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시진핑 “머리 깨져 피흘릴 것” 파장…원전 ‘서유기’는 어떻게 썼나?

입력 2021.07.08 (11:51) 수정 2021.07.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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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TV드라마 〈서유기〉(사진=바이두)중국 TV드라마 〈서유기〉(사진=바이두)

"외세가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 흘릴 것이다" (外勢欺負, 頭破血流: 외세기부 두파혈류)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행한 이 발언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7월 1일 기념식에서 '중화민족 부흥'을 강조하면서 "누구든 중국을 괴롭히고 압박하거나 노예로 삼겠다는 망상을 품으면 14억 중국인의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 흘릴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시진핑 발언 여진…WP "중국의 호전성, 세계 평화 위협"

가뜩이나 경제적·군사적으로 급부상하며 기존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는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세계가 지켜보는 연설에서 '피'까지 언급하자 서구 언론은 이를 단순한 수사로 넘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현지 시간 7월 6일 사설에서 시 주석의 연설은 "중국의 원대한 야망과 이를 추구하는 호전성이 세계 질서, 그리고 아마도 세계 평화에 진정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는 시진핑 주석 연설 내용을 집중 조명한 7월 6일(현지 시간)자 워싱턴포스트 사설. “중국의 시진핑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된다’고 세계에 공언했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제목.“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는 시진핑 주석 연설 내용을 집중 조명한 7월 6일(현지 시간)자 워싱턴포스트 사설. “중국의 시진핑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된다’고 세계에 공언했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제목.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민족주의적 불만이 가득한 시 주석 수사의 오만함은 최근 중국 외교관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른바 늑대전사 외교의 근원을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외교관들의 공격적인 태도와 말을 중국 영화 <전랑(戰狼: 늑대 전사)>의 제목을 인용해 '전랑 외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요컨대 시진핑 주석은 그의 독재 치하에서 중국이 민주주의 세계와 특히 타이완과 같은 이웃들에게 갈수록 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은 외세에 의한 19세기 말~20세기 초 중국의 수난사를 떠올려보라고 반박할지 모릅니다. 중국 정부는 또 서방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신장 위구르 인권이나 홍콩 민주주의, 타이완 이슈는 '내정'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

■ "머리 깨져 피 흘릴 것(頭破血流)" 출처는 <서유기>

그렇다면 이번 시 주석의 연설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표현 '두파혈류(頭破血流)'는 과연 어떻게 쓰이는 말일까요? 중국 매체들을 검색해보면 주로 사건·사고 기사에서 말 그대로 '피를 흘릴 정도로 크게 다쳤다'는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관용적으로는 누군가의 '참패'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물게 개인의 '분투'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명나라 오승은의 장편 소설 〈서유기〉의 삽화. 〈서유기〉는 〈삼국지〉〈수호지〉 등과 함께 중국 4대 기서로 불린다.명나라 오승은의 장편 소설 〈서유기〉의 삽화. 〈서유기〉는 〈삼국지〉〈수호지〉 등과 함께 중국 4대 기서로 불린다.

그런데 중국의 포털사이트 '바이두'를 찾아보니 원전이 명시돼 있습니다. <서유기>입니다. 맞습니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나오는 바로 그 <서유기>입니다. 해당 구절은 아래와 같습니다.
悟空要求道士把这500和尚都放了,道士不干。悟空取出金箍棒把道士打得头破血流...

손오공이 도사에게 스님 500명을 풀어주라고 요구했지만, 도사가 듣지 않았다.
손오공이 여의봉을 꺼내 도사가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도록 때렸다...

사실 시 주석은 연설이나 담화에 옛 고전의 구절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영 CCTV 프로그램 가운데 <平語近人(평어근인)-시진핑 주석이 좋아하는 고사>라는 제목의 프로그램까지 있습니다.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CCTV가 공동 제작한 프로그램인데, 시 주석이 담화 등에 인용한 고전을 출연자들이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지도자의 연설이나 담화 내용을 전하는 차원을 넘어 그 말의 기원을 찾고 뜻을 새기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형식입니다. 방송 내용의 적절성을 떠나 시진핑 주석이 말할 때 고전, 고사에서 비롯된 표현을 많이 쓴다는 사실만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관영 CCTV가 방송한 ‘평어근인’. 시진핑 주석의 연설, 담화 등에 담긴 고전, 고사를 소개한다. 프로그램 부제가 ‘시진핑이 좋아하는 고사’다. (사진=CCTV 캡쳐)중국 관영 CCTV가 방송한 ‘평어근인’. 시진핑 주석의 연설, 담화 등에 담긴 고전, 고사를 소개한다. 프로그램 부제가 ‘시진핑이 좋아하는 고사’다. (사진=CCTV 캡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파혈류(頭破血流)' 표현을 쉽게 넘기지 못 하는 데는 중국이 대외적 공식 발언에서 다른 주요국가들에서는 찾기 힘든 노골적이고 거친 표현을 쓰고, 그에 따른 논란도 드물지 않게 불거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대표적 '전랑 외교관'으로 불리는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2020년 11월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친다면 눈이 찔려 멀게 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등 5개 국가 첩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지목한 상황이었지만 듣기에 섬찟할 수밖에 없습니다.

