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영끌’ 매수에 나선 이유

입력 2021.07.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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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평균 124:1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 경쟁률이 12:1이었는데 4년만에 10배 넘게 오른 것입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서울 등 인기 지역은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보니 경쟁률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서울에 분양 공고가 뜰 때마다 'O억 로또'라는 말이 붙을 정도입니다.

'바늘 구멍'처럼 좁아진 청약 당첨 시장에 대한 불만도 많습니다. 세대별로 불만도 제각각인데 어떤 점인지 들어봤습니다.

"가점제 100%로 바뀌고 청약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

2017년 8·2 대책 이후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전용 85㎡ 이하 아파트는 가점제 적용 비율이 75%에서 100%로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가점이 낮아도 추첨으로 25%를 뽑으니 30대가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었는데 상황이 바뀐 것입니다.


실제 청약 당첨자 가운데 30대 비중은 점차 줄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서울의 민영 주택 분양 청약 당첨자(일반+특별)의 43%가 30대였는데, 지난해에는 23%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대신 40대는 28%서 45%로 50대는 15%에서 23%로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한 최저 가점은 평균 60.9점입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청약 통장 가입 기간 만점(가입 기간 15년 이상, 17점)을 채우고도 무주택 기간이 13년 이상 되어야 당첨권에 들 수 있습니다.

무주택 기간을 30살 혹은 혼인 이후부터 산정하기 때문에 30대가 이 점수를 받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입니다.

"맞벌이는 특공 지원 어려워"…기존 주택 매수로 돌아서

가뜩이나 좁은 청약 당첨의 문이 맞벌이 부부에게는 더 좁습니다. 그나마 30대에게 유리한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 제한 때문입니다.

올해 완화된 소득 제한 규정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60%까지 특공 지원이 가능합니다. 산술적으로 부부 중 한 명은 월평균 소득의 60%만 벌어야 지원할 수 있다는것입니다.


결혼 4년 차 직장인 이 모 씨는 이와 관련해 "부부 둘 다 중소기업을 다니는데 소득 자격이 안 돼 신혼부부 특공에 지원할 수가 없다. 한 명은 그만둬야지 그 자격을 맞출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며 하소연했습니다.

이른바 '금수저'만 가능한 특공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지난 2월 분양한 서울 강동구 '고덕 강일 제일풍경채' 아파트, 신혼부부 특공으로 104가구가 공급됐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84㎡ 주택 분양가는 8억 5천만 원 선이었습니다. 자산과 소득이 적은 신혼부부를 위한 특공 제도인데, 높은 분양가를 고려하면 소득은 낮으면서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만 지원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청약 당첨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30대가 기존 주택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수자 3명 가운데 1명은 30대였습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과거 분양 시장에서는 주로 30대가 당첨됐고, 기존 주택 시장에서는 40, 50대가 주택을 구매하는 주 수요층이었다. 그런데 85㎡ 이하 분양에서 가점제 100%가 적용된 이후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맞벌이 부부가 당첨 확률이 떨어지자 기존 주택 시장으로 유입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가점 쌓아 왔는데 신혼부부 공급 확대로 기회 뺏겨"

40대도 할 말은 있습니다. 결혼한 지 7년이 지나 더이상 신혼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특공에 지원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고 가점은 윗세대에 밀리는 이른바 '낀 세대'라는 것입니다.

최근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는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습니다. 사전 청약이 시작된 3기 신도시의 경우 신혼부부 특공과 신혼희망타운 등 절반 이상이 신혼부부에게 배정됩니다.

40대, 50대는 청약 당첨을 위해 가점을 쌓아오며 저축해왔는데 기회를 뺏기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려온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이제 와서 일반 공급 비율을 줄이면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들은 어떻게 집을 마련하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10년 전에, 아니 5년 전이라도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고 성실하게 돈만 모아온 내가 바보같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아이는 커서 들어갈 돈은 더 많은데 신혼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특공에서 배제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신혼부부만을 위한 특공을 확대하기보다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위한 특공을 늘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세대별 할당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결혼과 출산으로 주택 구매 수요가 높고, 자산은 상대적으로 적은 세대에게 청약의 문을 더 넓게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세대별 할당제'가 거론됩니다.

연령에 따라 무주택 비율을 조사한 뒤 그에 맞춰 분양 물량을 배정하고 세대끼리 가점 경쟁을 하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대별로 무주택 수를 가려내고 전체 세대수에서 30대가 만약에 무주택 수가 30%라면 전체 세대수의 30%를 30대에게 배정하고 40대 무주택자가 40%라면 물량의 40%를 50대에게 배정하는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오랜 기간 가점을 쌓아온 세대의 반발에 대해서는 생애 최초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권대중 교수는 "50, 60대 청약 당첨자 가운데는 이미 주택을 구매했다가 팔고, 다시 무주택 기간 가점을 쌓고 부양가족 점수를 더해 분양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최초로 주택 구입을 하는 사람에게 우선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슷한 취지의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현실에 적용될지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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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가 ‘영끌’ 매수에 나선 이유
    • 입력 2021-07-17 08:04:03
    취재K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평균 124:1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 경쟁률이 12:1이었는데 4년만에 10배 넘게 오른 것입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서울 등 인기 지역은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보니 경쟁률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서울에 분양 공고가 뜰 때마다 'O억 로또'라는 말이 붙을 정도입니다.

