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로당…전주 ‘기령당’

입력 2021.07.12 (19:31) 수정 2021.07.12 (19: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주 완산동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자리한 오래된 한옥 한 채.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사가 긴 경로당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전주 기령당'입니다.

[이상칠/전주 기령당 제173대 당장 : "전주 기령당은 425 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전라감영에 ‘기령당’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전라감영에서 퇴임한 지방 관리들이 모여서 친목을 도모하고, 풍류를 즐기며 쉬던 곳.

현재는 각계각층의 원로 50 명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일종의 계(契)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문서 50여 종 중 25권을 포함하여 규약문 번역작업에 나선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선은 카피본을 정리하고, 두 번째는 번역본을 정리하고, 세 번째는 편집의 순서를 연도별로 해야 되겠다 하는 것에 대해서도 위원님들, 다 동의하시죠? (동의합니다.)"]

기령당에는 1899년과 1921년, 1926년, 1950년대로 추정되는 총 6권의 규약문이 전해집니다.

규약문에는 120여 년 전, 기령당에 드나들던 이들의 출입을 금한다거나 행동을 제지하는 등의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어 눈길을 끕니다.

[신동기/전주 기령당 부당장 : "'개유(開諭)'는 말하자면 말로 이렇게 나무라는 겁니다. 조직에서 불순한 행동을 한 사람 나무라야 할 것 아닙니까. 그걸 규약문에 넣었어요."]

한문으로 적어놓아 번역에 애로사항도 많지만, 여러 차례 개정된 것을 번역하는 일은 회원들에게 나름의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신동기/전주 기령당 부당장 : "시대성이 있어요. 옛날에는 어땠는데 지금은 어떻고…. 말하자면 개정을 하게 되면, 새로운 사회 흐름에 따라서 바꿔야 할 거 아닙니까."]

기령당은 1597년 정유재란 때 전주성 함락과 더불어 화마로 인해 모든 기록과 문서가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610년에 다시 중건된 이후 1899년 봄에 4,000금을 모금해 ‘양로당’이라는 편액을 걸었다는 기록이 기령당 사적비와 고문서 등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지금의 기령당은 1920 년대에 이르러 옛 정자 군자정(君子亭) 자리에 새롭게 마련한 것입니다.

[이상칠/전주 기령당 제173대 당장 : "바로 선비정신을 지키고, 고전 전주문화도시를 이어가는데 큰 근간이 된 곳이 바로 전주 기령당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퇴임한 문신 관리들에게 베푼 잔치, 기로연을 지난 2008년에 복원하여 이어옴으로써 그 존재여부를 증명해가고 있습니다.

["(기로연에 대해서 사무처장님이 잘 아시니까….) 금년 9월 9일 날 기로연을 하게 되는데, 전라감영 거기를 빌려서 하려고 타진을 했어요."]

양의 기운이 가장 충천해 있다는 삼짇날과 중양절을 택해 시조 짓기와 가무 등을 통해 희미해져가는 선인들의 미풍양속을 계승해 나가고 있는 겁니다.

조선시대부터 존재해온 전통적인 지역 공동체라는 점에서 일반 경로당과는 확연히 대별되는 기령당.

[최병로/전주 기령당 사무장 : "양 명절에 떡대 같은 것을 사서 독거노인에게 나눠주고, 또 설탕도 사서 주고, 이런 사업을 많이 하고, 또 교육관에서 (학생들에게) 사자소학을 방학 때 가르쳐요."]

많게는 50년에서 갓 입회한 사람들까지 기령당에 대한 자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윱니다.

[최태범/전주 기령당 회원 : "여러 가지로 유용한 정보도 교환하고, 건강에 관한 상담도 받고 하고, 그런 여러 가지 공직이나 일반 사회에서 찾지 못할 여러 유익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임정록/전주 기령당 회원 : "저는 여기가 제2의 제 생활 삶터라고 생각하고, 저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분들도 권을 해서 같이 여기서 동고동락을 할 수 있는 터전으로…."]

420 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키며 전주에 애친경로 사상의 뿌리를 내려놓은 전주 최초의 양로당.

