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명에게 생일문자…“개인정보 위반” 벌금형

입력 2021.07.08 (15:55) 수정 2021.07.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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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명이 넘는 조합원에게 생일 문자를 보낸 제주감귤농협 조합장에게 법원이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500만을 선고했다.

해당 문자는 조합장 선거 전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는데, 검찰은 이를 '사전 선거 운동'으로 보고 위탁선거법 위반까지 더해 기소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심병직 부장판사)은 개인정보 보호법과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창구 제주감협 조합장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위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퇴직 전 경영기획팀 직원에게 조합원 명부 받아

공소사실을 보면 1987년부터 30년 넘게 감귤농협(이하 감협)에서 근무해온 송 씨는 상무로 재직 중이던 2018년 2월 5일, 퇴직을 앞두고 경영기획팀 소속 직원을 불러 조합원 명부를 발급받는다. 명부에는 이름과 주소를 비롯해 연락처와 음·양력 생년월일, 소속 사무소 정보 등이 기재돼 있었다.

송 씨는 이후 2018년 3월 1일부터 그해 12월 31일까지 조합원 3,413명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발송한다. 송 씨는 그해 3월 31일 회사를 관뒀는데, 퇴직 이후에도 9개월 넘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송 씨는 당시 조합장 선거 출마를 위해 회사를 퇴직한 상태였다.

"존경하는 OOO 조합원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고 매일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항상 고마운 마음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빙세기(활짝) 웃는 날이 되십시오. 상무 OOO"

송 씨는 이후 2019년 3월 13일 열린 제2회 조합장선거에 출마해 61%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다.

검찰은 송 씨가 정보 주체 동의 없이 목적 외로 개인정보를 사용하고, 사전선거 운동을 했다며 송 씨를 재판에 넘긴다.

모두 무죄 주장했지만…"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송 씨 측은 조합원 명부를 준 경영기획팀 소속 직원이 '개인정보 취급자'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는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받은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직원이 '개인정보 취급자'이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 씨 측은 또 조합원들이 "조합원 자격의 설정과 유지·이행·관리를 위해 개인정보 사용에 동의했다"며 동의를 받고 정보를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로부터 결재를 받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정보를 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문자도 대부분 퇴직 이후 발신됐다며 송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개인적인 안부나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생일 문자를 보낸 건 조합원 자격의 유지나 관리 이행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가볍지 않고, 송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고, 모든 개인정보를 이용하지도 않았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사전 선거 운동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문자 내용이 의례적으로 생일을 축하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덕담에 불과하고, 신분을 표시하는 내용이 있다고 해서 선거 출마 등을 암시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외에도 송 씨가 과거에도 친교가 있는 조합원들에게 생일과 명절 안부 문자를 보낸 점, 상당수 조합원이 문자를 선거운동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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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8 15:55:37
    • 수정2021-07-08 16:41:45
    취재K

3,000명이 넘는 조합원에게 생일 문자를 보낸 제주감귤농협 조합장에게 법원이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500만을 선고했다.

해당 문자는 조합장 선거 전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는데, 검찰은 이를 '사전 선거 운동'으로 보고 위탁선거법 위반까지 더해 기소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심병직 부장판사)은 개인정보 보호법과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창구 제주감협 조합장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위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퇴직 전 경영기획팀 직원에게 조합원 명부 받아

공소사실을 보면 1987년부터 30년 넘게 감귤농협(이하 감협)에서 근무해온 송 씨는 상무로 재직 중이던 2018년 2월 5일, 퇴직을 앞두고 경영기획팀 소속 직원을 불러 조합원 명부를 발급받는다. 명부에는 이름과 주소를 비롯해 연락처와 음·양력 생년월일, 소속 사무소 정보 등이 기재돼 있었다.

송 씨는 이후 2018년 3월 1일부터 그해 12월 31일까지 조합원 3,413명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발송한다. 송 씨는 그해 3월 31일 회사를 관뒀는데, 퇴직 이후에도 9개월 넘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송 씨는 당시 조합장 선거 출마를 위해 회사를 퇴직한 상태였다.

"존경하는 OOO 조합원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고 매일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항상 고마운 마음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빙세기(활짝) 웃는 날이 되십시오. 상무 OOO"

송 씨는 이후 2019년 3월 13일 열린 제2회 조합장선거에 출마해 61%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다.

검찰은 송 씨가 정보 주체 동의 없이 목적 외로 개인정보를 사용하고, 사전선거 운동을 했다며 송 씨를 재판에 넘긴다.

모두 무죄 주장했지만…"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송 씨 측은 조합원 명부를 준 경영기획팀 소속 직원이 '개인정보 취급자'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는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받은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직원이 '개인정보 취급자'이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 씨 측은 또 조합원들이 "조합원 자격의 설정과 유지·이행·관리를 위해 개인정보 사용에 동의했다"며 동의를 받고 정보를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로부터 결재를 받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정보를 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문자도 대부분 퇴직 이후 발신됐다며 송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개인적인 안부나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생일 문자를 보낸 건 조합원 자격의 유지나 관리 이행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가볍지 않고, 송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고, 모든 개인정보를 이용하지도 않았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사전 선거 운동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문자 내용이 의례적으로 생일을 축하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덕담에 불과하고, 신분을 표시하는 내용이 있다고 해서 선거 출마 등을 암시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외에도 송 씨가 과거에도 친교가 있는 조합원들에게 생일과 명절 안부 문자를 보낸 점, 상당수 조합원이 문자를 선거운동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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