■ "눈 찔려 멀게 될 것"· "불장난 마라"…'전랑 외교' 논란 자초

자오리젠 대변인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타이완 문제가 거론된 데 대해 "타이완 문제로 불장난하지 말라"고도 말했습니다.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의미를 담은 다른 표현도 있을 텐데 다른 나라 정상들의 공동성명에 굳이 '불장난' 운운한 것 역시 금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말 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모인 자리에서 "신뢰, 사랑, 존경을 받는 중국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문화와 가치 등을 전파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강경한 외교적 태도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전랑 외교 기조의 변화를 조심스레 전망하는 보도도 있었지만, 희망 섞인 관측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5월 31일 공산당 중앙정치국원들의 집단학습 자리에서 ‘존경, 사랑 받는 중국의 이미지’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사진=CCTV 캡처)시진핑 주석은 5월 31일 공산당 중앙정치국원들의 집단학습 자리에서 ‘존경, 사랑 받는 중국의 이미지’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사진=CCTV 캡처)

물론 중국 당국이 대외적으로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한 정황도 있습니다. 시 주석이 7월 1일 중국어 연설에서 '두파혈류(頭破血流)'를 말했지만, 따로 배포한 영문본에서는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린다'(heads bashed bloody)는 표현은 빠져있습니다.

'14억 중국인들이 강철로 구축한 만리장성에 충돌하는 경로(a collision course with a great wall of steel forged by over 1.4 billion Chinese people)에 서게 될 것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 중국, '호감도' 30% 턱걸이…자극적 표현 부작용 돌아봐야

주변국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중국에 국가 목표나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라고 요구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까지 노골적인 표현으로 의지를 드러내거나 오해를 사야 하나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있습니다. 굳이 필요 이상, 아니면 상대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현으로 자극하는 경우는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가 올해 봄 대한민국을 비롯한 17개 주요 국가 국민들에게 중국의 이미지를 물은 결과, 긍정적 답변은 평균 30%에 턱걸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상승 추세입니다. 시 주석의 '신뢰, 사랑, 존경받는 이미지' 주문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했을 겁니다.

우리는 흔히 갈등이나 오해가 있을 때 '역지사지'를 이야기합니다. 중국에서는 '설신처지(設身處地)'란 말을 씁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는 같은 의미입니다.

중국에 권하고 싶은 말입니다. 지나친 표현에 중국의 진의가 가려 상대방의 반감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신처지' 역시 '두파혈류(頭破血流)'처럼 중국의 고전 <예기, 중용(禮記,中庸)>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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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8 11:51:45
    • 수정2021-07-08 17:19:31
    특파원 리포트
중국 TV드라마 〈서유기〉(사진=바이두)
"외세가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 흘릴 것이다" (外勢欺負, 頭破血流: 외세기부 두파혈류)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행한 이 발언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7월 1일 기념식에서 '중화민족 부흥'을 강조하면서 "누구든 중국을 괴롭히고 압박하거나 노예로 삼겠다는 망상을 품으면 14억 중국인의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 흘릴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시진핑 발언 여진…WP "중국의 호전성, 세계 평화 위협"

가뜩이나 경제적·군사적으로 급부상하며 기존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는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세계가 지켜보는 연설에서 '피'까지 언급하자 서구 언론은 이를 단순한 수사로 넘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현지 시간 7월 6일 사설에서 시 주석의 연설은 "중국의 원대한 야망과 이를 추구하는 호전성이 세계 질서, 그리고 아마도 세계 평화에 진정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는 시진핑 주석 연설 내용을 집중 조명한 7월 6일(현지 시간)자 워싱턴포스트 사설. “중국의 시진핑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된다’고 세계에 공언했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제목.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민족주의적 불만이 가득한 시 주석 수사의 오만함은 최근 중국 외교관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른바 늑대전사 외교의 근원을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외교관들의 공격적인 태도와 말을 중국 영화 <전랑(戰狼: 늑대 전사)>의 제목을 인용해 '전랑 외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요컨대 시진핑 주석은 그의 독재 치하에서 중국이 민주주의 세계와 특히 타이완과 같은 이웃들에게 갈수록 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은 외세에 의한 19세기 말~20세기 초 중국의 수난사를 떠올려보라고 반박할지 모릅니다. 중국 정부는 또 서방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신장 위구르 인권이나 홍콩 민주주의, 타이완 이슈는 '내정'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

