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델타’ 돌발변수에도 ‘장밋빛’ 제시한 4가지 이유

입력 2021.07.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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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였습니다. 관심은 금리보다는 이전과 달라진 경제 상황, 특히 '코로나19 4차 유행'이었습니다.

'다시 우리 경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물음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연거푸 쏟아졌습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가 돌발 변수를 만난 이 총재가 곤혹스러워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총재는 기존 전망대로 우리 경제 성장률이 '4%' 수준을 나타낼 거라고 봤습니다. '고성장' 전망에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그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 '민간소비, 영향은 받겠죠'

이 총재는 "민간소비가 분명히 일정 부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한은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분석을 보면 이건 '일정 부분 영향받는' 정도가 아닙니다.

2020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한국은행2020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한국은행

당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3단계'를 적용할 때 민간소비가 연간 16.6%나 감소한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GDP는 8% 급감한다는 예측을 했습니다.

7개월이 지난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강력한 방역조치가 시작됐습니다. 타격은 적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도 이 총재는 "지난해 겨울철 확산 때와는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 (1)백신 들어올 거고요

이 총재는 지난 겨울엔 없던 백신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도 백신 접종으로 진정되지 않겠냐는 판단입니다.

권장 횟수 접종을 마친 접종 완료자가 11% 수준인 것으로 보면, 아직 먼 길 같은데요.

그래도 이달 말쯤엔 백신 수급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을 이 총재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 물량 확보를 놓고 혼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달 말까지 1,000만 회, 8월 3,500만 회, 9월 4,200만 회가 들어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란 말입니다.

그리고 4차 유행 들어 중증 비율과 치명률이 낮아진 점도 이 총재가 제시한 낙관론의 근거입니다.

■ (2)'학습효과'가 있습니다

또 제시한 근거는 '학습효과'입니다. 이제는 경제 주체들이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무작정 소비를 줄이고만 있지는 않다는 거죠.

예를 들면 배달 앱이나 온라인 쇼핑몰은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매출이 느는 등 수혜를 입었죠. 소비 분출 심리가 여전히 고조돼 있다는 점을 눈여겨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총재는 "감염병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다."라며 "또 다른 형태로 소비 활동을 이어간다든가 하는 그런 학습효과도 저희들이 감안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 (3)수출, 가장 믿는 구석이고요

그러면서 수출과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통관기준으로 4월에 41.1%, 5월에 45.6%, 6월에 39.7%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이 총재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경기의 기조적 회복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이 총재는 "수출 실적 자체가, 또 회복세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견고하다"면서 "미국 경제 회복세도 빨라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습니다.

■ (4)추경까지 대기 중입니다

이 총재는 "정부 대책도 틀림없이 일정 부분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이 총재는 '4% 성장 달성론'을 밝히면서 추경안의 정부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그 효과까지 짚어봤다고 했습니다.

추경안이 아직 국회에서 논의 중인 단계지만, 다시 회복 흐름을 이어나가는 데는 도움이 될 거라는 게 한은의 시각인 것입니다.


■ '좋아질 겁니다, 그래서요. 금리도 올릴 겁니다'

이 총재는 구체적인 성장 전망은 한 달 뒤로 예고했습니다.

이번 '4차 유행'으로 얼마나 민간 소비가 위축돼 우리 경제의 방향타를 건드리는지, 숫자로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우려보다는 좋아질 거다'라는 전망을 내놓은만큼 금리는 시간표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몇 차례 예고한대로 '연내 인상'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점쳐집니다. 시장에서는 벌써 이번 '4차 대유행' 영향이 구체적 숫자로 확인될 시점인 10월이나 11월 회의 중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8월 금리 인상 아니냐'고까지 물었습니다. 이 총재는 "8월 인상을 결정한 바 없고 타임 테이블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8월부터 통화정책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 '저금리 시대'의 종말 암시까지

이 총재는 한술 더 떠 '저금리 시대'의 종말을 암시하는 말까지 했습니다.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였습니다.

이 총재는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유지되는 한 정책 효과도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점을 (빚내서 자산 투자하는) 이런 추세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초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만나서 나눈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 줄여나가겠다"는 이야기와 닿아있는 대목입니다.

결국, 하루 신규 확진자 1,600명을 넘는 '4차 대유행'에도 꿈쩍 않는 모습을 보여준 간담회였습니다.

