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최재형·윤석열, 출발은 같았지만 속도는 달랐다
입력 2021.07.15 (17:43)
수정 2021.07.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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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있고 인기도 많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할 말은 하는 남자죠. 그런데 이 남자의 마음. 잡힐 듯 잡히지 않습니다. 한걸음 가까워진 것 같은데, 다음날 다시 저만치 멀어져있는, 소위 '나쁜 남자(?)'입니다. 그런데 본인은 자신의 갈 길을 가는 것뿐이라 합니다.
반면에 새로 등장한 이 남자는 따뜻하고 배려심도 깊습니다. 딱히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은 진국이라고 말합니다. 소위 '밀당'하는 그 남자와는 달리 만나자는 약속도 바로 잡고, 행동 반경도 예측 가능합니다. 생각보다 추진력도 있습니다. 어제 처음 만났는데, 오늘 바로 날을 잡자네요.
국민의힘이 '러브콜'을 보내온 두 남자,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최근 행보를 국민의힘과의 연인 관계에 빗대 비교해봤습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행보, 대권 지형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 후발주자 최재형, 예상 깬 빠른 입당 배경은?
속전속결. 최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정치 행보를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어제(14일) 오후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과 만나 입당 뜻을 내비치더니, 오늘(15일) 오전 곧바로 입당 절차를 마쳤습니다. "7월 중엔 하지 않겠나", "이르면 다음주쯤", "그래도 대선 출마 선언부터 하고 입당할 것"이라는 최 전 원장 측근들의 예상조차 깬 광폭 행보입니다.
최 전 원장의 빠른 입당 배경에는 무엇보다 대다수 측근들의 권유가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9월 출발이 예상되는 국민의힘 경선 버스 일정을 감안할 때, 지난달 28일 사퇴한 최 전 원장은 시간이 촉박합니다. 물론 윤 전 총장처럼 당 밖에 머물며 정치 수업을 받고 몸집을 키울 수도 있겠지만, 후발주자인 최 전 원장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 때문입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당에 최대한 빨리 들어가 지원을 받고, 내부 지지 기반을 닦는 게 좋을 거라고 측근들이 조언했고, 최 전 원장이 숙고 끝에 이를 받아들인 걸로 보입니다.
윤 전 총장이 당 밖에서 머물면서 국민의힘과 멀어진 틈을 최 전 원장이 파고든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최 전 원장이 당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겁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입당 언질도 없이 최근엔 막판 단일화 가능성까지 나오는 윤 전 총장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전 원장의 입당이 당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는 반응입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최 전 원장의 입당에 대해 "속된 말로 선빵(선제공격)을 날린 건데, 효과적으로 보수 진영의 중심에 뛰어들어 안착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공정과 상식'을 앞세우고 '반문(반문재인)' 행보에 집중하는 윤 전 총장과 달리, '통합과 치유'를 내건 최 전 원장의 메시지가 중도층에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거란 기대감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내에선 최 전 원장을 윤 전 총장의 대체제 역할을 할 '플랜 B'가 아니라' '블루칩'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 전 원장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곧 '최재형 신드롬'이 만들어질 거라고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 자세 낮춘 최재형 "정권교체 중심은 국민의힘"
최 전 원장은 입당 소감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힘을 추켜세우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본인보다 당에 더 무게를 두고, 당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뜻을 펼쳐보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당내 대권 주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모두 원팀이 되어 정권교체의 대장정에 함께 하기를 기원 한다"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좋은 분과 함께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치르자"고 했습니다. 또 원희룡 제주지사는 "뚝심과 소신으로 야권의 활력과 저변 확대, 정권교체에 큰 힘이 되어달라"고 말했습니다.
