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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한전 납품 전력기자재…나주 생산 ‘둔갑’
입력 2021.07.05 (21:38) 수정 2021.07.05 (22:14) 뉴스9(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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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전남에 조성된 에너지밸리입니다.

에너지 관련 기업 5백여 곳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가운데 한전에 직접 납품하는 전력기자재 업체만 백여 곳이 입주했습니다.

전라남도와 한전은 에너지밸리가 이제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결과 상당수 업체가 공장만 지어놓고 제대로 조업을 하지 않아서, 에너지밸리가 말 그대로 '속 빈 강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업체는 다른 지역에서 만든 제품을 에너지밸리에서 직접 생산한 것처럼 꾸며 한전에 납품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한전과 거래하기 위해 생산지를 속인 거죠.

KBS는 오늘부터 그 실태와 문제점을 집중 보도합니다.

먼저 '생산지 세탁' 의혹, 그 현장을 고발합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공장, 화물차 한 대가 출발해 전남 나주의 제 2공장으로 이동합니다.

화물차에서 내리는 제품은 변압기 완제품과 변압기 내부 장치인 코일을 감은 '중신'입니다.

한국전력 납품용입니다.

다른 날에도 비슷한 하역작업이 반복됩니다.

한전에 납품할 제품을 다른 곳에서 만들어 온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서 생산을 안 하는 건가요?) 여기서 생산하죠."]

한전과 납품 계약을 맺은 에너지밸리 입주 업체들은 관련법에 따라 모든 제품을 나주 현지에서 생산하고 시험해야 합니다.

발주처인 한전 관계자에게 작업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납품하면 직접생산계약 위반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전력 자재처 관계자 : "직접생산 기준에 필수 공정이 있는데, 그 부분을 위반한 거죠."]

이에대해 해당 업체는 나주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을 본사에서 시험과 수리를 거쳐 다시 가져온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다른 전력 기자재 업체.

화물차에서 전력 개폐기 십여대를 내립니다.

한전 납품용으로 포장만 남겨 둔 완제품 상태입니다.

[한전 자재처 관계자 : "부싱 부분이랑 몸체가 조립된 상태잖아요. 완제품인걸로 보이는데요."]

이 업체는 변압기도 직접 만들지 않는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경기도의 모 변압기 업체는 이 업체에 변압기 내부를 만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 ○○업체 관계자/음성대역 : "권선을 해주면 안 되겠냐고 해서 일부 해 준 게 있어요. (지금은 그럼 안 하고 계신가요?) 아니요. 지금도 가끔씩."]

의혹을 받는 업체는 모든 제품을 나주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완제품을 본사에서 수리해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너지밸리 업계 관계자들은 이른바 '생산지 세탁'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놓습니다.

[에너지밸리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부터 약간의 꼼수를 쓰다 보니까 꼼수가 점점 보편화가 돼 버린 거에요. 직접생산을 안 해도 본사에서 만들어가지고 와서 여기서 검수해서 납품만 하면 되니까요."]

이러다보니 나주 에너지밸리 인근에는 직접생산의 필수 공정인 변압기 내부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하청업체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한두 번은 (납품)했죠. 거짓말은 안해요. 우리는 자재를 다 받고 일(권선 작업)만 하는거에요."]

한전은 KBS 취재가 시작되자 직접 생산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들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 [탐사K] ‘생산지 둔갑’ 왜?…우선 납품 노린 꼼수

[기자]

에너지밸리에서 전력기자재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한전에 납품하는 건 법 위반입니다.

나주 에너지밸리에 입주하는 혜택이 어느 정도길래, 기업들은 나주까지 와서 법 위반 의혹 속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걸까요?

계속해서 하선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도에 본 공장을 두고 3년 전 나주에 2공장을 세운 업체입니다.

직접생산 기준을 위반한 의혹을 받는 곳 입니다.

한전에 전력기자재를 납품하는 다른 업체들은 어떨까?

취재팀이 업체 59곳을 확인했더니 절반이 넘는 35곳이 본사와 별도로 에너지밸리에 제2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밸리 입주기업에게만 주어지는 특혜 때문입니다.

에너지밸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으로, 한전은 연간 구매 물량의 20%를 입주기업에게 우선 배정해야 합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한전과 나주시와 전남도에서 산단을 조성하고, 업체들을 유인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특별배정물량이었어요. 오면 어쨌든 고정 물량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서 업체가 계속 늘어나게 됐는데..."]

이같은 우선 배정 물량이 지난해 기준 천 277억원에 달합니다.

입주기업들은 여기에 일반입찰 물량까지 더해 한전이 구매한 전력기자재의 40%인 3천 4백억 원 어치를 납품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부지 제공과 설비투자금, 고용지원금 지원 등 지자체 보조금 혜택도 다양합니다.

나주시가 지금까지 입주기업에 지원한 보조금만 3백 95억원이 넘습니다.

법인세와 소득세 등 50% 세금 감면 혜택도 있습니다.

공장만 지어놓으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초기비용 부담도 덜 수 있는 겁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 있는 대부분의 공장들이 다 그럴 겁니다. 한전을 보고, 한전이랑 관련된 에너지밸리 물량을 보고 여기 오지 않습니까. 왔는데 너무 난립하다보니까..."]

