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왔지 죽으러 출근하지 않았다”…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과 ‘갑질’

입력 2021.07.0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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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질문 1: 학부 동에 해당하는 것을 고르시오.
질문 2: 우리 조직이 처음으로 개관한 연도는?
질문 3: 현재 속해 있는 조직의 정확한 명칭을 작성하시오.

이 문제를 풀어야 했던 대상은 누구였을까요? 대학원생 같기도 하고, 조직의 신입직원 같기도 합니다.

정답은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 모 씨입니다. 이 씨는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고인이 서울대 관계자로부터 부당한 직장 갑질을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증거물을 공개했습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한 서울대 안전관리 팀장은 청소 노동자들이 필기 시험을 보도록 했다고 합니다. 대부분 50~60대인 청소 노동자가 대상이었습니다.

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시험 과목은 물론이고 시험 과정 전후에 있어 '갑질'이라고 느꼈다는 노동자가 많았습니다. 고인의 한 동료는 "특정 명칭을 영어나 한자로 쓰라고 하고, 점수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하기도 했다"며 "당혹감과 자괴감에 울음을 터뜨린 동료들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청소 노동자의 점심 식사 시간을 일일이 확인하고, 매주 수요일 열린 회의에서는 '복장 규정'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숨진 이 씨의 또 다른 동료는 "최대한 깔끔하게 입고 참석했는데 수첩을 챙기지 않았다고 감점을 받았다"며 "현장에서 청소 일을 한다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측은 어제 KBS 기자를 만나,
▲ 쪽지시험을 본 건 청소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 대해 더 잘 알게 하고자 함이었고,
▲ 회의에 참석할 때 정장을 입으라고 한 것은 끝나고 바로 퇴근하라는 취지였다고 밝혔습니다.

■ 남편 "일하러 왔지, 죽으러 출근하지 않았다"

어제 기자회견에 나왔던 고인의 남편은 "아직도 아내가 숨진 사실이 현실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부인과 함께 해외에서 NGO 활동을 하다 15년 만인 2017년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아내가 서울대에서 일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9년 11월이었고, 환경미화원 공채를 통과할 정도로 건강했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자식 같은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했다."라면서 아내가 근로하러 왔지 죽으러 출근하지 않았다고 울먹였습니다.

● 숨진 청소노동자 남편 이 모 씨의 발언(어제 기자회견 발언 중 발췌)

"2021년도에 이런 일들이 벌어져야 하겠습니까? 코로나로 많은 근로자가 어려워할 때 근로자들의 고충을 돌아보아 주셨는지요. 아내를, 엄마를, 이제는 이 땅에서 다신 볼 수 없지만 제 아내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근로를 이어가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저 뒷모습이 가족들에게 마지막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자 여러분께 정말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 일로 인하여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어느 누구도 퇴직당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랍니다. 그분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가정의 생계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교에 요청하고 싶습니다. 근로자는 적이 아닙니다. 강압적인 태도로 근로자를 대우해 주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근로하러 왔지 죽으러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배려해 꼭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세 번째 오랜 기간 동안 시설 관리직원들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무했습니다. 많은 부분 학교가 생각하는 기준에 못 미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근로자의 전적인 탓은 아닙니다. 노사가 협력하여 열심히 일하고 대우받는 직장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저희 아내같이 이렇게 하늘나라로 가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합니다. 그런 부분 때문이라도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 일로 인해서 절대 어느 누구도 퇴직당하지 않도록 진정으로 바랍니다. 이것은 학교 측에서 총장님 제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대 민교협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진상 규명하라"

오늘(8일) 서울대 민주화 교수협의회(서울대 민교협)는 서울대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교수 40여 명으로 구성된 서울대 민교협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청소노동자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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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하러 왔지 죽으러 출근하지 않았다”…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과 ‘갑질’
    • 입력 2021-07-08 15:59:07
    취재K
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질문 1: 학부 동에 해당하는 것을 고르시오.
질문 2: 우리 조직이 처음으로 개관한 연도는?
질문 3: 현재 속해 있는 조직의 정확한 명칭을 작성하시오.

이 문제를 풀어야 했던 대상은 누구였을까요? 대학원생 같기도 하고, 조직의 신입직원 같기도 합니다.

정답은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 모 씨입니다. 이 씨는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고인이 서울대 관계자로부터 부당한 직장 갑질을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증거물을 공개했습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한 서울대 안전관리 팀장은 청소 노동자들이 필기 시험을 보도록 했다고 합니다. 대부분 50~60대인 청소 노동자가 대상이었습니다.

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시험 과목은 물론이고 시험 과정 전후에 있어 '갑질'이라고 느꼈다는 노동자가 많았습니다. 고인의 한 동료는 "특정 명칭을 영어나 한자로 쓰라고 하고, 점수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하기도 했다"며 "당혹감과 자괴감에 울음을 터뜨린 동료들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청소 노동자의 점심 식사 시간을 일일이 확인하고, 매주 수요일 열린 회의에서는 '복장 규정'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자료출처: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숨진 이 씨의 또 다른 동료는 "최대한 깔끔하게 입고 참석했는데 수첩을 챙기지 않았다고 감점을 받았다"며 "현장에서 청소 일을 한다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측은 어제 KBS 기자를 만나,
▲ 쪽지시험을 본 건 청소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 대해 더 잘 알게 하고자 함이었고,
▲ 회의에 참석할 때 정장을 입으라고 한 것은 끝나고 바로 퇴근하라는 취지였다고 밝혔습니다.

■ 남편 "일하러 왔지, 죽으러 출근하지 않았다"

어제 기자회견에 나왔던 고인의 남편은 "아직도 아내가 숨진 사실이 현실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부인과 함께 해외에서 NGO 활동을 하다 15년 만인 2017년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아내가 서울대에서 일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9년 11월이었고, 환경미화원 공채를 통과할 정도로 건강했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자식 같은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했다."라면서 아내가 근로하러 왔지 죽으러 출근하지 않았다고 울먹였습니다.

● 숨진 청소노동자 남편 이 모 씨의 발언(어제 기자회견 발언 중 발췌)

"2021년도에 이런 일들이 벌어져야 하겠습니까? 코로나로 많은 근로자가 어려워할 때 근로자들의 고충을 돌아보아 주셨는지요. 아내를, 엄마를, 이제는 이 땅에서 다신 볼 수 없지만 제 아내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근로를 이어가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저 뒷모습이 가족들에게 마지막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자 여러분께 정말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 일로 인하여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어느 누구도 퇴직당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랍니다. 그분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가정의 생계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교에 요청하고 싶습니다. 근로자는 적이 아닙니다. 강압적인 태도로 근로자를 대우해 주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근로하러 왔지 죽으러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배려해 꼭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세 번째 오랜 기간 동안 시설 관리직원들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무했습니다. 많은 부분 학교가 생각하는 기준에 못 미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근로자의 전적인 탓은 아닙니다. 노사가 협력하여 열심히 일하고 대우받는 직장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저희 아내같이 이렇게 하늘나라로 가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합니다. 그런 부분 때문이라도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 일로 인해서 절대 어느 누구도 퇴직당하지 않도록 진정으로 바랍니다. 이것은 학교 측에서 총장님 제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대 민교협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진상 규명하라"

오늘(8일) 서울대 민주화 교수협의회(서울대 민교협)는 서울대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교수 40여 명으로 구성된 서울대 민교협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청소노동자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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