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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기자들Q] 클릭은 있고 내용은 없다…품격 내려놓은 국제뉴스
입력 2021.07.04 (23:18) 수정 2021.07.05 (16:05) 질문하는 기자들Q
김솔희 : 미디어의 본질을 묻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입니다. 오늘 잠시 후 미디어 맞춤 특강 두 번째 시간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언론이 사용하는 언어의 권력성을 주제로 언어 탐험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 질문해 보겠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시고요. 그에 앞서서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채영길 : 안녕하세요?
김솔희 : 그리고 처음 나왔네요. KBS 이현준 기자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이현준 : 안녕하세요?
김솔희 : 우리 방송이 첫 방송이 4월이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서 이제 여름인데요. 다들 슬슬 휴가 계획도 세우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어떠세요, 교수님은?
채영길 : 이번 여름은 코로나와 집에 수험생이 있어서 딱히 휴가 계획은 없습니다.
김솔희 : 수험생이 있을 때는 어차피 휴가가 어려우니까 올해는 이래저래 좀 집에 계시고 내년에 멀리 가실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이현준 기자는 계획 있나요?
이현준 : 저는 부산에 가려고요.
김솔희 : 왜요?
이현준 : 부산역에 내려서 돼지국밥을 먹는 게 저한테는 가장 큰 힐링이더라고요.
김솔희 : 그래요?
이현준 : 그래서 여름에는 부산을 갑니다.
김솔희 : 그래요? 혹시 그 3000원짜리 국밥인가요?
이현준 : 거기는 아닌 것 같아요.
김솔희 :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올해,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코로나19로 많은 분이 해외여행은 물론이고요. 국내 여행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답답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럴 때일수록 언론이 전하는 국제 뉴스가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런데 최근 국제 뉴스를 보면요. 엽기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질문하는 기자들 Q, 오늘은 먼저 이 문제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코너 1]'엽기, 잔혹' 국제뉴스…이대로 괜찮은가?
김솔희 : 최근 포털 뉴스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가나 인육 케밥 기사, 아마도 많은 분이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한국경제가 지난달 14일 최초 보도한 이후에 네이버와 다음 포털 뉴스, SBS, MBN 등 유력 포털 뉴스에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사들은 보도 나흘 만에 오보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는데요. 대체 어쩌다 이런 소동이 벌어진 건지 이현준 기자가 가나 인육 케밥 오보 논란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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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1] 인육케밥을 판 30대 여자가 체포됐다, 8년 간 150억 원을 벌었다, 케밥 여왕의 비밀 레시피, 이런 뉴스 제목을 보고 지나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비밀 레시피라고 하니 저도 참기가 힘든데요.
내용을 한번 보겠습니다.
현지언론에 따른다는 출처를 밝혔지만 마치 직접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기사를 썼습니다.
심지어 대화 내용을 담은 문장도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한국경제신문의 자회사인 한국경제 닷컴이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후 다른 매체들도 같은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이 기사는 포털 다음에서 많이 본 뉴스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끌었습니다.
댓글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소름끼친다, 무섭다 등 기사 내용을 믿는 댓글이 상당수였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주 가나 한국 대사관에 물어봤습니다.
대사관 측은 가나 경찰과 지자체에 확인해본 결과 해당 사건이 신고된 적 없다며 가나 사건은 분명히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들은 가나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공신력이 떨어지는 매체라고 덧붙였습니다.
가나인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델라 콰미 바라고/가나 유학생
"(8년간 150억 원을 벌었다면) 우리 모두 짧은 시간에 부자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거죠. 8년 동안 케밥을 팔아서 수백억 원을 버는 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가나에서 케밥 하나는 한국 돈으로 오백 원정도입니다."
확인 절차를 거쳤다면 가짜뉴스라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뷰]델라 콰미 바라고/가나 유학생
"기사에 나온 사진을 보면 작은 트럭이 하나 있습니다. 번호판을 보니 가나에서 사용하는 번호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전 이 사건이 가나에서 일어난 일은 분명히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처음 이 뉴스를 보도한 한경닷컴에 왜 이 기사를 썼는지,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물어봤습니다.
한경 측은 가나 현지 언론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가나 현지 언론이 보도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보도했다며 현지 언론을 믿고 인용보도를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제뉴스를 인용보도할 때마다 확인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부분 언론사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취재진의 질의 이후 이 기사는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러 매체들의 기사는 여전히 포털에 계속 노출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유희라/언론인권센터 활동가
"가나라는 이미지 자체를 한국 언론사가 나서서 안 좋게 만든 거잖아요. 보도가 나오고 나서 밑에 달린 댓글들이 아니나 다를까미개하다 등등의 되게 굉장히 차별적인 발언들로 댓글이 가득 차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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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이런 기사가 사실 확인도 없이 기성 언론을 통해서 마구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운데요. 앞서 영상에서 나왔듯이 정말 최소한 직접 가나에 가서 확인은 못하더라도 국내에 있는 가나인들한테 좀 물어만 봤어도 이런 오보는 나지 않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현준 : 외신 사진에 등장한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이게 가나 자동차 번호판이 아니었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잖아요. 가나 사람 1명한테만 물어봤어도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겁니다. 참고로 그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 추가적으로 알아보니 그 사진은 나이지리아에서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된 사진이더라고요. 이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기만 하더라도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번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8년 만에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벌 수 있으면 저도 가나에서 케밥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김솔희 : 보통 케밥 하나의 단가가 어느 정도인 거예요?
이현준 : 500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500원짜리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번다. 이런 외신 기사를 봤을 때 이걸 한 번만 의심을 해봤으면 이런 기사는 나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채영길 :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언론이 국제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 자체가 국제 뉴스거리가 되는 경우가 되게 잦은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한 세 가지 정도의 관행적인 패턴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아까 말씀 주셨듯이 뉴스 출처의 신빙성을 확인하지 말라는 것이죠. 사실의 여부도 체크하지 말라, 이러한 것이 사실은 생산의 방식인 것 같아요. 두 번째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방식은 무엇이냐 하면 장르 전환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규범이나 원칙에 의한 저널리즘적인 기사가 아니라 소설, 드라마, 이러한 어떤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이죠. 세 번째는 굉장히 말초 자극을, 강박을 자극하는 단어, 표현들을 헤드라인으로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방식으로 국제 뉴스가 생산되는 것이 이제는 잘못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하나의 뉴스 생산하는 패턴이고 관행이다,라고 이제 보여지는 것 같아요.
김솔희 : 아니, 진짜 이번 기사도요. 제목을 보면 인육이라는 말이 일단 들어가고 무슨 비밀 레시피, 이런 거 다 너무 자극적이잖아요. 이런 걸 보면 또 어쩔 수 없이 궁금해서 클릭해 보게 하는 정말 낚시성 기사였는데요. 한경 측의 답변이 이렇게 나왔습니다.“가나 현지 언론이 보도했기 때문에 현지 언론을 믿고 인용 보도했다.” 이런 식으로 완전 책임을 미루는 답변을 했는데요. 가나 언론에 대한 신뢰가 그렇게 높았나? 싶기도 하고 이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채영길 : 국제 뉴스는 굉장히 국제 정세와 통상의 어떠한 질서를 알게 하는, 어떻게 보면 세계의 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저런 답변을 할 수가 없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 국제 뉴스는 단지 정보를 소비하는 하나의 영역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체크할 수 없다. 다른 언론사도 모두 그럴 것이다,라고 하는데 슬픈 것은 다 사실일 거라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언론사도 국제 뉴스를 이렇게 스낵 거리, 또는 소비 거리로 인식하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를 갖게 해요.
이현준 : 이제 오보가 나더라도 우리 책임이 아니다. 그쪽에 따져라 라는 이야기거든요. 상식적으로 너무 무책임한 해명이죠. 우리나라 독자들은 현지 언론 기사를 보는 게 아니라 국내 매체를 믿고 국내 기사를 본다는 걸 기자들이 좀 인지를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솔희 : 이렇게 국제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극적인 기사들만 이렇게 범람하다 보니까 자꾸 국제 뉴스에 대해서는 이런 기사만 보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무의식중에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다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겠어요?
채영길 : 당연합니다. 모든 국제 뉴스들이 다 그렇지 않지만 대부분의 뉴스가 그렇다고 하면 영향을 받겠죠. 경성뉴스, 진지한 국제 뉴스 같은 경우에 몇 개 국가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지정학적으로 긴밀한 국가들인데 미국, 중국, 일본, 이들이 이제 경성 국제뉴스에 관해서는 대부분 그걸 차지하는데 흥미로운 건 연성뉴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자극적이고 또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국, 이런 국가에 편중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뉴스를 시청하는 시청자분들께서는 동남아나 아프리카나 중국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위험하거나 굉장히 엽기적인 국가나 지역이겠구나 라고 인식을 할 수밖에 없겠죠. 실제 제가 연구를 하나 수행한 것이 있는데요. 초등학생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봐라, 이렇게 요구를 했더니 무엇을 그리느냐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아에 허덕이다 죽어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그림을 그렸어요. 이것이 주는 의미가 무엇이냐 하면 아프리카라는 나라를 기아로 허덕이는 고통스러운 지역으로 인식한다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아주 어린 아이 때부터, 사실 국제 뉴스가 가지고 있는 이런 문제점들의 실질적인 효과, 부정 효과가 아이들에 대한 인식을 이렇게 나쁘게 심어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김솔희 : 이런 기사들이 자주 이슈가 돼서 그런지 최근에 포털 뉴스를 보면 유독 자극적인 제목의 국제 뉴스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이런 느낌이 드는데 실제 수치상으로도 그런가요?
이현준 :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는 걸 추정해 볼 수 있는 통계가 있는데요. 자극적인 외신 받아쓰기 기사에 대표적으로 인용되는 외신이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입니다.
김솔희 : 이름 많이 들어봤네요.
이현준 : 데일리메일이 선정적인 기사를 자주 쓰는 황색 언론으로 꼽히는데요. 네이버 포털 뉴스에서 지난 6월 1일부터 3주 동안 데일리메일을 인용한 기사량을 분석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723건이 나왔고요. 지난해 같은 기간의 기사량을 분석해 보니 418건이 나왔습니다. 거의 300건 차이가 나는 거죠. 이걸 보면 이제 자극적인 외신 인용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경향을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솔희 : 그리고 또 궁금한 게 국제 뉴스의 제목이나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실제로 조회수도 더 늘어나는지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뽑는 건지 궁금하거든요.
이현준 : 국제 뉴스만 또 따로 랭킹을 봤는데 이 국제 뉴스 상위 20개 가운데는 17건이 가십성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이 17건 가운데 지면에 실린 건 단 한 건이었고요. 이 말은 해석을 하자면 신문사들도 이 가십성 기사가 지면에 실릴 만큼 가치가 있는 기사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채영길 : 방금 이현준 기자가 이렇게 분석한 자료 중에 흥미로운 것들이 좀 보이는데요. 가십성 기사가 아닌 기사들도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 저는 보입니다.
김솔희 : 어떤 게 있었을까요?
채영길 : 첫 번째 연합뉴스의 “북한도 이 정도로 미치지 않았다”이 뉴스는 사실은 북한의 인권 운동가 박연미 씨에 대한 보도와 관련된 것인데요. 이 같은 경우는 절대 연성 뉴스로 다루어질 수 없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보면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달아놨습니다. 폭스뉴스라고 하는 미국의 보수 언론이 북한 인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다룬 인터뷰 내용을 이런 식으로 기사 제목을 단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고 보입니다. 바로 이제 클릭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요. 중앙일보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수백 명 의료진, 극단적 선택 시도라고 하는 단어를 썼습니다. 한국의 자살과 관련된 보도 권고 기준이 있습니다. 분명히 이것을 위반한 표현입니다. 국제 뉴스를 다루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국내의 어떠한 보도 원칙, 기준도 지키지 않은 그런 방식의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고 그렇기 때문에 참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 이런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볼게요. "국내 뉴스인 줄 알았는데 낚였다" 이런 내용이 있었고요. 또 "자극적인 국제 뉴스 그만 보고 싶다, 제발 좋은 뉴스 좀 써달라" 이런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습니다. 이런 댓글을 보면 뉴스 이용자들도 딱히 이런 자극적인 기사들을 막 선호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이런 기사들이 늘어날까요?
채영길 : 이용자들도 자극적인 기사를 원치는 않지만 또 클릭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워낙 이렇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한 기사이기 때문에. 실제 인터넷 뉴스 대응팀이 각 언론사마다 있는데 그쪽에서 경험치적으로 어떤 특정한 선정적인 단어를 썼을 때 확실히 유입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많이 경험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국제 뉴스도 자극적인 단어를 계속 활용하고 있고 그것이 심화되고 있다. 이렇게 보이는데요. 이것이 본격적으로 된 것은 작년 2월, 포털에 네이버가 실검 정책을 중단하고 일반 검색 서비스를 폐지하면서 걱정을 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언론사가 검색 서비스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이제 자체 기사로 유입 인구를 늘리려고 하다 보니까 이러한 자극적인 뉴스들이 굉장히 늘어났다, 이렇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아까 이현준 기자의 분석에서도 작년에 대비해서 올해 굉장히 많은 이러한 국제 뉴스의, 선정적인 국제 뉴스가 증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포털의 어떠한 정책 서비스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이런 부정적인 저널리즘 경향은 좀 막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지 않았나, 이렇게 보여지네요.
