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 ‘해외 직구’ 코로나 때문?… 2030 파고든다

입력 2021.07.1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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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인천세관은 미국에서 특송화물로 온 '수상한 통조림'을 발견했다. 쇠고기 수프가 들어있는 이 통조림을 뜯어보니, 호두과자 크기와 비슷한 뭉치가 7개 나왔다.

비닐로 꽁꽁 싼 이 뭉치를 뜯자 종이 포장이 나왔다. 종이 포장 안에는 비닐 포장이 두 겹 더 있었다. 포장을 모두 뜯어내고 나온 건 누렇게 마른 잎. 대마초였다. 적발된 양은 400g 정도였다.

이렇게 특송화물과 국제우편을 이용한 마약류 밀수가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여행자를 통한 밀수가 어려워지자 비대면 방식을 이용한 영향도 있지만, 젊은 층에서 소량의 마약을 '해외 직구'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상반기 마약류 밀수 적발 1.6배 증가

관세청이 오늘(15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마약류 밀수 단속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6월 마약 밀수는 662건 적발됐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696건이 적발됐는데, 올해는 반년 만에 지난해 수준에 육박한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보면 416건에서 1.6배 늘어난 수치다.

어떤 경로로 밀수하다 걸렸나 봤더니, 항공 여행자를 통한 밀수는 48건이었다. 지난해 상반기(252건)의 5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국제우편을 통한 밀수는 지난해 상반기 137건에서 올해는 512건으로 3.7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특송화물을 통한 밀수는 21건에서 93건으로 4.4배 증가했다.


■ 코로나에 '비대면 밀수' 증가…'2030 직구'도 영향

마약류 밀수에서 기존의 여행자를 통한 밀수 보다는 특송·우편을 통한 밀수가 부각된 이유로는 우선 코로나19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사실상 원천 봉쇄되면서 여행자를 통해 마약을 들여오는 게 어려워지자 '비대면 밀수'로 쏠린 것이다. 관세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 적발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마약에 손을 뻗는 젊은 층이 늘고 있고, 이들이 '소량 직구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10g 이하 소량 마약류 적발은 259건으로 난해 상반기(67건)보다 3.7배 늘었는데, 모두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밀수였다.

관세청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크웹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직구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사수사본부가 올해 3월 초부터 5월 말까지 석 달 동안 검거한 마약류 사범 2천626명 가운데 20대는 36.1%(947명)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4.5%(644명)로 뒤를 이었다. 2030이 60%를 차지한 것이다.


■ 신종 마약 밀수도 급증…'미국발 필로폰' 증가 추세

올해 상반기 마약류 밀수의 또 다른 특징은 신종 마약 밀수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엑스터시'로 불리는 신종 마약인 MDMA 적발 건수는 51건으로 지난해(19건)보다 2.7배 늘었고, LSD는 14건에서 42건으로 3배 증가했다. 성범죄에 주로 악용되는 케타민도 6건에서 22건으로 늘었다.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필로폰 밀수 적발 건수는 61건으로, 1년 전보다 1.6배 증가했다. 적발된 필로폰의 양은 43.5kg으로 1년 전보다 1.8배 늘었다. 이는 145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필로폰은 최근 미국 서부 지역에서 밀반입되는 게 느는 추세다. 미국에서 들어오다 적발된 필로폰의 양은 2018년 1.3kg에서 2019년 13.7kg으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9.1kg으로 줄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8.3kg을 기록했다.

또, 국제마약 조직이 밀반입하는 1kg 이상 대규모 필로폰 밀수 적발도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0건에 19.2kg이 적발됐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9건에 31.6kg이 적발됐다.

관세청은 이러한 필로폰 밀수의 증가 추세가 아태지역 필로폰 유통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거로 보고 있다.

유엔 마약밀매 조직범죄사무소(UNODC) 자료를 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필로폰 압수량은 2018년 82톤에서 2019년 141톤, 지난해에는 169톤으로 늘고 있다.

