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직장 내 성희롱에 2차 가해 의혹까지

입력 2021.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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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개발공사는 충청북도 출자 지방공기업으로, 산업단지 개발 등 지역의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입니다.

지난해 5월, 이곳에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불거졌는데요.

언론을 통해 알려진 건 한달 뒤인 6월입니다.

지난해 5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불거진 충청북도 산하 출자 기관 충북개발공사지난해 5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불거진 충청북도 산하 출자 기관 충북개발공사

충북개발공사의 직장 내 성희롱은 지난해 5월 외부단체에서 실시한 성폭력 피해 직원 전수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조사에 응한 여직원 10여 명 중 일부는 회식 과정에서 간부 A 씨로부터 불필요한 신체 접촉과 부적절한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충청북도의 감사 등을 통해 A 씨는 결국, 같은 해 12월 강등 처분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충청북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충청북도의회 박우양 의원과 이상철 충북개발공사 사장이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질의 답변하고 있는 모습.지난해 12월 충청북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충청북도의회 박우양 의원과 이상철 충북개발공사 사장이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질의 답변하고 있는 모습.

■ 공사 기관장이 성희롱 피해자 2차 가해?


그런데 성희롱 문제가 알려지고 A 씨가 징계를 받기 전까지, 그사이 충북개발공사 사장이 성희롱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사장이 수차례에 걸쳐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A 씨와의 화해를 종용하고, 문제를 제기한 주동자를 색출하려 했다는 겁니다.

또 올해 2월 인사발령에서 간부 A 씨와 성희롱 피해자를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일하도록 배치하는 등 가해자-피해자 분리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관련되어 있다 생각하는 사람한테 업무적으로도 꼬투리를 잡는다고 해야 하나? 인사 때마다 피해자 때문에 인사를 제대로 못 낸다고 말하고...피해자 때문에 인사를 제대로 못 낸다, 언제까지 머리에 박아두고 그렇게 생활을 할 거냐...이 사람들을 언제까지 근무를 하지 말아야 되냐 그 사람들도 기회를 줘야한다 얘기를 많이 하시면서..."

- 충북개발공사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여직원

이에 대해 충북개발공사 이상철 사장은 피해 직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A 씨의 징계 이전 상황에서는 본인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직원들에게 화해를 얘기한 시점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 사이가 아닌, 12월 A 씨의 징계가 내려진 이후"라고 주장합니다.

또 이들에게 A 씨와의 화해를 권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 핵심부서장에 성희롱 전력 간부 임명… 7년 전 일이니까 상관없다?

한편 최근 7월 인사에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등으로 징계를 받았던 또 다른 간부 B 씨를 공사 핵심 요직에 앉혔다가 노조가 반발하자 철회하는 촌극을 빚은 겁니다.

최근 논란이 된 인사 문제에 관해 설명하는 충북개발공사 노조위원장최근 논란이 된 인사 문제에 관해 설명하는 충북개발공사 노조위원장

충북개발공사는 지난 1일 자로 B 씨를 핵심 부서장에 임명했다가 일주일 만에 취소했습니다.

노조가 2015년 직장 내 성희롱 등의 문제로 B 씨가 정직 등의 징계를 받았던 점 등을 들어 강하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인데요.

특히 노조 측은 이번 인사에서 당시 피해 직원을 오히려 다른 부서로 보내는 등 2차 가해가 벌어졌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공사 측은 "B 씨를 부서장에 임명한 것은 경영 상황상 필요한 처사였고 내부 논의 끝에 인사를 철회했다"며 "현재 B 씨가 이전 부서장 자리로 돌아가면서 해당 부서장 자리는 공석"이라고 밝혔습니다.

■ 최근 3년 사이 퇴사자 6명…갑질 성희롱 피해?

