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임대료 안냈다며 호텔 단전…배상 책임은?

입력 2021.07.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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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A 업체는 2016년 3월부터 서울 중구의 한 빌딩을 빌려 레지던스 호텔을 운영했습니다. 객실 규모는 240여 개였는데 방마다 주인이 각기 달랐고, A 업체는 각 방의 주인들과 개별적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국내 배치 발표를 전후해 중국 관광객이 뚝 끊기면서, 호텔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업체는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했고, 임대인들 중 한 명인 B 씨는 이를 이유로 2016년 11월과 2016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건물의 전기공급을 끊었습니다.

■ "8억여 원 배상" Vs "임대료 안 줬으니 단전 정당"

A 업체는 2019년 B 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A 업체는 "B 씨가 2016년 11월 건물에 전기를 끊으면서 2일간 영업을 하지 못해 2천여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고, 12월에 재차 단전되면서 결국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호텔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영업을 위한 객실 리모델링 비용 2천여만 원, 영업준비를 위한 지출비용 7억 8천여만 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니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B 씨는 재판에서 "두 차례 단전은 A 업체가 차임과 관리비를 내지 않아 실행한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려워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 법원 "단전은 불법 맞지만, 배상 책임은 인정 어려워"…청구 기각

서울중앙지법 민사 31단독(판사 유지현)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원고가 건물 구분소유자들로부터 해당 호실을 빌려 레지던스 호텔을 운영한 사실, 피고가 두 차례 건물 전기공급을 차단해 영업에 지장을 준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건물 각 호실에 관한 임대차계약이나 관리규약 등에 차임의 연체가 있을 경우 구분소유자나 관리단을 대행하는 자가 단전을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B 씨의 행위가 불법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A 업체가 주장한 만큼의 손해가 발생했는지,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B 씨의 행위와 관련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A 업체의 2016년도 손익계산서에 의하면 그해 매출액은 35억 7천여만 원이지만 판관비가 41억 7천여만 원으로 영업손실이 6억 원에 육박했다"며, "1,2차 단전으로 인해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원고가 영업준비를 위한 비용으로 7억 8천여만 원을 지출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더러 만일 지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영업손실이 이미 상당했던 사정에 비춰, 2016년 12월의 단전행위와 위 준비비용 및 객실 리모델링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재판은 지난 8일 1심에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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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남] 임대료 안냈다며 호텔 단전…배상 책임은?
    • 입력 2021-07-11 09:00:37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A 업체는 2016년 3월부터 서울 중구의 한 빌딩을 빌려 레지던스 호텔을 운영했습니다. 객실 규모는 240여 개였는데 방마다 주인이 각기 달랐고, A 업체는 각 방의 주인들과 개별적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국내 배치 발표를 전후해 중국 관광객이 뚝 끊기면서, 호텔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업체는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했고, 임대인들 중 한 명인 B 씨는 이를 이유로 2016년 11월과 2016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건물의 전기공급을 끊었습니다.

■ "8억여 원 배상" Vs "임대료 안 줬으니 단전 정당"

A 업체는 2019년 B 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A 업체는 "B 씨가 2016년 11월 건물에 전기를 끊으면서 2일간 영업을 하지 못해 2천여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고, 12월에 재차 단전되면서 결국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호텔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영업을 위한 객실 리모델링 비용 2천여만 원, 영업준비를 위한 지출비용 7억 8천여만 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니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B 씨는 재판에서 "두 차례 단전은 A 업체가 차임과 관리비를 내지 않아 실행한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려워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 법원 "단전은 불법 맞지만, 배상 책임은 인정 어려워"…청구 기각

서울중앙지법 민사 31단독(판사 유지현)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원고가 건물 구분소유자들로부터 해당 호실을 빌려 레지던스 호텔을 운영한 사실, 피고가 두 차례 건물 전기공급을 차단해 영업에 지장을 준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건물 각 호실에 관한 임대차계약이나 관리규약 등에 차임의 연체가 있을 경우 구분소유자나 관리단을 대행하는 자가 단전을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B 씨의 행위가 불법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A 업체가 주장한 만큼의 손해가 발생했는지,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B 씨의 행위와 관련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A 업체의 2016년도 손익계산서에 의하면 그해 매출액은 35억 7천여만 원이지만 판관비가 41억 7천여만 원으로 영업손실이 6억 원에 육박했다"며, "1,2차 단전으로 인해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원고가 영업준비를 위한 비용으로 7억 8천여만 원을 지출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더러 만일 지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영업손실이 이미 상당했던 사정에 비춰, 2016년 12월의 단전행위와 위 준비비용 및 객실 리모델링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재판은 지난 8일 1심에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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