황교안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빅텐트에 튼튼한 기둥 하나가 함께 세워져, 감개무량하다"고 했습니다. 황 전 대표는 "하지만 고난은 지금부터 시작인지 모르겠다, 정치권에는 법조인이 경험치 못했던 수많은 암초들이 있다"며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황 전 대표는 "여권의 비방ㆍ모욕은 지금과는 다른 차원일 것"이라며, "우리 당 경쟁자들도 모두 백인백색일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실제 여권에서는 최 전 원장의 입당과 동시에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날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황 전 대표가 조언했듯, 입당 '허니문'이 끝나면 곧바로 내부 공격 역시 시작될 가능성도 큽니다.
■ 윤석열, 왜 아직 밖에 머무나?
이런 이유에서일까요?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평가를 듣던 윤 전 총장은 '떠돌이 별'처럼 아직 당 밖에 머물고 있습니다. 본격 등판 전부터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X파일'을 거론하는가 하면, 아내와 처가 리스크까지 줄줄이 터져나오며 윤 전 총장 주변은 사방이 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하는 순간 당 내부에서 먼저 화살이 빗발칠텐데 쉽게 들어오려 하겠냐는 말도 나옵니다.
윤 전 총장은 특정 정당에 빨리 들어가는 것보다 각계 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먼저라는 이유로 입당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무당층이나, 중도층, 민주당을 지지하다 돌아선 사람들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 거란 계산입니다.
이를 위해 윤 전 총장은 대권 출마 선언 후, 탈원전 전문가와 학생을 시작으로 스타트업 창업자,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노부부, 부동산 중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권이 추진해온 정책들의 문제점을 부각시켰습니다.
또 최장집 고려대 교수, '조국 흑서'의 공동저자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진보 성향의 인사들까지 두루 만났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습니다. 이들을 만난 후 늘 윤 전 총장은 현 정부를 비판하는 데서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윤 전 총장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이를 두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 '탈문' 인사인 '조국 흑서' 저자들과 만난다고 중도층으로 외연이 확장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는 '배우' 역할만 해야지, 자신이 '감독'과 '배우' 역할을 다 하려 해선 안된다"며, 감독 역할, 다시 말해 제대로 조언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윤 전 총장이 총장직 사퇴 후 여러 분야 공부를 많이 했다는데 아직 공부도, 준비도 덜 된 것 같다"며, "빨리 입당해 정치를 해본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게 좋은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권 원로 인사인 유인태 민주당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면서 진보와 탈진보까지도, 중원을 향해 갈 것처럼 얘기해왔는데 정치선언 이후를 보면 중원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며,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정치선언도 통합 얘기는 없고 분노만 표출된 것"이라고 지적한 뒤, "(윤 전 총장이 나를) 만나서 조언을 받든, 듣고 싶다고 그러면, 그 (통합) 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흔들리는 지지율…입당 변수 되나?
윤 전 총장이 지금껏 당 밖에 머무르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지지율 영향도 있습니다. 야권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려온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서두를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공고하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최근 흔들리고 있습니다. 줄곧 30%대였던 지지율이 넉 달 만에 20%대로 내려앉는가 하면, 20%선을 간신히 지키며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추월당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권 선두 주자이긴 합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입당 시점을 당기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습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말한 '최재형의 선빵'입니다. 최 전 원장이 당의 격한 환영을 받은 직후 뒤이어, 그것도 지지율에 변화가 생긴 시점에 입당하는 건 이래저래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일단은 윤 전 총장이 지금처럼 가던 길을 계속 갈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국민의힘은 최 전 원장의 입당을 계기로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하는 기류입니다. 오늘 황교안 전 대표는 최 전 원장의 입당을 환영한다면서, 윤 전 총장도 조속히 결단을 내려 단일대오에 합류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당 안팎의 가교 역할을 하는 국민의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어제 최 전 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은 11월 막판 단일화도 가능하다고 한 발언을 의식한 듯 "제3지대, 막판 단일화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이긴 사례를 들었습니다.
