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어…정말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 일어나나?’ 했지만

입력 2021.07.15 (17: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어어어... 정말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가 일어나나?' 했다

오후 3시 직전, 에이치엘비 주가는 한 때 22%까지 급등했다. 곳곳에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반공매도 운동, 이른바 ‘K스탑운동’이 실제로 성공하는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덩달아 'K 스탑운동'을 제안한 한투연도 다시한번 주목받기 시작했다.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 모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공매도 대항 운동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동안 ‘무차입공매도 실시간 적발시스템 구축’, ‘공매도 부재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 공개’, ‘공매도 수익에 대한 과세’, ‘한국거래소 종합 감사 실시’,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 조직 가동’ 등 공매도 관련해 총 11개 사항을 금융 당국에 촉구하고, 대 언론 활동에 나서는 등 공매도 반대 운동에 적극적이었다.


미국의 젊은 개미들이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 모여 작전을 벌였던 것처럼, 한투연은 스스로 그런 '플랫폼'이 되려 했다. 게임스탑 주식 매수운동을 벌였던 미국 개미 '로빈후드' 들 처럼 승리의 역사를 쓰려한 것이다.

■타겟은 '에이치엘비' ... "3시부터 매수하라"

에이치엘비는 한국의 대표적인 바이오기업으로 시가총액이 4조원 안팎에 이르는 대형종목이다.

한투연은 오늘 오후 3시부터 이 에이치엘비 주식을 사자고 했다. 매수 량은 4주 혹은 44주, 444주와 같은 식으로 하자며, 본인 투자 금액의 10% 정도만 투자하면 충분히 공매도 세력을 이길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실제로 에이치엘비는 7월 14일 현재, 코스닥에서 가장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이기도 하다. 과거 주가 흐름을 보면 공매도 세력에 대한 원한이 생길만도 하다. '급등세를 타나보다' 싶으면 어김없이 큰 폭의 주가하락이 수반되었고, 그 때마다 공매도 세력 때문이라는 원성이 높았다. 진양곤 회장이 주가 방어에 적극적인 경영자였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 정말 실현되는가 싶던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의 꿈'... 그러나 '약속의' 3시 되자 주가 급락

오전부터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막상 3시가 되자 주가는 급격히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상승폭을 10% 넘게 반납하며 급락했고, 결국 5%대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반공매도 운동에 비판적인 시각을 평소 내비치던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박사는 '실패'라고 단언했다. 그래도 5% 올랐는데 왜 실패라고 단언하는지 물었다.

황 박사는 "약속한 3시 전후로 급락한 사실을 눈여겨봐야한다"고 말한다.

■ 황세운 "게임스톱 보다는 '테마주' 처럼 움직였다"

"우선 약속이 무너졌다. 미국 게임스톱 사태 당시를 보면 개인투자자들이 '들어가자' 약속하고 사 놓은 뒤 버틴다. 그 얘기는 개인투자자들이 통일된 매수행위에 참여할 뜻이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추가 상승이 유지될 가능성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상승시 차익실현을 한다'는 투자자가 많다면 게임스톱 당시처럼 헤지펀드 업체에 수조 원대 손해를 입히는 주가상승은 만들기 어렵다."

다른 이유로는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 꼽힌다. 게임스톱 사태 당시 '월스트리트베츠'에 모인 '로빈후드'들에게는 적이 있었다. '게임스톱은 폭락한다'며 협박에 가까운 어조로 매도를 종용한 시트론리서치 같은 공매도 투자기관, 헤지펀드 들이 있었다.

적을 향해 모일 개미들의 '분노'가 있었고 집합된 행동을 규율하는 '믿을만한' 플랫폼도 있었던 것.


황 연구원은 또 게임스톱에 비해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가 그리 많지 않은점도 꼽았다.

"게임스톱 사태 당시 개미들을 화나게 한 헤지펀드들은 포지션이 40%에 이를 정도로 잔고가 많았다. 전체적으로는 공매도 포지션이 150%에 이르렀다. 이정도 되면 공매도 반대 운동으로 타격을 입으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는다.

그런데 에이치엘비 경우에는 코스닥에서 가장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6%대에 불과하다. 포지션이 극도로 많은 플레이어로 알려진 '악당'도 없는 상태에서, 공매도 세력 전체가 피해를 본다 해도 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이니, 게임스톱과 같은 공매도 운동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오늘 에이치엘비의 주가 움직임은 그보다는 정치테마주 같다고 볼 수 있다."