김솔희 :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요. 이렇게 조회수를 노린 무분별한 외신 받아쓰기 기사로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예로 지난달 16일 뉴스 통신사 뉴스1이 터키의 유력 일간지 데일리사바를 인용해서 보도한 내용이었는데요. 터키 여행 한국인 남성, 함께 간 여성 성고문, 징역 46년 구형, 이런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 내용 자체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사에 사용된 사진이 무단 도용됐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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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 일차적으로 현지 언론 매체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전혀 관계없는 한국인 일반 남성, 여성 사진을 도용했습니다. 여기서 오보가 발생을 했는데요. 이제 국내 매체인 뉴스1이 이 기사를 인용 보도하면서 사진까지 이제 보도를 같이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언론사들이 받아쓰기하면서 오보가 확대, 재생산됐고요. 국내 매체들은 모자이크를 하긴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피해가, 실제 피해가 발생해버린 건데요. 피해자들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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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2] 20대 남성 김 모 씨는 지난달 16일 밤에 지인으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터키 성고문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처음에 솔직히 장난인 줄 알았어요. 네 사진이 올라와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다, 좀 어이가 없어서 봤는데 기사도 나있고 그래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기사가 순식간에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지는 상황과 비난 댓글을 보면서 이내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터키 현지 기사엔 아예 모자이크조차 안 된 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국내 매체들은 모자이크를 했지만 지인들은 사진 속 가해자가 김 씨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챘습니다.
지인들의 연락만 스무 통 넘게 받았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저도 신기한 게 솔직히 이렇게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하면 모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단번에 그냥 저인 걸 다 알아보더라고요, 친구들이. 친구들이나 아니면 후배들, 선배들까지 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 씨의 여자친구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이 친구는 그럴 친구가 아니라는 걸 제가 6년 동안 옆에서 봐 오면서 알고는 있지만, 왜 이렇게 착한 친구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저도 진짜 그 16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밤에 제대로 잠도 못 자면서 기사를 검색해 보고 있어요.”
더 큰 상처는 언론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밑에 내려보면 대표전화가 있더라고요. 거기에 전화를 했더니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하면서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받고, 인터넷 기사면 ○○닷컴이에요, 잘못 전화하셨고요, 저한테 말씀하시지 마세요, 이러는 거예요. (닷컴으로) 전화하면 거기는 받는 건가요? 이랬더니 지금 시간을 보세요, 업무시간이 아니니까 연결은 어렵겠죠? 이러는 거예요.”
피해자로 도용된 여성의 사진은 삭제하고 가해자로 도용된 김 씨의 사진은 안 내려준 매체도 있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피해자가 도용된 거를 (먼저) 알았으면, 정확하지 않은 걸 알았으면 가해자 측도 한번 확인을 해 볼 법하잖아요. 그런데 확인도 안 하고 그렇게 잘라서 또 남자는 올려놓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기자를 하시는지.”
오보를 낸 기자들로부터 연락이 없었던 것은 물론, 연락을 해보려고 해도 불가능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직접 쓴 사람이랑 전화를 하신 적은 있으신가요?)“한 번도 없어요. 일단 전화를 하면 기자의 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사과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는 거네요?)“네, 한 번도 없어요. 한 분도 안 했어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스탄불 한국 총영사관은 우선 터키 현지 매체들에게 사진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처음 사진을 잘못 도용한 터키 데일리 사바를 포함해 십여 개 매체들이 사진을 삭제했지만 연락이 안 되는 매체들도 있는 상황이라고 총영사관 측은 밝혔습니다.
김 씨와 김 씨 여자친구 모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사람들이 봤을 때는 얘가 범인이다,라고 확신을 할 거 아니에요. 제가 한 게 아닌데 왜 욕먹고 있지?”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제가 생각하는 기자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는 기자들, 기자님이 말씀하시면 저런 일이 있구나 하고 믿을 수가 있고. 그런데 지금은 믿지 못하니까, 그냥 저것도 하나의 직업이고. 이제 어떤 기사를 보고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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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오보도 오보인데요. 오보에 대한 언론사들의 반응, 대응에 피해자들의 상처가 더 컸을 것 같습니다. 이런 피해가 또 한 번 되풀이되고 말았습니다. 채 교수님은 피해자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어요?
채영길 : 앞부분에 이제 가해자라고 잘못 알려졌던 분의 여자친구분이 저것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하는 게 상당히 가슴이 아픈데요. 외신이 초상권을 침해하고, 그리고 명예를 훼손하는 잘못된 보도를 했으면 국내 언론이 이것을 차단하거나 그 이유에 대해서 비판을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이 그러한 잘못된 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또 하나의 보도를 하게 된 것이죠. 문제를 더 이렇게 키우는 상태가 되어 버렸는데요. 이러한 시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게 하는 게 되는 것이죠.
김솔희 : 제일 궁금한 게 이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던 뉴스1 기자의 입장이에요. 혹시 그 기자 접촉해 보셨나요?
이현준 : VCR에서 피해자가 직접 쓴 기자와 한 번도 통화해 본 적이 없다고 했잖아요. 저도 뉴스1 기자에게 접촉을 시도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뉴스1 회사 측으로부터 따로 입장을 받았는데요. 모자이크를 하긴 했지만 충분치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고요. 피해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거든요. 그런데 보도가 나왔던 지난달 16일부터 지금까지도 아직 피해자들은 아무런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김솔희 : 사과를 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참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네요. 이쯤에서 제일 궁금해지는 게 이런 식의 국제 뉴스는 기사를 대체 누가 쓰고 있는가 하는 점인데요. 딱 생각하면 전통적인 국제 뉴스는 해외에 나간 특파원들이 쓸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런 해외 토픽성 기사를 그분들이 쓸 것 같지는 않고 국내에 있는 보도국의 국제부 기사가 쓰는가 싶기도 한데 누가 쓸까요?
이현준 : 사실 선정적인 기사는 인터넷 뉴스 기자들이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파원이나 국제부 소속 기자들에게 확인 없이 기사를 쓰라고 하면 되게 싫어합니다. 그래서 많은 언론사들이 인터넷 뉴스부는 담당 기자를 따로 뽑거나 에디터라든지 AD라든지 기자가 아닌 담당자를 뽑아서 기사를 쓰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 신문사 뉴스부 기자에게 물어보니 인터넷 뉴스부는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아예 없어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일반 취재 부서에 있다가 인터넷 뉴스부에 간 기자의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그 부서 분위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국내 기사를 쓸 때는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이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책임감이 드는데, 온라인 뉴스부에서 국제 뉴스를 보도할 때는 그런 책임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채영길 : 이현준 기자님의 분석 기사에서 하나 기사를 쓴 기자의 어떤 개인 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언론사가 제공하는 거기에 들어갔더니 한 시간에 그 기자분이 2,3개의 기사를 생성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기자분이 국제 뉴스에 대한 기사만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 사회에 관한 이슈도 생성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한 시간에 2, 3개의 뉴스를 국제 분야에서 국내 정치 사회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이러한 능력을 갖고 있는 기자가 국내에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만 아니라 그런 기자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느냐 하면 이 기사들은 사실 뉴스로써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민망할 수준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여러 가지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뉴스 생산에 대한 관행들이 많은 부분에서 연결돼 있는 문제점들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김솔희 : 출입처가 인터넷이고 기사를 정말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기자들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국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깊이 있고 올바른 시각의 국제 뉴스가 필요하다는 건데, 쭉 이렇게 현실을 듣고 나니까 지금 같은 현실에서 그런 기사를 기대하는 게 가능할까, 사치일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채영길 :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포털을 통한 클릭 장사가 가능하게 하는 이 구조,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문제를 제기해야 하고요. 두 번째는 언론사가 자생할 수 있는 국제 뉴스를 통해서 좀 더 세계의 창을 제시하는 구실을 할 수 있는 역량들을 강화해줄 수 있는 방법들, 이런 부분도 우리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현준 :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 부분입니다. 한국에 와 있는 외신 기자들은 이 국제 뉴스,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국제 뉴스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국제 뉴스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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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3] 27년차 조주희 기자는 미국 ABC 방송국 아시아 지국장입니다.
충남 홍성으로 취재를 가는 날, 조 기자를 따라 가봤습니다.
[인터뷰]조주희
“오늘 취재는 어떤 취재인가요?”
“요즘 들어서 케이팝 관련된 뉴스에 미국 시청자들, 또 글로벌 시청자들이 굉장히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어요. 오늘 (가는) 학교는 케이팝 고등학교래요. 그래서 어떤 곳인지 한번 가보려고요.”
수업이 한창이던 K-POP 고등학교. 취재는 모두 한국어로 진행됐습니다.
“여기 학교 다녀보니까 이게 진짜 좋고 이거는 정말 싫다고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 교장선생님 있어서 싫다는 얘기는 못하겠지? 한국말로 해도 돼요.”
깊이 있는 국제 뉴스를 보도하기 위해선 특파원이 직접 현지 언어로 취재해야 한다는 게 조 기자의 생각입니다.
한국 국적인 조 기자가 미국 ABC 방송국에 채용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터뷰]조주희
"한국 사람들의 어떤 정서나 문화적 특징 이런 것들을 전부 다 좀 이해하고 백그라운드를 좀 알아야 여기서 취재를 함에 있어서 객관적인 취재를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한국말을 모르고 취재를 한다는 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기자가 현지 인맥을 쌓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내 언론사 특파원의 현지 체류 기간은 보통 3년인 반면에 조 기자는 한국에서만 20년 넘게 취재했습니다.
이런 취재 경험 덕에 한국의 정확한 소식을 미국의 시청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조주희
“(국내 국제뉴스는) 어떤 맥락 속에서 이게 왜 우리가 봐야 하고 읽어야 되는 뉴스인지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저쪽에서 이런 일이 있습니다,라고까지만 하고 그냥 말면 우리한테는 전혀 ‘relevance’라는 게 없는 거잖아요. 연관성. 그러니까 관심이 없어지는 거죠.”
로이터통신 아시아 편집장을 맡았던 윤화진 전 기자도 잦은 특파원 교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윤 전 기자 역시 한국 국적으로, 기자 생활 27년 가운데 11년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인터뷰]윤화진
“로이터 같은 경우에는 뭐 서울지국에 있다, 그러면 그들이 계속 있고, 또 그분들이 뭐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하기 때문에 굉장히 그 시야가 넓어지기도 하고 또 전문성은 계속 유지되고..”
전문성이 떨어지면 다른 언론사와 차별화된 기사를 쓰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윤화진
“국내 기자들이 외국에 나가서 취재를 해서 보도를 하는 거를 보면 이거는 다 굉장히 비슷한 내용이에요. 외신에서 영어로 읽을 수 있는 거를 우리나라에서도. 근데 굉장히 거의 똑같아요. 그러니까 뭐 왜 굳이 그냥 번역하면 될 텐데 왜 굳이 기자나 특파원이 거기까지 가서 이런 보도를 할까”
이와 동시에 선정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선 내부에서 끊임없이 성찰과 예방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윤화진
“주요 언론들, 뭐 뉴욕 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뭐 로이터, 블룸버그 이런 데서는 제 생각에는 그렇게 선정적인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수준을 굉장히 높이 유지하고자 하는 윤리 담당 에디터들도 있고 하기 때문에. 쉽게 선정적으로 가지는 못하기도 하고, 그런 경우는 지금 못 본 것 같아요, 저는.”
김솔희 : 언론사 스스로 국제 뉴스에 대한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가장 마음에 남는데요, 채 교수님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채영길 : 제가 외대에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외국 특파원, 국제 전문 기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에게 질문하면 저는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국제 뉴스 기자를 우리나라에서 뽑지 않아. 그리고 국제 뉴스가 네가 생각하는 만큼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방금 나왔던 자료 화면에서도 그것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언론연감을 보면 국내 특파원 수가 굉장히 많이 줄어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냐 하면 국제 뉴스는 언론사가 투자를 하거나 전문성을 높이는 영역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국제 뉴스 같은 경우는 언론사가 국제 수준의 기사를 생산하고 정세를 파악하고 국민들에게 그에 적합한 이해를 도와주는 매체라고 하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사의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사실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제 뉴스가 중요한 것보다도 국내 뉴스의 수준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언론사들은 좀 더 과감한 투자, 그리고 전문 기자를 육성하는 그런 시스템, 그리고 윤리적인 것을 뒷받침하는 어떤 부분들도 고려를 해서 좀 더 역량들을 강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 말씀 들으니까요. 세계를 보여주는 창인 언론이 왜곡이 되면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리 언론이 명심을 하고 자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두 분 감사합니다.
