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몇번이나 아쉽다고 해”…한일 협상 결렬 과정 짚어보니

입력 2021.07.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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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오늘(20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대통령께 마지막 보고를 드릴 때 그 자리에서도 대통령께서는 굉장히 아쉬움을 표현하셨다"며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실무협상은 계속 해나갈 것을 지시하셨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자 몇 번이나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국 결렬으로 끝난, 한일 간 정상회담 협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 "한일 관계 회복 불씨 되살릴 마지막 기회였는데…"

문 대통령이 이렇게 아쉬워하는 이유는, 이번 도쿄 올림픽을 한일 관계 회복의 불씨를 되살릴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으로 시작된 한일 갈등은, 한일 관계를 수교 이래 최악의 수준으로 몰고 갔습니다. 한일 관계를 이대로 다음 정권에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청와대 내부에 있었습니다. 관계를 회복할 순 없더라도 적어도 대화의 기반은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명분도 있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당시 일본 아베 총리가 방한해 정상회담을 했기 때문에, 답방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찌감치 청와대와 외교부, 주일 한국대사관에 '방일 준비팀'이 꾸려졌습니다.

4월과 5월, 6월 초까지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방일은 상수(常數)로 생각해도 된다"고 귀띔했습니다. 코로나 상황 악화도 변수는 되지 않았습니다. 도쿄의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이 연달아 불참을 선언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6월 12일, 영국 콘월). 두 정상은 스치며 인사를 했을 뿐 약식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6월 12일, 영국 콘월). 두 정상은 스치며 인사를 했을 뿐 약식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 日 무성의한 태도·G7 약식회동 불발에 분위기 바뀌어

문제는 일본의 무성의한 태도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를 잠깐이라도 만나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하려고 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SNS에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이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적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많이 마음 상했다"며 "방일에 대한 청와대 내부 기류도 '이런 상황에도 일본에 가야 하느냐'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은 한일 정상회담의 형식도 '약식'이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식 의제나 참모 배석 없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간도 15분 이내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와서 '덕담'이나 하고 가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적극적으로 변한 일본…협상 풀리나 했더니

그러다 이달 들어 일본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었다고 합니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일 협력을 바라는 미국의 요구,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이외의 해외 귀빈이 없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방일 가능성이 0이었다가 7월 들어 40% 정도로 커졌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은 그러나 협상을 하면서 중간 중간 협상 내용의 일부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렸습니다. 급기야 외교부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은 언론 플레이를 하지 마라'고 경고했습니다. 박수현 수석은 오늘 라디오에 출연해 "일본이 이번 기회를 통해 특정 언론을 통한 소위 언론 플레이, 이런 것들이 그렇게 정중하게 또 실무적으로 진행되는 회담이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맞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접 언론에 출연해 "형식을 갖춘 정상회담,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우리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응답을 기다린다고 압박했습니다.

그렇게 7월 12일부터 16일까지 한 주 동안 양측은 팽팽한 기싸움을 하며 서로의 이해 관계를 조금씩 좁혀 나갔습니다.

그러다 지난 16일, 실무선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일본의 한 매체는 한·일이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 지었으며, 일본은 수출규제 철회를,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취소를 서로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여러 안을 주고 받으며 실무 협의를 치열하게 하고 있다"고 인정한 뒤 "양국의 실무자 간에 조율된 성과가 있다"고 협의가 진전됐음을 인정했습니다.

부적절한 성적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부적절한 성적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

■ 협상 막판에 등장한 日 공사 망언, 결정적 악재가 되다

그리고 같은 날인 16일,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문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을 부적절한 성적 표현으로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다음 날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아이보시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며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했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소마 공사의 즉각적인 경질을 기다렸지만 일본은 그마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관방장관은 19일 "소마 공사의 발언이 외교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면서도 "재임 기간 등을 고려한 뒤에, 적재적소의 관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같은 날 "막판에 대두된 회담의 장애에 대해 아직 일본 측으로부터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는 상황이어서 방일과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히며, 이날 안에 일본이 가시적 조치를 해주길 요구했지만, 결국 일본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는 끝까지 한일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박수현 소통수석은 방일 무산을 전한 그 날 오전까지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왜 '굴욕적 외교'를 하냐고 비판을 하시지만,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길은 달라야 된다라는 신념으로 임해 왔다"고 회고했습니다.


