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용혜인, 생후 두 달 된 아들과 국회로…“육아환경 조성”vs“정치 퍼포먼스”

입력 2021.07.0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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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 생후 59일 된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깜짝 등장했습니다.

이제 겨우 목을 가눌까 말까한 어린 아이인데, 지난해 4월 기자회견장이 위치한 국회 소통관 건물 완공 이후 최연소 출입자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바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입니다.

■ "아이와 함께 국회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게 해주세요"

용 의원은 지난 5월 8일,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장하나, 신보라 의원에 이어 임기 중 세번째로 출산한 국회의원입니다. (김희정 전 새누리당 의원은 당선 뒤 임기 시작 전 출산했습니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 당시 사진출산 후 산후조리원 당시 사진

용 의원의 출산 소식이 알려지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상희 부의장, 정성호·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하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과일 바구니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출산 축하 과일바구니문재인 대통령의 출산 축하 과일바구니

출산부터 2달 만인 오늘(5일)부터 용 의원은 다시 국회로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용 의원은 복직 첫 일정으로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인 자녀와 국회회의장에 함께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 일명 '아이동반법' 통과에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국회법은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을 의원·국무총리·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 그 밖에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외의 사람이 회의장에 출입하려면 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용 의원은 이 규정 때문에 수유가 필요한 어린 아이가 있는 국회의원이 국회 활동을 제대로 펼치기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고, 그러면 부득불 의정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해외 사례도 언급했습니다. 호주나 유럽 의회 등 선진국에서는 여성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아기를 동반하여 수유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실제로 모유수유를 한 사례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국회도 임기 중에 출산하는 의원의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방편으로 수유가 필요한 영아에 한하여 보호자인 의원과 함께 회의장에 출입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출산해보니 비로소 보이는 육아 장벽"

아이와 함께 기자회견장에서 질문 받고 있는 용혜인 의원아이와 함께 기자회견장에서 질문 받고 있는 용혜인 의원

용혜인 의원은 앞으로 육아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남편이 보기도 하고 친정엄마 찬스도 쓰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아이와 함께 국회에 출근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많은 여성에게 임신은 기쁨이기도 하지만 고민의 시작이기도 하다"면서 "임신과 출산 육아에 공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국회에도 수유실이 마련은 돼 있지만 형식적일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용하려고 수유실을 확인해보니 물을 데울 수 있는 설비도 없고, 기저귀 교환대조차 구비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에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20-30대 젊은 보좌진들도 많이 근무하는데, 이런 시설조차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구나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용 의원은 특히 국회는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보좌진이 많은 특성상 임신과 출산을 하는 직원들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없고, 아이도 돌볼 수 없는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보좌진의 고용 안정 문제, 출산과 육아 휴가 등 노동자 권리로서의 문제도 이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그나마 국회같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는 어린이집이 많이 설치돼 있지만 비정규직이나 직장이 없는 부모들은 그야말로 독박 육아해야 하는 상황일 거라며 돌봄의 공공성 강화가 시대의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 "정치 퍼포먼스" vs "육아환경 조성"

국회 본회의장 아기동반 관련 기자회견 / 신보라 의원(2019.4.4)국회 본회의장 아기동반 관련 기자회견 / 신보라 의원(2019.4.4)

용 의원에 앞서 20대 국회에서 아이를 출산한 신보라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당시에도 찬반이 엇갈렸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는 어린이집에 맡기면 될텐데 굳이 아이와 함께 회의장에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의견에, 직장맘들의 육아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충분히 필요하다는 반박이 팽팽했습니다.

논의 끝에 법안은 처리가 미뤄지다 결국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신 의원은 당시 아이와 함께 국회 회의장에서 법안 제안 설명을 하게 해달라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요청도 했었지만 이 역시 거절됐습니다.

문 의장은 공문을 통해 "국회 본회의장 출입은 국가원수급 또는 이에 준하는 외빈의 방문시 제한적으로 허가한다"면서 "영아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의안 심의가 불가능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거절 사유를 밝혔습니다.