채영길 : 안녕하세요?
김솔희 : 그리고 처음 나왔네요. KBS 이현준 기자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이현준 : 안녕하세요?
김솔희 : 우리 방송이 첫 방송이 4월이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서 이제 여름인데요. 다들 슬슬 휴가 계획도 세우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어떠세요, 교수님은?
채영길 : 이번 여름은 코로나와 집에 수험생이 있어서 딱히 휴가 계획은 없습니다.
김솔희 : 수험생이 있을 때는 어차피 휴가가 어려우니까 올해는 이래저래 좀 집에 계시고 내년에 멀리 가실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이현준 기자는 계획 있나요?
이현준 : 저는 부산에 가려고요.
김솔희 : 왜요?
이현준 : 부산역에 내려서 돼지국밥을 먹는 게 저한테는 가장 큰 힐링이더라고요.
김솔희 : 그래요?
이현준 : 그래서 여름에는 부산을 갑니다.
김솔희 : 그래요? 혹시 그 3000원짜리 국밥인가요?
이현준 : 거기는 아닌 것 같아요.
김솔희 :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올해,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코로나19로 많은 분이 해외여행은 물론이고요. 국내 여행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답답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럴 때일수록 언론이 전하는 국제 뉴스가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런데 최근 국제 뉴스를 보면요. 엽기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질문하는 기자들 Q, 오늘은 먼저 이 문제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코너 1]'엽기, 잔혹' 국제뉴스…이대로 괜찮은가?
김솔희 : 최근 포털 뉴스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가나 인육 케밥 기사, 아마도 많은 분이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한국경제가 지난달 14일 최초 보도한 이후에 네이버와 다음 포털 뉴스, SBS, MBN 등 유력 포털 뉴스에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사들은 보도 나흘 만에 오보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는데요. 대체 어쩌다 이런 소동이 벌어진 건지 이현준 기자가 가나 인육 케밥 오보 논란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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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1] 인육케밥을 판 30대 여자가 체포됐다, 8년 간 150억 원을 벌었다, 케밥 여왕의 비밀 레시피, 이런 뉴스 제목을 보고 지나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비밀 레시피라고 하니 저도 참기가 힘든데요.
내용을 한번 보겠습니다.
현지언론에 따른다는 출처를 밝혔지만 마치 직접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기사를 썼습니다.
심지어 대화 내용을 담은 문장도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한국경제신문의 자회사인 한국경제 닷컴이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후 다른 매체들도 같은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이 기사는 포털 다음에서 많이 본 뉴스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끌었습니다.
댓글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소름끼친다, 무섭다 등 기사 내용을 믿는 댓글이 상당수였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주 가나 한국 대사관에 물어봤습니다.
대사관 측은 가나 경찰과 지자체에 확인해본 결과 해당 사건이 신고된 적 없다며 가나 사건은 분명히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들은 가나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공신력이 떨어지는 매체라고 덧붙였습니다.
가나인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델라 콰미 바라고/가나 유학생
"(8년간 150억 원을 벌었다면) 우리 모두 짧은 시간에 부자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거죠. 8년 동안 케밥을 팔아서 수백억 원을 버는 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가나에서 케밥 하나는 한국 돈으로 오백 원정도입니다."
확인 절차를 거쳤다면 가짜뉴스라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뷰]델라 콰미 바라고/가나 유학생
"기사에 나온 사진을 보면 작은 트럭이 하나 있습니다. 번호판을 보니 가나에서 사용하는 번호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전 이 사건이 가나에서 일어난 일은 분명히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처음 이 뉴스를 보도한 한경닷컴에 왜 이 기사를 썼는지,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물어봤습니다.
한경 측은 가나 현지 언론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가나 현지 언론이 보도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보도했다며 현지 언론을 믿고 인용보도를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제뉴스를 인용보도할 때마다 확인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부분 언론사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취재진의 질의 이후 이 기사는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러 매체들의 기사는 여전히 포털에 계속 노출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유희라/언론인권센터 활동가
"가나라는 이미지 자체를 한국 언론사가 나서서 안 좋게 만든 거잖아요. 보도가 나오고 나서 밑에 달린 댓글들이 아니나 다를까미개하다 등등의 되게 굉장히 차별적인 발언들로 댓글이 가득 차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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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이런 기사가 사실 확인도 없이 기성 언론을 통해서 마구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운데요. 앞서 영상에서 나왔듯이 정말 최소한 직접 가나에 가서 확인은 못하더라도 국내에 있는 가나인들한테 좀 물어만 봤어도 이런 오보는 나지 않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현준 : 외신 사진에 등장한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이게 가나 자동차 번호판이 아니었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잖아요. 가나 사람 1명한테만 물어봤어도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겁니다. 참고로 그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 추가적으로 알아보니 그 사진은 나이지리아에서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된 사진이더라고요. 이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기만 하더라도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번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8년 만에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벌 수 있으면 저도 가나에서 케밥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김솔희 : 보통 케밥 하나의 단가가 어느 정도인 거예요?
이현준 : 500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500원짜리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번다. 이런 외신 기사를 봤을 때 이걸 한 번만 의심을 해봤으면 이런 기사는 나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채영길 :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언론이 국제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 자체가 국제 뉴스거리가 되는 경우가 되게 잦은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한 세 가지 정도의 관행적인 패턴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아까 말씀 주셨듯이 뉴스 출처의 신빙성을 확인하지 말라는 것이죠. 사실의 여부도 체크하지 말라, 이러한 것이 사실은 생산의 방식인 것 같아요. 두 번째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방식은 무엇이냐 하면 장르 전환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규범이나 원칙에 의한 저널리즘적인 기사가 아니라 소설, 드라마, 이러한 어떤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이죠. 세 번째는 굉장히 말초 자극을, 강박을 자극하는 단어, 표현들을 헤드라인으로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방식으로 국제 뉴스가 생산되는 것이 이제는 잘못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하나의 뉴스 생산하는 패턴이고 관행이다,라고 이제 보여지는 것 같아요.
김솔희 : 아니, 진짜 이번 기사도요. 제목을 보면 인육이라는 말이 일단 들어가고 무슨 비밀 레시피, 이런 거 다 너무 자극적이잖아요. 이런 걸 보면 또 어쩔 수 없이 궁금해서 클릭해 보게 하는 정말 낚시성 기사였는데요. 한경 측의 답변이 이렇게 나왔습니다.“가나 현지 언론이 보도했기 때문에 현지 언론을 믿고 인용 보도했다.” 이런 식으로 완전 책임을 미루는 답변을 했는데요. 가나 언론에 대한 신뢰가 그렇게 높았나? 싶기도 하고 이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채영길 : 국제 뉴스는 굉장히 국제 정세와 통상의 어떠한 질서를 알게 하는, 어떻게 보면 세계의 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저런 답변을 할 수가 없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 국제 뉴스는 단지 정보를 소비하는 하나의 영역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체크할 수 없다. 다른 언론사도 모두 그럴 것이다,라고 하는데 슬픈 것은 다 사실일 거라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언론사도 국제 뉴스를 이렇게 스낵 거리, 또는 소비 거리로 인식하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를 갖게 해요.
이현준 : 이제 오보가 나더라도 우리 책임이 아니다. 그쪽에 따져라 라는 이야기거든요. 상식적으로 너무 무책임한 해명이죠. 우리나라 독자들은 현지 언론 기사를 보는 게 아니라 국내 매체를 믿고 국내 기사를 본다는 걸 기자들이 좀 인지를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솔희 : 이렇게 국제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극적인 기사들만 이렇게 범람하다 보니까 자꾸 국제 뉴스에 대해서는 이런 기사만 보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무의식중에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다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겠어요?
채영길 : 당연합니다. 모든 국제 뉴스들이 다 그렇지 않지만 대부분의 뉴스가 그렇다고 하면 영향을 받겠죠. 경성뉴스, 진지한 국제 뉴스 같은 경우에 몇 개 국가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지정학적으로 긴밀한 국가들인데 미국, 중국, 일본, 이들이 이제 경성 국제뉴스에 관해서는 대부분 그걸 차지하는데 흥미로운 건 연성뉴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자극적이고 또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국, 이런 국가에 편중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뉴스를 시청하는 시청자분들께서는 동남아나 아프리카나 중국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위험하거나 굉장히 엽기적인 국가나 지역이겠구나 라고 인식을 할 수밖에 없겠죠. 실제 제가 연구를 하나 수행한 것이 있는데요. 초등학생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봐라, 이렇게 요구를 했더니 무엇을 그리느냐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아에 허덕이다 죽어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그림을 그렸어요. 이것이 주는 의미가 무엇이냐 하면 아프리카라는 나라를 기아로 허덕이는 고통스러운 지역으로 인식한다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아주 어린 아이 때부터, 사실 국제 뉴스가 가지고 있는 이런 문제점들의 실질적인 효과, 부정 효과가 아이들에 대한 인식을 이렇게 나쁘게 심어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김솔희 : 이런 기사들이 자주 이슈가 돼서 그런지 최근에 포털 뉴스를 보면 유독 자극적인 제목의 국제 뉴스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이런 느낌이 드는데 실제 수치상으로도 그런가요?
이현준 :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는 걸 추정해 볼 수 있는 통계가 있는데요. 자극적인 외신 받아쓰기 기사에 대표적으로 인용되는 외신이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입니다.
김솔희 : 이름 많이 들어봤네요.
이현준 : 데일리메일이 선정적인 기사를 자주 쓰는 황색 언론으로 꼽히는데요. 네이버 포털 뉴스에서 지난 6월 1일부터 3주 동안 데일리메일을 인용한 기사량을 분석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723건이 나왔고요. 지난해 같은 기간의 기사량을 분석해 보니 418건이 나왔습니다. 거의 300건 차이가 나는 거죠. 이걸 보면 이제 자극적인 외신 인용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경향을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솔희 : 그리고 또 궁금한 게 국제 뉴스의 제목이나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실제로 조회수도 더 늘어나는지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뽑는 건지 궁금하거든요.
이현준 : 국제 뉴스만 또 따로 랭킹을 봤는데 이 국제 뉴스 상위 20개 가운데는 17건이 가십성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이 17건 가운데 지면에 실린 건 단 한 건이었고요. 이 말은 해석을 하자면 신문사들도 이 가십성 기사가 지면에 실릴 만큼 가치가 있는 기사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채영길 : 방금 이현준 기자가 이렇게 분석한 자료 중에 흥미로운 것들이 좀 보이는데요. 가십성 기사가 아닌 기사들도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 저는 보입니다.
김솔희 : 어떤 게 있었을까요?
채영길 : 첫 번째 연합뉴스의 “북한도 이 정도로 미치지 않았다”이 뉴스는 사실은 북한의 인권 운동가 박연미 씨에 대한 보도와 관련된 것인데요. 이 같은 경우는 절대 연성 뉴스로 다루어질 수 없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보면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달아놨습니다. 폭스뉴스라고 하는 미국의 보수 언론이 북한 인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다룬 인터뷰 내용을 이런 식으로 기사 제목을 단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고 보입니다. 바로 이제 클릭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요. 중앙일보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수백 명 의료진, 극단적 선택 시도라고 하는 단어를 썼습니다. 한국의 자살과 관련된 보도 권고 기준이 있습니다. 분명히 이것을 위반한 표현입니다. 국제 뉴스를 다루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국내의 어떠한 보도 원칙, 기준도 지키지 않은 그런 방식의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고 그렇기 때문에 참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 이런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볼게요. "국내 뉴스인 줄 알았는데 낚였다" 이런 내용이 있었고요. 또 "자극적인 국제 뉴스 그만 보고 싶다, 제발 좋은 뉴스 좀 써달라" 이런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습니다. 이런 댓글을 보면 뉴스 이용자들도 딱히 이런 자극적인 기사들을 막 선호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이런 기사들이 늘어날까요?
채영길 : 이용자들도 자극적인 기사를 원치는 않지만 또 클릭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워낙 이렇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한 기사이기 때문에. 실제 인터넷 뉴스 대응팀이 각 언론사마다 있는데 그쪽에서 경험치적으로 어떤 특정한 선정적인 단어를 썼을 때 확실히 유입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많이 경험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국제 뉴스도 자극적인 단어를 계속 활용하고 있고 그것이 심화되고 있다. 이렇게 보이는데요. 이것이 본격적으로 된 것은 작년 2월, 포털에 네이버가 실검 정책을 중단하고 일반 검색 서비스를 폐지하면서 걱정을 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언론사가 검색 서비스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이제 자체 기사로 유입 인구를 늘리려고 하다 보니까 이러한 자극적인 뉴스들이 굉장히 늘어났다, 이렇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아까 이현준 기자의 분석에서도 작년에 대비해서 올해 굉장히 많은 이러한 국제 뉴스의, 선정적인 국제 뉴스가 증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포털의 어떠한 정책 서비스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이런 부정적인 저널리즘 경향은 좀 막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지 않았나, 이렇게 보여지네요.
