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사기공식]⑤ ‘저음’ 수사관·‘친절’ 상담원…발음도 또렷

입력 2021.07.12 (08:01) 수정 2021.07.12 (08: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기사에서는 사기범이 피해자를 어떻게 겁주고 홀리는지 파악하기 위해 그들이 즐겨 쓰는 문장을 자세히 살펴봤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어떻게 피해자를 속이는지, 그들의 음성에는 어떠한 비밀이 숨어있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사기범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더니, 피해자들이 전화를 쉽사리 끊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더는 어눌하거나 어색하지 않다는 것인데요. 사기범들의 발음과 어조 등을 분석해봤습니다.

■“차분한 음성에 발음도 또렷...신뢰도 있게 들려”


보이스피싱 목소리 연구를 해 온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와 함께 사기범들의 음성을 분석해봤습니다.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지킴이에 올라온 기관사칭과 대출사기 유형별 대화 파일을 대상으로 음성의 높이와 음성에 실리는 힘, 음색 등을 살펴봤는데요.

음성 파형에서 진폭의 변화를 나타내는 진폭 변동률(Shimmer) 값, 그리고 음성의 진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변화율을 보여주는 주파수 변동률(Jitter), 그리고 음성이 조화롭게 들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소음 대 배음비(NHR, Noise –to-Harmony Ratio)를 측정했습니다.

조동욱 교수는 “해당 수치들이 높을수록 음성이 불규칙하고, 조화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수치는 일반인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사기범들의 음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사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파수 변동률이 2.0 아래로 나왔고, 음성에 에너지를 굉장히 규칙적으로 싣고 있다. 얼마나 조화스럽게 들리는지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들에게는 발음이 또렷하게 들리게 된다. 또렷한 발음으로 들으면 그 사람 말을 믿기 쉽다. 거짓말을 할 때는 보통 버벅거리고 또렷하게 발음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음성으로 보이스피싱 구분? 이젠 어렵다”

앞으로는 음성만으로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전화인지 판별해내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조 교수는 말했습니다. 전문용어에 대한 발음의 정확성이 높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교수는 “원래 저음이 아닐 경우는 중저음으로 목소리를 깔기 어려울 텐데도 톤을 유지하면서 보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목소리 특성에 맞춰서 훈련을 한 것 같다. 일반인들은 구별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교수는 앞서 2016년에도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음성을 일반인과 비교하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당시만 해도 사기범들의 억양이나 말투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최근 사기범들의 음성은 평균 이상으로 발음이 또렷하고 차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2016년 연구에서도 사기범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말은 일반인보다 빨랐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조 교수 등 연구팀은 논문에서 “음성의 에너지를 낮게 가져감으로써 그 음성을 듣는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느낌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 그리고 보이스피싱이란 거짓말을 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안 실리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는데요.

현재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음성도 말의 속도나 음성에 실리는 힘은 과거와 유사하다는 게 당시 연구했던 조 교수의 의견입니다.

다만 조 교수는 “지금 보이스피싱 목소리를 들어보면 전문용어에 대한 발음의 정확성이 해당 분야 전문가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단어들하고 비교했을 때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옛날처럼 목소리만 듣고서는 보이스피싱이라는 감을 잡지는 못한다”고 단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역대 최대인 7천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다음 기사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얼마나 잡히는지와 그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는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검거 현황을 중심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이미지 클릭(일부 포털사이트 제한), 또는 링크 주소(https://news.kbs.co.kr/special/voicephishing/index.html)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인터랙티브 ‘사기범 대화 120만 자 분석, 그들의 사기공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이미지 클릭(일부 포털사이트 제한), 또는 링크 주소(https://news.kbs.co.kr/special/voicephishing/index.html)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인터랙티브 ‘사기범 대화 120만 자 분석, 그들의 사기공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KBS 1TV 시사기획 창 <그들의 사기공식> 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s_noV2xA

데이터 수집·분석:윤지희, 이지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그들의 사기공식]⑤ ‘저음’ 수사관·‘친절’ 상담원…발음도 또렷
    • 입력 2021-07-12 08:01:16
    • 수정2021-07-12 08:19:28
    데이터룸

지난 기사에서는 사기범이 피해자를 어떻게 겁주고 홀리는지 파악하기 위해 그들이 즐겨 쓰는 문장을 자세히 살펴봤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어떻게 피해자를 속이는지, 그들의 음성에는 어떠한 비밀이 숨어있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사기범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더니, 피해자들이 전화를 쉽사리 끊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더는 어눌하거나 어색하지 않다는 것인데요. 사기범들의 발음과 어조 등을 분석해봤습니다.

■“차분한 음성에 발음도 또렷...신뢰도 있게 들려”


보이스피싱 목소리 연구를 해 온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와 함께 사기범들의 음성을 분석해봤습니다.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지킴이에 올라온 기관사칭과 대출사기 유형별 대화 파일을 대상으로 음성의 높이와 음성에 실리는 힘, 음색 등을 살펴봤는데요.

음성 파형에서 진폭의 변화를 나타내는 진폭 변동률(Shimmer) 값, 그리고 음성의 진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변화율을 보여주는 주파수 변동률(Jitter), 그리고 음성이 조화롭게 들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소음 대 배음비(NHR, Noise –to-Harmony Ratio)를 측정했습니다.

조동욱 교수는 “해당 수치들이 높을수록 음성이 불규칙하고, 조화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수치는 일반인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사기범들의 음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사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파수 변동률이 2.0 아래로 나왔고, 음성에 에너지를 굉장히 규칙적으로 싣고 있다. 얼마나 조화스럽게 들리는지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들에게는 발음이 또렷하게 들리게 된다. 또렷한 발음으로 들으면 그 사람 말을 믿기 쉽다. 거짓말을 할 때는 보통 버벅거리고 또렷하게 발음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음성으로 보이스피싱 구분? 이젠 어렵다”

앞으로는 음성만으로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전화인지 판별해내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조 교수는 말했습니다. 전문용어에 대한 발음의 정확성이 높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교수는 “원래 저음이 아닐 경우는 중저음으로 목소리를 깔기 어려울 텐데도 톤을 유지하면서 보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목소리 특성에 맞춰서 훈련을 한 것 같다. 일반인들은 구별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교수는 앞서 2016년에도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음성을 일반인과 비교하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당시만 해도 사기범들의 억양이나 말투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최근 사기범들의 음성은 평균 이상으로 발음이 또렷하고 차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2016년 연구에서도 사기범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말은 일반인보다 빨랐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조 교수 등 연구팀은 논문에서 “음성의 에너지를 낮게 가져감으로써 그 음성을 듣는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느낌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 그리고 보이스피싱이란 거짓말을 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안 실리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는데요.

현재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음성도 말의 속도나 음성에 실리는 힘은 과거와 유사하다는 게 당시 연구했던 조 교수의 의견입니다.

다만 조 교수는 “지금 보이스피싱 목소리를 들어보면 전문용어에 대한 발음의 정확성이 해당 분야 전문가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단어들하고 비교했을 때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옛날처럼 목소리만 듣고서는 보이스피싱이라는 감을 잡지는 못한다”고 단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역대 최대인 7천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다음 기사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얼마나 잡히는지와 그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는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검거 현황을 중심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이미지 클릭(일부 포털사이트 제한), 또는 링크 주소(https://news.kbs.co.kr/special/voicephishing/index.html)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인터랙티브 ‘사기범 대화 120만 자 분석, 그들의 사기공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KBS 1TV 시사기획 창 <그들의 사기공식> 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s_noV2xA

데이터 수집·분석:윤지희, 이지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