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페놀A 노출…태아의 뇌에도 영향

입력 2021.07.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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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동물 비스페놀A 노출이 자손에 미치는 영향 평가 실험/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임신 동물 비스페놀A 노출이 자손에 미치는 영향 평가 실험/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

각각의 우리 안에 실험용 쥐를 1마리씩 넣고 행동을 비교하는 실험입니다. 왼쪽의 쥐는 쉴새 없이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오른쪽 쥐는 움직음이 훨씬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둘 다 태어난 지 8주 됐는데 왼쪽은 태아 시기에 어미 쥐가 비스페놀A(BPA)에 노출됐고, 오른쪽은 그렇지 않습니다.

■ 임신한 쥐에 비스페놀A 노출… 태아 뇌 발달에 영향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플라스틱과 캔, 영수증 등을 제작할 때 내분비계 교란물질,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비스페놀A가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비스페놀A를 낮은 수치로 실험동물에 노출했을 때 당뇨병과 유방암, 생식계 이상, 비만, 신경학적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결과가 알려져 있습니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임신 중에 비스페놀A에 노출되면 태아의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연구했습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게 수정된 날부터 하루 한 차례, 체중 1kg에 50㎍ 분량의 비스페놀A를 태아의 신경세포가 생성되는 시기인 14.5일까지 투여했습니다.

그 결과 비스페놀A에 노출된 실험용 쥐가 임신한 태아의 뇌에서 신경세포인 '뉴런'의 수상돌기 길이가 대조군과 비교해 22% 감소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그리고 뉴런이 접합하는 부위로 한 신경세포의 흥분이 다음 신경세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시냅스'는 32%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대뇌피질의 두께도 정상 쥐보다 얇아진 것이 확인됐습니다. 대뇌피질은 뇌에서 개괄적인 인지능력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부위로 대뇌피질의 두께 감소는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비스페놀A의 영향으로 얇아진 실험용 쥐의 대뇌피질 비교/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비스페놀A의 영향으로 얇아진 실험용 쥐의 대뇌피질 비교/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

■ "원인은 자가포식(Autophagy) 활성화"

이같은 뉴런과 시냅스 감소 등 비스페놀A 노출에 의한 비정상적인 태아의 뇌 발달 이유를 연구진은 '자가포식(Autophagy)' 활성화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가능하지 않은 세포 구성 성분을 자연적으로 파괴하는 매커니즘을 말합니다. 연구진은 비스페놀A 노출에 의한 신경세포 감소는 자가포식 억제제인 '3-Methyladenine'라는 물질을 처리하니 회복됐다고 밝혔습니다.

■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이어질 가능성

위의 보행성 활동량 실험에서 비스페놀A에 노출된 어미로부터 태어난 쥐는 8주였는데요,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정상 쥐보다 활동량이 많다는 것은 과잉행동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회성을 파악하는 별도의 실험도 있었는데요, 쥐가 있는 우리와 없는 우리를 선택하도록 하는 실험에서 비스페놀A의 영향을 받은 쥐는 쥐가 없는 쪽으로 가는 빈도가 높았습니다. 또 익숙한 쥐와 낯선 쥐가 있는 우리를 통한 실험에서는 낯선 쥐가 있는 쪽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습니다. 이를 통해서 비스페놀A의 영향을 받은 쥐는 사회성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를 통해 비스페놀A로 인한 비정상적인 뇌 발달은 청소년기의 ADHD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약리중독성연구그룹안전성평가연구소 약리중독성연구그룹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이번 연구가 최근 BPA의 유해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인체 일일 노출 허용량 설정 시 직접 노출뿐 아니라 임신 중 태아 노출과 같은 간접 노출에 의한 2차 부작용을 포함한 위해성 평가의 필요성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신경학적 연구에서부터 신체적 행동장애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영향평가를 수행한 점에서 가치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연구진은 또 이번 연구로 임신 중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태아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연구의 기본적인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게 됐고, 앞으로 뇌 질환과 유해화학물질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지뇌과학 분야 상위 10% 이내 권위지인 'Cerebral Cortex'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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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스페놀A 노출…태아의 뇌에도 영향
    • 입력 2021-07-15 06:01:04
    취재K
임신 동물 비스페놀A 노출이 자손에 미치는 영향 평가 실험/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
각각의 우리 안에 실험용 쥐를 1마리씩 넣고 행동을 비교하는 실험입니다. 왼쪽의 쥐는 쉴새 없이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오른쪽 쥐는 움직음이 훨씬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둘 다 태어난 지 8주 됐는데 왼쪽은 태아 시기에 어미 쥐가 비스페놀A(BPA)에 노출됐고, 오른쪽은 그렇지 않습니다.