김솔희 :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요. 이렇게 조회수를 노린 무분별한 외신 받아쓰기 기사로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예로 지난달 16일 뉴스 통신사 뉴스1이 터키의 유력 일간지 데일리사바를 인용해서 보도한 내용이었는데요. 터키 여행 한국인 남성, 함께 간 여성 성고문, 징역 46년 구형, 이런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 내용 자체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사에 사용된 사진이 무단 도용됐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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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 일차적으로 현지 언론 매체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전혀 관계없는 한국인 일반 남성, 여성 사진을 도용했습니다. 여기서 오보가 발생을 했는데요. 이제 국내 매체인 뉴스1이 이 기사를 인용 보도하면서 사진까지 이제 보도를 같이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언론사들이 받아쓰기하면서 오보가 확대, 재생산됐고요. 국내 매체들은 모자이크를 하긴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피해가, 실제 피해가 발생해버린 건데요. 피해자들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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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2] 20대 남성 김 모 씨는 지난달 16일 밤에 지인으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터키 성고문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처음에 솔직히 장난인 줄 알았어요. 네 사진이 올라와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다, 좀 어이가 없어서 봤는데 기사도 나있고 그래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기사가 순식간에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지는 상황과 비난 댓글을 보면서 이내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터키 현지 기사엔 아예 모자이크조차 안 된 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국내 매체들은 모자이크를 했지만 지인들은 사진 속 가해자가 김 씨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챘습니다.
지인들의 연락만 스무 통 넘게 받았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저도 신기한 게 솔직히 이렇게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하면 모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단번에 그냥 저인 걸 다 알아보더라고요, 친구들이. 친구들이나 아니면 후배들, 선배들까지 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 씨의 여자친구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이 친구는 그럴 친구가 아니라는 걸 제가 6년 동안 옆에서 봐 오면서 알고는 있지만, 왜 이렇게 착한 친구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저도 진짜 그 16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밤에 제대로 잠도 못 자면서 기사를 검색해 보고 있어요.”
더 큰 상처는 언론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밑에 내려보면 대표전화가 있더라고요. 거기에 전화를 했더니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하면서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받고, 인터넷 기사면 ○○닷컴이에요, 잘못 전화하셨고요, 저한테 말씀하시지 마세요, 이러는 거예요. (닷컴으로) 전화하면 거기는 받는 건가요? 이랬더니 지금 시간을 보세요, 업무시간이 아니니까 연결은 어렵겠죠? 이러는 거예요.”
피해자로 도용된 여성의 사진은 삭제하고 가해자로 도용된 김 씨의 사진은 안 내려준 매체도 있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피해자가 도용된 거를 (먼저) 알았으면, 정확하지 않은 걸 알았으면 가해자 측도 한번 확인을 해 볼 법하잖아요. 그런데 확인도 안 하고 그렇게 잘라서 또 남자는 올려놓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기자를 하시는지.”
오보를 낸 기자들로부터 연락이 없었던 것은 물론, 연락을 해보려고 해도 불가능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직접 쓴 사람이랑 전화를 하신 적은 있으신가요?)“한 번도 없어요. 일단 전화를 하면 기자의 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사과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는 거네요?)“네, 한 번도 없어요. 한 분도 안 했어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스탄불 한국 총영사관은 우선 터키 현지 매체들에게 사진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처음 사진을 잘못 도용한 터키 데일리 사바를 포함해 십여 개 매체들이 사진을 삭제했지만 연락이 안 되는 매체들도 있는 상황이라고 총영사관 측은 밝혔습니다.
김 씨와 김 씨 여자친구 모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사람들이 봤을 때는 얘가 범인이다,라고 확신을 할 거 아니에요. 제가 한 게 아닌데 왜 욕먹고 있지?”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제가 생각하는 기자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는 기자들, 기자님이 말씀하시면 저런 일이 있구나 하고 믿을 수가 있고. 그런데 지금은 믿지 못하니까, 그냥 저것도 하나의 직업이고. 이제 어떤 기사를 보고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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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오보도 오보인데요. 오보에 대한 언론사들의 반응, 대응에 피해자들의 상처가 더 컸을 것 같습니다. 이런 피해가 또 한 번 되풀이되고 말았습니다. 채 교수님은 피해자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어요?
채영길 : 앞부분에 이제 가해자라고 잘못 알려졌던 분의 여자친구분이 저것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하는 게 상당히 가슴이 아픈데요. 외신이 초상권을 침해하고, 그리고 명예를 훼손하는 잘못된 보도를 했으면 국내 언론이 이것을 차단하거나 그 이유에 대해서 비판을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이 그러한 잘못된 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또 하나의 보도를 하게 된 것이죠. 문제를 더 이렇게 키우는 상태가 되어 버렸는데요. 이러한 시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게 하는 게 되는 것이죠.
김솔희 : 제일 궁금한 게 이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던 뉴스1 기자의 입장이에요. 혹시 그 기자 접촉해 보셨나요?
이현준 : VCR에서 피해자가 직접 쓴 기자와 한 번도 통화해 본 적이 없다고 했잖아요. 저도 뉴스1 기자에게 접촉을 시도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뉴스1 회사 측으로부터 따로 입장을 받았는데요. 모자이크를 하긴 했지만 충분치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고요. 피해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거든요. 그런데 보도가 나왔던 지난달 16일부터 지금까지도 아직 피해자들은 아무런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김솔희 : 사과를 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참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네요. 이쯤에서 제일 궁금해지는 게 이런 식의 국제 뉴스는 기사를 대체 누가 쓰고 있는가 하는 점인데요. 딱 생각하면 전통적인 국제 뉴스는 해외에 나간 특파원들이 쓸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런 해외 토픽성 기사를 그분들이 쓸 것 같지는 않고 국내에 있는 보도국의 국제부 기사가 쓰는가 싶기도 한데 누가 쓸까요?
이현준 : 사실 선정적인 기사는 인터넷 뉴스 기자들이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파원이나 국제부 소속 기자들에게 확인 없이 기사를 쓰라고 하면 되게 싫어합니다. 그래서 많은 언론사들이 인터넷 뉴스부는 담당 기자를 따로 뽑거나 에디터라든지 AD라든지 기자가 아닌 담당자를 뽑아서 기사를 쓰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 신문사 뉴스부 기자에게 물어보니 인터넷 뉴스부는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아예 없어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일반 취재 부서에 있다가 인터넷 뉴스부에 간 기자의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그 부서 분위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국내 기사를 쓸 때는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이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책임감이 드는데, 온라인 뉴스부에서 국제 뉴스를 보도할 때는 그런 책임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채영길 : 이현준 기자님의 분석 기사에서 하나 기사를 쓴 기자의 어떤 개인 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언론사가 제공하는 거기에 들어갔더니 한 시간에 그 기자분이 2,3개의 기사를 생성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기자분이 국제 뉴스에 대한 기사만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 사회에 관한 이슈도 생성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한 시간에 2, 3개의 뉴스를 국제 분야에서 국내 정치 사회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이러한 능력을 갖고 있는 기자가 국내에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만 아니라 그런 기자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느냐 하면 이 기사들은 사실 뉴스로써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민망할 수준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여러 가지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뉴스 생산에 대한 관행들이 많은 부분에서 연결돼 있는 문제점들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김솔희 : 출입처가 인터넷이고 기사를 정말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기자들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국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깊이 있고 올바른 시각의 국제 뉴스가 필요하다는 건데, 쭉 이렇게 현실을 듣고 나니까 지금 같은 현실에서 그런 기사를 기대하는 게 가능할까, 사치일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채영길 :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포털을 통한 클릭 장사가 가능하게 하는 이 구조,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문제를 제기해야 하고요. 두 번째는 언론사가 자생할 수 있는 국제 뉴스를 통해서 좀 더 세계의 창을 제시하는 구실을 할 수 있는 역량들을 강화해줄 수 있는 방법들, 이런 부분도 우리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현준 :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 부분입니다. 한국에 와 있는 외신 기자들은 이 국제 뉴스,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국제 뉴스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국제 뉴스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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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3] 27년차 조주희 기자는 미국 ABC 방송국 아시아 지국장입니다.
충남 홍성으로 취재를 가는 날, 조 기자를 따라 가봤습니다.
[인터뷰]조주희
“오늘 취재는 어떤 취재인가요?”
“요즘 들어서 케이팝 관련된 뉴스에 미국 시청자들, 또 글로벌 시청자들이 굉장히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어요. 오늘 (가는) 학교는 케이팝 고등학교래요. 그래서 어떤 곳인지 한번 가보려고요.”
수업이 한창이던 K-POP 고등학교. 취재는 모두 한국어로 진행됐습니다.
“여기 학교 다녀보니까 이게 진짜 좋고 이거는 정말 싫다고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 교장선생님 있어서 싫다는 얘기는 못하겠지? 한국말로 해도 돼요.”
깊이 있는 국제 뉴스를 보도하기 위해선 특파원이 직접 현지 언어로 취재해야 한다는 게 조 기자의 생각입니다.
한국 국적인 조 기자가 미국 ABC 방송국에 채용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터뷰]조주희
"한국 사람들의 어떤 정서나 문화적 특징 이런 것들을 전부 다 좀 이해하고 백그라운드를 좀 알아야 여기서 취재를 함에 있어서 객관적인 취재를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한국말을 모르고 취재를 한다는 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기자가 현지 인맥을 쌓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내 언론사 특파원의 현지 체류 기간은 보통 3년인 반면에 조 기자는 한국에서만 20년 넘게 취재했습니다.
이런 취재 경험 덕에 한국의 정확한 소식을 미국의 시청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조주희
“(국내 국제뉴스는) 어떤 맥락 속에서 이게 왜 우리가 봐야 하고 읽어야 되는 뉴스인지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저쪽에서 이런 일이 있습니다,라고까지만 하고 그냥 말면 우리한테는 전혀 ‘relevance’라는 게 없는 거잖아요. 연관성. 그러니까 관심이 없어지는 거죠.”
로이터통신 아시아 편집장을 맡았던 윤화진 전 기자도 잦은 특파원 교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윤 전 기자 역시 한국 국적으로, 기자 생활 27년 가운데 11년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인터뷰]윤화진
“로이터 같은 경우에는 뭐 서울지국에 있다, 그러면 그들이 계속 있고, 또 그분들이 뭐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하기 때문에 굉장히 그 시야가 넓어지기도 하고 또 전문성은 계속 유지되고..”
전문성이 떨어지면 다른 언론사와 차별화된 기사를 쓰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윤화진
“국내 기자들이 외국에 나가서 취재를 해서 보도를 하는 거를 보면 이거는 다 굉장히 비슷한 내용이에요. 외신에서 영어로 읽을 수 있는 거를 우리나라에서도. 근데 굉장히 거의 똑같아요. 그러니까 뭐 왜 굳이 그냥 번역하면 될 텐데 왜 굳이 기자나 특파원이 거기까지 가서 이런 보도를 할까”
이와 동시에 선정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선 내부에서 끊임없이 성찰과 예방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윤화진
“주요 언론들, 뭐 뉴욕 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뭐 로이터, 블룸버그 이런 데서는 제 생각에는 그렇게 선정적인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수준을 굉장히 높이 유지하고자 하는 윤리 담당 에디터들도 있고 하기 때문에. 쉽게 선정적으로 가지는 못하기도 하고, 그런 경우는 지금 못 본 것 같아요, 저는.”
김솔희 : 언론사 스스로 국제 뉴스에 대한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가장 마음에 남는데요, 채 교수님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채영길 : 제가 외대에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외국 특파원, 국제 전문 기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에게 질문하면 저는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국제 뉴스 기자를 우리나라에서 뽑지 않아. 그리고 국제 뉴스가 네가 생각하는 만큼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방금 나왔던 자료 화면에서도 그것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언론연감을 보면 국내 특파원 수가 굉장히 많이 줄어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냐 하면 국제 뉴스는 언론사가 투자를 하거나 전문성을 높이는 영역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국제 뉴스 같은 경우는 언론사가 국제 수준의 기사를 생산하고 정세를 파악하고 국민들에게 그에 적합한 이해를 도와주는 매체라고 하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사의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사실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제 뉴스가 중요한 것보다도 국내 뉴스의 수준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언론사들은 좀 더 과감한 투자, 그리고 전문 기자를 육성하는 그런 시스템, 그리고 윤리적인 것을 뒷받침하는 어떤 부분들도 고려를 해서 좀 더 역량들을 강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 말씀 들으니까요. 세계를 보여주는 창인 언론이 왜곡이 되면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리 언론이 명심을 하고 자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두 분 감사합니다.
