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기자들Q] 과거 영광 잃어가는 ‘만평’…그럼에도 그리는 이유는
입력 2021.07.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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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
만화를 통해 사회를 풍자적으로 비평하는 것을 말합니다. 촌철살인의 만평 한 컷이 장문의 글보다 큰 울림을 주기도 하죠.
우리나라 시사만화의 역사는 110년이 넘습니다. 1909년 6월 2일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한 컷의 만화가 최초의 만평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만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이기도 했습니다. 대중 만화 자체가 신문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후 만평은 질곡의 세월을 거치며 권력에 대한 풍자와 저항의 도구가 됐고 우리 삶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투영한 역사의 기록이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엄혹했던 1980년대. 작가들이 해직되거나 작품을 압수당하는 등의 수모를 겪었지만 끝내 풍자와 비판의 펜은 놓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울분을 달래주는 만평을 보기 위해 신문을 샀고, 조간신문이 배달되면 1면과 만평부터 챙겨봤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만평을 '풍자와 과장의 저널리즘'으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그랬던 만평의 위상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독자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20여년 전 11개 중앙 일간지가 게재했던 만평은 이제 절반 정도로 줄었고, 지방지는 4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미디어 시장 변화에 따라 종이 신문이 추락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가 골라볼 수 있는 콘텐츠는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네컷 시사만화의 대표주자였던 박순찬 화백이 26년간 연재했던 만화 '장도리'를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중앙 일간지의 네컷 시사만화 명맥도 끊겼죠. 박 화백은 특유의 풍자와 촌철살인으로 권력을 비판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신문사 내에서의 작업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올리면 독자들이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굳이 그걸 또 종이에 인쇄해서 다음날 보여준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딱 정해진 틀 안에서 그려야 한다는 건 결국 신문 편집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거든요. 신문이 과거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변화에 적응하려고 하는 게 너무 힘든 상황인 건 분명하다고 봅니다." - 박순찬 화백 |


여기에 사회적인 분위기가 정치 성향에 따라 양극화되면서 편향성 시비도 격해지고 있습니다.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보도 기사와 달리 만평은 일종의 칼럼, 작가의 '주장'인데 이를 펼칠 공간이 그만큼 줄어든 겁니다.
과거 정치적 탄압과 규제를 견뎌낸 시사만화가 이제는 엄혹한 현실의 험로를 헤쳐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도 만평은 계속됩니다. 종이신문만이 아니라 방송과 잡지 등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작가들이 만평, 시사만화를 놓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박순찬 화백과 시사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 작가 '아트만두', 주간지 시사인에서 시사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굽시니스트'를 만나 한국 시사만화의 현주소를 들여다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18일(일) 밤 10시 35분 KBS1TV에서 방송되는 <질문하는 기자들 Q> 2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앞선 1부에선 선거 관련 여론조사의 실체를 다룬 <숫자의 함정…여론조사 보도 어디까지 믿으시나요?>편이 방송됩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유현재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정아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본방'을 놓치셨다면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
▲ 유튜브 계정 <질문하는 기자들 Q>: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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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하는기자들Q] 과거 영광 잃어가는 ‘만평’…그럼에도 그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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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7-17 11:00:51

만평.
만화를 통해 사회를 풍자적으로 비평하는 것을 말합니다. 촌철살인의 만평 한 컷이 장문의 글보다 큰 울림을 주기도 하죠.
우리나라 시사만화의 역사는 110년이 넘습니다. 1909년 6월 2일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한 컷의 만화가 최초의 만평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만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이기도 했습니다. 대중 만화 자체가 신문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후 만평은 질곡의 세월을 거치며 권력에 대한 풍자와 저항의 도구가 됐고 우리 삶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투영한 역사의 기록이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엄혹했던 1980년대. 작가들이 해직되거나 작품을 압수당하는 등의 수모를 겪었지만 끝내 풍자와 비판의 펜은 놓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울분을 달래주는 만평을 보기 위해 신문을 샀고, 조간신문이 배달되면 1면과 만평부터 챙겨봤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만평을 '풍자와 과장의 저널리즘'으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그랬던 만평의 위상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독자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20여년 전 11개 중앙 일간지가 게재했던 만평은 이제 절반 정도로 줄었고, 지방지는 4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미디어 시장 변화에 따라 종이 신문이 추락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가 골라볼 수 있는 콘텐츠는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네컷 시사만화의 대표주자였던 박순찬 화백이 26년간 연재했던 만화 '장도리'를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중앙 일간지의 네컷 시사만화 명맥도 끊겼죠. 박 화백은 특유의 풍자와 촌철살인으로 권력을 비판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신문사 내에서의 작업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올리면 독자들이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굳이 그걸 또 종이에 인쇄해서 다음날 보여준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딱 정해진 틀 안에서 그려야 한다는 건 결국 신문 편집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거든요. 신문이 과거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변화에 적응하려고 하는 게 너무 힘든 상황인 건 분명하다고 봅니다." - 박순찬 화백 |


여기에 사회적인 분위기가 정치 성향에 따라 양극화되면서 편향성 시비도 격해지고 있습니다.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보도 기사와 달리 만평은 일종의 칼럼, 작가의 '주장'인데 이를 펼칠 공간이 그만큼 줄어든 겁니다.
과거 정치적 탄압과 규제를 견뎌낸 시사만화가 이제는 엄혹한 현실의 험로를 헤쳐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도 만평은 계속됩니다. 종이신문만이 아니라 방송과 잡지 등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작가들이 만평, 시사만화를 놓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박순찬 화백과 시사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 작가 '아트만두', 주간지 시사인에서 시사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굽시니스트'를 만나 한국 시사만화의 현주소를 들여다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18일(일) 밤 10시 35분 KBS1TV에서 방송되는 <질문하는 기자들 Q> 2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앞선 1부에선 선거 관련 여론조사의 실체를 다룬 <숫자의 함정…여론조사 보도 어디까지 믿으시나요?>편이 방송됩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유현재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정아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본방'을 놓치셨다면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
▲ 유튜브 계정 <질문하는 기자들 Q>: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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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기자 le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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