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초대 주체 아냐”…“마지막 순간까지 열린 자세”

입력 2021.07.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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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이 한일 관계 개선 계기가 될 거라던 기대가 무색하게 양국 정부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스가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놓고 교섭이 계속되고 있지만 상황은 부드럽지 않습니다.


■청와대 “회담 용의 있지만 개최되면 성과 있어야”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12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일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회담을 가질 용의는 있으나, 개최되면 성과가 있어야 한다”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어제 내놓은 청와대와 외교부 입장과 동일하다면서 “최근 일본 언론 보도를 볼 때, 정상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 문제나 한일관계 개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인상이 있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라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향후 일본 측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청와대는 어제도 “한일 정상회담과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성과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라면서 일본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정상회담’과 그에 대한 ‘성과’, 이 두 가지를 일본에 요구했지만, 일본은 정상회담은 하자면서도, 어떤 의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해선 일체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무 교섭을 해온 한국 외교부에서는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제(11일) “양국 외교당국 간 협의 내용이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하여 일본의 입장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양 정부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려우며, 일본 측이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회담의 형식과 절차, 의제 등에 대해 세부 협의에는 응하지도 않으면서 일본 정부 인사들이 일방적 발언을 흘리는 데 대해 청와대와 한국 외교부 당국자가 잇따라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겁니다.

■ 일본 “개회식 초대, 일본 정부가 주체 아냐”

반면 일본 정부는 오늘(12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일정상회담 협의 내용이 일본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한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직접 언급을 삼갔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오늘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보도 내용 하나하나에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면서 “도쿄올림픽 개회식의 외국 요인 참석은 일본 정부가 초대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JOC(일본올림픽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인만큼 형식논리로는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한일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당국간에 협의하고 있으면서도 동문서답 수준의 답변을 내놓은 겁니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한일 정부 간 정상회담 관련 협의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어제(11일)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이 23일 열리는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는 경우 정상회담을 요구했고,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회담 개최를 수용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교도통신도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경우 “1인당 원칙적으로 15분 정도가 될지 모른다”는 일본 총리관저 소식통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가토 장관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만일 문 대통령이 방일한다면 정중하게 대응한다”는 원칙만 반복했습니다.

앞서 영국에서 열린 G7정상회의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하고도 끝내 거부했던 일본이 ‘여전히 온다면 예의상 만나는 주겠다’는 듯한 태도입니다.

■물거품 된 평화올림픽 구상…한일관계 개선 전망도 흐릿

북한은 이미 선수단조차 파견하지 않겠다고 했고, 미국도 바이든 대통령 불참을 공식화했습니다. 도쿄올림픽을 평창동계올림픽처럼 대화의 계기로 만들어보려는 구상은 이미 무산된 겁니다.

우리 정부는 한일간 대화 계기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문 대통령 방일과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해왔지만 고작 대회를 10일 남긴 이 시점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날선 공방만 오갑니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정상회담을 갖더라도, 일본에서 흘린 15분이 아니라 더 길게 대화를 이어가더라도, 관계 개선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도쿄에 긴급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치러지는 올림픽이라 다른 정상급 인사 참석도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참석 의사를 밝힌 정상은 차기 대회인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뿐입니다.

올림픽 경기의 97%가 무관중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부흥 올림픽’으로 치르겠다던 일본 정부 구상도 이미 무색해졌습니다. 관중들의 함성과 환호도, 이웃 나라와의 우호적이고 우정 어린 대화도 없이 대회를 치르게 될까요? 일본 정부가 고민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이제는 길게 남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다음주 가서 된다 하더라도 충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라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일본의 응답을 바란다는 입장”이라며 여전히 여지를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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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정부가 초대 주체 아냐”…“마지막 순간까지 열린 자세”
    • 입력 2021-07-12 18:34:25
    취재K
도쿄올림픽이 한일 관계 개선 계기가 될 거라던 기대가 무색하게 양국 정부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스가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놓고 교섭이 계속되고 있지만 상황은 부드럽지 않습니다.


■청와대 “회담 용의 있지만 개최되면 성과 있어야”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12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일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회담을 가질 용의는 있으나, 개최되면 성과가 있어야 한다”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어제 내놓은 청와대와 외교부 입장과 동일하다면서 “최근 일본 언론 보도를 볼 때, 정상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 문제나 한일관계 개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인상이 있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라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향후 일본 측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청와대는 어제도 “한일 정상회담과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성과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라면서 일본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정상회담’과 그에 대한 ‘성과’, 이 두 가지를 일본에 요구했지만, 일본은 정상회담은 하자면서도, 어떤 의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해선 일체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무 교섭을 해온 한국 외교부에서는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제(11일) “양국 외교당국 간 협의 내용이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하여 일본의 입장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양 정부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려우며, 일본 측이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회담의 형식과 절차, 의제 등에 대해 세부 협의에는 응하지도 않으면서 일본 정부 인사들이 일방적 발언을 흘리는 데 대해 청와대와 한국 외교부 당국자가 잇따라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겁니다.

■ 일본 “개회식 초대, 일본 정부가 주체 아냐”

반면 일본 정부는 오늘(12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일정상회담 협의 내용이 일본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한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직접 언급을 삼갔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오늘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보도 내용 하나하나에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면서 “도쿄올림픽 개회식의 외국 요인 참석은 일본 정부가 초대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JOC(일본올림픽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인만큼 형식논리로는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한일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당국간에 협의하고 있으면서도 동문서답 수준의 답변을 내놓은 겁니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한일 정부 간 정상회담 관련 협의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어제(11일)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이 23일 열리는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는 경우 정상회담을 요구했고,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회담 개최를 수용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교도통신도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경우 “1인당 원칙적으로 15분 정도가 될지 모른다”는 일본 총리관저 소식통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가토 장관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만일 문 대통령이 방일한다면 정중하게 대응한다”는 원칙만 반복했습니다.

앞서 영국에서 열린 G7정상회의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하고도 끝내 거부했던 일본이 ‘여전히 온다면 예의상 만나는 주겠다’는 듯한 태도입니다.

■물거품 된 평화올림픽 구상…한일관계 개선 전망도 흐릿

북한은 이미 선수단조차 파견하지 않겠다고 했고, 미국도 바이든 대통령 불참을 공식화했습니다. 도쿄올림픽을 평창동계올림픽처럼 대화의 계기로 만들어보려는 구상은 이미 무산된 겁니다.

우리 정부는 한일간 대화 계기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문 대통령 방일과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해왔지만 고작 대회를 10일 남긴 이 시점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날선 공방만 오갑니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정상회담을 갖더라도, 일본에서 흘린 15분이 아니라 더 길게 대화를 이어가더라도, 관계 개선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도쿄에 긴급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치러지는 올림픽이라 다른 정상급 인사 참석도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참석 의사를 밝힌 정상은 차기 대회인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뿐입니다.

올림픽 경기의 97%가 무관중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부흥 올림픽’으로 치르겠다던 일본 정부 구상도 이미 무색해졌습니다. 관중들의 함성과 환호도, 이웃 나라와의 우호적이고 우정 어린 대화도 없이 대회를 치르게 될까요? 일본 정부가 고민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이제는 길게 남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다음주 가서 된다 하더라도 충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라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일본의 응답을 바란다는 입장”이라며 여전히 여지를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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