- [질문하는 기자들Q] 클릭은 있고 내용은 없다…품격 내려놓은 국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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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7-04 23:18:52
- 수정2021-07-05 16:05:11

김솔희 : 미디어의 본질을 묻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입니다. 오늘 잠시 후 미디어 맞춤 특강 두 번째 시간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언론이 사용하는 언어의 권력성을 주제로 언어 탐험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 질문해 보겠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시고요. 그에 앞서서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채영길 : 안녕하세요?
김솔희 : 그리고 처음 나왔네요. KBS 이현준 기자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이현준 : 안녕하세요?
김솔희 : 우리 방송이 첫 방송이 4월이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서 이제 여름인데요. 다들 슬슬 휴가 계획도 세우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어떠세요, 교수님은?
채영길 : 이번 여름은 코로나와 집에 수험생이 있어서 딱히 휴가 계획은 없습니다.
김솔희 : 수험생이 있을 때는 어차피 휴가가 어려우니까 올해는 이래저래 좀 집에 계시고 내년에 멀리 가실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이현준 기자는 계획 있나요?
이현준 : 저는 부산에 가려고요.
김솔희 : 왜요?
이현준 : 부산역에 내려서 돼지국밥을 먹는 게 저한테는 가장 큰 힐링이더라고요.
김솔희 : 그래요?
이현준 : 그래서 여름에는 부산을 갑니다.
김솔희 : 그래요? 혹시 그 3000원짜리 국밥인가요?
이현준 : 거기는 아닌 것 같아요.
김솔희 :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올해,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코로나19로 많은 분이 해외여행은 물론이고요. 국내 여행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답답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럴 때일수록 언론이 전하는 국제 뉴스가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런데 최근 국제 뉴스를 보면요. 엽기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질문하는 기자들 Q, 오늘은 먼저 이 문제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코너 1]'엽기, 잔혹' 국제뉴스…이대로 괜찮은가?
김솔희 : 최근 포털 뉴스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가나 인육 케밥 기사, 아마도 많은 분이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한국경제가 지난달 14일 최초 보도한 이후에 네이버와 다음 포털 뉴스, SBS, MBN 등 유력 포털 뉴스에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사들은 보도 나흘 만에 오보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는데요. 대체 어쩌다 이런 소동이 벌어진 건지 이현준 기자가 가나 인육 케밥 오보 논란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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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1] 인육케밥을 판 30대 여자가 체포됐다, 8년 간 150억 원을 벌었다, 케밥 여왕의 비밀 레시피, 이런 뉴스 제목을 보고 지나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비밀 레시피라고 하니 저도 참기가 힘든데요.
내용을 한번 보겠습니다.
현지언론에 따른다는 출처를 밝혔지만 마치 직접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기사를 썼습니다.
심지어 대화 내용을 담은 문장도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한국경제신문의 자회사인 한국경제 닷컴이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후 다른 매체들도 같은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이 기사는 포털 다음에서 많이 본 뉴스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끌었습니다.
댓글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소름끼친다, 무섭다 등 기사 내용을 믿는 댓글이 상당수였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주 가나 한국 대사관에 물어봤습니다.
대사관 측은 가나 경찰과 지자체에 확인해본 결과 해당 사건이 신고된 적 없다며 가나 사건은 분명히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들은 가나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공신력이 떨어지는 매체라고 덧붙였습니다.
가나인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델라 콰미 바라고/가나 유학생
"(8년간 150억 원을 벌었다면) 우리 모두 짧은 시간에 부자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거죠. 8년 동안 케밥을 팔아서 수백억 원을 버는 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가나에서 케밥 하나는 한국 돈으로 오백 원정도입니다."
확인 절차를 거쳤다면 가짜뉴스라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뷰]델라 콰미 바라고/가나 유학생
"기사에 나온 사진을 보면 작은 트럭이 하나 있습니다. 번호판을 보니 가나에서 사용하는 번호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전 이 사건이 가나에서 일어난 일은 분명히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처음 이 뉴스를 보도한 한경닷컴에 왜 이 기사를 썼는지,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물어봤습니다.
한경 측은 가나 현지 언론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가나 현지 언론이 보도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보도했다며 현지 언론을 믿고 인용보도를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제뉴스를 인용보도할 때마다 확인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부분 언론사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취재진의 질의 이후 이 기사는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러 매체들의 기사는 여전히 포털에 계속 노출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유희라/언론인권센터 활동가
"가나라는 이미지 자체를 한국 언론사가 나서서 안 좋게 만든 거잖아요. 보도가 나오고 나서 밑에 달린 댓글들이 아니나 다를까미개하다 등등의 되게 굉장히 차별적인 발언들로 댓글이 가득 차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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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이런 기사가 사실 확인도 없이 기성 언론을 통해서 마구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운데요. 앞서 영상에서 나왔듯이 정말 최소한 직접 가나에 가서 확인은 못하더라도 국내에 있는 가나인들한테 좀 물어만 봤어도 이런 오보는 나지 않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현준 : 외신 사진에 등장한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이게 가나 자동차 번호판이 아니었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잖아요. 가나 사람 1명한테만 물어봤어도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겁니다. 참고로 그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 추가적으로 알아보니 그 사진은 나이지리아에서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된 사진이더라고요. 이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기만 하더라도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번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8년 만에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벌 수 있으면 저도 가나에서 케밥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김솔희 : 보통 케밥 하나의 단가가 어느 정도인 거예요?
이현준 : 500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500원짜리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번다. 이런 외신 기사를 봤을 때 이걸 한 번만 의심을 해봤으면 이런 기사는 나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채영길 :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언론이 국제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 자체가 국제 뉴스거리가 되는 경우가 되게 잦은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한 세 가지 정도의 관행적인 패턴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아까 말씀 주셨듯이 뉴스 출처의 신빙성을 확인하지 말라는 것이죠. 사실의 여부도 체크하지 말라, 이러한 것이 사실은 생산의 방식인 것 같아요. 두 번째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방식은 무엇이냐 하면 장르 전환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규범이나 원칙에 의한 저널리즘적인 기사가 아니라 소설, 드라마, 이러한 어떤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이죠. 세 번째는 굉장히 말초 자극을, 강박을 자극하는 단어, 표현들을 헤드라인으로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방식으로 국제 뉴스가 생산되는 것이 이제는 잘못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하나의 뉴스 생산하는 패턴이고 관행이다,라고 이제 보여지는 것 같아요.
김솔희 : 아니, 진짜 이번 기사도요. 제목을 보면 인육이라는 말이 일단 들어가고 무슨 비밀 레시피, 이런 거 다 너무 자극적이잖아요. 이런 걸 보면 또 어쩔 수 없이 궁금해서 클릭해 보게 하는 정말 낚시성 기사였는데요. 한경 측의 답변이 이렇게 나왔습니다.“가나 현지 언론이 보도했기 때문에 현지 언론을 믿고 인용 보도했다.” 이런 식으로 완전 책임을 미루는 답변을 했는데요. 가나 언론에 대한 신뢰가 그렇게 높았나? 싶기도 하고 이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채영길 : 국제 뉴스는 굉장히 국제 정세와 통상의 어떠한 질서를 알게 하는, 어떻게 보면 세계의 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저런 답변을 할 수가 없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 국제 뉴스는 단지 정보를 소비하는 하나의 영역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체크할 수 없다. 다른 언론사도 모두 그럴 것이다,라고 하는데 슬픈 것은 다 사실일 거라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언론사도 국제 뉴스를 이렇게 스낵 거리, 또는 소비 거리로 인식하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를 갖게 해요.
이현준 : 이제 오보가 나더라도 우리 책임이 아니다. 그쪽에 따져라 라는 이야기거든요. 상식적으로 너무 무책임한 해명이죠. 우리나라 독자들은 현지 언론 기사를 보는 게 아니라 국내 매체를 믿고 국내 기사를 본다는 걸 기자들이 좀 인지를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솔희 : 이렇게 국제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극적인 기사들만 이렇게 범람하다 보니까 자꾸 국제 뉴스에 대해서는 이런 기사만 보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무의식중에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다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겠어요?
채영길 : 당연합니다. 모든 국제 뉴스들이 다 그렇지 않지만 대부분의 뉴스가 그렇다고 하면 영향을 받겠죠. 경성뉴스, 진지한 국제 뉴스 같은 경우에 몇 개 국가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지정학적으로 긴밀한 국가들인데 미국, 중국, 일본, 이들이 이제 경성 국제뉴스에 관해서는 대부분 그걸 차지하는데 흥미로운 건 연성뉴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자극적이고 또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국, 이런 국가에 편중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뉴스를 시청하는 시청자분들께서는 동남아나 아프리카나 중국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위험하거나 굉장히 엽기적인 국가나 지역이겠구나 라고 인식을 할 수밖에 없겠죠. 실제 제가 연구를 하나 수행한 것이 있는데요. 초등학생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봐라, 이렇게 요구를 했더니 무엇을 그리느냐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아에 허덕이다 죽어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그림을 그렸어요. 이것이 주는 의미가 무엇이냐 하면 아프리카라는 나라를 기아로 허덕이는 고통스러운 지역으로 인식한다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아주 어린 아이 때부터, 사실 국제 뉴스가 가지고 있는 이런 문제점들의 실질적인 효과, 부정 효과가 아이들에 대한 인식을 이렇게 나쁘게 심어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김솔희 : 이런 기사들이 자주 이슈가 돼서 그런지 최근에 포털 뉴스를 보면 유독 자극적인 제목의 국제 뉴스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이런 느낌이 드는데 실제 수치상으로도 그런가요?
이현준 :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는 걸 추정해 볼 수 있는 통계가 있는데요. 자극적인 외신 받아쓰기 기사에 대표적으로 인용되는 외신이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입니다.
김솔희 : 이름 많이 들어봤네요.
이현준 : 데일리메일이 선정적인 기사를 자주 쓰는 황색 언론으로 꼽히는데요. 네이버 포털 뉴스에서 지난 6월 1일부터 3주 동안 데일리메일을 인용한 기사량을 분석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723건이 나왔고요. 지난해 같은 기간의 기사량을 분석해 보니 418건이 나왔습니다. 거의 300건 차이가 나는 거죠. 이걸 보면 이제 자극적인 외신 인용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경향을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솔희 : 그리고 또 궁금한 게 국제 뉴스의 제목이나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실제로 조회수도 더 늘어나는지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뽑는 건지 궁금하거든요.
이현준 : 국제 뉴스만 또 따로 랭킹을 봤는데 이 국제 뉴스 상위 20개 가운데는 17건이 가십성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이 17건 가운데 지면에 실린 건 단 한 건이었고요. 이 말은 해석을 하자면 신문사들도 이 가십성 기사가 지면에 실릴 만큼 가치가 있는 기사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채영길 : 방금 이현준 기자가 이렇게 분석한 자료 중에 흥미로운 것들이 좀 보이는데요. 가십성 기사가 아닌 기사들도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 저는 보입니다.
김솔희 : 어떤 게 있었을까요?
채영길 : 첫 번째 연합뉴스의 “북한도 이 정도로 미치지 않았다”이 뉴스는 사실은 북한의 인권 운동가 박연미 씨에 대한 보도와 관련된 것인데요. 이 같은 경우는 절대 연성 뉴스로 다루어질 수 없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보면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달아놨습니다. 폭스뉴스라고 하는 미국의 보수 언론이 북한 인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다룬 인터뷰 내용을 이런 식으로 기사 제목을 단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고 보입니다. 바로 이제 클릭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요. 중앙일보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수백 명 의료진, 극단적 선택 시도라고 하는 단어를 썼습니다. 한국의 자살과 관련된 보도 권고 기준이 있습니다. 분명히 이것을 위반한 표현입니다. 국제 뉴스를 다루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국내의 어떠한 보도 원칙, 기준도 지키지 않은 그런 방식의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고 그렇기 때문에 참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 이런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볼게요. "국내 뉴스인 줄 알았는데 낚였다" 이런 내용이 있었고요. 또 "자극적인 국제 뉴스 그만 보고 싶다, 제발 좋은 뉴스 좀 써달라" 이런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습니다. 이런 댓글을 보면 뉴스 이용자들도 딱히 이런 자극적인 기사들을 막 선호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이런 기사들이 늘어날까요?
채영길 : 이용자들도 자극적인 기사를 원치는 않지만 또 클릭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워낙 이렇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한 기사이기 때문에. 실제 인터넷 뉴스 대응팀이 각 언론사마다 있는데 그쪽에서 경험치적으로 어떤 특정한 선정적인 단어를 썼을 때 확실히 유입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많이 경험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국제 뉴스도 자극적인 단어를 계속 활용하고 있고 그것이 심화되고 있다. 이렇게 보이는데요. 이것이 본격적으로 된 것은 작년 2월, 포털에 네이버가 실검 정책을 중단하고 일반 검색 서비스를 폐지하면서 걱정을 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언론사가 검색 서비스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이제 자체 기사로 유입 인구를 늘리려고 하다 보니까 이러한 자극적인 뉴스들이 굉장히 늘어났다, 이렇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아까 이현준 기자의 분석에서도 작년에 대비해서 올해 굉장히 많은 이러한 국제 뉴스의, 선정적인 국제 뉴스가 증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포털의 어떠한 정책 서비스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이런 부정적인 저널리즘 경향은 좀 막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지 않았나, 이렇게 보여지네요.
