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팀장도 시험 부적절성 알았나?…“과한 거 같아서 뺐다”

입력 2021.07.20 (11:01) 수정 2021.07.20 (11:3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이 ‘필기 고사’를 봤을 때 관리팀장이 화면에 띄운 안내문지난달 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이 ‘필기 고사’를 봤을 때 관리팀장이 화면에 띄운 안내문

■ 새로운 사진 공개..."시험 점수, 근무성적평정에 적극 반영"

지난달 9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미화 업무 필기 고사'를 봤습니다. 서울대 기숙사가 처음으로 개관한 연도, 기숙사 건물의 준공 연도 등을 묻는 문제가 포함됐습니다. 논란이 된 그 시험입니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 노조 측은 새로운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시험을 보는 회의실 스크린에 '시험 점수를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그동안 서울대는 해당 시험이 "인사평가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주장했는데, 정반대의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이 사진이 공개된 뒤 논란이 일자 서울대 기숙사는 '필기고사 점수를 근무 성적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다시 한번 해명했습니다. 인사권자가 아닌 해당 안전 관리팀장이 "권한 밖의 일을 한 것"이라는 겁니다.


■ '시험 점수를 근무 평가에 반영' 내용은 지운 뒤 보고

KBS 취재 결과, 이번에 '갑질 논란'을 일으킨 팀장은 '시험 점수를 근무성적평정에 적극 반영한다'는 내용을 지운 채 서울대 측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관 중인 자료에도 해당 내용은 없었다고 합니다.

서울대 기숙사 관계자는 "해당 팀장이 가지고 있는 공식 자료에도, 최종 파일에도 그런 내용('점수를 근무 성적에 반영한다'는 문서)은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갑질 의혹'을 언론이 보도한 뒤 해당 팀장을 불러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는데, 이런 내용을 지우고 보고했다는 겁니다.

서울대 기숙사 측이 해당 팀장에게 이유를 묻자 " 최종본을 저장할 때 과한 거 같아서 뺐다"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스스로 갑질 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삭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기숙사 관계자는 "교육 뒤 자료를 정리하면서, 좀 쓸데 없는 내용인 거 같아서 자기가 뺐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본인이 인사권자도 아니고 그 점수를 반영할 시스템 자체가 없는 건데 왜 본인이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청소노동자 이 모 씨가 숨진 지난달 26일 당일 CCTV 모습청소노동자 이 모 씨가 숨진 지난달 26일 당일 CCTV 모습

■ "서울대가 몰랐다고 책임 덜 해지는 거 아니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대가 이런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해도, 책임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진호 직장 갑질 119 집행위원장은 "서울대 측이 몰랐다고 이야기하면 끝나는 게 아니고 그걸 막기 위해서 어떻게 예방 조치를 하고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집중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갑질 문제는 근로기준법상 금지하는 법적 문제이며 해당 기관은 이 의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진호 직장 갑질 119 집행위원장오진호 직장 갑질 119 집행위원장

■ 청소노동자 숨진 지 25일, 조사 주체도 못 정해

유족과 노조 측은 서울대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대가 학내 인권센터에 이번 조사를 맡기자는 입장에 반대하면서 노사정 공동으로 관련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숨진 이 씨의 남편은 "이미 결론은 나 있는 거 같고, 저희는 인권센터의 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라면서 "많은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이 얻어지려면 더 공정한 곳에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 씨가 숨진 지 25일째. 서울대와 유족·노조 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누가 이 사망 사건의 진상조사를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갑질 논란’ 팀장도 시험 부적절성 알았나?…“과한 거 같아서 뺐다”
    • 입력 2021-07-20 11:01:06
    • 수정2021-07-20 11:30:40
    취재K
지난달 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이 ‘필기 고사’를 봤을 때 관리팀장이 화면에 띄운 안내문
■ 새로운 사진 공개..."시험 점수, 근무성적평정에 적극 반영"

지난달 9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미화 업무 필기 고사'를 봤습니다. 서울대 기숙사가 처음으로 개관한 연도, 기숙사 건물의 준공 연도 등을 묻는 문제가 포함됐습니다. 논란이 된 그 시험입니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 노조 측은 새로운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시험을 보는 회의실 스크린에 '시험 점수를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그동안 서울대는 해당 시험이 "인사평가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주장했는데, 정반대의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이 사진이 공개된 뒤 논란이 일자 서울대 기숙사는 '필기고사 점수를 근무 성적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다시 한번 해명했습니다. 인사권자가 아닌 해당 안전 관리팀장이 "권한 밖의 일을 한 것"이라는 겁니다.


■ '시험 점수를 근무 평가에 반영' 내용은 지운 뒤 보고

KBS 취재 결과, 이번에 '갑질 논란'을 일으킨 팀장은 '시험 점수를 근무성적평정에 적극 반영한다'는 내용을 지운 채 서울대 측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관 중인 자료에도 해당 내용은 없었다고 합니다.

서울대 기숙사 관계자는 "해당 팀장이 가지고 있는 공식 자료에도, 최종 파일에도 그런 내용('점수를 근무 성적에 반영한다'는 문서)은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갑질 의혹'을 언론이 보도한 뒤 해당 팀장을 불러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는데, 이런 내용을 지우고 보고했다는 겁니다.

서울대 기숙사 측이 해당 팀장에게 이유를 묻자 " 최종본을 저장할 때 과한 거 같아서 뺐다"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스스로 갑질 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삭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기숙사 관계자는 "교육 뒤 자료를 정리하면서, 좀 쓸데 없는 내용인 거 같아서 자기가 뺐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본인이 인사권자도 아니고 그 점수를 반영할 시스템 자체가 없는 건데 왜 본인이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청소노동자 이 모 씨가 숨진 지난달 26일 당일 CCTV 모습
■ "서울대가 몰랐다고 책임 덜 해지는 거 아니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대가 이런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해도, 책임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진호 직장 갑질 119 집행위원장은 "서울대 측이 몰랐다고 이야기하면 끝나는 게 아니고 그걸 막기 위해서 어떻게 예방 조치를 하고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집중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갑질 문제는 근로기준법상 금지하는 법적 문제이며 해당 기관은 이 의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진호 직장 갑질 119 집행위원장
■ 청소노동자 숨진 지 25일, 조사 주체도 못 정해

유족과 노조 측은 서울대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대가 학내 인권센터에 이번 조사를 맡기자는 입장에 반대하면서 노사정 공동으로 관련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숨진 이 씨의 남편은 "이미 결론은 나 있는 거 같고, 저희는 인권센터의 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라면서 "많은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이 얻어지려면 더 공정한 곳에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 씨가 숨진 지 25일째. 서울대와 유족·노조 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누가 이 사망 사건의 진상조사를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