용혜인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도 현재로서는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해당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있어서 발의만 됐을 뿐 아직 상정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용 의원은 '아이동반법'이 자신 뿐만 아니라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는 여성과 남성 의원들 모두가 정치 참여 권리를 제한되지 않고 의정활동을 계속 하게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각 당의 원내 대표들과 동료 의원들을 찾아뵙고 아이동반법의 조송한 상정과 처리를 부탁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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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용혜인, 생후 두 달 된 아들과 국회로…“육아환경 조성”vs“정치 퍼포먼스”
    • 입력 2021-07-05 13:47:04
    여심야심

오늘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 생후 59일 된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깜짝 등장했습니다.

이제 겨우 목을 가눌까 말까한 어린 아이인데, 지난해 4월 기자회견장이 위치한 국회 소통관 건물 완공 이후 최연소 출입자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바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입니다.

■ "아이와 함께 국회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게 해주세요"

용 의원은 지난 5월 8일,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장하나, 신보라 의원에 이어 임기 중 세번째로 출산한 국회의원입니다. (김희정 전 새누리당 의원은 당선 뒤 임기 시작 전 출산했습니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 당시 사진
용 의원의 출산 소식이 알려지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상희 부의장, 정성호·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하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과일 바구니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출산 축하 과일바구니
출산부터 2달 만인 오늘(5일)부터 용 의원은 다시 국회로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용 의원은 복직 첫 일정으로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인 자녀와 국회회의장에 함께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 일명 '아이동반법' 통과에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국회법은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을 의원·국무총리·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 그 밖에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외의 사람이 회의장에 출입하려면 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용 의원은 이 규정 때문에 수유가 필요한 어린 아이가 있는 국회의원이 국회 활동을 제대로 펼치기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고, 그러면 부득불 의정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해외 사례도 언급했습니다. 호주나 유럽 의회 등 선진국에서는 여성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아기를 동반하여 수유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실제로 모유수유를 한 사례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국회도 임기 중에 출산하는 의원의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방편으로 수유가 필요한 영아에 한하여 보호자인 의원과 함께 회의장에 출입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출산해보니 비로소 보이는 육아 장벽"

아이와 함께 기자회견장에서 질문 받고 있는 용혜인 의원
용혜인 의원은 앞으로 육아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남편이 보기도 하고 친정엄마 찬스도 쓰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아이와 함께 국회에 출근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많은 여성에게 임신은 기쁨이기도 하지만 고민의 시작이기도 하다"면서 "임신과 출산 육아에 공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국회에도 수유실이 마련은 돼 있지만 형식적일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용하려고 수유실을 확인해보니 물을 데울 수 있는 설비도 없고, 기저귀 교환대조차 구비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에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20-30대 젊은 보좌진들도 많이 근무하는데, 이런 시설조차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구나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용 의원은 특히 국회는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보좌진이 많은 특성상 임신과 출산을 하는 직원들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없고, 아이도 돌볼 수 없는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보좌진의 고용 안정 문제, 출산과 육아 휴가 등 노동자 권리로서의 문제도 이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그나마 국회같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는 어린이집이 많이 설치돼 있지만 비정규직이나 직장이 없는 부모들은 그야말로 독박 육아해야 하는 상황일 거라며 돌봄의 공공성 강화가 시대의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 "정치 퍼포먼스" vs "육아환경 조성"

국회 본회의장 아기동반 관련 기자회견 / 신보라 의원(2019.4.4)
용 의원에 앞서 20대 국회에서 아이를 출산한 신보라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당시에도 찬반이 엇갈렸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는 어린이집에 맡기면 될텐데 굳이 아이와 함께 회의장에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의견에, 직장맘들의 육아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충분히 필요하다는 반박이 팽팽했습니다.

논의 끝에 법안은 처리가 미뤄지다 결국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신 의원은 당시 아이와 함께 국회 회의장에서 법안 제안 설명을 하게 해달라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요청도 했었지만 이 역시 거절됐습니다.

문 의장은 공문을 통해 "국회 본회의장 출입은 국가원수급 또는 이에 준하는 외빈의 방문시 제한적으로 허가한다"면서 "영아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의안 심의가 불가능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거절 사유를 밝혔습니다.

용혜인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도 현재로서는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해당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있어서 발의만 됐을 뿐 아직 상정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용 의원은 '아이동반법'이 자신 뿐만 아니라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는 여성과 남성 의원들 모두가 정치 참여 권리를 제한되지 않고 의정활동을 계속 하게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각 당의 원내 대표들과 동료 의원들을 찾아뵙고 아이동반법의 조송한 상정과 처리를 부탁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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