아직까지 의혹에 그친 상황이지만, 이번 일은 최근 군의 조직적 회유와 은폐 등으로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중사 사망사건을 떠오르게 합니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기관장이 직접 2차 가해를 했다는 점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노조는 고용노동부나 감사원 등 사정 기관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충북개발공사에서 직장 내 갑질과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며 퇴사한 직원은 모두 6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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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공기업 직장 내 성희롱에 2차 가해 의혹까지
    • 입력 2021-07-16 06:00:16
    취재K
충북개발공사는 충청북도 출자 지방공기업으로, 산업단지 개발 등 지역의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입니다.

지난해 5월, 이곳에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불거졌는데요.

언론을 통해 알려진 건 한달 뒤인 6월입니다.

지난해 5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불거진 충청북도 산하 출자 기관 충북개발공사
충북개발공사의 직장 내 성희롱은 지난해 5월 외부단체에서 실시한 성폭력 피해 직원 전수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조사에 응한 여직원 10여 명 중 일부는 회식 과정에서 간부 A 씨로부터 불필요한 신체 접촉과 부적절한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충청북도의 감사 등을 통해 A 씨는 결국, 같은 해 12월 강등 처분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충청북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충청북도의회 박우양 의원과 이상철 충북개발공사 사장이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질의 답변하고 있는 모습.
■ 공사 기관장이 성희롱 피해자 2차 가해?


그런데 성희롱 문제가 알려지고 A 씨가 징계를 받기 전까지, 그사이 충북개발공사 사장이 성희롱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사장이 수차례에 걸쳐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A 씨와의 화해를 종용하고, 문제를 제기한 주동자를 색출하려 했다는 겁니다.

또 올해 2월 인사발령에서 간부 A 씨와 성희롱 피해자를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일하도록 배치하는 등 가해자-피해자 분리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관련되어 있다 생각하는 사람한테 업무적으로도 꼬투리를 잡는다고 해야 하나? 인사 때마다 피해자 때문에 인사를 제대로 못 낸다고 말하고...피해자 때문에 인사를 제대로 못 낸다, 언제까지 머리에 박아두고 그렇게 생활을 할 거냐...이 사람들을 언제까지 근무를 하지 말아야 되냐 그 사람들도 기회를 줘야한다 얘기를 많이 하시면서..."

- 충북개발공사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여직원

이에 대해 충북개발공사 이상철 사장은 피해 직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A 씨의 징계 이전 상황에서는 본인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직원들에게 화해를 얘기한 시점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 사이가 아닌, 12월 A 씨의 징계가 내려진 이후"라고 주장합니다.

또 이들에게 A 씨와의 화해를 권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 핵심부서장에 성희롱 전력 간부 임명… 7년 전 일이니까 상관없다?

한편 최근 7월 인사에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등으로 징계를 받았던 또 다른 간부 B 씨를 공사 핵심 요직에 앉혔다가 노조가 반발하자 철회하는 촌극을 빚은 겁니다.

최근 논란이 된 인사 문제에 관해 설명하는 충북개발공사 노조위원장
충북개발공사는 지난 1일 자로 B 씨를 핵심 부서장에 임명했다가 일주일 만에 취소했습니다.

노조가 2015년 직장 내 성희롱 등의 문제로 B 씨가 정직 등의 징계를 받았던 점 등을 들어 강하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인데요.

특히 노조 측은 이번 인사에서 당시 피해 직원을 오히려 다른 부서로 보내는 등 2차 가해가 벌어졌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공사 측은 "B 씨를 부서장에 임명한 것은 경영 상황상 필요한 처사였고 내부 논의 끝에 인사를 철회했다"며 "현재 B 씨가 이전 부서장 자리로 돌아가면서 해당 부서장 자리는 공석"이라고 밝혔습니다.

■ 최근 3년 사이 퇴사자 6명…갑질 성희롱 피해?

아직까지 의혹에 그친 상황이지만, 이번 일은 최근 군의 조직적 회유와 은폐 등으로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중사 사망사건을 떠오르게 합니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기관장이 직접 2차 가해를 했다는 점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노조는 고용노동부나 감사원 등 사정 기관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충북개발공사에서 직장 내 갑질과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며 퇴사한 직원은 모두 6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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