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이브, 응급구조단 사무실에서 벌어진 ‘지옥의 12시간’

입력 2021.07.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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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전날, 김해 응급구조단 사무실에서 벌어진 '12시간의 지옥'

2020. 12. 24. 13:20
경남 김해시의 한 사설 응급구조단.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일을 하는 곳입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이곳 대표이자, 응급구조단장인 44살 A 씨는 사무실에서 40대 응급구조사 직원 B 씨를 갑자기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틀 전 B 씨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A 씨는 주먹과 손바닥, 발로 B 씨의 얼굴과 배, 가슴, 다리를 마구 때렸습니다.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도록 한 다음 무차별 폭행이 이어졌습니다. 얼음팩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리거나 넘어진 B 씨를 밟고 차기도 했습니다. 입에 담기 힘든, 차마 글로 옮겨 적을 수 없는 폭언과 함께였습니다.

5시간 넘는 폭행을 견디지 못한 B 씨는 저녁 6시 30분쯤 기절했습니다.

2020. 12. 24. 19:00
저녁 7시가 되자 A 씨는, 깨어나 의자에 앉아 있던 B 씨에게 집에 가자며 걸어보라고 시켰습니다. B 씨는 걷지 못하고 넘어졌습니다. A 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이때 B 씨가 아픈 척 기절하는 연기를 하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퇴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B 씨를 의자에 앉혀 손으로 머리와 뺨을 계속 때렸습니다.

하지만 이때 이미 B 씨는 이미 머리에 뇌진탕 상처를 입었고 탈수 증세가 나타나는 등 혼절 상태였습니다.

2020. 12. 24. 22:00
B 씨는 A 씨가 주먹을 들어도 방어 자세를 취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져 있었습니다.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쓰러진 B 씨에 대한 폭행의 강도는 오히려 더 세졌습니다. 서지 못하는 B 씨를 무릎 꿇게 해 바닥에 앉힌 뒤 양발로 허벅지를 누르고, 온몸을 때렸습니다.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A 씨는 밤 10시쯤 치킨을 시켜 먹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치킨을 먹으면서도 폭행을 이어갔습니다. A 씨가 체력을 보충한다며 음식을 먹어가며 폭행을 이어가는 사이 A 씨에 비해 왜소했던 B 씨는 점심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A 씨는 폭행하던 중 사무실 컴퓨터로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쉬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쓰러진 B 씨의 앓는 소리를 인터넷 동영상 소리인 줄 알았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2020. 12. 25. 01:00
악몽 같은 폭행이 끝난 것은 응급구조단 대표 A 씨가 잠든 새벽 1시쯤, 12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부검 결과, B 씨는 자정쯤 이미 목숨이 위험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가혹한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졌고 머리 안과 온몸의 피부, 근육에서 출혈이 일어났습니다. B 씨 온몸에는 멍 자국이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응급구조사인 A 씨는 자정쯤 B 씨의 위독한 상태를 알았음에도 아무런 구호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사무실에 응급구조 물품이 많았지만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B 씨가 난방도 되지 않는 차가운 사무실 바닥에 쓰려져 목숨을 잃어갈 때, A 씨는 B 씨를 그대로 버려둔 채 응급이송단에서 함께 일하는 아내와 함께 회사 숙직실로 가 7시간 동안 잠을 잤습니다.

2020. 12. 25. 08:30
잠을 깬 A 씨는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있던 B 씨에게 집에 가자고 말했습니다. 제대로 대답조차 못 하는 B 씨에게 A 씨가 한 짓은 '방치'였습니다.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1시간 30분을 내버려 뒀습니다.

2020. 12. 25. 10:00
A 씨는 오전 10시가 돼서야 B 씨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사설 구급차로 옮겼습니다. 부검 결과 B 씨는 이 시각쯤 구급차 안에서 숨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럼에도 A 씨는 병원이 아닌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B 씨를 옮겼습니다.

2020. 12. 25. 17:00
A 씨가 119에 B 씨가 숨진 사실을 신고한 건 구급차로 옮긴 지 7시간이 지나고였습니다. 숨진 B 씨를 방치하고 신고를 지연한 데는 A 씨의 아내와 아내의 친구가 함께였습니다.

이 시간 동안 그들은 폭행 장면이 담긴 CCTV를 훼손하고 증거를 은폐했습니다.

A 씨의 아내와 아내의 친구는 폭행이 이뤄질 동안 일부 현장에 같이 있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창원지방법원창원지방법원

■법원, 응급구조단장에 징역 18년 선고

창원지방법원은 A 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가 폭력 범죄로 8차례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B 씨에 대한 상습적인 폭행을 해왔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아내나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B 씨를 폭행했고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 범행 방법이 잔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A 씨가 12시간 폭행이라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 없이 범행을 숨기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봤습니다.

