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다 있었구나…한남더힐 비껴 간 부동산 대책

입력 2021.07.11 (21:18) 수정 2021.07.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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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서 거래가격이 가장 비싼 이른바 '똘똘한 한채', 서울의 한남더힐 아파틉니다.

이곳엔 누가 살고 있을까요.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가장 꼭대기에 살고, 박용현 두산그룹 전 회장 집도 있습니다.

구동휘 E1 대표이사 등 LS그룹 일가는 6채를 보유하고 있고요.

롯데 가 장남 신동주 회장도 최근 2채를 샀습니다.

기업인 뿐만 아니라 이헌재 전 부총리와 장관 등 전직 고위공무원들도 집을 매입했습니다.

한남더힐은 최고가 82억 원, 전체 거래액이 2조 1,547억 원에 이르는데요.

그런데도, 집주인 3명 중 1명은 현금을 내고 삽니다.

때문에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데요.

그럼, 지난 4년간 정부가 쏟아 낸 나머지 부동산 대책들, 이 최고가 아파트에 적용이 됐을까요?

우한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한남더힐, 곳곳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새 주인들 중 낯익은 회사가 눈에 띕니다.

에스디제이, 롯데家 장남 신동주씨가 회장인 회사.

신 회장한테 70억 원을 빌려, 지난 4월 한남더힐 한 채를 샀습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음성 변조 : "(기존 사무실이) 너무 커서 옮기시겠다고, 사무실 용도로 (한남더힐을) 하나 하시는 것 같아요."]

신회장은 지난 3월 그 옆동 한 채도 샀습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음성 변조 : "지금 성북동에 살고 계신데, 그게 너무 오래된 집이고 치안 문제나 이런 것도 있어서(한남더힐을 샀습니다)."]

성북동 집까지, 사실상 3주택잡니다.

그런데 한남더힐 한 채가 법인 명의라, 3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게 됐습니다.

한남더힐에서 '법인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 즈음,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 규제책이 나왔을 땝니다.

부동산 시장은 9.13 '종부세 중과' 철퇴를 맞고, 얼어붙었지만, 한남더힐은 법인 거래로 응답했습니다.

법인 거래는 14건으로 늘었습니다.

[황선기/변호사 : "최대한 다른 인격체에 분산시켜놓는 게 누구든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절세방법이라 그 부분은 확실하다고 보입니다."]

한남더힐 매입이 목적인 듯한 실체 불명 법인도 등장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4개, 오피스텔 두 곳에 몰려 있었습니다.

한 회사의 임원 명단에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있습니다.

그의 딸이 대표입니다.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딸/음성변조 : "((허태열) 실장님이 이사로 등재돼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건 제가 알아서 한 거죠. 같이 투자한 거 아니에요. 제가 오롯이 투자한 거고."]

2019년말, 정부는 법인 규제에 나섭니다.

이번에는 집주인 일부가 '신탁'으로 맞섭니다.

이 시기 16건이 집중됩니다.

[정순문/변호사 : "쉽게 말하면 자기가 갖고 있는 재산을 좀 대신 관리해주세요, 이렇게 전문가한테 의뢰를 하는 겁니다. 종부세 절감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신탁을 해왔던 것 같고요."]

정부는 지난해 7월이 돼서야 신탁 꼼수를 막았지만, 뒷북이었습니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강화하는 규제책에, 한남더힐 주인들, 증여로 응답합니다.

7월 한 달 간 14건이 집중됩니다.

한남더힐 30대 이하 소유자 85명 중, 17명은 증여로 받았고, 68명은 직접 샀습니다. 최연소는 2019년생, 두 살 입니다.

[전강수/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 "돈을 모으고 부자가 되고 안 그러면 또 실패하고. 이게 있어야 되는 게 자본주의인데 세습하면서 부자가 되고 그렇게 되면 사회가 경직돼 가지고요. 유지가 될 수 없어요."]