김솔희 :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요. 이렇게 조회수를 노린 무분별한 외신 받아쓰기 기사로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예로 지난달 16일 뉴스 통신사 뉴스1이 터키의 유력 일간지 데일리사바를 인용해서 보도한 내용이었는데요. 터키 여행 한국인 남성, 함께 간 여성 성고문, 징역 46년 구형, 이런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 내용 자체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사에 사용된 사진이 무단 도용됐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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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 일차적으로 현지 언론 매체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전혀 관계없는 한국인 일반 남성, 여성 사진을 도용했습니다. 여기서 오보가 발생을 했는데요. 이제 국내 매체인 뉴스1이 이 기사를 인용 보도하면서 사진까지 이제 보도를 같이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언론사들이 받아쓰기하면서 오보가 확대, 재생산됐고요. 국내 매체들은 모자이크를 하긴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피해가, 실제 피해가 발생해버린 건데요. 피해자들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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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2] 20대 남성 김 모 씨는 지난달 16일 밤에 지인으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터키 성고문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처음에 솔직히 장난인 줄 알았어요. 네 사진이 올라와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다, 좀 어이가 없어서 봤는데 기사도 나있고 그래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기사가 순식간에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지는 상황과 비난 댓글을 보면서 이내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터키 현지 기사엔 아예 모자이크조차 안 된 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국내 매체들은 모자이크를 했지만 지인들은 사진 속 가해자가 김 씨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챘습니다.
지인들의 연락만 스무 통 넘게 받았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저도 신기한 게 솔직히 이렇게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하면 모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단번에 그냥 저인 걸 다 알아보더라고요, 친구들이. 친구들이나 아니면 후배들, 선배들까지 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 씨의 여자친구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이 친구는 그럴 친구가 아니라는 걸 제가 6년 동안 옆에서 봐 오면서 알고는 있지만, 왜 이렇게 착한 친구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저도 진짜 그 16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밤에 제대로 잠도 못 자면서 기사를 검색해 보고 있어요.”
더 큰 상처는 언론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밑에 내려보면 대표전화가 있더라고요. 거기에 전화를 했더니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하면서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받고, 인터넷 기사면 ○○닷컴이에요, 잘못 전화하셨고요, 저한테 말씀하시지 마세요, 이러는 거예요. (닷컴으로) 전화하면 거기는 받는 건가요? 이랬더니 지금 시간을 보세요, 업무시간이 아니니까 연결은 어렵겠죠? 이러는 거예요.”
피해자로 도용된 여성의 사진은 삭제하고 가해자로 도용된 김 씨의 사진은 안 내려준 매체도 있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피해자가 도용된 거를 (먼저) 알았으면, 정확하지 않은 걸 알았으면 가해자 측도 한번 확인을 해 볼 법하잖아요. 그런데 확인도 안 하고 그렇게 잘라서 또 남자는 올려놓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기자를 하시는지.”
오보를 낸 기자들로부터 연락이 없었던 것은 물론, 연락을 해보려고 해도 불가능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직접 쓴 사람이랑 전화를 하신 적은 있으신가요?)“한 번도 없어요. 일단 전화를 하면 기자의 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사과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는 거네요?)“네, 한 번도 없어요. 한 분도 안 했어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스탄불 한국 총영사관은 우선 터키 현지 매체들에게 사진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처음 사진을 잘못 도용한 터키 데일리 사바를 포함해 십여 개 매체들이 사진을 삭제했지만 연락이 안 되는 매체들도 있는 상황이라고 총영사관 측은 밝혔습니다.
김 씨와 김 씨 여자친구 모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사람들이 봤을 때는 얘가 범인이다,라고 확신을 할 거 아니에요. 제가 한 게 아닌데 왜 욕먹고 있지?”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제가 생각하는 기자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는 기자들, 기자님이 말씀하시면 저런 일이 있구나 하고 믿을 수가 있고. 그런데 지금은 믿지 못하니까, 그냥 저것도 하나의 직업이고. 이제 어떤 기사를 보고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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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오보도 오보인데요. 오보에 대한 언론사들의 반응, 대응에 피해자들의 상처가 더 컸을 것 같습니다. 이런 피해가 또 한 번 되풀이되고 말았습니다. 채 교수님은 피해자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어요?
채영길 : 앞부분에 이제 가해자라고 잘못 알려졌던 분의 여자친구분이 저것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하는 게 상당히 가슴이 아픈데요. 외신이 초상권을 침해하고, 그리고 명예를 훼손하는 잘못된 보도를 했으면 국내 언론이 이것을 차단하거나 그 이유에 대해서 비판을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이 그러한 잘못된 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또 하나의 보도를 하게 된 것이죠. 문제를 더 이렇게 키우는 상태가 되어 버렸는데요. 이러한 시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게 하는 게 되는 것이죠.
김솔희 : 제일 궁금한 게 이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던 뉴스1 기자의 입장이에요. 혹시 그 기자 접촉해 보셨나요?
이현준 : VCR에서 피해자가 직접 쓴 기자와 한 번도 통화해 본 적이 없다고 했잖아요. 저도 뉴스1 기자에게 접촉을 시도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뉴스1 회사 측으로부터 따로 입장을 받았는데요. 모자이크를 하긴 했지만 충분치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고요. 피해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거든요. 그런데 보도가 나왔던 지난달 16일부터 지금까지도 아직 피해자들은 아무런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김솔희 : 사과를 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참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네요. 이쯤에서 제일 궁금해지는 게 이런 식의 국제 뉴스는 기사를 대체 누가 쓰고 있는가 하는 점인데요. 딱 생각하면 전통적인 국제 뉴스는 해외에 나간 특파원들이 쓸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런 해외 토픽성 기사를 그분들이 쓸 것 같지는 않고 국내에 있는 보도국의 국제부 기사가 쓰는가 싶기도 한데 누가 쓸까요?
이현준 : 사실 선정적인 기사는 인터넷 뉴스 기자들이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파원이나 국제부 소속 기자들에게 확인 없이 기사를 쓰라고 하면 되게 싫어합니다. 그래서 많은 언론사들이 인터넷 뉴스부는 담당 기자를 따로 뽑거나 에디터라든지 AD라든지 기자가 아닌 담당자를 뽑아서 기사를 쓰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 신문사 뉴스부 기자에게 물어보니 인터넷 뉴스부는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아예 없어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일반 취재 부서에 있다가 인터넷 뉴스부에 간 기자의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그 부서 분위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국내 기사를 쓸 때는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이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책임감이 드는데, 온라인 뉴스부에서 국제 뉴스를 보도할 때는 그런 책임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채영길 : 이현준 기자님의 분석 기사에서 하나 기사를 쓴 기자의 어떤 개인 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언론사가 제공하는 거기에 들어갔더니 한 시간에 그 기자분이 2,3개의 기사를 생성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기자분이 국제 뉴스에 대한 기사만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 사회에 관한 이슈도 생성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한 시간에 2, 3개의 뉴스를 국제 분야에서 국내 정치 사회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이러한 능력을 갖고 있는 기자가 국내에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만 아니라 그런 기자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느냐 하면 이 기사들은 사실 뉴스로써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민망할 수준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여러 가지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뉴스 생산에 대한 관행들이 많은 부분에서 연결돼 있는 문제점들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김솔희 : 출입처가 인터넷이고 기사를 정말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기자들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국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깊이 있고 올바른 시각의 국제 뉴스가 필요하다는 건데, 쭉 이렇게 현실을 듣고 나니까 지금 같은 현실에서 그런 기사를 기대하는 게 가능할까, 사치일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채영길 :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포털을 통한 클릭 장사가 가능하게 하는 이 구조,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문제를 제기해야 하고요. 두 번째는 언론사가 자생할 수 있는 국제 뉴스를 통해서 좀 더 세계의 창을 제시하는 구실을 할 수 있는 역량들을 강화해줄 수 있는 방법들, 이런 부분도 우리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현준 :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 부분입니다. 한국에 와 있는 외신 기자들은 이 국제 뉴스,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국제 뉴스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국제 뉴스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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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3] 27년차 조주희 기자는 미국 ABC 방송국 아시아 지국장입니다.
충남 홍성으로 취재를 가는 날, 조 기자를 따라 가봤습니다.
[인터뷰]조주희
“오늘 취재는 어떤 취재인가요?”
“요즘 들어서 케이팝 관련된 뉴스에 미국 시청자들, 또 글로벌 시청자들이 굉장히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어요. 오늘 (가는) 학교는 케이팝 고등학교래요. 그래서 어떤 곳인지 한번 가보려고요.”
수업이 한창이던 K-POP 고등학교. 취재는 모두 한국어로 진행됐습니다.
“여기 학교 다녀보니까 이게 진짜 좋고 이거는 정말 싫다고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 교장선생님 있어서 싫다는 얘기는 못하겠지? 한국말로 해도 돼요.”
깊이 있는 국제 뉴스를 보도하기 위해선 특파원이 직접 현지 언어로 취재해야 한다는 게 조 기자의 생각입니다.
한국 국적인 조 기자가 미국 ABC 방송국에 채용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터뷰]조주희
"한국 사람들의 어떤 정서나 문화적 특징 이런 것들을 전부 다 좀 이해하고 백그라운드를 좀 알아야 여기서 취재를 함에 있어서 객관적인 취재를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한국말을 모르고 취재를 한다는 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기자가 현지 인맥을 쌓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내 언론사 특파원의 현지 체류 기간은 보통 3년인 반면에 조 기자는 한국에서만 20년 넘게 취재했습니다.
이런 취재 경험 덕에 한국의 정확한 소식을 미국의 시청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조주희
“(국내 국제뉴스는) 어떤 맥락 속에서 이게 왜 우리가 봐야 하고 읽어야 되는 뉴스인지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저쪽에서 이런 일이 있습니다,라고까지만 하고 그냥 말면 우리한테는 전혀 ‘relevance’라는 게 없는 거잖아요. 연관성. 그러니까 관심이 없어지는 거죠.”
로이터통신 아시아 편집장을 맡았던 윤화진 전 기자도 잦은 특파원 교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윤 전 기자 역시 한국 국적으로, 기자 생활 27년 가운데 11년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인터뷰]윤화진
“로이터 같은 경우에는 뭐 서울지국에 있다, 그러면 그들이 계속 있고, 또 그분들이 뭐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하기 때문에 굉장히 그 시야가 넓어지기도 하고 또 전문성은 계속 유지되고..”
전문성이 떨어지면 다른 언론사와 차별화된 기사를 쓰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윤화진
“국내 기자들이 외국에 나가서 취재를 해서 보도를 하는 거를 보면 이거는 다 굉장히 비슷한 내용이에요. 외신에서 영어로 읽을 수 있는 거를 우리나라에서도. 근데 굉장히 거의 똑같아요. 그러니까 뭐 왜 굳이 그냥 번역하면 될 텐데 왜 굳이 기자나 특파원이 거기까지 가서 이런 보도를 할까”
이와 동시에 선정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선 내부에서 끊임없이 성찰과 예방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윤화진
“주요 언론들, 뭐 뉴욕 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뭐 로이터, 블룸버그 이런 데서는 제 생각에는 그렇게 선정적인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수준을 굉장히 높이 유지하고자 하는 윤리 담당 에디터들도 있고 하기 때문에. 쉽게 선정적으로 가지는 못하기도 하고, 그런 경우는 지금 못 본 것 같아요, 저는.”
김솔희 : 언론사 스스로 국제 뉴스에 대한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가장 마음에 남는데요, 채 교수님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채영길 : 제가 외대에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외국 특파원, 국제 전문 기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에게 질문하면 저는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국제 뉴스 기자를 우리나라에서 뽑지 않아. 그리고 국제 뉴스가 네가 생각하는 만큼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방금 나왔던 자료 화면에서도 그것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언론연감을 보면 국내 특파원 수가 굉장히 많이 줄어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냐 하면 국제 뉴스는 언론사가 투자를 하거나 전문성을 높이는 영역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국제 뉴스 같은 경우는 언론사가 국제 수준의 기사를 생산하고 정세를 파악하고 국민들에게 그에 적합한 이해를 도와주는 매체라고 하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사의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사실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제 뉴스가 중요한 것보다도 국내 뉴스의 수준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언론사들은 좀 더 과감한 투자, 그리고 전문 기자를 육성하는 그런 시스템, 그리고 윤리적인 것을 뒷받침하는 어떤 부분들도 고려를 해서 좀 더 역량들을 강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 말씀 들으니까요. 세계를 보여주는 창인 언론이 왜곡이 되면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리 언론이 명심을 하고 자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두 분 감사합니다.