■ 한투연 "정확한 분석에는 시간 필요"..."공매도 세력의 트릭이었을수도"

한투연 정의정 대표는 정확한 분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이 아닌 세력의 움직임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3시에 공매도 대항 매수가 시작되니 그 때 맞춰 물량을 사모은 뒤에 3시 전에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실현하고, 3시 즈음 집중 공매도에 들어갔을 수 있다"

물론 단타 개인들도 있을 수 있지만, 공매도 세력의 이같은 움직임이 있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어어... 하며 보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던 한국판 게임스톱 작전, K스탑운동의 첫번째 시도는 실패한 듯 보인다. 하지만, 한투연 등 공매도를 곱지않게 보는 시각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기회를 노릴 지도 모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어어어…정말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 일어나나?’ 했지만
    • 입력 2021-07-15 17:59:50
    취재K

■'어어어... 정말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가 일어나나?' 했다

오후 3시 직전, 에이치엘비 주가는 한 때 22%까지 급등했다. 곳곳에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반공매도 운동, 이른바 ‘K스탑운동’이 실제로 성공하는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덩달아 'K 스탑운동'을 제안한 한투연도 다시한번 주목받기 시작했다.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 모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공매도 대항 운동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동안 ‘무차입공매도 실시간 적발시스템 구축’, ‘공매도 부재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 공개’, ‘공매도 수익에 대한 과세’, ‘한국거래소 종합 감사 실시’,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 조직 가동’ 등 공매도 관련해 총 11개 사항을 금융 당국에 촉구하고, 대 언론 활동에 나서는 등 공매도 반대 운동에 적극적이었다.


미국의 젊은 개미들이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 모여 작전을 벌였던 것처럼, 한투연은 스스로 그런 '플랫폼'이 되려 했다. 게임스탑 주식 매수운동을 벌였던 미국 개미 '로빈후드' 들 처럼 승리의 역사를 쓰려한 것이다.

■타겟은 '에이치엘비' ... "3시부터 매수하라"

에이치엘비는 한국의 대표적인 바이오기업으로 시가총액이 4조원 안팎에 이르는 대형종목이다.

한투연은 오늘 오후 3시부터 이 에이치엘비 주식을 사자고 했다. 매수 량은 4주 혹은 44주, 444주와 같은 식으로 하자며, 본인 투자 금액의 10% 정도만 투자하면 충분히 공매도 세력을 이길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실제로 에이치엘비는 7월 14일 현재, 코스닥에서 가장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이기도 하다. 과거 주가 흐름을 보면 공매도 세력에 대한 원한이 생길만도 하다. '급등세를 타나보다' 싶으면 어김없이 큰 폭의 주가하락이 수반되었고, 그 때마다 공매도 세력 때문이라는 원성이 높았다. 진양곤 회장이 주가 방어에 적극적인 경영자였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 정말 실현되는가 싶던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의 꿈'... 그러나 '약속의' 3시 되자 주가 급락

오전부터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막상 3시가 되자 주가는 급격히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상승폭을 10% 넘게 반납하며 급락했고, 결국 5%대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반공매도 운동에 비판적인 시각을 평소 내비치던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박사는 '실패'라고 단언했다. 그래도 5% 올랐는데 왜 실패라고 단언하는지 물었다.

황 박사는 "약속한 3시 전후로 급락한 사실을 눈여겨봐야한다"고 말한다.

■ 황세운 "게임스톱 보다는 '테마주' 처럼 움직였다"

"우선 약속이 무너졌다. 미국 게임스톱 사태 당시를 보면 개인투자자들이 '들어가자' 약속하고 사 놓은 뒤 버틴다. 그 얘기는 개인투자자들이 통일된 매수행위에 참여할 뜻이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추가 상승이 유지될 가능성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상승시 차익실현을 한다'는 투자자가 많다면 게임스톱 당시처럼 헤지펀드 업체에 수조 원대 손해를 입히는 주가상승은 만들기 어렵다."

다른 이유로는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 꼽힌다. 게임스톱 사태 당시 '월스트리트베츠'에 모인 '로빈후드'들에게는 적이 있었다. '게임스톱은 폭락한다'며 협박에 가까운 어조로 매도를 종용한 시트론리서치 같은 공매도 투자기관, 헤지펀드 들이 있었다.

적을 향해 모일 개미들의 '분노'가 있었고 집합된 행동을 규율하는 '믿을만한' 플랫폼도 있었던 것.


황 연구원은 또 게임스톱에 비해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가 그리 많지 않은점도 꼽았다.

"게임스톱 사태 당시 개미들을 화나게 한 헤지펀드들은 포지션이 40%에 이를 정도로 잔고가 많았다. 전체적으로는 공매도 포지션이 150%에 이르렀다. 이정도 되면 공매도 반대 운동으로 타격을 입으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는다.

그런데 에이치엘비 경우에는 코스닥에서 가장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6%대에 불과하다. 포지션이 극도로 많은 플레이어로 알려진 '악당'도 없는 상태에서, 공매도 세력 전체가 피해를 본다 해도 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이니, 게임스톱과 같은 공매도 운동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오늘 에이치엘비의 주가 움직임은 그보다는 정치테마주 같다고 볼 수 있다."


■ 한투연 "정확한 분석에는 시간 필요"..."공매도 세력의 트릭이었을수도"

한투연 정의정 대표는 정확한 분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이 아닌 세력의 움직임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3시에 공매도 대항 매수가 시작되니 그 때 맞춰 물량을 사모은 뒤에 3시 전에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실현하고, 3시 즈음 집중 공매도에 들어갔을 수 있다"

물론 단타 개인들도 있을 수 있지만, 공매도 세력의 이같은 움직임이 있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어어... 하며 보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던 한국판 게임스톱 작전, K스탑운동의 첫번째 시도는 실패한 듯 보인다. 하지만, 한투연 등 공매도를 곱지않게 보는 시각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기회를 노릴 지도 모른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