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에 정장 강요·쪽지시험…“직장 갑질로 동료 잃었다”

입력 2021.07.08 (07:35) 수정 2021.07.0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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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대학교에서 일해 온 50대 청소노동자 한 명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동료들은 기숙사 관리 팀장의 이른바 '갑질'로 숨진 노동자가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주장합니다.

전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청소노동자 이 모 씨는 지난달 27일 새벽, 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날 오전 딸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사인은 심근 경색, 지병은 없었다고 합니다.

노조 측은 기숙사에 엘리베이터도 없고, 업무 강도도 셌다고 주장합니다.

[박문순/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법규정책국장 : "(쓰레기가) 대형봉투 많게는 6~7개 정도가 나오고…코로나라고 하면 일할 것도 없겠지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대면 수업 이런 거 하면서는 기숙사 머무르는 시간은 훨씬 많아진거죠."]

기숙사 관리 팀장의 이른바 '갑질'도 문제였다고 동료들은 주장합니다.

남자 청소 노동자들이 회의에 참석할 때는 정장을 입도록 공지했고, 심지어 쪽지 시험까지 봐야 했습니다.

서울대 기숙사 건물의 준공 연도를 묻거나 기숙사 이름을 영어나 한자로 쓰게 하는 등 업무와 무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점수가 낮으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했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했습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은 학교 측의 공식 사과와 진상 규명을 촉구한 뒤 오세정 총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습니다.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이 모 씨/유가족/음성변조 : "제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근로를 이어가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저 뒷모습이 가족들에게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서울대는 청소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 대해 알게 하고자 하는 취지로 쪽지 시험을 봤던 것이고, 회의에 참석할 때 정장을 입으라고 한 것은 끝나고 바로 퇴근하라는 취지였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에선 2년 전 여름에도, 에어컨이 없는 휴게실에서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KBS 뉴스 전현우입니다.

촬영 기자:조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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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노동자에 정장 강요·쪽지시험…“직장 갑질로 동료 잃었다”
    • 입력 2021-07-08 07:35:43
    • 수정2021-07-08 07: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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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서 일해 온 50대 청소노동자 한 명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동료들은 기숙사 관리 팀장의 이른바 '갑질'로 숨진 노동자가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주장합니다.

전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청소노동자 이 모 씨는 지난달 27일 새벽, 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날 오전 딸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사인은 심근 경색, 지병은 없었다고 합니다.

노조 측은 기숙사에 엘리베이터도 없고, 업무 강도도 셌다고 주장합니다.

[박문순/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법규정책국장 : "(쓰레기가) 대형봉투 많게는 6~7개 정도가 나오고…코로나라고 하면 일할 것도 없겠지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대면 수업 이런 거 하면서는 기숙사 머무르는 시간은 훨씬 많아진거죠."]

기숙사 관리 팀장의 이른바 '갑질'도 문제였다고 동료들은 주장합니다.

남자 청소 노동자들이 회의에 참석할 때는 정장을 입도록 공지했고, 심지어 쪽지 시험까지 봐야 했습니다.

서울대 기숙사 건물의 준공 연도를 묻거나 기숙사 이름을 영어나 한자로 쓰게 하는 등 업무와 무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점수가 낮으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했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했습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은 학교 측의 공식 사과와 진상 규명을 촉구한 뒤 오세정 총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습니다.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이 모 씨/유가족/음성변조 : "제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근로를 이어가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저 뒷모습이 가족들에게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서울대는 청소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 대해 알게 하고자 하는 취지로 쪽지 시험을 봤던 것이고, 회의에 참석할 때 정장을 입으라고 한 것은 끝나고 바로 퇴근하라는 취지였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에선 2년 전 여름에도, 에어컨이 없는 휴게실에서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KBS 뉴스 전현우입니다.

촬영 기자:조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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