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순위의 함정’ 여론조사 보도, 얼마나 믿으십니까

입력 2021.07.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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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재명 지지율 동반하락…이낙연 전주比 4%p 상승 (7월15일, 뉴시스)
윤석열 27.8% 이재명 26.4% ‘접전’…이낙연 15.6% (7월15일, 국민일보)
이낙연 43.7% 윤석열 41.2%…양자대결서 처음 尹 앞섰다 (7월13일, 중앙일보)

최근 이런 제목의 기사들, 인터넷 포털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민심을 살펴본다는 여론조사 기사입니다. 내년 3월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 앞두고 하루가 머다하고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 기사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웃해지실 겁니다. 비슷한 시기에 조사한 것인데도, 같은 후보의 지지율 수치가 다르고, 심지어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후보가 뒤바뀌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 이재명? 윤석열? 조사마다 다른 1위…왜?

여론조사 결과에는 여러 변수들이 영향을 줍니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자유롭게 답변을 받는 주관식인지, 후보군을 제시하고 고르게 하는 객관식인지에 따라, 또 선택지에 어느 후보를 넣고 안 넣는지에 따라서도 지지율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조사방식을 꼽을 수 있는데요. 여론조사 업체들이 사용하는 조사방식에는 크게 ARS와 전화면접조사가 있습니다.

ARS , 즉 자동응답조사는 설문지를 미리 녹음한 음성을 듣고서 번호를 눌러 답하는 방식입니다. 사람과 직접 통화할 땐 잘 드러내지 않는 숨은 표심을 잡아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옆의 사람들 의식하지 않고 그냥 버튼 누르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교적 솔직한 응답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반면 전화면접조사는 조사원이 전화를 걸어 직접 설문지를 읽어주고 답변을 받습니다. 쉽게 전화를 끊게 되는 ARS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응답을 끌어내고 특정 층으로 표본이 쏠리는 경향을 막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여론조사에서 ARS 의 경우 정치에 대한 관여도, 관심도가 상당히 높은 분들이 응답에 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면접원이 실시하는 전화면접조사는 정치에 관심 낮은 분들까지 포함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오차범위 내인데 '앞섰다' '선두'…여론조사도 '경마식 보도'

그런데 이 '1위'라는 표현, 맞는 표현일까요? 여론조사 보도에서는 누가 1위다, 누구를 앞섰다, 선두는 누구라는 식의 제목과 문장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오차 범위 내 의 결과에 대해서는 순위를 매기지 않도록 한국기자협회가 선거보도준칙으로 규정해놓았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경마 저널리즘'이라고 하는데, 여론조사 보도 역시 경마처럼 오로지 결과만 집중하고 있어 문제다. 표본오차라고 해서 ±3.1%라고 하면 6.2% 차이 내에서는 누가 1위, 2위라고 해선 안된다. 통계상으로도 잘못된 표현이고 유의미하지도 않다"면서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조사에서 실시하지 않은 내용을 언급하며 과도한 해석을 다는 경우 역시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유 교수는 한겨레의 "윤석열 X파일 논란에 4% 하락, 이재명 올라"(6월25일 보도) 기사를 예로 들면서 "통계의 기본은 물어본 것만 대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의 X파일에 대한 질문 항목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윤희웅 센터장은 "한국기자협회의 선거보도준칙에서는 주관적인 표현도 자제하도록 돼있다"면서 "'의외의' '예상을 뛰어넘는' 처럼 수치 자체를 넘어서는 주관적인 표현이나 결과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하는 보도는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조사기관의 차이를 무시한 채 나란히 놓고 비교한 보도, 대선 후보군 선정 기준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는 14번째 순서로 <'순위의 함정' 여론조사 보도, 어디까지 믿으시나요?>를 다룹니다.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유권자들이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여론조사를 제대로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에 대해 토론합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이 함께 하는 이번주 방송은 18일(일) 밤 10시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 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20210620&1
▲ 유튜브 계정 :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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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순위의 함정’ 여론조사 보도, 얼마나 믿으십니까
    • 입력 2021-07-17 10:01:17
    취재K