■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면 어땠을까?

외교 소식통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어도 협상 성과가 담보되긴 어려웠다고 설명합니다.

일본은 협상 내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는 태도를 사실상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한국이 의제로 요구했던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조율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가 일본 총리는 어제 문 대통령 방일 무산 발표 이후 기자들에게 "한일 관계를 다시 건전한 관계로 돌려놓기 위해 앞으로도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 측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는데, 이때 말하는 '일관된 입장'이란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재개할 기반'이라도 만들어보려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였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일본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 '마지막 대화 기회' 또 올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이번 정부 임기 말까지 계속 일본과 대화 노력을 해 나가고자 한다"며 "한일 정상 간 만나게 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관련한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고 오늘 박수현 소통수석이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외교당국은 후속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당장 최종건 외교부 차관이 오늘 도쿄로 갔는데, 모리 다케오 외무성 차관과 한일 외교차관 회담을 개최하고 내일인 21일 오전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차관과 제8차 한미일 차관협의에 참석합니다.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이, 이번 한일 정상회담 불발과 소마 공사의 망언에 어떤 입장을 드러낼지 주목됩니다.

내년 2월에 열릴 베이징 동계 올림픽도 임기 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그때까지 진정되면 각국 정상의 참석이 이뤄질 것이고, 그때 일본 정상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긴 어려운 형국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당장 9월에 총선거를 앞두고 있고, 한국도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국내 정치 현안에 묻힐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올해 안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 명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일 관계는 이보다 더 경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이 '무조건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는 일방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문 대통령의 임기 내 한일 관계 개선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습니다. 문재인-스가, 한일 두 정상에게 시간은 그리 많은 여유를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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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몇번이나 아쉽다고 해”…한일 협상 결렬 과정 짚어보니
    • 입력 2021-07-20 17:18:01
    취재K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오늘(20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대통령께 마지막 보고를 드릴 때 그 자리에서도 대통령께서는 굉장히 아쉬움을 표현하셨다"며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실무협상은 계속 해나갈 것을 지시하셨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자 몇 번이나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국 결렬으로 끝난, 한일 간 정상회담 협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 "한일 관계 회복 불씨 되살릴 마지막 기회였는데…"

문 대통령이 이렇게 아쉬워하는 이유는, 이번 도쿄 올림픽을 한일 관계 회복의 불씨를 되살릴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으로 시작된 한일 갈등은, 한일 관계를 수교 이래 최악의 수준으로 몰고 갔습니다. 한일 관계를 이대로 다음 정권에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청와대 내부에 있었습니다. 관계를 회복할 순 없더라도 적어도 대화의 기반은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명분도 있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당시 일본 아베 총리가 방한해 정상회담을 했기 때문에, 답방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찌감치 청와대와 외교부, 주일 한국대사관에 '방일 준비팀'이 꾸려졌습니다.

4월과 5월, 6월 초까지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방일은 상수(常數)로 생각해도 된다"고 귀띔했습니다. 코로나 상황 악화도 변수는 되지 않았습니다. 도쿄의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이 연달아 불참을 선언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6월 12일, 영국 콘월). 두 정상은 스치며 인사를 했을 뿐 약식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 日 무성의한 태도·G7 약식회동 불발에 분위기 바뀌어

문제는 일본의 무성의한 태도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를 잠깐이라도 만나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하려고 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SNS에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이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적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많이 마음 상했다"며 "방일에 대한 청와대 내부 기류도 '이런 상황에도 일본에 가야 하느냐'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은 한일 정상회담의 형식도 '약식'이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식 의제나 참모 배석 없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간도 15분 이내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와서 '덕담'이나 하고 가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적극적으로 변한 일본…협상 풀리나 했더니

