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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라면, 기적이지”…62년 만에 다시 만난 남매
입력 2021.07.05 (16:28) 취재K

오늘(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

지난 1959년 여름, 인천 중구 배다리시장 인근에서 서로를 잃어버린 뒤 소식이 끊겼던 남매가 다시 만났습니다. 62년 만입니다.

■62년 전 헤어진 남매…유전자 분석으로 가족 찾아
62년 만에 다시 만난 남매. (좌) 진명숙 씨, (우) 정형곤 씨62년 만에 다시 만난 남매. (좌) 진명숙 씨, (우) 정형곤 씨

진명숙 씨는 4살 때 인천 배다리 시장에서 작은 오빠의 손을 잡고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걸어가다가 홀로 길을 잃었습니다.

이후 진 씨는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 있는 보육원을 거쳐 충남에 사는 한 수녀에게 입양됐습니다.

진 씨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가족을 찾겠다고 결심한 건 성인이 된 이후입니다.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서 '우리 고모와 너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진 씨는 신문 배달과 마트 계산원 등 새벽부터 정신없이 일할 때였습니다. 진 씨는 "새벽부터 일어나 너무 피곤하던 시절이라 '닮은 분이 있겠지' 하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그때 그 사람을 따라가 볼걸'하고 매우 후회했다."라고 그때를 기억했습니다.

이후 진 씨는 가족을 찾기 위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계속 노력했고, 2019년 11월에는 경찰에 본인의 유전자를 등록했습니다.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에서는 올해 3월부터 진 씨의 사례를 분석하고, 개별 면담 등을 통해 진 씨의 가족일 가능성이 큰 68살 남성 정형식 씨를 발견했습니다. 정 씨는 2014년 '자신의 동생을 찾아달라'며 이미 경찰에 유전자를 등록한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정 씨가 캐나다 앨버타주에 살고 있었다는 점.

경찰은 '해외 한인 입양인 유전자 분석제도'를 통해 밴쿠버 총 영사관에게서 정 씨의 유전자를 다시 받았습니다. 이미 정 씨가 등록한 유전자가 있었지만, 진짜 가족이 맞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를 다시 채취하는 과정을 거친 겁니다.

그리고 유전자를 다시 분석한 결과, 그 둘은 친남매로 확인됐습니다. 62년 전, 진 씨와 함께 손을 잡고 길을 나선 작은 오빠가 바로 정형식 씨였습니다.

■"기적이라면, 기적이지"…대면·화상으로 다시 만난 삼 남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작은 오빠 정형식 씨와 대화를 하는 진명숙 씨, 정형곤 씨캐나다에 살고 있는 작은 오빠 정형식 씨와 대화를 하는 진명숙 씨, 정형곤 씨

진 씨는 오늘 자신의 남편, 아들 두 명과 함께 실종가족지원센터를 찾았습니다.

먼저 와 있었던 진 씨의 큰 오빠인 정형곤 씨가 진 씨를 따뜻하게 맞아줬고, 정 씨의 아내 등 다른 가족도 진 씨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진 씨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둘째 오빠 정형식 씨와는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진 씨는 "오빠 저 찾아주셔서 감사해요."라며 정형곤 씨를 끌어안았습니다. 정형곤 씨 역시 진 씨를 보며 "기적이라면 기적이지."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화상으로 만난 정형식 씨는 웃으면서 진 씨와 인사를 나눴고, "옛날에는 명숙이가 말이 없었다"며 "다른 사람이랑은 얘기를 안 하고 꼭 나하고만 이야기를 했다."라고 어렸을 때를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긴장이 풀리자, 진 씨는 "허리에 끈이라도 매달아 다녔으면 안 잃어버리지 않았겠냐"라며 장난 섞인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을 만난 소감을 묻자, 진 씨는 "얼떨떨하다"며 "내 가족이 이렇게 생기니까 멍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님 살아계셨을 때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슬퍼서 많이 울기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2004년부터 장기 실종자 발견 위해 유전자 분석제도 시행

경찰청은 2004년부터 장기 실종자 발견을 위한 유전자 분석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실종자와 실종자 가족의 유전자를 채취한 뒤 서로 대조하면서 진짜 가족을 찾는 건데, 매년 약 20~25쌍 정도 발견됩니다.

