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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열쇠 될까?
입력 2021.07.18 (08:00) 취재K

인천 삼목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40분, 인어의 전설이 있는 섬 장봉도가 나옵니다. 장봉도는 천 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인데요, 주민 대부분이 갯벌에서 '맨손 어업'에 종사합니다. 바지락과 백합, 겨울에는 굴이 좋다네요.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전부인 갯벌, 바로 그 갯벌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 "반나절 일하면 바지락 두 바구니…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삶의 터전"

장봉도 선착장에서 다시 어선을 타고 10여 분을 가면, '날가지'라고 불리는 무인도에 닿습니다. 섬이 보이는 바다 위에서 어선은 엔진을 끄고 한참을 기다립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마치 마술처럼 바닷물이 빠지고 살아 숨 쉬는 갯벌이 민낯을 드러냅니다.

요즘은 바지락 철이라, 80여 명의 어민들이 바지락 잡이에 나섰습니다.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갯벌은 커다란 바구니 두 개 가득히 바지락을 내어주었습니다. 평생을 갯벌에 기대 살아온 81살 어민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대를 이어 평생을 갯벌에서 바지락 잡으며 생계를 유지해왔어요. 없는 사람들도 갯벌 옆이면 살 수 있어요. 더할 나위 없이 좋죠. "

■ 살아 숨 쉬는 인천 갯벌…멸종 위기 조류의 주요 서식지

날가지 갯벌을 비롯한 인천의 갯벌은 한국 갯벌 전체의 28%를 차지합니다. 조수 간만의 차가 최대 9m로 크고, 한강 하구에 위치하다보니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역동적인' 갯벌입니다.

실제로 가서 보니, 바지락을 잡는 곳은 모래와 펄이 섞여있는 '혼합갯벌'인데, 몇 발자국만 이동하면 마치 사막과도 같은 '모래갯벌'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발이 푹푹 빠지는 '펄갯벌'도 있습니다. 퇴적상이 변화무쌍하다보니, 그만큼 많은 종류의 해양 생물들이 서식합니다. 흰발농게 같은 보호종과 범게 등 고유종도 살고요. 갯벌과 주변 생태계에 200여 종의 어류, 250여 종의 갑각류, 연체동물이 200종, 갯지렁이류가 100종 이상 서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어민들이 바지락 잡이에 나선 혼합갯벌 바로 옆에는 사막과도 같은 ‘모래갯벌’이 펼쳐진다.어민들이 바지락 잡이에 나선 혼합갯벌 바로 옆에는 사막과도 같은 ‘모래갯벌’이 펼쳐진다.
갯벌에서 먹이 활동 중인 저어새갯벌에서 먹이 활동 중인 저어새

하지만 인천 갯벌의 가장 큰 특징은 멸종 위기 조류들의 주요 서식지라는 점입니다. 취재 중에도 바지락 잡이에 나선 어민들 옆으로 먹이 활동을 하는 저어새를 볼 수 있었는데요. 검은머리물떼새, 두루미,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등 세계적인 멸종위기 조류가 인천의 갯벌에 터를 잡고 있습니다.

■ '한국 갯벌'의 세계자연유산등재 도전, 인천 갯벌이 열쇠 될까?

현재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충남 서천과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갯벌입니다. 이를 심사할 세계유산위원회는 16일 개막했고, 한국의 갯벌 심사는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등재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 5월 세계자연유산 자문·심사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한국의 갯벌'을 실사한 뒤 '반려' 권고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 범위가 좁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핵심지역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였는데, 이 핵심 지역에 대해 강화와 영종, 송도, 화성, 아산만 갯벌 등을 거론했습니다. 인천의 갯벌이 빠져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인천시는 최근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심사 대상에 인천 갯벌이 바로 포함되는 건 아닙니다. 현재 추진 중인 1단계 4개 갯벌의 등재가 이뤄지면, 이후 추진될 2단계 추가 등재 대상에 인천 갯벌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IUCN이 핵심 지역이라고 언급했던 인천 갯벌의 추가 등재 계획을 이미 수립하고 있고, 인천시 등 해당 지역의 추진 의사를 확인했다는 점 등은 이번 세계유산등재에 주요 전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인천 갯벌이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도전은 '보존의 약속'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의 갯벌은 연간 승용차 11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따져보면 갯벌 1㎢당 63억 원, 한국 갯벌은 연간 약 16조 원의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효과나 가치는 그 갯벌을 제대로 지키고 보존할 때 기대할 수 있겠죠.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중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갯벌과 생태계를 지켜가겠다는 일종의 '약속'일테니까죠. 지금 이 모습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갯벌을 지켜가겠다는 그 약속, 한국 갯벌의 가치를 간직하겠다는 그 진심을, 누군가는 꼭 알아봐주길 바랍니다.
  • 인천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열쇠 될까?
    • 입력 2021-07-18 08:00:36
    취재K