옛것을 이어 지금을 사는 기령당의 정신이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고장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14K]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로당…전주 ‘기령당’
    • 입력 2021-07-12 19:31:34
    • 수정2021-07-12 19:42:13
    뉴스7(전주)
전주 완산동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자리한 오래된 한옥 한 채.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사가 긴 경로당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전주 기령당'입니다.

[이상칠/전주 기령당 제173대 당장 : "전주 기령당은 425 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전라감영에 ‘기령당’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전라감영에서 퇴임한 지방 관리들이 모여서 친목을 도모하고, 풍류를 즐기며 쉬던 곳.

현재는 각계각층의 원로 50 명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일종의 계(契)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문서 50여 종 중 25권을 포함하여 규약문 번역작업에 나선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선은 카피본을 정리하고, 두 번째는 번역본을 정리하고, 세 번째는 편집의 순서를 연도별로 해야 되겠다 하는 것에 대해서도 위원님들, 다 동의하시죠? (동의합니다.)"]

기령당에는 1899년과 1921년, 1926년, 1950년대로 추정되는 총 6권의 규약문이 전해집니다.

규약문에는 120여 년 전, 기령당에 드나들던 이들의 출입을 금한다거나 행동을 제지하는 등의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어 눈길을 끕니다.

[신동기/전주 기령당 부당장 : "'개유(開諭)'는 말하자면 말로 이렇게 나무라는 겁니다. 조직에서 불순한 행동을 한 사람 나무라야 할 것 아닙니까. 그걸 규약문에 넣었어요."]

한문으로 적어놓아 번역에 애로사항도 많지만, 여러 차례 개정된 것을 번역하는 일은 회원들에게 나름의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신동기/전주 기령당 부당장 : "시대성이 있어요. 옛날에는 어땠는데 지금은 어떻고…. 말하자면 개정을 하게 되면, 새로운 사회 흐름에 따라서 바꿔야 할 거 아닙니까."]

기령당은 1597년 정유재란 때 전주성 함락과 더불어 화마로 인해 모든 기록과 문서가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610년에 다시 중건된 이후 1899년 봄에 4,000금을 모금해 ‘양로당’이라는 편액을 걸었다는 기록이 기령당 사적비와 고문서 등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지금의 기령당은 1920 년대에 이르러 옛 정자 군자정(君子亭) 자리에 새롭게 마련한 것입니다.

[이상칠/전주 기령당 제173대 당장 : "바로 선비정신을 지키고, 고전 전주문화도시를 이어가는데 큰 근간이 된 곳이 바로 전주 기령당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퇴임한 문신 관리들에게 베푼 잔치, 기로연을 지난 2008년에 복원하여 이어옴으로써 그 존재여부를 증명해가고 있습니다.

["(기로연에 대해서 사무처장님이 잘 아시니까….) 금년 9월 9일 날 기로연을 하게 되는데, 전라감영 거기를 빌려서 하려고 타진을 했어요."]

양의 기운이 가장 충천해 있다는 삼짇날과 중양절을 택해 시조 짓기와 가무 등을 통해 희미해져가는 선인들의 미풍양속을 계승해 나가고 있는 겁니다.

조선시대부터 존재해온 전통적인 지역 공동체라는 점에서 일반 경로당과는 확연히 대별되는 기령당.

[최병로/전주 기령당 사무장 : "양 명절에 떡대 같은 것을 사서 독거노인에게 나눠주고, 또 설탕도 사서 주고, 이런 사업을 많이 하고, 또 교육관에서 (학생들에게) 사자소학을 방학 때 가르쳐요."]

많게는 50년에서 갓 입회한 사람들까지 기령당에 대한 자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윱니다.

[최태범/전주 기령당 회원 : "여러 가지로 유용한 정보도 교환하고, 건강에 관한 상담도 받고 하고, 그런 여러 가지 공직이나 일반 사회에서 찾지 못할 여러 유익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임정록/전주 기령당 회원 : "저는 여기가 제2의 제 생활 삶터라고 생각하고, 저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분들도 권을 해서 같이 여기서 동고동락을 할 수 있는 터전으로…."]

420 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키며 전주에 애친경로 사상의 뿌리를 내려놓은 전주 최초의 양로당.

옛것을 이어 지금을 사는 기령당의 정신이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고장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전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