미국의 퓨리서치 센터는 매년 미국과 중국의 비호감도를 측정해 발표한다. 올해까지 20년째 이어진 조사 결과는 일관되다. 중국의 비호감도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2021,6)는 역사적 최고점에 있다.

특히 지리, 경제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나 일본, 호주의 비호감도는 특별히 높다. 추세를 보아도 위험수준이다.


우리가 겪은 일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2008년 이후 개선되던 한국의 비호감도는 2017년 이후 급반전된다. 사드 사태 이후다.

중국이 사드 포대 배치를 기점으로 한국 기업과 상품에 대한 보이콧 등 실력행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30%대까지 떨어졌던 비호감도는 올해 77%까지 높아졌다. 롯데는 중국에서 사실상 철수했고, 화장품과 자동차도 된서리를 맞았다. 점유율이 급격히 낮아진 현대차는 중국공장 매각에 나서는 등 ' 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한다. '한류'도 막고 있고 심심찮게 'BTS 비방'에도 나선다.


삼성 스마트폰도 중국시장에서 밀려난지 오래다. 지난 1분기 중국 내 5G 스마트폰 점유율이 불과 1.3%였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전체 순위를 집계할 때 이제 삼성은 별도집계 대상이 아니고 '기타'로 분류된다. 점유율이 너무 낮아서다.

■ 일본은 일찌감치 겪은 '중국 특색 비호감 자본주의'... 호주와는 현재 진행 중

일본의 비호감도 그래프는 훨씬 일찍 높아졌다. 센카쿠 영토분쟁 과정에서 겪은 중국의 무역 보복 때문이다. 2010년에는 섬 주변서 조업하던 중국인 어부를 일본이 체포했는데, 이후 중국은 '일본 관광을 금지하고 반도체 제조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중단하겠다'는 협박을 가한다. 일본은 결국 체포했던 어부를 무조건 석방하는 굴욕을 겪는다.


2012년에는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이후 갈등사태를 겪고, 이후 중국에서 '전방위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진다. 중국에 진출했던 일본 기업들이 약탈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크게 감소했다.

일본은 이같은 중국의 보복을 스스로 '센카쿠 쇼크'라고 부를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호주와의 관계는 코로나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4월 호주가 '코로나 발원지 조사'를 압박하자 중국이 호주산 소고기 일부에 대한 수입 중단을 시작으로 보리·석탄·와인·구리 등 수입 제재를 확대하며 양국 간 통상 갈등이 고조됐다.

호주의 대중국 수출은 호주 전체 수출의 약 38%, GDP의 11%에 달한다. 가장 많은 흑자를 안겨주기도 하는 국가이기에 호주의 피해는 심각했다.

요컨데, 이웃의 마음이 떠난건 '자업자득'이란 이야기다. 정치적인 분쟁이 생길 때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통상에서의 우위를 활용한 경제보복'을 가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호주와의 대결에선 중국도 내상을 입고 있다. 호주에서 수입하던 석탄을 다른 나라로부터 충분히 대체하지 못해, 중국은 지금 전력난과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겪고 있다.

■ G7 "중국은 국제무역 규칙을 따라달라"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해도, 이번 G7 공동선언에 담긴 중국에 대한 요구는 이례적으로 강도가 높다.

홍콩 인권과 자치,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는 물론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 같은 문제까지 선언에 담았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인 행위를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이례적 압박도 있었다.

글로벌 경제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저해하는 중국의 비시장(Non-Market) 정책과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집단적 접근 문제를 지속해서 협의할 것이라는 언급에선 중국에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분명히 느껴진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G7은 중국에 적대적인 클럽이 아니다."면서도 "중국은 (국제무역) 규칙을 충실히 따라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친구가 없는 나라, 스스로 고립의 길을 가는 중국

'일대일로'는 돈으로 친구를 사는 정책이다. 중국은 이미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런 친구가 많다. 미얀마와 같이 국제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통치방식으로 지탄받는 군부 정부도 중국과 더 가까워지고자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친구, 발전된 서구와 주변 이웃 국가들로부터는 분명한 고립의 길을 가고 있다. 일대일로에 참여했던 이탈리아도 이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비호감 행태'는 물론 역사적 상처를 반영한다. 19세기 후반, 20세기 전반에 겪은 이른바 '굴욕의 시대'를 겪었다. 서구 열강에 의해 국토가 유린됐고, 일본에 의해 난징 대학살과 같은 치욕을 겪었다.

중국 공산당은 그 굴욕의 시대를 청산하고 다시 '중국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을 정당성의 근원으로 삼는다. 권위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민주주의 진영에 대해 '특색 사회주의'의 ' 질서 있는 정치-경제'가 우월하다는 선전을 반복한다. 톈안먼 사태를 겪으며 학생들에게 이같은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했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배타성, 국수주의적 민족주의, 잦은 경제보복의 역효과는 분명하다.

중국 특색의 '비호감 자본주의' 때문에, 이웃 국가들의 마음은 떠나가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