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이 된 폭염…한반도 덮친 ‘열돔’의 정체는?

입력 2021.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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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쿠키가 구워지고, 아스팔트 위 프라이팬에선 달걀 부침이 만들어질 정도의 폭염. 지난달 캐나다 남서부와 미국 북서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러시아와 인도, 유럽에서도 기록적인 폭염이 매일 매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폭염, 해외 토픽에나 나올 얘기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올 여름 우리나라에서도 장마가 조기 퇴장하고, 폭염이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기 때문입니다.

■ 장마 '조기 퇴장', 폭염 '조기 등판'


올여름 장마가 예상보다 일찍 소강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장마가 주춤한 사이 폭염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벌써 나흘째. 전국 대부분 지역에 연일 폭염특보가 발령됐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남쪽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해있고 여기에 중국 내륙에서 발달한 티벳 고기압까지 세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대기 하층엔 덥고 습한 공기가, 대기 상층에선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가 밀려오고 있는 건데요.

기상청의 장기예보에 따르면 남은 7월 중순과 하순은 평년보다 강하거나 비슷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겠습니다. 이후 8월에는 평년 수준의 더위가 예상됩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최근 중위도에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극심한 폭염이 있었던 2018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북극 기류의 흐름을 보여주는 '북극 진동 지수'(AO) 역시 두 해 모두 '양(+)의 값'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오지 못하고 극 주변에 갇혀 있다"는 의미로 중위도 폭염의 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그널'입니다. 올 여름 '폭염'을 유심히 지켜 봐야 할 첫 번째 이유입니다.

■ '코로나19'와 보내는 '첫 더위'…7월 평년보다 강한 폭염


'코로나19'도 올 여름 폭염을 주시 해야 할 또 다른 이유입니다. 올여름은 '코로나19'와 함께 보내는 사실상 첫 여름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장마가 2달 가까이 길어지면서 더위가 절정인 7, 8월에도 큰 폭염이 없었습니다.

무더위 속에 마스크까지 쓰게 되면 호흡기 질환자나 만성 질환자들은 숨쉬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또 야외 노동자나 배달원들은 어떨까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환기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냉방을 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벌써부터 냉방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유행을 막기 위해 경로당 등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 더는 갈 곳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농어촌과 도심, 연령, 성별, 직업에 따른 정부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데요. 최근 2년간 폭염이 잠잠했기 때문에 올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이제, 올해와 유사한 특징을 띄었던 2018년을 찬찬히 되짚어봐야겠습니다.

■ 2018년 극한 폭염에 국내서 48명 사망 …원인은 '대기 정체'

2018년. 한 달 넘는 폭염으로 우리나라에서도 48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응급실 사망자 수를 처음 집계한 2011년 이후 인명 피해가 가장 컸는데요.


2018년 폭염의 원인은 '대기 정체'였습니다. 위 그림을 보면 2018년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고압대'가 줄지어 늘어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반도 대기 상에 커다란 열돔이 생겼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압대는 안정된 공기 덩어리로 당시 극심한 대기 정체로 뜨거운 고기압이 빠져나가지 않고 장시간 머물며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반면 폭염 일수가 8.6일에 불과했던 2020년을 보면 우리나라는 파란색의 선선한 공기에 둘러싸여 있고 붉은색의 고압대도 약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올여름 전 세계 폭염의 원인도 바로 이 '대기 정체'입니다. 6월 초부터 미국과 캐나다 북서부에는 뜨거운 열기를 품은 공기 덩어리, 이른바 '열돔'이 머물고 있었는데요. 북미 지역의 대기 정체, 즉 블로킹 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않은 채 도미노처럼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왜 2018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극심한 대기 정체와 폭염이 찾아온 걸까요?

■ '극한 폭염' 부른 '온난화'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는 6월 말부터 7월 초에 있었던 북미 폭염을 분석한 논문을 소개했습니다. 학자들은 "온난화가 없었다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북미 지역의 폭염은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강력하게 지속 됐습니다. 미국 워싱턴 주와 캐나다 밴쿠버.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500명 이상 사망했습니다. 산불도 180건이나 발생해 주민들은 화염과 사투를 벌어야 했습니다.

캐나다 산불_출처: Credit: James MacDonald/Bloomberg via Getty캐나다 산불_출처: Credit: James MacDonald/Bloomberg via Getty

논문에 참여한 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강력한 폭염을 불러온 원인인지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기후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19세기 말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기온이 1.2도 상승하면서 지금 같은 극심한 폭염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 150배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의 영향이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겁니다.

또 파리협약의 '데드라인'이나 마찬가지인, 산업화 이후 기온 상승 폭이 2도(가급적 1.5도 이하)를 넘게 되면 5~10년마다 이런 수준의 폭염이 반복될 거라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 지구 온난화와 평균기온, 폭염의 연결고리?

실제로 지구의 평균기온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면 지나온 현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록적 폭염의 빈도가 200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합니다.


