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 화법’ NC 수뇌부, 책임도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입력 2021.07.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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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NC가 소속 선수들의 방역 수칙 위반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면서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사건 축소, 은폐를 시도한 것이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박석민 등 NC 선수 3명의 코로나 19 확진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9일 오전. 직후 이들이 잠실 원정 경기 숙소에서 외부인을 불러들여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위반했다 감염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 의혹 제기 당시 '유체이탈' 화법 쓴 NC…"방역 당국이 조사 중. 우리는 결과 기다려"

NC 구단은 그동안 관련 질의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NC 관계자는 지난 며칠간 "방역 당국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구단도 그 내용에 대해서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사건의 실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하기보다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오히려 팬들의 분노를 키운 악수가 됐다.

박석민은 15일 사과문을 통해 "지난 8일 동석한 지인으로부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즉시 구단에 관련 내용을 알렸다"고 밝혔다.

박석민의 주장에 따르면 NC 구단은 소속 선수 4명의 방역 수칙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도,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을 견지한 셈이다.

■ 방역 당국 1차 조사 혼선 빚어져…추가 조사서 진실 드러나자 부랴부랴 사과

NC 구단이 '나 몰라라'하는 듯한 태도로 역학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방역 당국의 조사에도 혼선이 생겼다.

역학 조사를 맡았던 서울 강남구청은 처음엔 이들이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시도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고 14일 오전 브리핑에서 'NC 선수들이 방역 수칙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NC 구단으로선 내심 기대했던 최선의 결과가 나온 셈이 되는듯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곧 밝혀졌다.

강남구청의 추가 역학 조사 결과, 박석민과 권희동, 이명기 등 확진 선수 3명이 자신의 동선을 숨긴 사실이 드러났고, 강남구청이 이들을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들이 동선을 숨긴 것은 물론, 6인 음주 모임을 한 것을 진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6인 음주 모임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제보로 인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NC는 부랴부랴 박석민과 황순현 대표의 사과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하며 뒤늦게 선수단 관리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전까지 NC 구단은 홍보 담당자부터 김종문 단장까지 취재진의 질의에 대응하지 않고 있었다.

■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질 것" 또 조건 건 NC 수뇌부…반성은 진심인가요?

NC 구단은 사과문을 통해 황순현 대표 이하 구단 관계자들도 경중에 따라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방역 당국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경중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이다.

선수단 관리의 책임이 있는 김종문 단장은 일단 직무에서 배제됐지만, '사실 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직무 배제'라는 조건을 달았다. 황순현 대표는 아직 책임을 지지 않았다.

박석민 등 4명의 방역 수칙 위반 사태에서 보인 수동적 대응처럼 자신들 책임의 무게 역시 경찰 및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에 맡긴 셈이다.

NC는 과거에도 수차례 부적절한 구단 운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2016년엔 투수 이성민의 승부조작 의혹을 인지하고도 은폐해 kt가 특별지명으로 이성민을 데려가도록 한 뒤 보상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 외국인 선수 테임즈의 음주 운전 적발 사실도 숨겨 물의를 빚었다.

황순현 NC 다이노스 대표(좌), 김종문 NC 단장(우, 사진 출처 : 연합뉴스)황순현 NC 다이노스 대표(좌), 김종문 NC 단장(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이후에도 반성은 없었다. 2018년부터 NC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황순현 대표와 김종문 단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기자로 활동할 당시 사실을 취재하고 이를 세간에 알렸던 사람들이 프로야구 구단의 수뇌부가 되고 나서는 구단의 선수 관리 실패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NC는 2018년 9월, 강민국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기고 kt에 트레이드했다. 이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강민국은 3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고, kt는 전력 손실 피해를 봤다.

반성의 진정성조차 느껴지지 않는 NC 수뇌부의 처신에 야구 팬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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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체이탈 화법’ NC 수뇌부, 책임도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 입력 2021-07-15 15:15:57
    취재K

프로야구 NC가 소속 선수들의 방역 수칙 위반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면서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사건 축소, 은폐를 시도한 것이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박석민 등 NC 선수 3명의 코로나 19 확진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9일 오전. 직후 이들이 잠실 원정 경기 숙소에서 외부인을 불러들여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위반했다 감염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 의혹 제기 당시 '유체이탈' 화법 쓴 NC…"방역 당국이 조사 중. 우리는 결과 기다려"

NC 구단은 그동안 관련 질의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NC 관계자는 지난 며칠간 "방역 당국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구단도 그 내용에 대해서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사건의 실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하기보다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오히려 팬들의 분노를 키운 악수가 됐다.

박석민은 15일 사과문을 통해 "지난 8일 동석한 지인으로부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즉시 구단에 관련 내용을 알렸다"고 밝혔다.

박석민의 주장에 따르면 NC 구단은 소속 선수 4명의 방역 수칙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도,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을 견지한 셈이다.

■ 방역 당국 1차 조사 혼선 빚어져…추가 조사서 진실 드러나자 부랴부랴 사과

NC 구단이 '나 몰라라'하는 듯한 태도로 역학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방역 당국의 조사에도 혼선이 생겼다.

역학 조사를 맡았던 서울 강남구청은 처음엔 이들이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시도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고 14일 오전 브리핑에서 'NC 선수들이 방역 수칙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NC 구단으로선 내심 기대했던 최선의 결과가 나온 셈이 되는듯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곧 밝혀졌다.

강남구청의 추가 역학 조사 결과, 박석민과 권희동, 이명기 등 확진 선수 3명이 자신의 동선을 숨긴 사실이 드러났고, 강남구청이 이들을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들이 동선을 숨긴 것은 물론, 6인 음주 모임을 한 것을 진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6인 음주 모임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제보로 인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NC는 부랴부랴 박석민과 황순현 대표의 사과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하며 뒤늦게 선수단 관리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전까지 NC 구단은 홍보 담당자부터 김종문 단장까지 취재진의 질의에 대응하지 않고 있었다.

■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질 것" 또 조건 건 NC 수뇌부…반성은 진심인가요?

NC 구단은 사과문을 통해 황순현 대표 이하 구단 관계자들도 경중에 따라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방역 당국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경중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이다.

선수단 관리의 책임이 있는 김종문 단장은 일단 직무에서 배제됐지만, '사실 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직무 배제'라는 조건을 달았다. 황순현 대표는 아직 책임을 지지 않았다.

박석민 등 4명의 방역 수칙 위반 사태에서 보인 수동적 대응처럼 자신들 책임의 무게 역시 경찰 및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에 맡긴 셈이다.

NC는 과거에도 수차례 부적절한 구단 운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2016년엔 투수 이성민의 승부조작 의혹을 인지하고도 은폐해 kt가 특별지명으로 이성민을 데려가도록 한 뒤 보상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 외국인 선수 테임즈의 음주 운전 적발 사실도 숨겨 물의를 빚었다.

황순현 NC 다이노스 대표(좌), 김종문 NC 단장(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이후에도 반성은 없었다. 2018년부터 NC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황순현 대표와 김종문 단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기자로 활동할 당시 사실을 취재하고 이를 세간에 알렸던 사람들이 프로야구 구단의 수뇌부가 되고 나서는 구단의 선수 관리 실패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NC는 2018년 9월, 강민국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기고 kt에 트레이드했다. 이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강민국은 3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고, kt는 전력 손실 피해를 봤다.

반성의 진정성조차 느껴지지 않는 NC 수뇌부의 처신에 야구 팬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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