앞서 검찰은 A 씨의 폭행에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며 폭행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심리적 복종' 강요해 '상습 폭행'…CCTV로 일거수일투족 감시

A 씨는 B 씨가 일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상습적으로 B 씨를 폭행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회사가 부담해야 할 경비를 B 씨에게 떠넘기고 월급을 적게 주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에 심리적 복종인 '가스라이팅'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 씨가 B 씨로 하여금 자신에게 복종하게 하려 했고 실제 주인과 노예처럼 복종 관계가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A 씨는 B 씨 집 안과 앞에는 CCTV를 설치해놓고 휴대전화 앱으로 B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B 씨가 평소 거짓말을 자주 했다거나 아픈 척 연기를 했다면서 고인을 비난하고 욕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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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탄절 이브, 응급구조단 사무실에서 벌어진 ‘지옥의 12시간’
    • 입력 2021-07-10 15:46:34
    취재K

■성탄절 전날, 김해 응급구조단 사무실에서 벌어진 '12시간의 지옥'

2020. 12. 24. 13:20
경남 김해시의 한 사설 응급구조단.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일을 하는 곳입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이곳 대표이자, 응급구조단장인 44살 A 씨는 사무실에서 40대 응급구조사 직원 B 씨를 갑자기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틀 전 B 씨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A 씨는 주먹과 손바닥, 발로 B 씨의 얼굴과 배, 가슴, 다리를 마구 때렸습니다.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도록 한 다음 무차별 폭행이 이어졌습니다. 얼음팩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리거나 넘어진 B 씨를 밟고 차기도 했습니다. 입에 담기 힘든, 차마 글로 옮겨 적을 수 없는 폭언과 함께였습니다.

5시간 넘는 폭행을 견디지 못한 B 씨는 저녁 6시 30분쯤 기절했습니다.

2020. 12. 24. 19:00
저녁 7시가 되자 A 씨는, 깨어나 의자에 앉아 있던 B 씨에게 집에 가자며 걸어보라고 시켰습니다. B 씨는 걷지 못하고 넘어졌습니다. A 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이때 B 씨가 아픈 척 기절하는 연기를 하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퇴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B 씨를 의자에 앉혀 손으로 머리와 뺨을 계속 때렸습니다.

하지만 이때 이미 B 씨는 이미 머리에 뇌진탕 상처를 입었고 탈수 증세가 나타나는 등 혼절 상태였습니다.

2020. 12. 24. 22:00
B 씨는 A 씨가 주먹을 들어도 방어 자세를 취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져 있었습니다.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쓰러진 B 씨에 대한 폭행의 강도는 오히려 더 세졌습니다. 서지 못하는 B 씨를 무릎 꿇게 해 바닥에 앉힌 뒤 양발로 허벅지를 누르고, 온몸을 때렸습니다.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A 씨는 밤 10시쯤 치킨을 시켜 먹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치킨을 먹으면서도 폭행을 이어갔습니다. A 씨가 체력을 보충한다며 음식을 먹어가며 폭행을 이어가는 사이 A 씨에 비해 왜소했던 B 씨는 점심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A 씨는 폭행하던 중 사무실 컴퓨터로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쉬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쓰러진 B 씨의 앓는 소리를 인터넷 동영상 소리인 줄 알았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2020. 12. 25. 01:00
악몽 같은 폭행이 끝난 것은 응급구조단 대표 A 씨가 잠든 새벽 1시쯤, 12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부검 결과, B 씨는 자정쯤 이미 목숨이 위험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가혹한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졌고 머리 안과 온몸의 피부, 근육에서 출혈이 일어났습니다. B 씨 온몸에는 멍 자국이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응급구조사인 A 씨는 자정쯤 B 씨의 위독한 상태를 알았음에도 아무런 구호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사무실에 응급구조 물품이 많았지만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B 씨가 난방도 되지 않는 차가운 사무실 바닥에 쓰려져 목숨을 잃어갈 때, A 씨는 B 씨를 그대로 버려둔 채 응급이송단에서 함께 일하는 아내와 함께 회사 숙직실로 가 7시간 동안 잠을 잤습니다.

2020. 12. 25. 08:30
잠을 깬 A 씨는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있던 B 씨에게 집에 가자고 말했습니다. 제대로 대답조차 못 하는 B 씨에게 A 씨가 한 짓은 '방치'였습니다.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1시간 30분을 내버려 뒀습니다.

2020. 12. 25. 10:00
A 씨는 오전 10시가 돼서야 B 씨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사설 구급차로 옮겼습니다. 부검 결과 B 씨는 이 시각쯤 구급차 안에서 숨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럼에도 A 씨는 병원이 아닌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B 씨를 옮겼습니다.

2020. 12. 25. 17:00
A 씨가 119에 B 씨가 숨진 사실을 신고한 건 구급차로 옮긴 지 7시간이 지나고였습니다. 숨진 B 씨를 방치하고 신고를 지연한 데는 A 씨의 아내와 아내의 친구가 함께였습니다.

이 시간 동안 그들은 폭행 장면이 담긴 CCTV를 훼손하고 증거를 은폐했습니다.

A 씨의 아내와 아내의 친구는 폭행이 이뤄질 동안 일부 현장에 같이 있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창원지방법원
■법원, 응급구조단장에 징역 18년 선고

창원지방법원은 A 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가 폭력 범죄로 8차례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B 씨에 대한 상습적인 폭행을 해왔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아내나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B 씨를 폭행했고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 범행 방법이 잔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A 씨가 12시간 폭행이라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 없이 범행을 숨기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봤습니다.

앞서 검찰은 A 씨의 폭행에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며 폭행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심리적 복종' 강요해 '상습 폭행'…CCTV로 일거수일투족 감시

A 씨는 B 씨가 일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상습적으로 B 씨를 폭행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회사가 부담해야 할 경비를 B 씨에게 떠넘기고 월급을 적게 주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에 심리적 복종인 '가스라이팅'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 씨가 B 씨로 하여금 자신에게 복종하게 하려 했고 실제 주인과 노예처럼 복종 관계가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A 씨는 B 씨 집 안과 앞에는 CCTV를 설치해놓고 휴대전화 앱으로 B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B 씨가 평소 거짓말을 자주 했다거나 아픈 척 연기를 했다면서 고인을 비난하고 욕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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