1880년대, 그러니까 산업혁명이 막 시작된 19세기 말만 해도 폭염 그래프가 바닥에서 안정된 상태로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1940년을 기점으로 한 번 점프가 이뤄졌고요. 2000년 이후에는 파죽지세로 상승해 19세기 말보다 폭염이 약 5배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면 극한 수준의 폭염이 잦아지는 걸까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12년 보고서에서 이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아래 그래프를 통해서였는데요. 그래프의 가로축은 지구의 기온 상승, 세로축은 기상이변의 발생 확률을 나타냅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그래프는 과거보다 오른쪽으로 이동했습니다(점선). 그 결과 붉은색으로 보이는 '더운 날'의 비중과 함께 '극단적으로 더운 날'도 많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온이 계속 상승하게 되면 인류는 극단적인 폭염을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폭염 사망 급증, "전례 없는 재앙 수준될 것"

2003년 유럽 폭염2003년 유럽 폭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유럽에서만 폭염으로 16만 6,000명이 사망했습니다. 특히 2003년 장기 폭염으로 유럽에서는 70,000명이 사망하는 대재앙이 발생했는데요. 재난 대비 시스템이 잘 갖춰진 유럽도 폭염 피해를 비켜 가지 못 한 겁니다.

당시만 해도 폭염이 재난이라는 인식 수준이 낮았고 냉방 기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도심 주택에 홀로 사는 노인들의 피해가 심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주_출처: AFP미국 워싱턴 주_출처: AFP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역시 가까운 미래에 찾아올 살인적인 폭염에 대해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전례 없는 재앙 수준의 폭염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게 될 거라는 건데요. 특히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는 열섬효과에 의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더 달궈지기 때문에 최악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높아지면, 인구의 14%가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심각한 폭염에 노출될 것이라고 IPCC는 말했습니다. 막 태어난 아이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평생 16번 정도는 50도에 이르는 극한 폭염을 겪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직 1.5도나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산업화 이후 전 세계 평균기온은 1도 이상 올랐고 우리에게 남은 온도는 '0.3도' 정도에 불과합니다.

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 귀 따갑게 듣고 있는 이 단어, 사실 잘 체감되지 않으셨죠? 하지만 올 여름 '폭염'은 지구의 경고를 제대로 느끼게 해줄 것 같습니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닥친 올해 폭염. 피해가 없도록 나와 내 주변을 세심하게 챙겨야겠습니다. 정부 역시 취약 계층에 대한 세심한 지원과 돌봄 정책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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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앙’이 된 폭염…한반도 덮친 ‘열돔’의 정체는?
    • 입력 2021-07-13 06:00:55
    취재K

차 안에서 쿠키가 구워지고, 아스팔트 위 프라이팬에선 달걀 부침이 만들어질 정도의 폭염. 지난달 캐나다 남서부와 미국 북서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러시아와 인도, 유럽에서도 기록적인 폭염이 매일 매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폭염, 해외 토픽에나 나올 얘기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올 여름 우리나라에서도 장마가 조기 퇴장하고, 폭염이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기 때문입니다.

■ 장마 '조기 퇴장', 폭염 '조기 등판'


올여름 장마가 예상보다 일찍 소강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장마가 주춤한 사이 폭염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벌써 나흘째. 전국 대부분 지역에 연일 폭염특보가 발령됐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남쪽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해있고 여기에 중국 내륙에서 발달한 티벳 고기압까지 세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대기 하층엔 덥고 습한 공기가, 대기 상층에선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가 밀려오고 있는 건데요.

기상청의 장기예보에 따르면 남은 7월 중순과 하순은 평년보다 강하거나 비슷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겠습니다. 이후 8월에는 평년 수준의 더위가 예상됩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최근 중위도에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극심한 폭염이 있었던 2018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북극 기류의 흐름을 보여주는 '북극 진동 지수'(AO) 역시 두 해 모두 '양(+)의 값'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오지 못하고 극 주변에 갇혀 있다"는 의미로 중위도 폭염의 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그널'입니다. 올 여름 '폭염'을 유심히 지켜 봐야 할 첫 번째 이유입니다.

■ '코로나19'와 보내는 '첫 더위'…7월 평년보다 강한 폭염


'코로나19'도 올 여름 폭염을 주시 해야 할 또 다른 이유입니다. 올여름은 '코로나19'와 함께 보내는 사실상 첫 여름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장마가 2달 가까이 길어지면서 더위가 절정인 7, 8월에도 큰 폭염이 없었습니다.

무더위 속에 마스크까지 쓰게 되면 호흡기 질환자나 만성 질환자들은 숨쉬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또 야외 노동자나 배달원들은 어떨까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환기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냉방을 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벌써부터 냉방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유행을 막기 위해 경로당 등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 더는 갈 곳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농어촌과 도심, 연령, 성별, 직업에 따른 정부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데요. 최근 2년간 폭염이 잠잠했기 때문에 올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이제, 올해와 유사한 특징을 띄었던 2018년을 찬찬히 되짚어봐야겠습니다.