임희진 경찰청 실종정책계장은 "과거에 실종됐던 사람들이 가족을 못 만난 지가 30년, 40년 이렇게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오늘처럼 희망적인 사례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와서,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분들도 계속 희망을 가지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 “기적이라면, 기적이지”…62년 만에 다시 만난 남매
    • 입력 2021-07-05 16:28:39
    취재K

오늘(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

지난 1959년 여름, 인천 중구 배다리시장 인근에서 서로를 잃어버린 뒤 소식이 끊겼던 남매가 다시 만났습니다. 62년 만입니다.

■62년 전 헤어진 남매…유전자 분석으로 가족 찾아
62년 만에 다시 만난 남매. (좌) 진명숙 씨, (우) 정형곤 씨62년 만에 다시 만난 남매. (좌) 진명숙 씨, (우) 정형곤 씨

진명숙 씨는 4살 때 인천 배다리 시장에서 작은 오빠의 손을 잡고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걸어가다가 홀로 길을 잃었습니다.

이후 진 씨는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 있는 보육원을 거쳐 충남에 사는 한 수녀에게 입양됐습니다.

진 씨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가족을 찾겠다고 결심한 건 성인이 된 이후입니다.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서 '우리 고모와 너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진 씨는 신문 배달과 마트 계산원 등 새벽부터 정신없이 일할 때였습니다. 진 씨는 "새벽부터 일어나 너무 피곤하던 시절이라 '닮은 분이 있겠지' 하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그때 그 사람을 따라가 볼걸'하고 매우 후회했다."라고 그때를 기억했습니다.

이후 진 씨는 가족을 찾기 위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계속 노력했고, 2019년 11월에는 경찰에 본인의 유전자를 등록했습니다.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에서는 올해 3월부터 진 씨의 사례를 분석하고, 개별 면담 등을 통해 진 씨의 가족일 가능성이 큰 68살 남성 정형식 씨를 발견했습니다. 정 씨는 2014년 '자신의 동생을 찾아달라'며 이미 경찰에 유전자를 등록한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정 씨가 캐나다 앨버타주에 살고 있었다는 점.

경찰은 '해외 한인 입양인 유전자 분석제도'를 통해 밴쿠버 총 영사관에게서 정 씨의 유전자를 다시 받았습니다. 이미 정 씨가 등록한 유전자가 있었지만, 진짜 가족이 맞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를 다시 채취하는 과정을 거친 겁니다.

그리고 유전자를 다시 분석한 결과, 그 둘은 친남매로 확인됐습니다. 62년 전, 진 씨와 함께 손을 잡고 길을 나선 작은 오빠가 바로 정형식 씨였습니다.

■"기적이라면, 기적이지"…대면·화상으로 다시 만난 삼 남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작은 오빠 정형식 씨와 대화를 하는 진명숙 씨, 정형곤 씨캐나다에 살고 있는 작은 오빠 정형식 씨와 대화를 하는 진명숙 씨, 정형곤 씨

진 씨는 오늘 자신의 남편, 아들 두 명과 함께 실종가족지원센터를 찾았습니다.

먼저 와 있었던 진 씨의 큰 오빠인 정형곤 씨가 진 씨를 따뜻하게 맞아줬고, 정 씨의 아내 등 다른 가족도 진 씨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진 씨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둘째 오빠 정형식 씨와는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진 씨는 "오빠 저 찾아주셔서 감사해요."라며 정형곤 씨를 끌어안았습니다. 정형곤 씨 역시 진 씨를 보며 "기적이라면 기적이지."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화상으로 만난 정형식 씨는 웃으면서 진 씨와 인사를 나눴고, "옛날에는 명숙이가 말이 없었다"며 "다른 사람이랑은 얘기를 안 하고 꼭 나하고만 이야기를 했다."라고 어렸을 때를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긴장이 풀리자, 진 씨는 "허리에 끈이라도 매달아 다녔으면 안 잃어버리지 않았겠냐"라며 장난 섞인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을 만난 소감을 묻자, 진 씨는 "얼떨떨하다"며 "내 가족이 이렇게 생기니까 멍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님 살아계셨을 때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슬퍼서 많이 울기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2004년부터 장기 실종자 발견 위해 유전자 분석제도 시행

경찰청은 2004년부터 장기 실종자 발견을 위한 유전자 분석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실종자와 실종자 가족의 유전자를 채취한 뒤 서로 대조하면서 진짜 가족을 찾는 건데, 매년 약 20~25쌍 정도 발견됩니다.

임희진 경찰청 실종정책계장은 "과거에 실종됐던 사람들이 가족을 못 만난 지가 30년, 40년 이렇게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오늘처럼 희망적인 사례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와서,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분들도 계속 희망을 가지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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