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나오면 기숙사 퇴소?…가족들은 어쩌라고

입력 2021.07.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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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체육중고등학교 기숙사 생활 학생들 확진

대전에 있는 특목고이자 특성화중학교인 대전체육중고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주말을 앞둔 지난주 금요일(2일)이었습니다.

체육중고등학교라면 체육 특기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곧 학생들의 추가 감염이 잇따를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이전에도 학교 내 감염은 심심치 않게 발생했지만, 사설 기관이 아닌 공립 학교 기숙사에서 감염된 경우는 드문 데다가, 전국 단위 모집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니 무척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학교와 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학교 특성상 학생은 물론 교직원까지 확진자와의 광범위한 접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원격수업 전환도 어려워 단기방학에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시작됐습니다.

그럼 확진자와 접촉한 학생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

기숙사 안에서 격리가 가능한가?

접촉자가 많다는 데 기숙사에서 수용가능한 걸까?


■확진자 나오자 마자 모두 기숙사 '퇴소' 조치

취재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루 전인 지난 1일 오전, 학교는 학생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낸 겁니다.

학교와 교육청이 방역당국에 문의한 결과 학생들을 '즉각 해산', 즉 기숙사에서 퇴소시키고 집으로 돌려보내라는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집에서 통학하는 경우에는 이런 '즉각 해산' 조치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280여 명, 전교생의 80%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곳입니다.

그것도 전국에 본가가 흩어져 있는데, 밀접 접촉자에 대한 분리 조치와 긴급 진단 검사도 없이 학생들은 무조건 학교에서 내보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타지역에서 진단받고 확진..가족도 연쇄감염

오전 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내려진 귀가 조치. 가족들이 직접 학생을 데리러 오는 등 대처가 가능한 경우도 있었지만, 일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갔으며, 가족들은 급작스럽게 격리가 필요한 자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 귀가조치 만 하룻만인 지난 2일부터 다른 지역에서도 관련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5일) 기준으로 대전에서 확진된 학생은 21명, 서울과 인천, 충남, 경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1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간 연쇄 감염으로 한 명이 확진되기도 했습니다. 확진된 학생들은 각 지역 생활치료센터 등에 머물고 있고, 가족들은 졸지에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리가 돼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더 진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체육중고 학생들이 전국적인 확산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입니다.


■최선인가? 차선인가?

선검사 뒤 귀가 조치가 불가능했냐는 기자 질문에 방역 책임자인 대전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최근 지역 확진자가 급증해 검사량이 많아, 현재 보건소 인력으로는 학교내 이동 선별진료소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다소 뻔한 이유와 함께, 학생들을 학교 안에서 검사한다고 하더라도 검사 결과는 나오는 시간까지 분리할 공간이 부족해 오히려 확산될 우려가 컸던 만큼 해산 조치가 최선이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오늘(5일)도 대전지역에서 관련 확진자가 나왔지만, 관련된 다른 지역 상황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재학생들을 다른 지역으로 보낸 대전시는 지역 내 감염 추이를 기반으로 어느 정도 상황이 마무리 된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숙사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이번 일을 취재하면서 다시 한 번 학교 방역의 허점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 대전의 IEM국제학교 집단감염을 계기로 기숙사나 기숙생활을 하는 곳의 방역 관리에 경각심이 한껏 높아졌었지만, 현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물론 기숙사 입소 선 발열 상태를 확인하거나 적극적으로 PCR(유전자 증폭 검사)검사를 도입한 곳도 있지만, 이번의 경우처럼 무증상 상태에서 입소한 뒤 감염증상이 나타나면 별 다르게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특히 아쉬운 점은 대단위 기숙사 내 감염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당국이나 교육당국 모두 적극적인 조치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유증상자가 나왔을 때 즉각적인 진단검사는 물론이고 학교 기숙사 내 격리 등이 어렵다면 다른 교육시설을 활용해 학생들을 분리시키고, 치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저 별일 없기 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2학기 전면등교를 앞두고 각종 학교내 방역 대응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시급한 일이 벌어지고 나면 쓸 대책은 없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방역당국의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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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진자 나오면 기숙사 퇴소?…가족들은 어쩌라고
    • 입력 2021-07-05 21:00:16
    취재K

■대전 체육중고등학교 기숙사 생활 학생들 확진

대전에 있는 특목고이자 특성화중학교인 대전체육중고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주말을 앞둔 지난주 금요일(2일)이었습니다.

