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화장실엔 왜 기저귀교환대가 없나요?

입력 2021.07.14 (06:00) 수정 2021.07.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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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성별이나 나이, 국적, 언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작돼 이제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됐는데요.

서울에서도 지난해 6월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가 설립되며,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른바 '시민편의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사업'입니다.

1호 대상은 바로 '공중화장실'이었습니다. 자치구 공모를 통해 구로2동과 신정3동, 망원2동의 주민센터의 낡은 공중화장실이 리모델링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 외국인도 알기 쉬운 '공중화장실'…유니버설디자인 1호 사업

가장 눈에 띄는 건 이곳이 공중화장실이란 걸 알려주는 안내 표지입니다. 작은 글씨 대신 큰 그림문자를 붙여서 저시력자나 외국인도 쉽게 찾을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이용자가 많은 구로2동 주민센터는 한글을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안내표지를 설치했습니다.


안전·편의시설도 개선됐습니다. 색약자나 인지력이 저하된 이용자들을 위해 눈에 잘 띄는 색깔을 입히기도 했습니다. 등받이나 변기 뚜껑에 명도 대비가 높은 마감재를 적용하는 식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미끄럽지 않고 따뜻한 느낌의 손잡이도 달았습니다.


비상벨 역시 눈에 잘 띄는 색을 입혔고, 위쪽과 아래쪽에 모두 설치해 자리에서 넘어지거나 갑자기 쓰러진 사람도 누를 수 있도록 배려를 더했습니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 코로나19 감염 막는 '풋 스위치'…남자 화장실에도 기저귀교환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손을 대지 않고도 발로 버튼을 눌러 문을 여는 '풋 스위치'가 설치됐습니다. 감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훨씬 쉽게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요즘 대형 쇼핑몰 등에 가면 남자 화장실에도 유아용 의자나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돼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중화장실의 경우 대체로 여자 화장실에만 설치된 경우가 많았죠.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성별과 관계없이 영유아를 동반한 이용자라면 누구나 불편함이 없도록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다목적 화장실 등 모든 장소에 기저귀교환대와 유아용 의자를 설치했습니다.

기저귀교환대 밑에는 차가운 플라스틱 대신 온열기를 설치해 아이가 춥지 않도록 했습니다. 특히 영유아를 동반한 이용자가 많은 신정3동 주민센터에는 화장실 입구에 유아차 전용 보관 장소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서울시는 이 밖에도 불법촬영 범죄예방을 위해 대변기 칸막이벽을 위, 아래가 막힌 구조로 적용했습니다.

■ 2호 사업은 수유실·놀이방 등 '육아편의공간'…연말까지 조성

앞서 말했듯, 공중화장실은 서울시의 유니버설디자인 사업 1호였습니다. 올해는 수유실이나 놀이방 등 '육아편의공간'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는데요. 자치구 공모를 통해 중구 어울림도서관, 구로구 보건소,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이 선정됐습니다. 연말까지는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육아편의공간이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시범공간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보편화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안내서'를 만들어 25개 자치구와 시 산하기관 등에 배포했습니다. 1호 대상이었던 '공중화장실 편'은 이미 홈페이지(www.sudc.or.kr)에 게시됐죠.

이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앞으로 유니버설디자인의 대상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초고령사회의 도래에 따른 고령 인구, 육아기 청장년층과 외국인, 어린이 등 다양하게 고려돼야 한다"며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공공간부터 유니버설디자인을 새로운 표준으로 적용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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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 화장실엔 왜 기저귀교환대가 없나요?
    • 입력 2021-07-14 06:00:44
    • 수정2021-07-14 17:50:18
    취재K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성별이나 나이, 국적, 언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작돼 이제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됐는데요.

서울에서도 지난해 6월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가 설립되며,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른바 '시민편의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사업'입니다.

1호 대상은 바로 '공중화장실'이었습니다. 자치구 공모를 통해 구로2동과 신정3동, 망원2동의 주민센터의 낡은 공중화장실이 리모델링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 외국인도 알기 쉬운 '공중화장실'…유니버설디자인 1호 사업

가장 눈에 띄는 건 이곳이 공중화장실이란 걸 알려주는 안내 표지입니다. 작은 글씨 대신 큰 그림문자를 붙여서 저시력자나 외국인도 쉽게 찾을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이용자가 많은 구로2동 주민센터는 한글을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안내표지를 설치했습니다.


안전·편의시설도 개선됐습니다. 색약자나 인지력이 저하된 이용자들을 위해 눈에 잘 띄는 색깔을 입히기도 했습니다. 등받이나 변기 뚜껑에 명도 대비가 높은 마감재를 적용하는 식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미끄럽지 않고 따뜻한 느낌의 손잡이도 달았습니다.


비상벨 역시 눈에 잘 띄는 색을 입혔고, 위쪽과 아래쪽에 모두 설치해 자리에서 넘어지거나 갑자기 쓰러진 사람도 누를 수 있도록 배려를 더했습니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 코로나19 감염 막는 '풋 스위치'…남자 화장실에도 기저귀교환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손을 대지 않고도 발로 버튼을 눌러 문을 여는 '풋 스위치'가 설치됐습니다. 감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훨씬 쉽게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요즘 대형 쇼핑몰 등에 가면 남자 화장실에도 유아용 의자나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돼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중화장실의 경우 대체로 여자 화장실에만 설치된 경우가 많았죠.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성별과 관계없이 영유아를 동반한 이용자라면 누구나 불편함이 없도록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다목적 화장실 등 모든 장소에 기저귀교환대와 유아용 의자를 설치했습니다.

기저귀교환대 밑에는 차가운 플라스틱 대신 온열기를 설치해 아이가 춥지 않도록 했습니다. 특히 영유아를 동반한 이용자가 많은 신정3동 주민센터에는 화장실 입구에 유아차 전용 보관 장소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서울시는 이 밖에도 불법촬영 범죄예방을 위해 대변기 칸막이벽을 위, 아래가 막힌 구조로 적용했습니다.

■ 2호 사업은 수유실·놀이방 등 '육아편의공간'…연말까지 조성

앞서 말했듯, 공중화장실은 서울시의 유니버설디자인 사업 1호였습니다. 올해는 수유실이나 놀이방 등 '육아편의공간'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는데요. 자치구 공모를 통해 중구 어울림도서관, 구로구 보건소,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이 선정됐습니다. 연말까지는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육아편의공간이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시범공간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보편화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안내서'를 만들어 25개 자치구와 시 산하기관 등에 배포했습니다. 1호 대상이었던 '공중화장실 편'은 이미 홈페이지(www.sudc.or.kr)에 게시됐죠.

이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앞으로 유니버설디자인의 대상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초고령사회의 도래에 따른 고령 인구, 육아기 청장년층과 외국인, 어린이 등 다양하게 고려돼야 한다"며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공공간부터 유니버설디자인을 새로운 표준으로 적용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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