'바늘 구멍'처럼 좁아진 청약 당첨 시장에 대한 불만도 많습니다. 세대별로 불만도 제각각인데 어떤 점인지 들어봤습니다.

"가점제 100%로 바뀌고 청약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

2017년 8·2 대책 이후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전용 85㎡ 이하 아파트는 가점제 적용 비율이 75%에서 100%로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가점이 낮아도 추첨으로 25%를 뽑으니 30대가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었는데 상황이 바뀐 것입니다.


실제 청약 당첨자 가운데 30대 비중은 점차 줄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서울의 민영 주택 분양 청약 당첨자(일반+특별)의 43%가 30대였는데, 지난해에는 23%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대신 40대는 28%서 45%로 50대는 15%에서 23%로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한 최저 가점은 평균 60.9점입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청약 통장 가입 기간 만점(가입 기간 15년 이상, 17점)을 채우고도 무주택 기간이 13년 이상 되어야 당첨권에 들 수 있습니다.

무주택 기간을 30살 혹은 혼인 이후부터 산정하기 때문에 30대가 이 점수를 받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입니다.

"맞벌이는 특공 지원 어려워"…기존 주택 매수로 돌아서

가뜩이나 좁은 청약 당첨의 문이 맞벌이 부부에게는 더 좁습니다. 그나마 30대에게 유리한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 제한 때문입니다.

올해 완화된 소득 제한 규정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60%까지 특공 지원이 가능합니다. 산술적으로 부부 중 한 명은 월평균 소득의 60%만 벌어야 지원할 수 있다는것입니다.


결혼 4년 차 직장인 이 모 씨는 이와 관련해 "부부 둘 다 중소기업을 다니는데 소득 자격이 안 돼 신혼부부 특공에 지원할 수가 없다. 한 명은 그만둬야지 그 자격을 맞출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며 하소연했습니다.

이른바 '금수저'만 가능한 특공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지난 2월 분양한 서울 강동구 '고덕 강일 제일풍경채' 아파트, 신혼부부 특공으로 104가구가 공급됐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84㎡ 주택 분양가는 8억 5천만 원 선이었습니다. 자산과 소득이 적은 신혼부부를 위한 특공 제도인데, 높은 분양가를 고려하면 소득은 낮으면서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만 지원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청약 당첨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30대가 기존 주택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수자 3명 가운데 1명은 30대였습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과거 분양 시장에서는 주로 30대가 당첨됐고, 기존 주택 시장에서는 40, 50대가 주택을 구매하는 주 수요층이었다. 그런데 85㎡ 이하 분양에서 가점제 100%가 적용된 이후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맞벌이 부부가 당첨 확률이 떨어지자 기존 주택 시장으로 유입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가점 쌓아 왔는데 신혼부부 공급 확대로 기회 뺏겨"

40대도 할 말은 있습니다. 결혼한 지 7년이 지나 더이상 신혼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특공에 지원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고 가점은 윗세대에 밀리는 이른바 '낀 세대'라는 것입니다.

최근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는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습니다. 사전 청약이 시작된 3기 신도시의 경우 신혼부부 특공과 신혼희망타운 등 절반 이상이 신혼부부에게 배정됩니다.

40대, 50대는 청약 당첨을 위해 가점을 쌓아오며 저축해왔는데 기회를 뺏기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려온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이제 와서 일반 공급 비율을 줄이면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들은 어떻게 집을 마련하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10년 전에, 아니 5년 전이라도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고 성실하게 돈만 모아온 내가 바보같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아이는 커서 들어갈 돈은 더 많은데 신혼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특공에서 배제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신혼부부만을 위한 특공을 확대하기보다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위한 특공을 늘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세대별 할당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결혼과 출산으로 주택 구매 수요가 높고, 자산은 상대적으로 적은 세대에게 청약의 문을 더 넓게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세대별 할당제'가 거론됩니다.

연령에 따라 무주택 비율을 조사한 뒤 그에 맞춰 분양 물량을 배정하고 세대끼리 가점 경쟁을 하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대별로 무주택 수를 가려내고 전체 세대수에서 30대가 만약에 무주택 수가 30%라면 전체 세대수의 30%를 30대에게 배정하고 40대 무주택자가 40%라면 물량의 40%를 50대에게 배정하는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오랜 기간 가점을 쌓아온 세대의 반발에 대해서는 생애 최초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권대중 교수는 "50, 60대 청약 당첨자 가운데는 이미 주택을 구매했다가 팔고, 다시 무주택 기간 가점을 쌓고 부양가족 점수를 더해 분양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최초로 주택 구입을 하는 사람에게 우선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슷한 취지의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현실에 적용될지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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