체육중고등학교라면 체육 특기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곧 학생들의 추가 감염이 잇따를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이전에도 학교 내 감염은 심심치 않게 발생했지만, 사설 기관이 아닌 공립 학교 기숙사에서 감염된 경우는 드문 데다가, 전국 단위 모집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니 무척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학교와 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학교 특성상 학생은 물론 교직원까지 확진자와의 광범위한 접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원격수업 전환도 어려워 단기방학에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시작됐습니다.

그럼 확진자와 접촉한 학생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

기숙사 안에서 격리가 가능한가?

접촉자가 많다는 데 기숙사에서 수용가능한 걸까?


■확진자 나오자 마자 모두 기숙사 '퇴소' 조치

취재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루 전인 지난 1일 오전, 학교는 학생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낸 겁니다.

학교와 교육청이 방역당국에 문의한 결과 학생들을 '즉각 해산', 즉 기숙사에서 퇴소시키고 집으로 돌려보내라는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집에서 통학하는 경우에는 이런 '즉각 해산' 조치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280여 명, 전교생의 80%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곳입니다.

그것도 전국에 본가가 흩어져 있는데, 밀접 접촉자에 대한 분리 조치와 긴급 진단 검사도 없이 학생들은 무조건 학교에서 내보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타지역에서 진단받고 확진..가족도 연쇄감염

오전 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내려진 귀가 조치. 가족들이 직접 학생을 데리러 오는 등 대처가 가능한 경우도 있었지만, 일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갔으며, 가족들은 급작스럽게 격리가 필요한 자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 귀가조치 만 하룻만인 지난 2일부터 다른 지역에서도 관련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5일) 기준으로 대전에서 확진된 학생은 21명, 서울과 인천, 충남, 경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1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간 연쇄 감염으로 한 명이 확진되기도 했습니다. 확진된 학생들은 각 지역 생활치료센터 등에 머물고 있고, 가족들은 졸지에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리가 돼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더 진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체육중고 학생들이 전국적인 확산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입니다.


■최선인가? 차선인가?

선검사 뒤 귀가 조치가 불가능했냐는 기자 질문에 방역 책임자인 대전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최근 지역 확진자가 급증해 검사량이 많아, 현재 보건소 인력으로는 학교내 이동 선별진료소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다소 뻔한 이유와 함께, 학생들을 학교 안에서 검사한다고 하더라도 검사 결과는 나오는 시간까지 분리할 공간이 부족해 오히려 확산될 우려가 컸던 만큼 해산 조치가 최선이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오늘(5일)도 대전지역에서 관련 확진자가 나왔지만, 관련된 다른 지역 상황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재학생들을 다른 지역으로 보낸 대전시는 지역 내 감염 추이를 기반으로 어느 정도 상황이 마무리 된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숙사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이번 일을 취재하면서 다시 한 번 학교 방역의 허점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 대전의 IEM국제학교 집단감염을 계기로 기숙사나 기숙생활을 하는 곳의 방역 관리에 경각심이 한껏 높아졌었지만, 현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물론 기숙사 입소 선 발열 상태를 확인하거나 적극적으로 PCR(유전자 증폭 검사)검사를 도입한 곳도 있지만, 이번의 경우처럼 무증상 상태에서 입소한 뒤 감염증상이 나타나면 별 다르게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특히 아쉬운 점은 대단위 기숙사 내 감염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당국이나 교육당국 모두 적극적인 조치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유증상자가 나왔을 때 즉각적인 진단검사는 물론이고 학교 기숙사 내 격리 등이 어렵다면 다른 교육시설을 활용해 학생들을 분리시키고, 치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저 별일 없기 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2학기 전면등교를 앞두고 각종 학교내 방역 대응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시급한 일이 벌어지고 나면 쓸 대책은 없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방역당국의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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