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성큼’…댐-하천 관리는 ‘엉금엉금’

입력 2021.07.06 (10:12) 수정 2021.07.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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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댐 방류 하류 지역 피해는 인재 -댐 운영 미흡

지난해 중부지방의 장마일수는 54일, 강수량은 평년의 2배 가까운 701.4mm.
역대 최장 기록으로 이제 아열대기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기상이변이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삶의 한 부분이라고 하지만 많은 피해를 주고 가니 반갑지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초순 전북 용담댐이 느닷없이 많은 양의 빗물을 방류하면서 금강 하류지역인 충남 금산군과 충북 옥천군 등 6개 시군에서 수해가 발생했습니다. 금산 인삼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고 다른 지역의 농작물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1년이 다 돼가는 최근까지 손해사정한 피해금액만 4백억 원이 넘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렵게 진행된 용담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협의회 자리에서 한국수자원학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주) 아산이 함께 실시한 수해원인 조사 용역결과 중간보고회가 있었습니다.
2020년 8월 금강홍수 피해의 원인은 댐 운영 미흡과 댐-하천 연계부재, 하천관리부족, 홍수방어기준 한계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어느 한 곳의 문제가 아닌 총체적인 인재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과거에 만든 홍수관리법과 제도를 기후변동 등 다양한 여건 변화에 맞추지 못하고 그대로 운영 관리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판단입니다. 댐 관리청(환경부)과 댐 수탁관리자(한국수자원공사)가 여건변화에 따라 홍수기 제한수위 등 '댐관리 규정'을 변경해야하지만, 이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보니 댐 홍수조절을 위한 지침이나 매뉴얼이 미흡한 상태에서 예비방류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없어 예비방류가 어려웠다는 판단입니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홍수기 평균 저수위가 직전 9년간보다 12미터 가량 높았는데도 사전 예비방류를 제대로 못해 피해를 키우게 된 것입니다.

댐만 문제라고? 하천관리도 부족


그렇다고 댐 관리에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윗물이 쏟아지는데 이를 소화시킬 아랫물길도 부실했습니다. 지류하천의 정비율이 미흡하다보니 집중호우시 홍수피해 저감을 위한 댐의 계획방류가 곤란했다는 얘기입니다. 용담댐 등 다목적댐 계획방류량은 200년 빈도지만 금강의 계획홍수량은 100년, 금강 지류 지방하천은 50~100년으로 분절돼 각각 따로 노는 게 원인입니다.

더욱이 지류의 경우 하천 바닥에 토사가 쌓여 물을 담는 그릇의 크기가 줄었고, 그만큼 실질 제방의 높이도 낮아진 셈이지만 이에 대한 정비가 부족해 제방 월류나 유실로 이어진 것입니다.

배수기능 불량도 빠지지 않는 홍수피해의 단골메뉴입니다. 이처럼 하천기본계획에 따른 하천정비 지연으로 용담댐 53개 지구에서 피해가 났다는 분석입니다.

국가재해관리 기능 강화 시급


결국 갈수록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의 재해관리 기능강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입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 증가, 유역 저류기능 확보, 홍수터 확대, 댐-하천 홍수대응 연계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하천 합류부나 협착부 그리고 퇴적구간의 하도정비 등 물의 흐름을 가로막는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와 개선사업도 시급합니다.

또 댐 직하류 등 주요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해 국가에서 일괄정비할 필요도 있습니다.
특히 하천 주변의 사회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뒤 중요지역의 방어목표를 차등화해 대폭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끝으로 주민들은 홍수피해자에 대한 재정지원 강화방안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선지원·후대책이 가능하도록 주민 구제기능 강화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피해주민들이 억울함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아직도 금산 인삼농가 등 수해 주민들은 고통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하늘을 원망하는게 아니라 인재라고 말하면서 관계 기관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제도 미비로 아무 잘못 없이 덮어쓴 피해를 위로하고 같은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첨단 ICT 시대에 맞는 선진화 되고 고도화 된 홍수대책 마련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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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변화는 ‘성큼’…댐-하천 관리는 ‘엉금엉금’
    • 입력 2021-07-06 10:12:10
    • 수정2021-07-06 13:46:12
    취재K