최재형 전 원장의 '깜짝 입당'으로 당장은 국민의힘 내부 시선이 '착한 남자' 최 전 원장에게로 쏠린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나쁜 남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카드도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국민의힘 링 위에서 '착한 남자' 대 '나쁜 남자'의 대결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야권 보수 지지층의 최종 선택을 받는 승자는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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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심야심] 최재형·윤석열, 출발은 같았지만 속도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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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있고 인기도 많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할 말은 하는 남자죠. 그런데 이 남자의 마음. 잡힐 듯 잡히지 않습니다. 한걸음 가까워진 것 같은데, 다음날 다시 저만치 멀어져있는, 소위 '나쁜 남자(?)'입니다. 그런데 본인은 자신의 갈 길을 가는 것뿐이라 합니다.
반면에 새로 등장한 이 남자는 따뜻하고 배려심도 깊습니다. 딱히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은 진국이라고 말합니다. 소위 '밀당'하는 그 남자와는 달리 만나자는 약속도 바로 잡고, 행동 반경도 예측 가능합니다. 생각보다 추진력도 있습니다. 어제 처음 만났는데, 오늘 바로 날을 잡자네요.
국민의힘이 '러브콜'을 보내온 두 남자,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최근 행보를 국민의힘과의 연인 관계에 빗대 비교해봤습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행보, 대권 지형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 후발주자 최재형, 예상 깬 빠른 입당 배경은?
속전속결. 최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정치 행보를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어제(14일) 오후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과 만나 입당 뜻을 내비치더니, 오늘(15일) 오전 곧바로 입당 절차를 마쳤습니다. "7월 중엔 하지 않겠나", "이르면 다음주쯤", "그래도 대선 출마 선언부터 하고 입당할 것"이라는 최 전 원장 측근들의 예상조차 깬 광폭 행보입니다.
최 전 원장의 빠른 입당 배경에는 무엇보다 대다수 측근들의 권유가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9월 출발이 예상되는 국민의힘 경선 버스 일정을 감안할 때, 지난달 28일 사퇴한 최 전 원장은 시간이 촉박합니다. 물론 윤 전 총장처럼 당 밖에 머물며 정치 수업을 받고 몸집을 키울 수도 있겠지만, 후발주자인 최 전 원장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 때문입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당에 최대한 빨리 들어가 지원을 받고, 내부 지지 기반을 닦는 게 좋을 거라고 측근들이 조언했고, 최 전 원장이 숙고 끝에 이를 받아들인 걸로 보입니다.
윤 전 총장이 당 밖에서 머물면서 국민의힘과 멀어진 틈을 최 전 원장이 파고든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최 전 원장이 당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겁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입당 언질도 없이 최근엔 막판 단일화 가능성까지 나오는 윤 전 총장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전 원장의 입당이 당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는 반응입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최 전 원장의 입당에 대해 "속된 말로 선빵(선제공격)을 날린 건데, 효과적으로 보수 진영의 중심에 뛰어들어 안착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공정과 상식'을 앞세우고 '반문(반문재인)' 행보에 집중하는 윤 전 총장과 달리, '통합과 치유'를 내건 최 전 원장의 메시지가 중도층에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거란 기대감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내에선 최 전 원장을 윤 전 총장의 대체제 역할을 할 '플랜 B'가 아니라' '블루칩'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 전 원장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곧 '최재형 신드롬'이 만들어질 거라고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 자세 낮춘 최재형 "정권교체 중심은 국민의힘"
최 전 원장은 입당 소감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힘을 추켜세우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본인보다 당에 더 무게를 두고, 당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뜻을 펼쳐보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당내 대권 주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모두 원팀이 되어 정권교체의 대장정에 함께 하기를 기원 한다"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좋은 분과 함께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치르자"고 했습니다. 또 원희룡 제주지사는 "뚝심과 소신으로 야권의 활력과 저변 확대, 정권교체에 큰 힘이 되어달라"고 말했습니다.
황교안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빅텐트에 튼튼한 기둥 하나가 함께 세워져, 감개무량하다"고 했습니다. 황 전 대표는 "하지만 고난은 지금부터 시작인지 모르겠다, 정치권에는 법조인이 경험치 못했던 수많은 암초들이 있다"며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황 전 대표는 "여권의 비방ㆍ모욕은 지금과는 다른 차원일 것"이라며, "우리 당 경쟁자들도 모두 백인백색일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실제 여권에서는 최 전 원장의 입당과 동시에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날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황 전 대표가 조언했듯, 입당 '허니문'이 끝나면 곧바로 내부 공격 역시 시작될 가능성도 큽니다.
