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일회용 컵 없앤 커피전문점 가 보니…줄잇는 탈(脫) 플라스틱

입력 2021.07.07 (10:16) 수정 2021.07.07 (10: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처리와 환경 파괴 우려도 부쩍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논의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환경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대형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19개 브랜드 매장에서 수거된 일회용 컵은 월평균 50여 톤에 달했고, 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이전보다 더 늘었다는 게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 커피전문점이 제주를 시작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없애기' 실험에 들어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 일회용 컵 사라진 스타벅스…보증금 1,000원 내고 '다회용 컵'

제주도에서 영업 중인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서는 어제(6일)부터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마실 수 없습니다. 포장해 갈 때도 일회용 컵은 제공하지 않고 여러 번 쓸 수 있는 컵(리유저블 컵)을 보증금을 내고 빌려 쓴 뒤 반납하도록 했습니다.


6일부터 일회용 컵 사용을 중단한 스타벅스 매장은 제주도 내 4곳으로 제주 서해안로 DT점, 애월 DT점, 칠성점, 협재점입니다.

취재 목적으로 방문한 서해안로 DT점에서 직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해봤습니다. 주문 방식은 이전과 같습니다.

마시고 싶은 음료를 주문하자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일회용 컵이 제공되지 않는데, 리유저블컵(다회용 컵)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주문을 받는 직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결제 금액에 1,000원이 자동 추가됐습니다. 다회용 컵을 빌리기 위해 내야 하는 '보증금'입니다.

스타벅스가 오늘(6일)부터 제주 4개 점에서 ‘일회용 컵 없는 매장’을 시행하면서 도입한 폴리프로필렌(PP) 소재 다회용 컵. (사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제공)스타벅스가 오늘(6일)부터 제주 4개 점에서 ‘일회용 컵 없는 매장’을 시행하면서 도입한 폴리프로필렌(PP) 소재 다회용 컵. (사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제공)

주문한 음료가 완성됐습니다. 손에 쥐어진 다회용 컵은 일반적으로 카페에서 쓰는 일회용 투명 컵보다 도톰하고 잘 구겨지지 않는 등 내구성을 갖춘듯 보였습니다.

사실 가장 궁금했던 건 '스타벅스 로고'의 유무였습니다. 매장의 '굿즈'가 인기다 보니, 혹여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켜 컵 회수율에도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카페 관련 로고는 넣지 않았고, '해피해빗' 이라는 영문 로고만 그려 넣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환경 프로젝트에 동참한 기업들의 캠페인 명칭이기도 합니다.

다회용 컵은 순수 폴리프로필렌(PP)으로 제작돼 100%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입니다. 회수한 컵은 세척을 거쳐 다시 사용됩니다.

6일 스타벅스커피 제주 서해안로DT점에서 한 고객이 음료를 다 마신 뒤 매장 내에 설치된 ‘반납기’를 통해 보증금을 되돌려받고 있다.6일 스타벅스커피 제주 서해안로DT점에서 한 고객이 음료를 다 마신 뒤 매장 내에 설치된 ‘반납기’를 통해 보증금을 되돌려받고 있다.

주문할 때 미리 냈던 보증금 1,000원은 어디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걸까요? 다 쓴 컵을 반납할 수 있는 기계가 도내 다른 스타벅스 매장이나, 제주공항 출발장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무인(無人) 회수기를 통해서 컵을 반납하면, 미리 낸 보증금 1,000원을 현금 또는 포인트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다회용 컵 도입 매장을 차례로 늘려갈 계획입니다. 우선 올해 연말까지 제주 도내 23개 매장으로 사용을 넓힌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관계자는 "일회용품 없는 '에코 매장' 도입을 통해 연간 약 500만 개 이상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오는 2025년까지 전국 1,500여 개 스타벅스 매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다회용 컵 정착 성공의 관건은 '회수율'이 될 전망입니다. 여러 번 사용해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환경 보호'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도 스타벅스의 실험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 버려진 공병 '업사이클'…일회용품 아예 없는 카페도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앞서 일찍이 일회용품 사용을 없앤 다른 매장도 전국 곳곳에 문을 열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영업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조금 넘은 제주 도심의 한 카페는 아예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카페는 와인 병이나 양주 병 등 수거해 재활용하지 못하는 공병을 재가공해 컵을 만드는 일명 '업사이클' 업체와 손을 맞잡고 최근 제주에 문을 열었는데요, 처리 난을 겪는 제주의 쓰레기 문제에 착안해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기획했다는 게 카페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곳은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일절 쓰지 않기 때문에 포장해 가려면 본인이 직접 개인용 컵을 들고 와야 합니다.

'포장 시 일회용 잔에 음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하면 찾아오는 손님들이 당황할 법도 한데요, 취지를 잘 설명하면 손님 대부분이 수긍하고 매장 내에서 깔끔하게 음료를 모두 비운 뒤 자리를 뜬다고 합니다.

■ 대학생들도 "플라스틱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자는 인식을 넓히기 위해 지역 대학생들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제주대학교 환경동아리 '리어스'는 최근 지역 환경단체들과 함께 플라스틱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재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는데요, 153명에게 텀블러와 같은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대체품에 대한 경험 등을 묻자 응답자의 91%가 "텀블러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텀블러를 "아예 쓰지 않는다"는 답변도 무려 82%에 달했습니다. 텀블러 보급률은 높지만, 갖고도 아예 안 쓴다는 비율도 그에 맞먹는 수준인 겁니다.