용담댐 방류 하류 지역 피해는 인재 -댐 운영 미흡

지난해 중부지방의 장마일수는 54일, 강수량은 평년의 2배 가까운 701.4mm.
역대 최장 기록으로 이제 아열대기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기상이변이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삶의 한 부분이라고 하지만 많은 피해를 주고 가니 반갑지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초순 전북 용담댐이 느닷없이 많은 양의 빗물을 방류하면서 금강 하류지역인 충남 금산군과 충북 옥천군 등 6개 시군에서 수해가 발생했습니다. 금산 인삼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고 다른 지역의 농작물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1년이 다 돼가는 최근까지 손해사정한 피해금액만 4백억 원이 넘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렵게 진행된 용담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협의회 자리에서 한국수자원학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주) 아산이 함께 실시한 수해원인 조사 용역결과 중간보고회가 있었습니다.
2020년 8월 금강홍수 피해의 원인은 댐 운영 미흡과 댐-하천 연계부재, 하천관리부족, 홍수방어기준 한계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어느 한 곳의 문제가 아닌 총체적인 인재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과거에 만든 홍수관리법과 제도를 기후변동 등 다양한 여건 변화에 맞추지 못하고 그대로 운영 관리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판단입니다. 댐 관리청(환경부)과 댐 수탁관리자(한국수자원공사)가 여건변화에 따라 홍수기 제한수위 등 '댐관리 규정'을 변경해야하지만, 이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보니 댐 홍수조절을 위한 지침이나 매뉴얼이 미흡한 상태에서 예비방류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없어 예비방류가 어려웠다는 판단입니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홍수기 평균 저수위가 직전 9년간보다 12미터 가량 높았는데도 사전 예비방류를 제대로 못해 피해를 키우게 된 것입니다.

댐만 문제라고? 하천관리도 부족


그렇다고 댐 관리에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윗물이 쏟아지는데 이를 소화시킬 아랫물길도 부실했습니다. 지류하천의 정비율이 미흡하다보니 집중호우시 홍수피해 저감을 위한 댐의 계획방류가 곤란했다는 얘기입니다. 용담댐 등 다목적댐 계획방류량은 200년 빈도지만 금강의 계획홍수량은 100년, 금강 지류 지방하천은 50~100년으로 분절돼 각각 따로 노는 게 원인입니다.

더욱이 지류의 경우 하천 바닥에 토사가 쌓여 물을 담는 그릇의 크기가 줄었고, 그만큼 실질 제방의 높이도 낮아진 셈이지만 이에 대한 정비가 부족해 제방 월류나 유실로 이어진 것입니다.

배수기능 불량도 빠지지 않는 홍수피해의 단골메뉴입니다. 이처럼 하천기본계획에 따른 하천정비 지연으로 용담댐 53개 지구에서 피해가 났다는 분석입니다.

국가재해관리 기능 강화 시급


결국 갈수록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의 재해관리 기능강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입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 증가, 유역 저류기능 확보, 홍수터 확대, 댐-하천 홍수대응 연계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하천 합류부나 협착부 그리고 퇴적구간의 하도정비 등 물의 흐름을 가로막는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와 개선사업도 시급합니다.

또 댐 직하류 등 주요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해 국가에서 일괄정비할 필요도 있습니다.
특히 하천 주변의 사회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뒤 중요지역의 방어목표를 차등화해 대폭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끝으로 주민들은 홍수피해자에 대한 재정지원 강화방안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선지원·후대책이 가능하도록 주민 구제기능 강화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피해주민들이 억울함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아직도 금산 인삼농가 등 수해 주민들은 고통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하늘을 원망하는게 아니라 인재라고 말하면서 관계 기관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제도 미비로 아무 잘못 없이 덮어쓴 피해를 위로하고 같은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첨단 ICT 시대에 맞는 선진화 되고 고도화 된 홍수대책 마련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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