■ 윤석열, 왜 아직 밖에 머무나?
이런 이유에서일까요?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평가를 듣던 윤 전 총장은 '떠돌이 별'처럼 아직 당 밖에 머물고 있습니다. 본격 등판 전부터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X파일'을 거론하는가 하면, 아내와 처가 리스크까지 줄줄이 터져나오며 윤 전 총장 주변은 사방이 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하는 순간 당 내부에서 먼저 화살이 빗발칠텐데 쉽게 들어오려 하겠냐는 말도 나옵니다.
윤 전 총장은 특정 정당에 빨리 들어가는 것보다 각계 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먼저라는 이유로 입당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무당층이나, 중도층, 민주당을 지지하다 돌아선 사람들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 거란 계산입니다.
이를 위해 윤 전 총장은 대권 출마 선언 후, 탈원전 전문가와 학생을 시작으로 스타트업 창업자,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노부부, 부동산 중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권이 추진해온 정책들의 문제점을 부각시켰습니다.
또 최장집 고려대 교수, '조국 흑서'의 공동저자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진보 성향의 인사들까지 두루 만났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습니다. 이들을 만난 후 늘 윤 전 총장은 현 정부를 비판하는 데서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윤 전 총장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이를 두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 '탈문' 인사인 '조국 흑서' 저자들과 만난다고 중도층으로 외연이 확장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는 '배우' 역할만 해야지, 자신이 '감독'과 '배우' 역할을 다 하려 해선 안된다"며, 감독 역할, 다시 말해 제대로 조언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윤 전 총장이 총장직 사퇴 후 여러 분야 공부를 많이 했다는데 아직 공부도, 준비도 덜 된 것 같다"며, "빨리 입당해 정치를 해본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게 좋은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권 원로 인사인 유인태 민주당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면서 진보와 탈진보까지도, 중원을 향해 갈 것처럼 얘기해왔는데 정치선언 이후를 보면 중원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며,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정치선언도 통합 얘기는 없고 분노만 표출된 것"이라고 지적한 뒤, "(윤 전 총장이 나를) 만나서 조언을 받든, 듣고 싶다고 그러면, 그 (통합) 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흔들리는 지지율…입당 변수 되나?
윤 전 총장이 지금껏 당 밖에 머무르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지지율 영향도 있습니다. 야권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려온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서두를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공고하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최근 흔들리고 있습니다. 줄곧 30%대였던 지지율이 넉 달 만에 20%대로 내려앉는가 하면, 20%선을 간신히 지키며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추월당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권 선두 주자이긴 합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입당 시점을 당기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습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말한 '최재형의 선빵'입니다. 최 전 원장이 당의 격한 환영을 받은 직후 뒤이어, 그것도 지지율에 변화가 생긴 시점에 입당하는 건 이래저래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일단은 윤 전 총장이 지금처럼 가던 길을 계속 갈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국민의힘은 최 전 원장의 입당을 계기로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하는 기류입니다. 오늘 황교안 전 대표는 최 전 원장의 입당을 환영한다면서, 윤 전 총장도 조속히 결단을 내려 단일대오에 합류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당 안팎의 가교 역할을 하는 국민의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어제 최 전 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은 11월 막판 단일화도 가능하다고 한 발언을 의식한 듯 "제3지대, 막판 단일화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이긴 사례를 들었습니다.
최재형 전 원장의 '깜짝 입당'으로 당장은 국민의힘 내부 시선이 '착한 남자' 최 전 원장에게로 쏠린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나쁜 남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카드도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국민의힘 링 위에서 '착한 남자' 대 '나쁜 남자'의 대결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야권 보수 지지층의 최종 선택을 받는 승자는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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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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