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입맛 잡으려 억대 뒷돈”…일동후디스 리베이트 적발

입력 2021.07.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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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산후조리원 이용은 이제 자연스러운 과정이 된 모습입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산후조리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출산 후 6주 기간 가운데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는 75.1%입니다. 산모 4명 중 3명이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거친다는 겁니다.
출산 후 병원은 물론이고 산후조리원에서 산모와 가족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신생아에게 먹일 먹거리일 겁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접하는 음식인 만큼, 어떤 것을 얼마나 잘 먹는지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모유 부족 등의 이유로 분유를 먹일 경우 산모가 특정 제품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 준비된 분유를 이용하게 됩니다.

분유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이 틈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는 데 혈안인 건데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김 모 씨는 "분유를 갑자기 바꾸게 될 경우 아이가 탈이 날 수가 있어 여러 제품을 쓸 수 없다. 그래서 산후조리원에서 나올 때도 기존에 쓰던 분유를 한 통 받아서 나온다. 특별히 원하는 제품이 없으면 기존에 쓰던 제품을 자연스럽게 쓰게 되고, 바꾸더라도 꽤 긴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바꾸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생아가 처음으로 맛본 분유를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보니 분유업체들이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공략하는 겁니다.

이런 분유업체들의 경쟁이 가격과 품질이 아니라 '뒷돈'으로 변질된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국내 분유 시장 점유율 3~4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일동후디스가 리베이트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4억 8백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데요.

일동후디스는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산양분유로 홍보하고 있는 '프리미엄 산양유아식' 등 자사 분유를 산후 조리원에 공짜로 납품하는 등 판촉 경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351개 산후조리원에 모두 13억여 원 상당의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했습니다.

'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은 분유와 같은 조제유류는 의류기관이나 모자보호시설, 소비자 등에게 무료 또는 저가로 판촉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동후디스의 판촉 경쟁은 '무상 제공'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일동후디스 제품만 쓴다는 등의 조건을 달고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현금을 챙겨 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동후디스 분유 사용 조건으로 한 산후조리원에는 천만 원의 현금을 지급했고, 한 여성병원에는 단합대회 비용 명목으로 150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해줬습니다. 심지어 또 다른 산부인과는 인쇄판촉물 등 광고비용 1억 9천여만 원을 받아가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2013년 7월부터 2018년 7월까지 8개 산부인과 병원에 제습기와 TV 등 물품이나 인테리어비용을 대신 내주는 등 1억 원 상당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부 산부인과 병원에는 일동후디스 분유 단독 사용 조건으로 시중금리보다 낮게 모두 24억 원을 빌려준 혐의도 밝혀졌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동후디스가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은 가격, 품질 등의 정상적인 경쟁수단이 아니다"며 "자신의 제품 설명 및 홍보 등 판촉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산모는 퇴원 후에도 산부인과 병원 및 산후조리원에서 무상으로 받은 분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그 영향이 산모의 분유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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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생아 입맛 잡으려 억대 뒷돈”…일동후디스 리베이트 적발
    • 입력 2021-07-11 12:00:49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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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산후조리원 이용은 이제 자연스러운 과정이 된 모습입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산후조리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출산 후 6주 기간 가운데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는 75.1%입니다. 산모 4명 중 3명이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거친다는 겁니다.
출산 후 병원은 물론이고 산후조리원에서 산모와 가족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신생아에게 먹일 먹거리일 겁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접하는 음식인 만큼, 어떤 것을 얼마나 잘 먹는지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모유 부족 등의 이유로 분유를 먹일 경우 산모가 특정 제품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 준비된 분유를 이용하게 됩니다.

분유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이 틈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는 데 혈안인 건데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김 모 씨는 "분유를 갑자기 바꾸게 될 경우 아이가 탈이 날 수가 있어 여러 제품을 쓸 수 없다. 그래서 산후조리원에서 나올 때도 기존에 쓰던 분유를 한 통 받아서 나온다. 특별히 원하는 제품이 없으면 기존에 쓰던 제품을 자연스럽게 쓰게 되고, 바꾸더라도 꽤 긴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바꾸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생아가 처음으로 맛본 분유를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보니 분유업체들이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공략하는 겁니다.

이런 분유업체들의 경쟁이 가격과 품질이 아니라 '뒷돈'으로 변질된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국내 분유 시장 점유율 3~4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일동후디스가 리베이트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4억 8백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데요.

일동후디스는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산양분유로 홍보하고 있는 '프리미엄 산양유아식' 등 자사 분유를 산후 조리원에 공짜로 납품하는 등 판촉 경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351개 산후조리원에 모두 13억여 원 상당의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했습니다.

'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은 분유와 같은 조제유류는 의류기관이나 모자보호시설, 소비자 등에게 무료 또는 저가로 판촉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동후디스의 판촉 경쟁은 '무상 제공'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일동후디스 제품만 쓴다는 등의 조건을 달고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현금을 챙겨 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동후디스 분유 사용 조건으로 한 산후조리원에는 천만 원의 현금을 지급했고, 한 여성병원에는 단합대회 비용 명목으로 150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해줬습니다. 심지어 또 다른 산부인과는 인쇄판촉물 등 광고비용 1억 9천여만 원을 받아가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2013년 7월부터 2018년 7월까지 8개 산부인과 병원에 제습기와 TV 등 물품이나 인테리어비용을 대신 내주는 등 1억 원 상당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부 산부인과 병원에는 일동후디스 분유 단독 사용 조건으로 시중금리보다 낮게 모두 24억 원을 빌려준 혐의도 밝혀졌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동후디스가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은 가격, 품질 등의 정상적인 경쟁수단이 아니다"며 "자신의 제품 설명 및 홍보 등 판촉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산모는 퇴원 후에도 산부인과 병원 및 산후조리원에서 무상으로 받은 분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그 영향이 산모의 분유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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