인천 삼목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40분, 인어의 전설이 있는 섬 장봉도가 나옵니다. 장봉도는 천 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인데요, 주민 대부분이 갯벌에서 '맨손 어업'에 종사합니다. 바지락과 백합, 겨울에는 굴이 좋다네요.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전부인 갯벌, 바로 그 갯벌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 "반나절 일하면 바지락 두 바구니…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삶의 터전"

장봉도 선착장에서 다시 어선을 타고 10여 분을 가면, '날가지'라고 불리는 무인도에 닿습니다. 섬이 보이는 바다 위에서 어선은 엔진을 끄고 한참을 기다립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마치 마술처럼 바닷물이 빠지고 살아 숨 쉬는 갯벌이 민낯을 드러냅니다.

요즘은 바지락 철이라, 80여 명의 어민들이 바지락 잡이에 나섰습니다.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갯벌은 커다란 바구니 두 개 가득히 바지락을 내어주었습니다. 평생을 갯벌에 기대 살아온 81살 어민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대를 이어 평생을 갯벌에서 바지락 잡으며 생계를 유지해왔어요. 없는 사람들도 갯벌 옆이면 살 수 있어요. 더할 나위 없이 좋죠. "

■ 살아 숨 쉬는 인천 갯벌…멸종 위기 조류의 주요 서식지

날가지 갯벌을 비롯한 인천의 갯벌은 한국 갯벌 전체의 28%를 차지합니다. 조수 간만의 차가 최대 9m로 크고, 한강 하구에 위치하다보니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역동적인' 갯벌입니다.

실제로 가서 보니, 바지락을 잡는 곳은 모래와 펄이 섞여있는 '혼합갯벌'인데, 몇 발자국만 이동하면 마치 사막과도 같은 '모래갯벌'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발이 푹푹 빠지는 '펄갯벌'도 있습니다. 퇴적상이 변화무쌍하다보니, 그만큼 많은 종류의 해양 생물들이 서식합니다. 흰발농게 같은 보호종과 범게 등 고유종도 살고요. 갯벌과 주변 생태계에 200여 종의 어류, 250여 종의 갑각류, 연체동물이 200종, 갯지렁이류가 100종 이상 서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어민들이 바지락 잡이에 나선 혼합갯벌 바로 옆에는 사막과도 같은 ‘모래갯벌’이 펼쳐진다.어민들이 바지락 잡이에 나선 혼합갯벌 바로 옆에는 사막과도 같은 ‘모래갯벌’이 펼쳐진다.
갯벌에서 먹이 활동 중인 저어새갯벌에서 먹이 활동 중인 저어새

하지만 인천 갯벌의 가장 큰 특징은 멸종 위기 조류들의 주요 서식지라는 점입니다. 취재 중에도 바지락 잡이에 나선 어민들 옆으로 먹이 활동을 하는 저어새를 볼 수 있었는데요. 검은머리물떼새, 두루미,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등 세계적인 멸종위기 조류가 인천의 갯벌에 터를 잡고 있습니다.

■ '한국 갯벌'의 세계자연유산등재 도전, 인천 갯벌이 열쇠 될까?

현재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충남 서천과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갯벌입니다. 이를 심사할 세계유산위원회는 16일 개막했고, 한국의 갯벌 심사는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등재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 5월 세계자연유산 자문·심사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한국의 갯벌'을 실사한 뒤 '반려' 권고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 범위가 좁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핵심지역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였는데, 이 핵심 지역에 대해 강화와 영종, 송도, 화성, 아산만 갯벌 등을 거론했습니다. 인천의 갯벌이 빠져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인천시는 최근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심사 대상에 인천 갯벌이 바로 포함되는 건 아닙니다. 현재 추진 중인 1단계 4개 갯벌의 등재가 이뤄지면, 이후 추진될 2단계 추가 등재 대상에 인천 갯벌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IUCN이 핵심 지역이라고 언급했던 인천 갯벌의 추가 등재 계획을 이미 수립하고 있고, 인천시 등 해당 지역의 추진 의사를 확인했다는 점 등은 이번 세계유산등재에 주요 전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인천 갯벌이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도전은 '보존의 약속'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의 갯벌은 연간 승용차 11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따져보면 갯벌 1㎢당 63억 원, 한국 갯벌은 연간 약 16조 원의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효과나 가치는 그 갯벌을 제대로 지키고 보존할 때 기대할 수 있겠죠.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중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갯벌과 생태계를 지켜가겠다는 일종의 '약속'일테니까죠. 지금 이 모습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갯벌을 지켜가겠다는 그 약속, 한국 갯벌의 가치를 간직하겠다는 그 진심을, 누군가는 꼭 알아봐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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