애초 취지대로 에너지밸리가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촬영기자:이승준·정현덕
  • [탐사K] 한전 납품 전력기자재…나주 생산 ‘둔갑’
    • 입력 2021-07-05 21:38:56
    • 수정2021-07-05 22:14:00
    뉴스9(광주)
[기자]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전남에 조성된 에너지밸리입니다.

에너지 관련 기업 5백여 곳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가운데 한전에 직접 납품하는 전력기자재 업체만 백여 곳이 입주했습니다.

전라남도와 한전은 에너지밸리가 이제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결과 상당수 업체가 공장만 지어놓고 제대로 조업을 하지 않아서, 에너지밸리가 말 그대로 '속 빈 강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업체는 다른 지역에서 만든 제품을 에너지밸리에서 직접 생산한 것처럼 꾸며 한전에 납품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한전과 거래하기 위해 생산지를 속인 거죠.

KBS는 오늘부터 그 실태와 문제점을 집중 보도합니다.

먼저 '생산지 세탁' 의혹, 그 현장을 고발합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공장, 화물차 한 대가 출발해 전남 나주의 제 2공장으로 이동합니다.

화물차에서 내리는 제품은 변압기 완제품과 변압기 내부 장치인 코일을 감은 '중신'입니다.

한국전력 납품용입니다.

다른 날에도 비슷한 하역작업이 반복됩니다.

한전에 납품할 제품을 다른 곳에서 만들어 온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서 생산을 안 하는 건가요?) 여기서 생산하죠."]

한전과 납품 계약을 맺은 에너지밸리 입주 업체들은 관련법에 따라 모든 제품을 나주 현지에서 생산하고 시험해야 합니다.

발주처인 한전 관계자에게 작업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납품하면 직접생산계약 위반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전력 자재처 관계자 : "직접생산 기준에 필수 공정이 있는데, 그 부분을 위반한 거죠."]

이에대해 해당 업체는 나주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을 본사에서 시험과 수리를 거쳐 다시 가져온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다른 전력 기자재 업체.

화물차에서 전력 개폐기 십여대를 내립니다.

한전 납품용으로 포장만 남겨 둔 완제품 상태입니다.

[한전 자재처 관계자 : "부싱 부분이랑 몸체가 조립된 상태잖아요. 완제품인걸로 보이는데요."]

이 업체는 변압기도 직접 만들지 않는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경기도의 모 변압기 업체는 이 업체에 변압기 내부를 만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 ○○업체 관계자/음성대역 : "권선을 해주면 안 되겠냐고 해서 일부 해 준 게 있어요. (지금은 그럼 안 하고 계신가요?) 아니요. 지금도 가끔씩."]

의혹을 받는 업체는 모든 제품을 나주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완제품을 본사에서 수리해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너지밸리 업계 관계자들은 이른바 '생산지 세탁'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놓습니다.

[에너지밸리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부터 약간의 꼼수를 쓰다 보니까 꼼수가 점점 보편화가 돼 버린 거에요. 직접생산을 안 해도 본사에서 만들어가지고 와서 여기서 검수해서 납품만 하면 되니까요."]

이러다보니 나주 에너지밸리 인근에는 직접생산의 필수 공정인 변압기 내부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하청업체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한두 번은 (납품)했죠. 거짓말은 안해요. 우리는 자재를 다 받고 일(권선 작업)만 하는거에요."]

한전은 KBS 취재가 시작되자 직접 생산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들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 [탐사K] ‘생산지 둔갑’ 왜?…우선 납품 노린 꼼수

[기자]

에너지밸리에서 전력기자재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한전에 납품하는 건 법 위반입니다.

나주 에너지밸리에 입주하는 혜택이 어느 정도길래, 기업들은 나주까지 와서 법 위반 의혹 속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걸까요?

계속해서 하선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도에 본 공장을 두고 3년 전 나주에 2공장을 세운 업체입니다.

직접생산 기준을 위반한 의혹을 받는 곳 입니다.

한전에 전력기자재를 납품하는 다른 업체들은 어떨까?

취재팀이 업체 59곳을 확인했더니 절반이 넘는 35곳이 본사와 별도로 에너지밸리에 제2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밸리 입주기업에게만 주어지는 특혜 때문입니다.

에너지밸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으로, 한전은 연간 구매 물량의 20%를 입주기업에게 우선 배정해야 합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한전과 나주시와 전남도에서 산단을 조성하고, 업체들을 유인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특별배정물량이었어요. 오면 어쨌든 고정 물량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서 업체가 계속 늘어나게 됐는데..."]

이같은 우선 배정 물량이 지난해 기준 천 277억원에 달합니다.

입주기업들은 여기에 일반입찰 물량까지 더해 한전이 구매한 전력기자재의 40%인 3천 4백억 원 어치를 납품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부지 제공과 설비투자금, 고용지원금 지원 등 지자체 보조금 혜택도 다양합니다.

나주시가 지금까지 입주기업에 지원한 보조금만 3백 95억원이 넘습니다.

법인세와 소득세 등 50% 세금 감면 혜택도 있습니다.

공장만 지어놓으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초기비용 부담도 덜 수 있는 겁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 있는 대부분의 공장들이 다 그럴 겁니다. 한전을 보고, 한전이랑 관련된 에너지밸리 물량을 보고 여기 오지 않습니까. 왔는데 너무 난립하다보니까..."]

애초 취지대로 에너지밸리가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촬영기자:이승준·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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