윤석열·이재명 지지율 동반하락…이낙연 전주比 4%p 상승 (7월15일, 뉴시스)
윤석열 27.8% 이재명 26.4% ‘접전’…이낙연 15.6% (7월15일, 국민일보)
이낙연 43.7% 윤석열 41.2%…양자대결서 처음 尹 앞섰다 (7월13일, 중앙일보)

최근 이런 제목의 기사들, 인터넷 포털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민심을 살펴본다는 여론조사 기사입니다. 내년 3월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 앞두고 하루가 머다하고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 기사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웃해지실 겁니다. 비슷한 시기에 조사한 것인데도, 같은 후보의 지지율 수치가 다르고, 심지어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후보가 뒤바뀌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 이재명? 윤석열? 조사마다 다른 1위…왜?

여론조사 결과에는 여러 변수들이 영향을 줍니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자유롭게 답변을 받는 주관식인지, 후보군을 제시하고 고르게 하는 객관식인지에 따라, 또 선택지에 어느 후보를 넣고 안 넣는지에 따라서도 지지율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조사방식을 꼽을 수 있는데요. 여론조사 업체들이 사용하는 조사방식에는 크게 ARS와 전화면접조사가 있습니다.

ARS , 즉 자동응답조사는 설문지를 미리 녹음한 음성을 듣고서 번호를 눌러 답하는 방식입니다. 사람과 직접 통화할 땐 잘 드러내지 않는 숨은 표심을 잡아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옆의 사람들 의식하지 않고 그냥 버튼 누르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교적 솔직한 응답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반면 전화면접조사는 조사원이 전화를 걸어 직접 설문지를 읽어주고 답변을 받습니다. 쉽게 전화를 끊게 되는 ARS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응답을 끌어내고 특정 층으로 표본이 쏠리는 경향을 막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여론조사에서 ARS 의 경우 정치에 대한 관여도, 관심도가 상당히 높은 분들이 응답에 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면접원이 실시하는 전화면접조사는 정치에 관심 낮은 분들까지 포함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오차범위 내인데 '앞섰다' '선두'…여론조사도 '경마식 보도'

그런데 이 '1위'라는 표현, 맞는 표현일까요? 여론조사 보도에서는 누가 1위다, 누구를 앞섰다, 선두는 누구라는 식의 제목과 문장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오차 범위 내 의 결과에 대해서는 순위를 매기지 않도록 한국기자협회가 선거보도준칙으로 규정해놓았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경마 저널리즘'이라고 하는데, 여론조사 보도 역시 경마처럼 오로지 결과만 집중하고 있어 문제다. 표본오차라고 해서 ±3.1%라고 하면 6.2% 차이 내에서는 누가 1위, 2위라고 해선 안된다. 통계상으로도 잘못된 표현이고 유의미하지도 않다"면서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조사에서 실시하지 않은 내용을 언급하며 과도한 해석을 다는 경우 역시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유 교수는 한겨레의 "윤석열 X파일 논란에 4% 하락, 이재명 올라"(6월25일 보도) 기사를 예로 들면서 "통계의 기본은 물어본 것만 대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의 X파일에 대한 질문 항목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윤희웅 센터장은 "한국기자협회의 선거보도준칙에서는 주관적인 표현도 자제하도록 돼있다"면서 "'의외의' '예상을 뛰어넘는' 처럼 수치 자체를 넘어서는 주관적인 표현이나 결과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하는 보도는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조사기관의 차이를 무시한 채 나란히 놓고 비교한 보도, 대선 후보군 선정 기준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는 14번째 순서로 <'순위의 함정' 여론조사 보도, 어디까지 믿으시나요?>를 다룹니다.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유권자들이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여론조사를 제대로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에 대해 토론합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이 함께 하는 이번주 방송은 18일(일) 밤 10시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 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20210620&1
▲ 유튜브 계정 :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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