그러다 이달 들어 일본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었다고 합니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일 협력을 바라는 미국의 요구,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이외의 해외 귀빈이 없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방일 가능성이 0이었다가 7월 들어 40% 정도로 커졌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은 그러나 협상을 하면서 중간 중간 협상 내용의 일부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렸습니다. 급기야 외교부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은 언론 플레이를 하지 마라'고 경고했습니다. 박수현 수석은 오늘 라디오에 출연해 "일본이 이번 기회를 통해 특정 언론을 통한 소위 언론 플레이, 이런 것들이 그렇게 정중하게 또 실무적으로 진행되는 회담이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맞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접 언론에 출연해 "형식을 갖춘 정상회담,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우리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응답을 기다린다고 압박했습니다.

그렇게 7월 12일부터 16일까지 한 주 동안 양측은 팽팽한 기싸움을 하며 서로의 이해 관계를 조금씩 좁혀 나갔습니다.

그러다 지난 16일, 실무선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일본의 한 매체는 한·일이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 지었으며, 일본은 수출규제 철회를,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취소를 서로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여러 안을 주고 받으며 실무 협의를 치열하게 하고 있다"고 인정한 뒤 "양국의 실무자 간에 조율된 성과가 있다"고 협의가 진전됐음을 인정했습니다.

부적절한 성적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
■ 협상 막판에 등장한 日 공사 망언, 결정적 악재가 되다

그리고 같은 날인 16일,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문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을 부적절한 성적 표현으로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다음 날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아이보시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며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했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소마 공사의 즉각적인 경질을 기다렸지만 일본은 그마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관방장관은 19일 "소마 공사의 발언이 외교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면서도 "재임 기간 등을 고려한 뒤에, 적재적소의 관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같은 날 "막판에 대두된 회담의 장애에 대해 아직 일본 측으로부터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는 상황이어서 방일과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히며, 이날 안에 일본이 가시적 조치를 해주길 요구했지만, 결국 일본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는 끝까지 한일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박수현 소통수석은 방일 무산을 전한 그 날 오전까지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왜 '굴욕적 외교'를 하냐고 비판을 하시지만,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길은 달라야 된다라는 신념으로 임해 왔다"고 회고했습니다.


■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면 어땠을까?

외교 소식통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어도 협상 성과가 담보되긴 어려웠다고 설명합니다.

일본은 협상 내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는 태도를 사실상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한국이 의제로 요구했던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조율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가 일본 총리는 어제 문 대통령 방일 무산 발표 이후 기자들에게 "한일 관계를 다시 건전한 관계로 돌려놓기 위해 앞으로도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 측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는데, 이때 말하는 '일관된 입장'이란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재개할 기반'이라도 만들어보려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였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일본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 '마지막 대화 기회' 또 올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이번 정부 임기 말까지 계속 일본과 대화 노력을 해 나가고자 한다"며 "한일 정상 간 만나게 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관련한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고 오늘 박수현 소통수석이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외교당국은 후속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당장 최종건 외교부 차관이 오늘 도쿄로 갔는데, 모리 다케오 외무성 차관과 한일 외교차관 회담을 개최하고 내일인 21일 오전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차관과 제8차 한미일 차관협의에 참석합니다.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이, 이번 한일 정상회담 불발과 소마 공사의 망언에 어떤 입장을 드러낼지 주목됩니다.

내년 2월에 열릴 베이징 동계 올림픽도 임기 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그때까지 진정되면 각국 정상의 참석이 이뤄질 것이고, 그때 일본 정상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긴 어려운 형국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당장 9월에 총선거를 앞두고 있고, 한국도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국내 정치 현안에 묻힐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올해 안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 명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일 관계는 이보다 더 경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이 '무조건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는 일방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문 대통령의 임기 내 한일 관계 개선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습니다. 문재인-스가, 한일 두 정상에게 시간은 그리 많은 여유를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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