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파괴한 생태공원”…저수지 물 빼 물고기 집단 폐사

입력 2021.07.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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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대덕구 소형 저수지에서 집단 폐사한 물고기대전시 대덕구 소형 저수지에서 집단 폐사한 물고기

‘인공적인 부분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변형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여 만든 공원.’ 생태공원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그런데 한 자치단체가 저수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저수지에 살고 있던 물고기 등 다량의 생명체들이 집단 폐사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수지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물고기 등이 집단 폐사한 소형 저수지물고기 등이 집단 폐사한 소형 저수지

■ 저수지에 데크 설치한다며 물 빼…어폐류 집단 폐사

물고기가 떼죽음했다는 대전시 대덕구의 한 소형 저수지를 찾아갔습니다. 저수지의 모습은 참혹했습니다. 한가운데를 빼고는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었고 물고기들이 긴 띠를 이루며 죽어 있었습니다. 붕어와 잉어, 강준치 등 종류를 가릴 것 없이 집단 폐사한 상태였습니다. 죽은 물고기들이 어림잡아 천 마리가 훌쩍 넘었습니다.


알고 보니 황당하게도 최근 대전 대덕구가 시행한 생태공원 조성 사업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저수지 둘레에 데크를 설치하는 데 중장비를 투입하기 위해 양수기로 물을 지나치게 퍼낸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산소가 부족해진 물고기들이 먼저 죽기 시작했고, 가장자리의 조개류까지 집단 폐사했습니다. 이미 죽은 어패류들은 빠르게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 “공사 업체가 수위 잘못 조절”…폐사 진행 중에도 양수기 계속 가동

대전 대덕구는 올해 국토부 개발제한구역 환경문화사업에 선정돼 국비 7억여 원을 지원받아 소형 저수지 생태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대덕구는 이번 사태가 사업체가 수위를 잘못 조절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저수지 수위를 낮춰가며 배수시설인 물넘이둑 쪽으로 물고기들을 유도하려고 했는데 물을 빼다 보니 물넘이둑보다 수위가 낮아졌고 물고기들이 적은 물에 갇혀 폐사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폐사가 진행되고 저수지 바닥이 훤히 드러났지만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양수기는 계속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 중장비 동원 응급 조치…“공사 끝내고 치어 방류 예정”

현재 해당 저수지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해 웅덩이를 파는 응급 조치가 진행 중입니다. 남아 있는 물고기라도 살려보겠다는 건데, 복구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환경단체 활동가의 말처럼 한 번 훼손된 자연은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새끼 두꺼비들이 산란하면서 다수가 이동하는 장면도 저희가 포착했는데 사실 이런 방식으로 훼손되면 야생동물 서식에서는 가장 치명적인 상황입니다.”

대전 대덕구는 다음 달 초 공사를 끝낸 뒤 치어를 방류하는 등 생태계 복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이겠죠. 환경을 살피지 않은 편의주의적인 행정에 생태계를 망가뜨린 생태공원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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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태 파괴한 생태공원”…저수지 물 빼 물고기 집단 폐사
    • 입력 2021-07-07 08:00:36
    취재K
대전시 대덕구 소형 저수지에서 집단 폐사한 물고기
‘인공적인 부분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변형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여 만든 공원.’ 생태공원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그런데 한 자치단체가 저수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저수지에 살고 있던 물고기 등 다량의 생명체들이 집단 폐사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수지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물고기 등이 집단 폐사한 소형 저수지
■ 저수지에 데크 설치한다며 물 빼…어폐류 집단 폐사

물고기가 떼죽음했다는 대전시 대덕구의 한 소형 저수지를 찾아갔습니다. 저수지의 모습은 참혹했습니다. 한가운데를 빼고는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었고 물고기들이 긴 띠를 이루며 죽어 있었습니다. 붕어와 잉어, 강준치 등 종류를 가릴 것 없이 집단 폐사한 상태였습니다. 죽은 물고기들이 어림잡아 천 마리가 훌쩍 넘었습니다.


알고 보니 황당하게도 최근 대전 대덕구가 시행한 생태공원 조성 사업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저수지 둘레에 데크를 설치하는 데 중장비를 투입하기 위해 양수기로 물을 지나치게 퍼낸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산소가 부족해진 물고기들이 먼저 죽기 시작했고, 가장자리의 조개류까지 집단 폐사했습니다. 이미 죽은 어패류들은 빠르게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 “공사 업체가 수위 잘못 조절”…폐사 진행 중에도 양수기 계속 가동

대전 대덕구는 올해 국토부 개발제한구역 환경문화사업에 선정돼 국비 7억여 원을 지원받아 소형 저수지 생태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대덕구는 이번 사태가 사업체가 수위를 잘못 조절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저수지 수위를 낮춰가며 배수시설인 물넘이둑 쪽으로 물고기들을 유도하려고 했는데 물을 빼다 보니 물넘이둑보다 수위가 낮아졌고 물고기들이 적은 물에 갇혀 폐사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폐사가 진행되고 저수지 바닥이 훤히 드러났지만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양수기는 계속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 중장비 동원 응급 조치…“공사 끝내고 치어 방류 예정”

현재 해당 저수지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해 웅덩이를 파는 응급 조치가 진행 중입니다. 남아 있는 물고기라도 살려보겠다는 건데, 복구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환경단체 활동가의 말처럼 한 번 훼손된 자연은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새끼 두꺼비들이 산란하면서 다수가 이동하는 장면도 저희가 포착했는데 사실 이런 방식으로 훼손되면 야생동물 서식에서는 가장 치명적인 상황입니다.”

대전 대덕구는 다음 달 초 공사를 끝낸 뒤 치어를 방류하는 등 생태계 복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이겠죠. 환경을 살피지 않은 편의주의적인 행정에 생태계를 망가뜨린 생태공원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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