<시사기획 창>에서는 한남더힐 거래를 전수 분석해 정부 부동산 대책의 실패 원인을 짚어봅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영상편집:송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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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획이 다 있었구나…한남더힐 비껴 간 부동산 대책
    • 입력 2021-07-11 21:18:47
    • 수정2021-07-12 0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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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서 거래가격이 가장 비싼 이른바 '똘똘한 한채', 서울의 한남더힐 아파틉니다.

이곳엔 누가 살고 있을까요.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가장 꼭대기에 살고, 박용현 두산그룹 전 회장 집도 있습니다.

구동휘 E1 대표이사 등 LS그룹 일가는 6채를 보유하고 있고요.

롯데 가 장남 신동주 회장도 최근 2채를 샀습니다.

기업인 뿐만 아니라 이헌재 전 부총리와 장관 등 전직 고위공무원들도 집을 매입했습니다.

한남더힐은 최고가 82억 원, 전체 거래액이 2조 1,547억 원에 이르는데요.

그런데도, 집주인 3명 중 1명은 현금을 내고 삽니다.

때문에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데요.

그럼, 지난 4년간 정부가 쏟아 낸 나머지 부동산 대책들, 이 최고가 아파트에 적용이 됐을까요?

우한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한남더힐, 곳곳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새 주인들 중 낯익은 회사가 눈에 띕니다.

에스디제이, 롯데家 장남 신동주씨가 회장인 회사.

신 회장한테 70억 원을 빌려, 지난 4월 한남더힐 한 채를 샀습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음성 변조 : "(기존 사무실이) 너무 커서 옮기시겠다고, 사무실 용도로 (한남더힐을) 하나 하시는 것 같아요."]

신회장은 지난 3월 그 옆동 한 채도 샀습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음성 변조 : "지금 성북동에 살고 계신데, 그게 너무 오래된 집이고 치안 문제나 이런 것도 있어서(한남더힐을 샀습니다)."]

성북동 집까지, 사실상 3주택잡니다.

그런데 한남더힐 한 채가 법인 명의라, 3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게 됐습니다.

한남더힐에서 '법인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 즈음,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 규제책이 나왔을 땝니다.

부동산 시장은 9.13 '종부세 중과' 철퇴를 맞고, 얼어붙었지만, 한남더힐은 법인 거래로 응답했습니다.

법인 거래는 14건으로 늘었습니다.

[황선기/변호사 : "최대한 다른 인격체에 분산시켜놓는 게 누구든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절세방법이라 그 부분은 확실하다고 보입니다."]

한남더힐 매입이 목적인 듯한 실체 불명 법인도 등장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4개, 오피스텔 두 곳에 몰려 있었습니다.

한 회사의 임원 명단에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있습니다.

그의 딸이 대표입니다.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딸/음성변조 : "((허태열) 실장님이 이사로 등재돼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건 제가 알아서 한 거죠. 같이 투자한 거 아니에요. 제가 오롯이 투자한 거고."]

2019년말, 정부는 법인 규제에 나섭니다.

이번에는 집주인 일부가 '신탁'으로 맞섭니다.

이 시기 16건이 집중됩니다.

[정순문/변호사 : "쉽게 말하면 자기가 갖고 있는 재산을 좀 대신 관리해주세요, 이렇게 전문가한테 의뢰를 하는 겁니다. 종부세 절감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신탁을 해왔던 것 같고요."]

정부는 지난해 7월이 돼서야 신탁 꼼수를 막았지만, 뒷북이었습니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강화하는 규제책에, 한남더힐 주인들, 증여로 응답합니다.

7월 한 달 간 14건이 집중됩니다.

한남더힐 30대 이하 소유자 85명 중, 17명은 증여로 받았고, 68명은 직접 샀습니다. 최연소는 2019년생, 두 살 입니다.

[전강수/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 "돈을 모으고 부자가 되고 안 그러면 또 실패하고. 이게 있어야 되는 게 자본주의인데 세습하면서 부자가 되고 그렇게 되면 사회가 경직돼 가지고요. 유지가 될 수 없어요."]

<시사기획 창>에서는 한남더힐 거래를 전수 분석해 정부 부동산 대책의 실패 원인을 짚어봅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영상편집:송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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