제주대 환경동아리와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도 기후위기미래세대네트워크 등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내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김희아 리어스 회장은 "'미래 세대'는 자원을 소비하는 주체이자, 앞으로 피해를 볼 당사자이기도 한 세대"라면서 "'미래 세대'가 많은 대학 캠퍼스에서 기후 위기 등 환경 문제에 대해 인식을 일깨우는 캠페인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일회용 컵 없앤 커피전문점 가 보니…줄잇는 탈(脫) 플라스틱
    • 입력 2021-07-07 10:16:21
    • 수정2021-07-07 10:16:37
    취재후·사건후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처리와 환경 파괴 우려도 부쩍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논의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환경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대형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19개 브랜드 매장에서 수거된 일회용 컵은 월평균 50여 톤에 달했고, 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이전보다 더 늘었다는 게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 커피전문점이 제주를 시작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없애기' 실험에 들어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 일회용 컵 사라진 스타벅스…보증금 1,000원 내고 '다회용 컵'

제주도에서 영업 중인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서는 어제(6일)부터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마실 수 없습니다. 포장해 갈 때도 일회용 컵은 제공하지 않고 여러 번 쓸 수 있는 컵(리유저블 컵)을 보증금을 내고 빌려 쓴 뒤 반납하도록 했습니다.


6일부터 일회용 컵 사용을 중단한 스타벅스 매장은 제주도 내 4곳으로 제주 서해안로 DT점, 애월 DT점, 칠성점, 협재점입니다.

취재 목적으로 방문한 서해안로 DT점에서 직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해봤습니다. 주문 방식은 이전과 같습니다.

마시고 싶은 음료를 주문하자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일회용 컵이 제공되지 않는데, 리유저블컵(다회용 컵)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주문을 받는 직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결제 금액에 1,000원이 자동 추가됐습니다. 다회용 컵을 빌리기 위해 내야 하는 '보증금'입니다.

스타벅스가 오늘(6일)부터 제주 4개 점에서 ‘일회용 컵 없는 매장’을 시행하면서 도입한 폴리프로필렌(PP) 소재 다회용 컵. (사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제공)
주문한 음료가 완성됐습니다. 손에 쥐어진 다회용 컵은 일반적으로 카페에서 쓰는 일회용 투명 컵보다 도톰하고 잘 구겨지지 않는 등 내구성을 갖춘듯 보였습니다.

사실 가장 궁금했던 건 '스타벅스 로고'의 유무였습니다. 매장의 '굿즈'가 인기다 보니, 혹여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켜 컵 회수율에도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카페 관련 로고는 넣지 않았고, '해피해빗' 이라는 영문 로고만 그려 넣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환경 프로젝트에 동참한 기업들의 캠페인 명칭이기도 합니다.

다회용 컵은 순수 폴리프로필렌(PP)으로 제작돼 100%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입니다. 회수한 컵은 세척을 거쳐 다시 사용됩니다.

6일 스타벅스커피 제주 서해안로DT점에서 한 고객이 음료를 다 마신 뒤 매장 내에 설치된 ‘반납기’를 통해 보증금을 되돌려받고 있다.
주문할 때 미리 냈던 보증금 1,000원은 어디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걸까요? 다 쓴 컵을 반납할 수 있는 기계가 도내 다른 스타벅스 매장이나, 제주공항 출발장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무인(無人) 회수기를 통해서 컵을 반납하면, 미리 낸 보증금 1,000원을 현금 또는 포인트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다회용 컵 도입 매장을 차례로 늘려갈 계획입니다. 우선 올해 연말까지 제주 도내 23개 매장으로 사용을 넓힌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관계자는 "일회용품 없는 '에코 매장' 도입을 통해 연간 약 500만 개 이상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오는 2025년까지 전국 1,500여 개 스타벅스 매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다회용 컵 정착 성공의 관건은 '회수율'이 될 전망입니다. 여러 번 사용해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환경 보호'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도 스타벅스의 실험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 버려진 공병 '업사이클'…일회용품 아예 없는 카페도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앞서 일찍이 일회용품 사용을 없앤 다른 매장도 전국 곳곳에 문을 열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영업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조금 넘은 제주 도심의 한 카페는 아예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카페는 와인 병이나 양주 병 등 수거해 재활용하지 못하는 공병을 재가공해 컵을 만드는 일명 '업사이클' 업체와 손을 맞잡고 최근 제주에 문을 열었는데요, 처리 난을 겪는 제주의 쓰레기 문제에 착안해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기획했다는 게 카페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곳은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일절 쓰지 않기 때문에 포장해 가려면 본인이 직접 개인용 컵을 들고 와야 합니다.

'포장 시 일회용 잔에 음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하면 찾아오는 손님들이 당황할 법도 한데요, 취지를 잘 설명하면 손님 대부분이 수긍하고 매장 내에서 깔끔하게 음료를 모두 비운 뒤 자리를 뜬다고 합니다.

■ 대학생들도 "플라스틱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자는 인식을 넓히기 위해 지역 대학생들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제주대학교 환경동아리 '리어스'는 최근 지역 환경단체들과 함께 플라스틱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재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는데요, 153명에게 텀블러와 같은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대체품에 대한 경험 등을 묻자 응답자의 91%가 "텀블러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텀블러를 "아예 쓰지 않는다"는 답변도 무려 82%에 달했습니다. 텀블러 보급률은 높지만, 갖고도 아예 안 쓴다는 비율도 그에 맞먹는 수준인 겁니다.

제주대 환경동아리와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도 기후위기미래세대네트워크 등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내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김희아 리어스 회장은 "'미래 세대'는 자원을 소비하는 주체이자, 앞으로 피해를 볼 당사자이기도 한 세대"라면서 "'미래 세대'가 많은 대학 캠퍼스에서 기후 위기 등 환경 문제에 대해 인식을 일깨우는 캠페인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