■ 2018년 극한 폭염에 국내서 48명 사망 …원인은 '대기 정체'

2018년. 한 달 넘는 폭염으로 우리나라에서도 48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응급실 사망자 수를 처음 집계한 2011년 이후 인명 피해가 가장 컸는데요.


2018년 폭염의 원인은 '대기 정체'였습니다. 위 그림을 보면 2018년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고압대'가 줄지어 늘어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반도 대기 상에 커다란 열돔이 생겼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압대는 안정된 공기 덩어리로 당시 극심한 대기 정체로 뜨거운 고기압이 빠져나가지 않고 장시간 머물며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반면 폭염 일수가 8.6일에 불과했던 2020년을 보면 우리나라는 파란색의 선선한 공기에 둘러싸여 있고 붉은색의 고압대도 약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올여름 전 세계 폭염의 원인도 바로 이 '대기 정체'입니다. 6월 초부터 미국과 캐나다 북서부에는 뜨거운 열기를 품은 공기 덩어리, 이른바 '열돔'이 머물고 있었는데요. 북미 지역의 대기 정체, 즉 블로킹 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않은 채 도미노처럼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왜 2018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극심한 대기 정체와 폭염이 찾아온 걸까요?

■ '극한 폭염' 부른 '온난화'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는 6월 말부터 7월 초에 있었던 북미 폭염을 분석한 논문을 소개했습니다. 학자들은 "온난화가 없었다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북미 지역의 폭염은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강력하게 지속 됐습니다. 미국 워싱턴 주와 캐나다 밴쿠버.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500명 이상 사망했습니다. 산불도 180건이나 발생해 주민들은 화염과 사투를 벌어야 했습니다.

캐나다 산불_출처: Credit: James MacDonald/Bloomberg via Getty
논문에 참여한 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강력한 폭염을 불러온 원인인지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기후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19세기 말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기온이 1.2도 상승하면서 지금 같은 극심한 폭염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 150배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의 영향이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겁니다.

또 파리협약의 '데드라인'이나 마찬가지인, 산업화 이후 기온 상승 폭이 2도(가급적 1.5도 이하)를 넘게 되면 5~10년마다 이런 수준의 폭염이 반복될 거라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 지구 온난화와 평균기온, 폭염의 연결고리?

실제로 지구의 평균기온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면 지나온 현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록적 폭염의 빈도가 200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합니다.


1880년대, 그러니까 산업혁명이 막 시작된 19세기 말만 해도 폭염 그래프가 바닥에서 안정된 상태로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1940년을 기점으로 한 번 점프가 이뤄졌고요. 2000년 이후에는 파죽지세로 상승해 19세기 말보다 폭염이 약 5배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면 극한 수준의 폭염이 잦아지는 걸까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12년 보고서에서 이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아래 그래프를 통해서였는데요. 그래프의 가로축은 지구의 기온 상승, 세로축은 기상이변의 발생 확률을 나타냅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그래프는 과거보다 오른쪽으로 이동했습니다(점선). 그 결과 붉은색으로 보이는 '더운 날'의 비중과 함께 '극단적으로 더운 날'도 많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온이 계속 상승하게 되면 인류는 극단적인 폭염을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폭염 사망 급증, "전례 없는 재앙 수준될 것"

2003년 유럽 폭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유럽에서만 폭염으로 16만 6,000명이 사망했습니다. 특히 2003년 장기 폭염으로 유럽에서는 70,000명이 사망하는 대재앙이 발생했는데요. 재난 대비 시스템이 잘 갖춰진 유럽도 폭염 피해를 비켜 가지 못 한 겁니다.

당시만 해도 폭염이 재난이라는 인식 수준이 낮았고 냉방 기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도심 주택에 홀로 사는 노인들의 피해가 심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주_출처: AFP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역시 가까운 미래에 찾아올 살인적인 폭염에 대해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전례 없는 재앙 수준의 폭염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게 될 거라는 건데요. 특히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는 열섬효과에 의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더 달궈지기 때문에 최악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높아지면, 인구의 14%가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심각한 폭염에 노출될 것이라고 IPCC는 말했습니다. 막 태어난 아이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평생 16번 정도는 50도에 이르는 극한 폭염을 겪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직 1.5도나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산업화 이후 전 세계 평균기온은 1도 이상 올랐고 우리에게 남은 온도는 '0.3도' 정도에 불과합니다.

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 귀 따갑게 듣고 있는 이 단어, 사실 잘 체감되지 않으셨죠? 하지만 올 여름 '폭염'은 지구의 경고를 제대로 느끼게 해줄 것 같습니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닥친 올해 폭염. 피해가 없도록 나와 내 주변을 세심하게 챙겨야겠습니다. 정부 역시 취약 계층에 대한 세심한 지원과 돌봄 정책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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