■ "머리 깨져 피 흘릴 것(頭破血流)" 출처는 <서유기>

그렇다면 이번 시 주석의 연설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표현 '두파혈류(頭破血流)'는 과연 어떻게 쓰이는 말일까요? 중국 매체들을 검색해보면 주로 사건·사고 기사에서 말 그대로 '피를 흘릴 정도로 크게 다쳤다'는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관용적으로는 누군가의 '참패'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물게 개인의 '분투'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명나라 오승은의 장편 소설 〈서유기〉의 삽화. 〈서유기〉는 〈삼국지〉〈수호지〉 등과 함께 중국 4대 기서로 불린다.
그런데 중국의 포털사이트 '바이두'를 찾아보니 원전이 명시돼 있습니다. <서유기>입니다. 맞습니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나오는 바로 그 <서유기>입니다. 해당 구절은 아래와 같습니다.
悟空要求道士把这500和尚都放了,道士不干。悟空取出金箍棒把道士打得头破血流...

손오공이 도사에게 스님 500명을 풀어주라고 요구했지만, 도사가 듣지 않았다.
손오공이 여의봉을 꺼내 도사가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도록 때렸다...

사실 시 주석은 연설이나 담화에 옛 고전의 구절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영 CCTV 프로그램 가운데 <平語近人(평어근인)-시진핑 주석이 좋아하는 고사>라는 제목의 프로그램까지 있습니다.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CCTV가 공동 제작한 프로그램인데, 시 주석이 담화 등에 인용한 고전을 출연자들이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지도자의 연설이나 담화 내용을 전하는 차원을 넘어 그 말의 기원을 찾고 뜻을 새기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형식입니다. 방송 내용의 적절성을 떠나 시진핑 주석이 말할 때 고전, 고사에서 비롯된 표현을 많이 쓴다는 사실만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관영 CCTV가 방송한 ‘평어근인’. 시진핑 주석의 연설, 담화 등에 담긴 고전, 고사를 소개한다. 프로그램 부제가 ‘시진핑이 좋아하는 고사’다. (사진=CCTV 캡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파혈류(頭破血流)' 표현을 쉽게 넘기지 못 하는 데는 중국이 대외적 공식 발언에서 다른 주요국가들에서는 찾기 힘든 노골적이고 거친 표현을 쓰고, 그에 따른 논란도 드물지 않게 불거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대표적 '전랑 외교관'으로 불리는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2020년 11월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친다면 눈이 찔려 멀게 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등 5개 국가 첩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지목한 상황이었지만 듣기에 섬찟할 수밖에 없습니다.

■ "눈 찔려 멀게 될 것"· "불장난 마라"…'전랑 외교' 논란 자초

자오리젠 대변인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타이완 문제가 거론된 데 대해 "타이완 문제로 불장난하지 말라"고도 말했습니다.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의미를 담은 다른 표현도 있을 텐데 다른 나라 정상들의 공동성명에 굳이 '불장난' 운운한 것 역시 금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말 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모인 자리에서 "신뢰, 사랑, 존경을 받는 중국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문화와 가치 등을 전파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강경한 외교적 태도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전랑 외교 기조의 변화를 조심스레 전망하는 보도도 있었지만, 희망 섞인 관측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5월 31일 공산당 중앙정치국원들의 집단학습 자리에서 ‘존경, 사랑 받는 중국의 이미지’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사진=CCTV 캡처)
물론 중국 당국이 대외적으로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한 정황도 있습니다. 시 주석이 7월 1일 중국어 연설에서 '두파혈류(頭破血流)'를 말했지만, 따로 배포한 영문본에서는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린다'(heads bashed bloody)는 표현은 빠져있습니다.

'14억 중국인들이 강철로 구축한 만리장성에 충돌하는 경로(a collision course with a great wall of steel forged by over 1.4 billion Chinese people)에 서게 될 것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 중국, '호감도' 30% 턱걸이…자극적 표현 부작용 돌아봐야

주변국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중국에 국가 목표나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라고 요구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까지 노골적인 표현으로 의지를 드러내거나 오해를 사야 하나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있습니다. 굳이 필요 이상, 아니면 상대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현으로 자극하는 경우는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가 올해 봄 대한민국을 비롯한 17개 주요 국가 국민들에게 중국의 이미지를 물은 결과, 긍정적 답변은 평균 30%에 턱걸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상승 추세입니다. 시 주석의 '신뢰, 사랑, 존경받는 이미지' 주문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했을 겁니다.

우리는 흔히 갈등이나 오해가 있을 때 '역지사지'를 이야기합니다. 중국에서는 '설신처지(設身處地)'란 말을 씁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는 같은 의미입니다.

중국에 권하고 싶은 말입니다. 지나친 표현에 중국의 진의가 가려 상대방의 반감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신처지' 역시 '두파혈류(頭破血流)'처럼 중국의 고전 <예기, 중용(禮記,中庸)>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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