채영길 : 안녕하세요?
김솔희 : 그리고 처음 나왔네요. KBS 이현준 기자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이현준 : 안녕하세요?
김솔희 : 우리 방송이 첫 방송이 4월이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서 이제 여름인데요. 다들 슬슬 휴가 계획도 세우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어떠세요, 교수님은?
채영길 : 이번 여름은 코로나와 집에 수험생이 있어서 딱히 휴가 계획은 없습니다.
김솔희 : 수험생이 있을 때는 어차피 휴가가 어려우니까 올해는 이래저래 좀 집에 계시고 내년에 멀리 가실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이현준 기자는 계획 있나요?
이현준 : 저는 부산에 가려고요.
김솔희 : 왜요?
이현준 : 부산역에 내려서 돼지국밥을 먹는 게 저한테는 가장 큰 힐링이더라고요.
김솔희 : 그래요?
이현준 : 그래서 여름에는 부산을 갑니다.
김솔희 : 그래요? 혹시 그 3000원짜리 국밥인가요?
이현준 : 거기는 아닌 것 같아요.
김솔희 :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올해,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코로나19로 많은 분이 해외여행은 물론이고요. 국내 여행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답답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럴 때일수록 언론이 전하는 국제 뉴스가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런데 최근 국제 뉴스를 보면요. 엽기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질문하는 기자들 Q, 오늘은 먼저 이 문제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코너 1]'엽기, 잔혹' 국제뉴스…이대로 괜찮은가?
김솔희 : 최근 포털 뉴스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가나 인육 케밥 기사, 아마도 많은 분이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한국경제가 지난달 14일 최초 보도한 이후에 네이버와 다음 포털 뉴스, SBS, MBN 등 유력 포털 뉴스에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사들은 보도 나흘 만에 오보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는데요. 대체 어쩌다 이런 소동이 벌어진 건지 이현준 기자가 가나 인육 케밥 오보 논란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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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1] 인육케밥을 판 30대 여자가 체포됐다, 8년 간 150억 원을 벌었다, 케밥 여왕의 비밀 레시피, 이런 뉴스 제목을 보고 지나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비밀 레시피라고 하니 저도 참기가 힘든데요.
내용을 한번 보겠습니다.
현지언론에 따른다는 출처를 밝혔지만 마치 직접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기사를 썼습니다.
심지어 대화 내용을 담은 문장도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한국경제신문의 자회사인 한국경제 닷컴이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후 다른 매체들도 같은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이 기사는 포털 다음에서 많이 본 뉴스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끌었습니다.
댓글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소름끼친다, 무섭다 등 기사 내용을 믿는 댓글이 상당수였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주 가나 한국 대사관에 물어봤습니다.
대사관 측은 가나 경찰과 지자체에 확인해본 결과 해당 사건이 신고된 적 없다며 가나 사건은 분명히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들은 가나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공신력이 떨어지는 매체라고 덧붙였습니다.
가나인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델라 콰미 바라고/가나 유학생
"(8년간 150억 원을 벌었다면) 우리 모두 짧은 시간에 부자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거죠. 8년 동안 케밥을 팔아서 수백억 원을 버는 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가나에서 케밥 하나는 한국 돈으로 오백 원정도입니다."
확인 절차를 거쳤다면 가짜뉴스라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뷰]델라 콰미 바라고/가나 유학생
"기사에 나온 사진을 보면 작은 트럭이 하나 있습니다. 번호판을 보니 가나에서 사용하는 번호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전 이 사건이 가나에서 일어난 일은 분명히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처음 이 뉴스를 보도한 한경닷컴에 왜 이 기사를 썼는지,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물어봤습니다.
한경 측은 가나 현지 언론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가나 현지 언론이 보도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보도했다며 현지 언론을 믿고 인용보도를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제뉴스를 인용보도할 때마다 확인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부분 언론사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취재진의 질의 이후 이 기사는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러 매체들의 기사는 여전히 포털에 계속 노출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유희라/언론인권센터 활동가
"가나라는 이미지 자체를 한국 언론사가 나서서 안 좋게 만든 거잖아요. 보도가 나오고 나서 밑에 달린 댓글들이 아니나 다를까미개하다 등등의 되게 굉장히 차별적인 발언들로 댓글이 가득 차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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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이런 기사가 사실 확인도 없이 기성 언론을 통해서 마구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운데요. 앞서 영상에서 나왔듯이 정말 최소한 직접 가나에 가서 확인은 못하더라도 국내에 있는 가나인들한테 좀 물어만 봤어도 이런 오보는 나지 않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현준 : 외신 사진에 등장한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이게 가나 자동차 번호판이 아니었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잖아요. 가나 사람 1명한테만 물어봤어도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겁니다. 참고로 그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 추가적으로 알아보니 그 사진은 나이지리아에서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된 사진이더라고요. 이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기만 하더라도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번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8년 만에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벌 수 있으면 저도 가나에서 케밥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김솔희 : 보통 케밥 하나의 단가가 어느 정도인 거예요?
이현준 : 500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500원짜리 케밥을 팔아서 150억 원을 번다. 이런 외신 기사를 봤을 때 이걸 한 번만 의심을 해봤으면 이런 기사는 나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채영길 :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언론이 국제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 자체가 국제 뉴스거리가 되는 경우가 되게 잦은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한 세 가지 정도의 관행적인 패턴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아까 말씀 주셨듯이 뉴스 출처의 신빙성을 확인하지 말라는 것이죠. 사실의 여부도 체크하지 말라, 이러한 것이 사실은 생산의 방식인 것 같아요. 두 번째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방식은 무엇이냐 하면 장르 전환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규범이나 원칙에 의한 저널리즘적인 기사가 아니라 소설, 드라마, 이러한 어떤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이죠. 세 번째는 굉장히 말초 자극을, 강박을 자극하는 단어, 표현들을 헤드라인으로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방식으로 국제 뉴스가 생산되는 것이 이제는 잘못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하나의 뉴스 생산하는 패턴이고 관행이다,라고 이제 보여지는 것 같아요.
김솔희 : 아니, 진짜 이번 기사도요. 제목을 보면 인육이라는 말이 일단 들어가고 무슨 비밀 레시피, 이런 거 다 너무 자극적이잖아요. 이런 걸 보면 또 어쩔 수 없이 궁금해서 클릭해 보게 하는 정말 낚시성 기사였는데요. 한경 측의 답변이 이렇게 나왔습니다.“가나 현지 언론이 보도했기 때문에 현지 언론을 믿고 인용 보도했다.” 이런 식으로 완전 책임을 미루는 답변을 했는데요. 가나 언론에 대한 신뢰가 그렇게 높았나? 싶기도 하고 이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채영길 : 국제 뉴스는 굉장히 국제 정세와 통상의 어떠한 질서를 알게 하는, 어떻게 보면 세계의 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저런 답변을 할 수가 없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 국제 뉴스는 단지 정보를 소비하는 하나의 영역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체크할 수 없다. 다른 언론사도 모두 그럴 것이다,라고 하는데 슬픈 것은 다 사실일 거라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언론사도 국제 뉴스를 이렇게 스낵 거리, 또는 소비 거리로 인식하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를 갖게 해요.
이현준 : 이제 오보가 나더라도 우리 책임이 아니다. 그쪽에 따져라 라는 이야기거든요. 상식적으로 너무 무책임한 해명이죠. 우리나라 독자들은 현지 언론 기사를 보는 게 아니라 국내 매체를 믿고 국내 기사를 본다는 걸 기자들이 좀 인지를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솔희 : 이렇게 국제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극적인 기사들만 이렇게 범람하다 보니까 자꾸 국제 뉴스에 대해서는 이런 기사만 보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무의식중에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다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겠어요?
채영길 : 당연합니다. 모든 국제 뉴스들이 다 그렇지 않지만 대부분의 뉴스가 그렇다고 하면 영향을 받겠죠. 경성뉴스, 진지한 국제 뉴스 같은 경우에 몇 개 국가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지정학적으로 긴밀한 국가들인데 미국, 중국, 일본, 이들이 이제 경성 국제뉴스에 관해서는 대부분 그걸 차지하는데 흥미로운 건 연성뉴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자극적이고 또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국, 이런 국가에 편중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뉴스를 시청하는 시청자분들께서는 동남아나 아프리카나 중국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위험하거나 굉장히 엽기적인 국가나 지역이겠구나 라고 인식을 할 수밖에 없겠죠. 실제 제가 연구를 하나 수행한 것이 있는데요. 초등학생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봐라, 이렇게 요구를 했더니 무엇을 그리느냐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아에 허덕이다 죽어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그림을 그렸어요. 이것이 주는 의미가 무엇이냐 하면 아프리카라는 나라를 기아로 허덕이는 고통스러운 지역으로 인식한다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아주 어린 아이 때부터, 사실 국제 뉴스가 가지고 있는 이런 문제점들의 실질적인 효과, 부정 효과가 아이들에 대한 인식을 이렇게 나쁘게 심어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김솔희 : 이런 기사들이 자주 이슈가 돼서 그런지 최근에 포털 뉴스를 보면 유독 자극적인 제목의 국제 뉴스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이런 느낌이 드는데 실제 수치상으로도 그런가요?
이현준 :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는 걸 추정해 볼 수 있는 통계가 있는데요. 자극적인 외신 받아쓰기 기사에 대표적으로 인용되는 외신이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입니다.
김솔희 : 이름 많이 들어봤네요.
이현준 : 데일리메일이 선정적인 기사를 자주 쓰는 황색 언론으로 꼽히는데요. 네이버 포털 뉴스에서 지난 6월 1일부터 3주 동안 데일리메일을 인용한 기사량을 분석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723건이 나왔고요. 지난해 같은 기간의 기사량을 분석해 보니 418건이 나왔습니다. 거의 300건 차이가 나는 거죠. 이걸 보면 이제 자극적인 외신 인용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경향을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솔희 : 그리고 또 궁금한 게 국제 뉴스의 제목이나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실제로 조회수도 더 늘어나는지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뽑는 건지 궁금하거든요.
이현준 : 국제 뉴스만 또 따로 랭킹을 봤는데 이 국제 뉴스 상위 20개 가운데는 17건이 가십성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이 17건 가운데 지면에 실린 건 단 한 건이었고요. 이 말은 해석을 하자면 신문사들도 이 가십성 기사가 지면에 실릴 만큼 가치가 있는 기사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채영길 : 방금 이현준 기자가 이렇게 분석한 자료 중에 흥미로운 것들이 좀 보이는데요. 가십성 기사가 아닌 기사들도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 저는 보입니다.
김솔희 : 어떤 게 있었을까요?
채영길 : 첫 번째 연합뉴스의 “북한도 이 정도로 미치지 않았다”이 뉴스는 사실은 북한의 인권 운동가 박연미 씨에 대한 보도와 관련된 것인데요. 이 같은 경우는 절대 연성 뉴스로 다루어질 수 없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보면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달아놨습니다. 폭스뉴스라고 하는 미국의 보수 언론이 북한 인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다룬 인터뷰 내용을 이런 식으로 기사 제목을 단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고 보입니다. 바로 이제 클릭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요. 중앙일보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수백 명 의료진, 극단적 선택 시도라고 하는 단어를 썼습니다. 한국의 자살과 관련된 보도 권고 기준이 있습니다. 분명히 이것을 위반한 표현입니다. 국제 뉴스를 다루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국내의 어떠한 보도 원칙, 기준도 지키지 않은 그런 방식의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고 그렇기 때문에 참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 이런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볼게요. "국내 뉴스인 줄 알았는데 낚였다" 이런 내용이 있었고요. 또 "자극적인 국제 뉴스 그만 보고 싶다, 제발 좋은 뉴스 좀 써달라" 이런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습니다. 이런 댓글을 보면 뉴스 이용자들도 딱히 이런 자극적인 기사들을 막 선호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이런 기사들이 늘어날까요?
채영길 : 이용자들도 자극적인 기사를 원치는 않지만 또 클릭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워낙 이렇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한 기사이기 때문에. 실제 인터넷 뉴스 대응팀이 각 언론사마다 있는데 그쪽에서 경험치적으로 어떤 특정한 선정적인 단어를 썼을 때 확실히 유입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많이 경험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국제 뉴스도 자극적인 단어를 계속 활용하고 있고 그것이 심화되고 있다. 이렇게 보이는데요. 이것이 본격적으로 된 것은 작년 2월, 포털에 네이버가 실검 정책을 중단하고 일반 검색 서비스를 폐지하면서 걱정을 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언론사가 검색 서비스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이제 자체 기사로 유입 인구를 늘리려고 하다 보니까 이러한 자극적인 뉴스들이 굉장히 늘어났다, 이렇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아까 이현준 기자의 분석에서도 작년에 대비해서 올해 굉장히 많은 이러한 국제 뉴스의, 선정적인 국제 뉴스가 증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포털의 어떠한 정책 서비스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이런 부정적인 저널리즘 경향은 좀 막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지 않았나, 이렇게 보여지네요.
