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도 핀테크 시대?…해외 ‘페이’ 악용하다 ‘덜미’

입력 2021.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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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면서 '~페이' 같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를 이용한 대금 결제 역시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내에서 PG를 이용한 대금 결제 규모가 하루 평균 7천 5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년과 비교하면 32.7%가 증가한 규모입니다.

그런데 최근 PG사가 대금결제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소득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신종 탈세 수법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세청은 이번에 처음으로 해외 PG사의 대금 정산 과정을 악용해 소득을 숨겨온 개인사업자와 병원 등 13곳을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수법을 이해하려면 먼저 PG를 이용한 인터넷 결제 구조부터 알아야겠죠.

PG는 말 그대로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거래를 대행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판매자가 신용카드사와 직접 가맹점 계약을 맺어야겠지만, 중소 쇼핑몰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때 등장하는 게 PG입니다. PG는 이런 중소 쇼핑몰을 대신해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결제와 판매대금 지급을 대행해 줍니다. 일정액의 수수료만 받고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페이팔 등 글로벌 PG사의 경우 몇 단계를 거쳐 판매대금이 전달된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해외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파는 경우엔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이미지 제공:국세청)(이미지 제공:국세청)

일반적인 역직구 거래라면 외국 소비자가 글로벌 PG사 서비스를 이용해 결제한 대금은 국내 제휴 PG사를 거쳐 판매자에게 지급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글로벌 PG'에서 '국내 PG'로 거래가 이뤄지는 PG 간의 거래가 발생하게 됩니다. 실제 판매자와 구매자를 파악하는 게 조금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미지 제공 : 국세청이미지 제공 : 국세청

이를 악용한 사업자 A는 해외 오픈마켓에서 화장품과 잡화 등을 판매하면서 글로벌 PG사로부터 정산받은 대금을 자신의 국내 계좌가 아닌 해외 가상계좌로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PG 서비스는 등록한 계좌로 곧바로 돈을 정산받을 수 있고, 가입자끼리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계정 간 이체'도 가능합니다. A는 '계정 간 이체'를 이용해 받은 판매 대금을 아들 명의의 글로벌 PG 계정으로 이체했습니다. A의 아들은 이 돈을 국내 제휴 PG사를 통해 자신의 국내 계좌로 가져왔습니다.

국세청은 A의 아들이 이렇게 빼돌린 아버지의 수입을 자신의 사업 경비와 유상증자 납입 대금 등 사적으로 사용하고 증여세도 내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PG 결제 대행은 이제는 온라인 판매뿐만 아니라 기업 간 무역거래나 병원·음식점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 등에서도 폭넓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과 사업자들은 외국인들에게 글로벌 PG를 이용해 결제하도록 유도한 뒤, 대금을 정산받을 때 본인 계좌가 아닌 가족 명의 계좌로 입금받는 식으로 소득을 빼돌리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지급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실제 거래 당사자가 드러나지 않고, 글로벌 PG를 이용한 해외 신용카드 결제 내역은 과세당국에도 통보되지 않으니 소득을 숨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 사실 반전이 있습니다.

2018년부터 국내 PG사의 거래 내역은 대부분 한국은행을 통해 국세청으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글로벌 PG사에서 국내 PG사로 송금되는 돈은 외환거래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거래 당사자를 파악하기 쉽진 않지만, 세무 당국이 마음먹고 들여다 보면 언제든 덜미를 잡힐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국세청 김동일 조사국장은 "글로벌 PG사가 국내로 지급한 결제 자료를 토대로 글로벌 자금흐름을 정밀 분석하고, PG를 경유한 글로벌 자금거래도 투명하게 검증되고 있다"며 "앞으로 신종 탈세 유형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국가 과세기반을 잠식하는 불공정 역외탈세에는 더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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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세도 핀테크 시대?…해외 ‘페이’ 악용하다 ‘덜미’
    • 입력 2021-07-08 06:00:26
    취재K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면서 '~페이' 같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를 이용한 대금 결제 역시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내에서 PG를 이용한 대금 결제 규모가 하루 평균 7천 5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년과 비교하면 32.7%가 증가한 규모입니다.

그런데 최근 PG사가 대금결제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소득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신종 탈세 수법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세청은 이번에 처음으로 해외 PG사의 대금 정산 과정을 악용해 소득을 숨겨온 개인사업자와 병원 등 13곳을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수법을 이해하려면 먼저 PG를 이용한 인터넷 결제 구조부터 알아야겠죠.

PG는 말 그대로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거래를 대행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판매자가 신용카드사와 직접 가맹점 계약을 맺어야겠지만, 중소 쇼핑몰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때 등장하는 게 PG입니다. PG는 이런 중소 쇼핑몰을 대신해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결제와 판매대금 지급을 대행해 줍니다. 일정액의 수수료만 받고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페이팔 등 글로벌 PG사의 경우 몇 단계를 거쳐 판매대금이 전달된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해외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파는 경우엔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이미지 제공:국세청)
일반적인 역직구 거래라면 외국 소비자가 글로벌 PG사 서비스를 이용해 결제한 대금은 국내 제휴 PG사를 거쳐 판매자에게 지급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글로벌 PG'에서 '국내 PG'로 거래가 이뤄지는 PG 간의 거래가 발생하게 됩니다. 실제 판매자와 구매자를 파악하는 게 조금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미지 제공 : 국세청
이를 악용한 사업자 A는 해외 오픈마켓에서 화장품과 잡화 등을 판매하면서 글로벌 PG사로부터 정산받은 대금을 자신의 국내 계좌가 아닌 해외 가상계좌로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PG 서비스는 등록한 계좌로 곧바로 돈을 정산받을 수 있고, 가입자끼리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계정 간 이체'도 가능합니다. A는 '계정 간 이체'를 이용해 받은 판매 대금을 아들 명의의 글로벌 PG 계정으로 이체했습니다. A의 아들은 이 돈을 국내 제휴 PG사를 통해 자신의 국내 계좌로 가져왔습니다.

국세청은 A의 아들이 이렇게 빼돌린 아버지의 수입을 자신의 사업 경비와 유상증자 납입 대금 등 사적으로 사용하고 증여세도 내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PG 결제 대행은 이제는 온라인 판매뿐만 아니라 기업 간 무역거래나 병원·음식점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 등에서도 폭넓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과 사업자들은 외국인들에게 글로벌 PG를 이용해 결제하도록 유도한 뒤, 대금을 정산받을 때 본인 계좌가 아닌 가족 명의 계좌로 입금받는 식으로 소득을 빼돌리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지급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실제 거래 당사자가 드러나지 않고, 글로벌 PG를 이용한 해외 신용카드 결제 내역은 과세당국에도 통보되지 않으니 소득을 숨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 사실 반전이 있습니다.

2018년부터 국내 PG사의 거래 내역은 대부분 한국은행을 통해 국세청으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글로벌 PG사에서 국내 PG사로 송금되는 돈은 외환거래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거래 당사자를 파악하기 쉽진 않지만, 세무 당국이 마음먹고 들여다 보면 언제든 덜미를 잡힐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국세청 김동일 조사국장은 "글로벌 PG사가 국내로 지급한 결제 자료를 토대로 글로벌 자금흐름을 정밀 분석하고, PG를 경유한 글로벌 자금거래도 투명하게 검증되고 있다"며 "앞으로 신종 탈세 유형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국가 과세기반을 잠식하는 불공정 역외탈세에는 더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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