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효도’에 소외…“자식도 없고 인터넷도 모르고”

입력 2021.07.16 (10:31) 수정 2021.07.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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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

요즘 '백신 효도' 라는 말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만 55세~59세인 부모님이 맞을 백신을 자녀가 대신 예약해주는 걸 이렇게 표현하는데요.

인터넷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클릭 몇 번 한 걸 갖고 웬 '효도' 타령이냐고요?

예약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십 분 동안 이어진 대기 시간을 기다리고, 여러 번의 오류에도 재접속을 반복하며 어렵사리 부모님의 백신을 얻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 젊은 사람들도 혀 내두른 '인터넷 백신 예약'…콜센터 연결 '꿈도 못 꿔요'

50대 부모님을 위해 '백신 대란'에 참여한 남성의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그는 평소 인기 있는 공연 관람권 예매를 많이 해봐서 백신 예약에도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이트 접속부터 난관에 부딪혔다는데요.

백신 예약 중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 문구가 나타난 모습백신 예약 중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 문구가 나타난 모습

그는 "계속해서 오류가 발생해 인내심이 바닥날 지경이었지만 사이트를 켜 두고 다른 일을 하며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예약에 성공했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님께서 이걸 직접 하실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곧바로 "못 하죠." 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인터넷 은행 업무도 아들한테 대신해달라고 하시는데, 이걸 어떻게 하냐"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사용이 능숙하지 않거나 컴퓨터,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질병관리청과 각 자치단체는 콜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원 의 목소리를 듣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데요.

질병관리청 콜센터 모습질병관리청 콜센터 모습

부산시의 경우 평소의 10배에 달하는 전화가 몰렸습니다. 부산시 콜센터에는 지난 12일 6천 건에 이어 14일에도 3천3백 건가량의 전화가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산시는 공무원 9명이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응대하고 있다며, 인력난으로 추가 인력 배치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 자녀도 도움받을 곳도 없는 50대 "백신 못 맞을까 걱정"

인터넷 예약도 콜센터 예약도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나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들은 막막합니다. 백신을 맞을 수는 있는 건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는데요.

백신 예약 대상자인 한 50대 남성은 "50대 중에서도 인터넷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자식도 없고 주변에 사람도 없다"면서 "요즘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심해져서 빨리 백신을 맞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 모습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 모습

물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백신 예약을 마친 50대도 많습니다. 고령층보다는 인터넷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래도 훨씬 많겠죠.

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보건·의료 분야만큼은 조금이라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은 "중장년층은 고령층과 달리 사회·경제적으로 지지 체계가 부족한 세대" 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백신에 대한 접근성의 측면에서 정책 서비스의 공백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50대 초반의 백신 예약은 이번처럼 예약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걸 막기 위해 예약 시기를 연령별로 세분화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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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효도’에 소외…“자식도 없고 인터넷도 모르고”
    • 입력 2021-07-16 10:31:40
    • 수정2021-07-16 11:30:41
    취재K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
요즘 '백신 효도' 라는 말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만 55세~59세인 부모님이 맞을 백신을 자녀가 대신 예약해주는 걸 이렇게 표현하는데요.

인터넷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클릭 몇 번 한 걸 갖고 웬 '효도' 타령이냐고요?

예약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십 분 동안 이어진 대기 시간을 기다리고, 여러 번의 오류에도 재접속을 반복하며 어렵사리 부모님의 백신을 얻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 젊은 사람들도 혀 내두른 '인터넷 백신 예약'…콜센터 연결 '꿈도 못 꿔요'

50대 부모님을 위해 '백신 대란'에 참여한 남성의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그는 평소 인기 있는 공연 관람권 예매를 많이 해봐서 백신 예약에도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이트 접속부터 난관에 부딪혔다는데요.

백신 예약 중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 문구가 나타난 모습
그는 "계속해서 오류가 발생해 인내심이 바닥날 지경이었지만 사이트를 켜 두고 다른 일을 하며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예약에 성공했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님께서 이걸 직접 하실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곧바로 "못 하죠." 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인터넷 은행 업무도 아들한테 대신해달라고 하시는데, 이걸 어떻게 하냐"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사용이 능숙하지 않거나 컴퓨터,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질병관리청과 각 자치단체는 콜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원 의 목소리를 듣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데요.

질병관리청 콜센터 모습
부산시의 경우 평소의 10배에 달하는 전화가 몰렸습니다. 부산시 콜센터에는 지난 12일 6천 건에 이어 14일에도 3천3백 건가량의 전화가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산시는 공무원 9명이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응대하고 있다며, 인력난으로 추가 인력 배치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 자녀도 도움받을 곳도 없는 50대 "백신 못 맞을까 걱정"

인터넷 예약도 콜센터 예약도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나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들은 막막합니다. 백신을 맞을 수는 있는 건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는데요.

백신 예약 대상자인 한 50대 남성은 "50대 중에서도 인터넷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자식도 없고 주변에 사람도 없다"면서 "요즘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심해져서 빨리 백신을 맞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 모습
물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백신 예약을 마친 50대도 많습니다. 고령층보다는 인터넷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래도 훨씬 많겠죠.

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보건·의료 분야만큼은 조금이라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은 "중장년층은 고령층과 달리 사회·경제적으로 지지 체계가 부족한 세대" 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백신에 대한 접근성의 측면에서 정책 서비스의 공백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50대 초반의 백신 예약은 이번처럼 예약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걸 막기 위해 예약 시기를 연령별로 세분화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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