적어도 이번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로 '금리 인상'을 발표할 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더욱 더 힘을 얻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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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델타’ 돌발변수에도 ‘장밋빛’ 제시한 4가지 이유
    • 입력 2021-07-16 07:00:15
    취재K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였습니다. 관심은 금리보다는 이전과 달라진 경제 상황, 특히 '코로나19 4차 유행'이었습니다.

'다시 우리 경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물음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연거푸 쏟아졌습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가 돌발 변수를 만난 이 총재가 곤혹스러워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총재는 기존 전망대로 우리 경제 성장률이 '4%' 수준을 나타낼 거라고 봤습니다. '고성장' 전망에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그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 '민간소비, 영향은 받겠죠'

이 총재는 "민간소비가 분명히 일정 부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한은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분석을 보면 이건 '일정 부분 영향받는' 정도가 아닙니다.

2020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한국은행
당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3단계'를 적용할 때 민간소비가 연간 16.6%나 감소한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GDP는 8% 급감한다는 예측을 했습니다.

7개월이 지난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강력한 방역조치가 시작됐습니다. 타격은 적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도 이 총재는 "지난해 겨울철 확산 때와는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 (1)백신 들어올 거고요

이 총재는 지난 겨울엔 없던 백신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도 백신 접종으로 진정되지 않겠냐는 판단입니다.

권장 횟수 접종을 마친 접종 완료자가 11% 수준인 것으로 보면, 아직 먼 길 같은데요.

그래도 이달 말쯤엔 백신 수급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을 이 총재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 물량 확보를 놓고 혼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달 말까지 1,000만 회, 8월 3,500만 회, 9월 4,200만 회가 들어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란 말입니다.

그리고 4차 유행 들어 중증 비율과 치명률이 낮아진 점도 이 총재가 제시한 낙관론의 근거입니다.

■ (2)'학습효과'가 있습니다

또 제시한 근거는 '학습효과'입니다. 이제는 경제 주체들이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무작정 소비를 줄이고만 있지는 않다는 거죠.

예를 들면 배달 앱이나 온라인 쇼핑몰은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매출이 느는 등 수혜를 입었죠. 소비 분출 심리가 여전히 고조돼 있다는 점을 눈여겨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총재는 "감염병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다."라며 "또 다른 형태로 소비 활동을 이어간다든가 하는 그런 학습효과도 저희들이 감안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 (3)수출, 가장 믿는 구석이고요

그러면서 수출과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통관기준으로 4월에 41.1%, 5월에 45.6%, 6월에 39.7%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이 총재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경기의 기조적 회복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이 총재는 "수출 실적 자체가, 또 회복세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견고하다"면서 "미국 경제 회복세도 빨라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습니다.

■ (4)추경까지 대기 중입니다

이 총재는 "정부 대책도 틀림없이 일정 부분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이 총재는 '4% 성장 달성론'을 밝히면서 추경안의 정부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그 효과까지 짚어봤다고 했습니다.

추경안이 아직 국회에서 논의 중인 단계지만, 다시 회복 흐름을 이어나가는 데는 도움이 될 거라는 게 한은의 시각인 것입니다.


■ '좋아질 겁니다, 그래서요. 금리도 올릴 겁니다'

이 총재는 구체적인 성장 전망은 한 달 뒤로 예고했습니다.

이번 '4차 유행'으로 얼마나 민간 소비가 위축돼 우리 경제의 방향타를 건드리는지, 숫자로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우려보다는 좋아질 거다'라는 전망을 내놓은만큼 금리는 시간표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몇 차례 예고한대로 '연내 인상'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점쳐집니다. 시장에서는 벌써 이번 '4차 대유행' 영향이 구체적 숫자로 확인될 시점인 10월이나 11월 회의 중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8월 금리 인상 아니냐'고까지 물었습니다. 이 총재는 "8월 인상을 결정한 바 없고 타임 테이블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8월부터 통화정책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 '저금리 시대'의 종말 암시까지

이 총재는 한술 더 떠 '저금리 시대'의 종말을 암시하는 말까지 했습니다.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였습니다.

이 총재는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유지되는 한 정책 효과도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점을 (빚내서 자산 투자하는) 이런 추세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초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만나서 나눈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 줄여나가겠다"는 이야기와 닿아있는 대목입니다.

결국, 하루 신규 확진자 1,600명을 넘는 '4차 대유행'에도 꿈쩍 않는 모습을 보여준 간담회였습니다.

적어도 이번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로 '금리 인상'을 발표할 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더욱 더 힘을 얻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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