세계 마약상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태지역에 검은 손길을 뻗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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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 밀수 ‘해외 직구’ 코로나 때문?… 2030 파고든다
    • 입력 2021-07-15 09:20:38
    취재K

지난 3월 인천세관은 미국에서 특송화물로 온 '수상한 통조림'을 발견했다. 쇠고기 수프가 들어있는 이 통조림을 뜯어보니, 호두과자 크기와 비슷한 뭉치가 7개 나왔다.

비닐로 꽁꽁 싼 이 뭉치를 뜯자 종이 포장이 나왔다. 종이 포장 안에는 비닐 포장이 두 겹 더 있었다. 포장을 모두 뜯어내고 나온 건 누렇게 마른 잎. 대마초였다. 적발된 양은 400g 정도였다.

이렇게 특송화물과 국제우편을 이용한 마약류 밀수가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여행자를 통한 밀수가 어려워지자 비대면 방식을 이용한 영향도 있지만, 젊은 층에서 소량의 마약을 '해외 직구'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상반기 마약류 밀수 적발 1.6배 증가

관세청이 오늘(15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마약류 밀수 단속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6월 마약 밀수는 662건 적발됐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696건이 적발됐는데, 올해는 반년 만에 지난해 수준에 육박한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보면 416건에서 1.6배 늘어난 수치다.

어떤 경로로 밀수하다 걸렸나 봤더니, 항공 여행자를 통한 밀수는 48건이었다. 지난해 상반기(252건)의 5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국제우편을 통한 밀수는 지난해 상반기 137건에서 올해는 512건으로 3.7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특송화물을 통한 밀수는 21건에서 93건으로 4.4배 증가했다.


■ 코로나에 '비대면 밀수' 증가…'2030 직구'도 영향

마약류 밀수에서 기존의 여행자를 통한 밀수 보다는 특송·우편을 통한 밀수가 부각된 이유로는 우선 코로나19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사실상 원천 봉쇄되면서 여행자를 통해 마약을 들여오는 게 어려워지자 '비대면 밀수'로 쏠린 것이다. 관세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 적발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마약에 손을 뻗는 젊은 층이 늘고 있고, 이들이 '소량 직구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10g 이하 소량 마약류 적발은 259건으로 난해 상반기(67건)보다 3.7배 늘었는데, 모두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밀수였다.

관세청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크웹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직구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사수사본부가 올해 3월 초부터 5월 말까지 석 달 동안 검거한 마약류 사범 2천626명 가운데 20대는 36.1%(947명)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4.5%(644명)로 뒤를 이었다. 2030이 60%를 차지한 것이다.


■ 신종 마약 밀수도 급증…'미국발 필로폰' 증가 추세

올해 상반기 마약류 밀수의 또 다른 특징은 신종 마약 밀수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엑스터시'로 불리는 신종 마약인 MDMA 적발 건수는 51건으로 지난해(19건)보다 2.7배 늘었고, LSD는 14건에서 42건으로 3배 증가했다. 성범죄에 주로 악용되는 케타민도 6건에서 22건으로 늘었다.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필로폰 밀수 적발 건수는 61건으로, 1년 전보다 1.6배 증가했다. 적발된 필로폰의 양은 43.5kg으로 1년 전보다 1.8배 늘었다. 이는 145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필로폰은 최근 미국 서부 지역에서 밀반입되는 게 느는 추세다. 미국에서 들어오다 적발된 필로폰의 양은 2018년 1.3kg에서 2019년 13.7kg으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9.1kg으로 줄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8.3kg을 기록했다.

또, 국제마약 조직이 밀반입하는 1kg 이상 대규모 필로폰 밀수 적발도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0건에 19.2kg이 적발됐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9건에 31.6kg이 적발됐다.

관세청은 이러한 필로폰 밀수의 증가 추세가 아태지역 필로폰 유통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거로 보고 있다.

유엔 마약밀매 조직범죄사무소(UNODC) 자료를 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필로폰 압수량은 2018년 82톤에서 2019년 141톤, 지난해에는 169톤으로 늘고 있다.

세계 마약상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태지역에 검은 손길을 뻗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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