김솔희 :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요. 이렇게 조회수를 노린 무분별한 외신 받아쓰기 기사로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예로 지난달 16일 뉴스 통신사 뉴스1이 터키의 유력 일간지 데일리사바를 인용해서 보도한 내용이었는데요. 터키 여행 한국인 남성, 함께 간 여성 성고문, 징역 46년 구형, 이런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 내용 자체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사에 사용된 사진이 무단 도용됐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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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 일차적으로 현지 언론 매체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전혀 관계없는 한국인 일반 남성, 여성 사진을 도용했습니다. 여기서 오보가 발생을 했는데요. 이제 국내 매체인 뉴스1이 이 기사를 인용 보도하면서 사진까지 이제 보도를 같이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언론사들이 받아쓰기하면서 오보가 확대, 재생산됐고요. 국내 매체들은 모자이크를 하긴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피해가, 실제 피해가 발생해버린 건데요. 피해자들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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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2] 20대 남성 김 모 씨는 지난달 16일 밤에 지인으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터키 성고문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처음에 솔직히 장난인 줄 알았어요. 네 사진이 올라와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다, 좀 어이가 없어서 봤는데 기사도 나있고 그래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기사가 순식간에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지는 상황과 비난 댓글을 보면서 이내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터키 현지 기사엔 아예 모자이크조차 안 된 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국내 매체들은 모자이크를 했지만 지인들은 사진 속 가해자가 김 씨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챘습니다.
지인들의 연락만 스무 통 넘게 받았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저도 신기한 게 솔직히 이렇게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하면 모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단번에 그냥 저인 걸 다 알아보더라고요, 친구들이. 친구들이나 아니면 후배들, 선배들까지 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 씨의 여자친구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이 친구는 그럴 친구가 아니라는 걸 제가 6년 동안 옆에서 봐 오면서 알고는 있지만, 왜 이렇게 착한 친구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저도 진짜 그 16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밤에 제대로 잠도 못 자면서 기사를 검색해 보고 있어요.”
더 큰 상처는 언론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밑에 내려보면 대표전화가 있더라고요. 거기에 전화를 했더니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하면서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받고, 인터넷 기사면 ○○닷컴이에요, 잘못 전화하셨고요, 저한테 말씀하시지 마세요, 이러는 거예요. (닷컴으로) 전화하면 거기는 받는 건가요? 이랬더니 지금 시간을 보세요, 업무시간이 아니니까 연결은 어렵겠죠? 이러는 거예요.”
피해자로 도용된 여성의 사진은 삭제하고 가해자로 도용된 김 씨의 사진은 안 내려준 매체도 있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피해자가 도용된 거를 (먼저) 알았으면, 정확하지 않은 걸 알았으면 가해자 측도 한번 확인을 해 볼 법하잖아요. 그런데 확인도 안 하고 그렇게 잘라서 또 남자는 올려놓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기자를 하시는지.”
오보를 낸 기자들로부터 연락이 없었던 것은 물론, 연락을 해보려고 해도 불가능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직접 쓴 사람이랑 전화를 하신 적은 있으신가요?)“한 번도 없어요. 일단 전화를 하면 기자의 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사과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는 거네요?)“네, 한 번도 없어요. 한 분도 안 했어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스탄불 한국 총영사관은 우선 터키 현지 매체들에게 사진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처음 사진을 잘못 도용한 터키 데일리 사바를 포함해 십여 개 매체들이 사진을 삭제했지만 연락이 안 되는 매체들도 있는 상황이라고 총영사관 측은 밝혔습니다.
김 씨와 김 씨 여자친구 모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 모 씨
“사람들이 봤을 때는 얘가 범인이다,라고 확신을 할 거 아니에요. 제가 한 게 아닌데 왜 욕먹고 있지?”
[인터뷰]김 모 씨 여자친구
“제가 생각하는 기자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는 기자들, 기자님이 말씀하시면 저런 일이 있구나 하고 믿을 수가 있고. 그런데 지금은 믿지 못하니까, 그냥 저것도 하나의 직업이고. 이제 어떤 기사를 보고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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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 오보도 오보인데요. 오보에 대한 언론사들의 반응, 대응에 피해자들의 상처가 더 컸을 것 같습니다. 이런 피해가 또 한 번 되풀이되고 말았습니다. 채 교수님은 피해자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어요?
채영길 : 앞부분에 이제 가해자라고 잘못 알려졌던 분의 여자친구분이 저것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하는 게 상당히 가슴이 아픈데요. 외신이 초상권을 침해하고, 그리고 명예를 훼손하는 잘못된 보도를 했으면 국내 언론이 이것을 차단하거나 그 이유에 대해서 비판을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이 그러한 잘못된 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또 하나의 보도를 하게 된 것이죠. 문제를 더 이렇게 키우는 상태가 되어 버렸는데요. 이러한 시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게 하는 게 되는 것이죠.
김솔희 : 제일 궁금한 게 이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던 뉴스1 기자의 입장이에요. 혹시 그 기자 접촉해 보셨나요?
이현준 : VCR에서 피해자가 직접 쓴 기자와 한 번도 통화해 본 적이 없다고 했잖아요. 저도 뉴스1 기자에게 접촉을 시도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뉴스1 회사 측으로부터 따로 입장을 받았는데요. 모자이크를 하긴 했지만 충분치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고요. 피해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거든요. 그런데 보도가 나왔던 지난달 16일부터 지금까지도 아직 피해자들은 아무런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김솔희 : 사과를 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참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네요. 이쯤에서 제일 궁금해지는 게 이런 식의 국제 뉴스는 기사를 대체 누가 쓰고 있는가 하는 점인데요. 딱 생각하면 전통적인 국제 뉴스는 해외에 나간 특파원들이 쓸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런 해외 토픽성 기사를 그분들이 쓸 것 같지는 않고 국내에 있는 보도국의 국제부 기사가 쓰는가 싶기도 한데 누가 쓸까요?
이현준 : 사실 선정적인 기사는 인터넷 뉴스 기자들이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파원이나 국제부 소속 기자들에게 확인 없이 기사를 쓰라고 하면 되게 싫어합니다. 그래서 많은 언론사들이 인터넷 뉴스부는 담당 기자를 따로 뽑거나 에디터라든지 AD라든지 기자가 아닌 담당자를 뽑아서 기사를 쓰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 신문사 뉴스부 기자에게 물어보니 인터넷 뉴스부는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아예 없어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일반 취재 부서에 있다가 인터넷 뉴스부에 간 기자의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그 부서 분위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국내 기사를 쓸 때는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이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책임감이 드는데, 온라인 뉴스부에서 국제 뉴스를 보도할 때는 그런 책임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채영길 : 이현준 기자님의 분석 기사에서 하나 기사를 쓴 기자의 어떤 개인 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언론사가 제공하는 거기에 들어갔더니 한 시간에 그 기자분이 2,3개의 기사를 생성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기자분이 국제 뉴스에 대한 기사만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 사회에 관한 이슈도 생성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한 시간에 2, 3개의 뉴스를 국제 분야에서 국내 정치 사회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이러한 능력을 갖고 있는 기자가 국내에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만 아니라 그런 기자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느냐 하면 이 기사들은 사실 뉴스로써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민망할 수준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여러 가지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뉴스 생산에 대한 관행들이 많은 부분에서 연결돼 있는 문제점들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김솔희 : 출입처가 인터넷이고 기사를 정말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기자들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국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깊이 있고 올바른 시각의 국제 뉴스가 필요하다는 건데, 쭉 이렇게 현실을 듣고 나니까 지금 같은 현실에서 그런 기사를 기대하는 게 가능할까, 사치일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채영길 :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포털을 통한 클릭 장사가 가능하게 하는 이 구조,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문제를 제기해야 하고요. 두 번째는 언론사가 자생할 수 있는 국제 뉴스를 통해서 좀 더 세계의 창을 제시하는 구실을 할 수 있는 역량들을 강화해줄 수 있는 방법들, 이런 부분도 우리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현준 :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 부분입니다. 한국에 와 있는 외신 기자들은 이 국제 뉴스,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국제 뉴스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국제 뉴스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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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3] 27년차 조주희 기자는 미국 ABC 방송국 아시아 지국장입니다.
충남 홍성으로 취재를 가는 날, 조 기자를 따라 가봤습니다.
[인터뷰]조주희
“오늘 취재는 어떤 취재인가요?”
“요즘 들어서 케이팝 관련된 뉴스에 미국 시청자들, 또 글로벌 시청자들이 굉장히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어요. 오늘 (가는) 학교는 케이팝 고등학교래요. 그래서 어떤 곳인지 한번 가보려고요.”
수업이 한창이던 K-POP 고등학교. 취재는 모두 한국어로 진행됐습니다.
“여기 학교 다녀보니까 이게 진짜 좋고 이거는 정말 싫다고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 교장선생님 있어서 싫다는 얘기는 못하겠지? 한국말로 해도 돼요.”
깊이 있는 국제 뉴스를 보도하기 위해선 특파원이 직접 현지 언어로 취재해야 한다는 게 조 기자의 생각입니다.
한국 국적인 조 기자가 미국 ABC 방송국에 채용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터뷰]조주희
"한국 사람들의 어떤 정서나 문화적 특징 이런 것들을 전부 다 좀 이해하고 백그라운드를 좀 알아야 여기서 취재를 함에 있어서 객관적인 취재를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한국말을 모르고 취재를 한다는 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기자가 현지 인맥을 쌓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내 언론사 특파원의 현지 체류 기간은 보통 3년인 반면에 조 기자는 한국에서만 20년 넘게 취재했습니다.
이런 취재 경험 덕에 한국의 정확한 소식을 미국의 시청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조주희
“(국내 국제뉴스는) 어떤 맥락 속에서 이게 왜 우리가 봐야 하고 읽어야 되는 뉴스인지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저쪽에서 이런 일이 있습니다,라고까지만 하고 그냥 말면 우리한테는 전혀 ‘relevance’라는 게 없는 거잖아요. 연관성. 그러니까 관심이 없어지는 거죠.”
로이터통신 아시아 편집장을 맡았던 윤화진 전 기자도 잦은 특파원 교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윤 전 기자 역시 한국 국적으로, 기자 생활 27년 가운데 11년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인터뷰]윤화진
“로이터 같은 경우에는 뭐 서울지국에 있다, 그러면 그들이 계속 있고, 또 그분들이 뭐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하기 때문에 굉장히 그 시야가 넓어지기도 하고 또 전문성은 계속 유지되고..”
전문성이 떨어지면 다른 언론사와 차별화된 기사를 쓰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윤화진
“국내 기자들이 외국에 나가서 취재를 해서 보도를 하는 거를 보면 이거는 다 굉장히 비슷한 내용이에요. 외신에서 영어로 읽을 수 있는 거를 우리나라에서도. 근데 굉장히 거의 똑같아요. 그러니까 뭐 왜 굳이 그냥 번역하면 될 텐데 왜 굳이 기자나 특파원이 거기까지 가서 이런 보도를 할까”
이와 동시에 선정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선 내부에서 끊임없이 성찰과 예방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윤화진
“주요 언론들, 뭐 뉴욕 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뭐 로이터, 블룸버그 이런 데서는 제 생각에는 그렇게 선정적인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수준을 굉장히 높이 유지하고자 하는 윤리 담당 에디터들도 있고 하기 때문에. 쉽게 선정적으로 가지는 못하기도 하고, 그런 경우는 지금 못 본 것 같아요, 저는.”
김솔희 : 언론사 스스로 국제 뉴스에 대한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가장 마음에 남는데요, 채 교수님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채영길 : 제가 외대에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외국 특파원, 국제 전문 기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에게 질문하면 저는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국제 뉴스 기자를 우리나라에서 뽑지 않아. 그리고 국제 뉴스가 네가 생각하는 만큼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방금 나왔던 자료 화면에서도 그것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언론연감을 보면 국내 특파원 수가 굉장히 많이 줄어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냐 하면 국제 뉴스는 언론사가 투자를 하거나 전문성을 높이는 영역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국제 뉴스 같은 경우는 언론사가 국제 수준의 기사를 생산하고 정세를 파악하고 국민들에게 그에 적합한 이해를 도와주는 매체라고 하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사의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사실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제 뉴스가 중요한 것보다도 국내 뉴스의 수준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언론사들은 좀 더 과감한 투자, 그리고 전문 기자를 육성하는 그런 시스템, 그리고 윤리적인 것을 뒷받침하는 어떤 부분들도 고려를 해서 좀 더 역량들을 강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솔희 : 말씀 들으니까요. 세계를 보여주는 창인 언론이 왜곡이 되면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리 언론이 명심을 하고 자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두 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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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기자 hjni1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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