■ 임신한 쥐에 비스페놀A 노출… 태아 뇌 발달에 영향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플라스틱과 캔, 영수증 등을 제작할 때 내분비계 교란물질,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비스페놀A가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비스페놀A를 낮은 수치로 실험동물에 노출했을 때 당뇨병과 유방암, 생식계 이상, 비만, 신경학적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결과가 알려져 있습니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임신 중에 비스페놀A에 노출되면 태아의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연구했습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게 수정된 날부터 하루 한 차례, 체중 1kg에 50㎍ 분량의 비스페놀A를 태아의 신경세포가 생성되는 시기인 14.5일까지 투여했습니다.

그 결과 비스페놀A에 노출된 실험용 쥐가 임신한 태아의 뇌에서 신경세포인 '뉴런'의 수상돌기 길이가 대조군과 비교해 22% 감소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그리고 뉴런이 접합하는 부위로 한 신경세포의 흥분이 다음 신경세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시냅스'는 32%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대뇌피질의 두께도 정상 쥐보다 얇아진 것이 확인됐습니다. 대뇌피질은 뇌에서 개괄적인 인지능력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부위로 대뇌피질의 두께 감소는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비스페놀A의 영향으로 얇아진 실험용 쥐의 대뇌피질 비교/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
■ "원인은 자가포식(Autophagy) 활성화"

이같은 뉴런과 시냅스 감소 등 비스페놀A 노출에 의한 비정상적인 태아의 뇌 발달 이유를 연구진은 '자가포식(Autophagy)' 활성화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가능하지 않은 세포 구성 성분을 자연적으로 파괴하는 매커니즘을 말합니다. 연구진은 비스페놀A 노출에 의한 신경세포 감소는 자가포식 억제제인 '3-Methyladenine'라는 물질을 처리하니 회복됐다고 밝혔습니다.

■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이어질 가능성

위의 보행성 활동량 실험에서 비스페놀A에 노출된 어미로부터 태어난 쥐는 8주였는데요,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정상 쥐보다 활동량이 많다는 것은 과잉행동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회성을 파악하는 별도의 실험도 있었는데요, 쥐가 있는 우리와 없는 우리를 선택하도록 하는 실험에서 비스페놀A의 영향을 받은 쥐는 쥐가 없는 쪽으로 가는 빈도가 높았습니다. 또 익숙한 쥐와 낯선 쥐가 있는 우리를 통한 실험에서는 낯선 쥐가 있는 쪽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습니다. 이를 통해서 비스페놀A의 영향을 받은 쥐는 사회성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를 통해 비스페놀A로 인한 비정상적인 뇌 발달은 청소년기의 ADHD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약리중독성연구그룹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이번 연구가 최근 BPA의 유해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인체 일일 노출 허용량 설정 시 직접 노출뿐 아니라 임신 중 태아 노출과 같은 간접 노출에 의한 2차 부작용을 포함한 위해성 평가의 필요성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신경학적 연구에서부터 신체적 행동장애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영향평가를 수행한 점에서 가치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연구진은 또 이번 연구로 임신 중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태아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연구의 기본적인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게 됐고, 앞으로 뇌 질환과 유해화학물질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지뇌과학 분야 상위 10% 이내 권위지인 'Cerebral Cortex'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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