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뛰어들던 가상화폐…‘줄폐업·줄상폐’ 어쩌나?

입력 2021.07.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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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쉿'...한밤중 57개 가상화폐 상장폐지?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16일 밤 11시 16분에 올라온 게시글입니다. 무려 57개 코인을 더는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유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체인엑스 공지> (7월 16일, 23:16)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시세조작의 위험 노출로 인한 손해의 위험이 있어 프로젝트 팀에게 상당한 기간 동안 유동성 공급 향상을 위한 조치를 요청하였으나 그에 대한 응답 및 대응이 미숙하여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상화폐 발행처의 책임이란 소리로 보입니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는데, 이번엔 거래소로 입금을 금지하기까지 합니다. 또 한 달 안에 예치된 돈을 '출금'해달라는 공지까지 써 붙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폐업신고'로 보고 있습니다. 중소 거래소가 폐업 과정에서 일부 법적인 책임을 경감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중소 거래소 구제 '루머' 돌더니

한밤중 폐업설이 나온 이 날, 낮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금융당국은 '보도 반박' 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보통 '보도 설명' 자료라는 제목으로 나오는 게 보통인데 '보도 반박' 자료라며 특정 보도의 취지를 모두 반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07.16 금융위원회 보도반박 자료07.16 금융위원회 보도반박 자료

신고 유예기간 추가를 일축하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중소 거래소 측이 마지막으로 기대해보던 정부의 '신고 기간 연장' 카드가 이 '보도 반박' 자료로 사실상 깨진 것입니다.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고 기간을 연장해준다는 '루머'를 기대하던 중소 거래소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겠죠. 체인엑스의 한밤중 상장폐지 공지도 이와 맞물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중소 거래소에 가장 필요한 '실명입출금계좌'를 발급받을 길이 요원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계좌를 발급해줘야 할 은행은 '거래소 사고 위험'을 짊어지기 부담스러워 합니다.

여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까지 "거래소 사고에 은행 면책 없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은행권은 부담을 더 느끼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금융당국의 시나리오와 큰 차이 없이 흘러가는 모양새입니다.


■ 현장에선 "컨설팅 끝났죠, 이제부터 진짜"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최근까지 금융당국의 '현장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자금세탁방지를 이행할 준비가 잘 됐는지 점검하는 차원이었습니다. 아직까지 금융당국에 9월 이후에도 영업하겠다고 신고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없습니다.

업계에선 대부분 이렇게 말합니다. "엄격했던 현장 컨설팅은 '무리 없이' 마무리됐으며, 컨설팅에서 나온 '일부' 권장사항을 보완해 최종 신고까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잘 될 것 같긴 한데 컨설팅해준 금융당국 의중은 잘 모르겠다'는 정도로 풀이됩니다. 안심하고 있는 거래소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 '안 하면 바보'라던 가상화폐...지금은?

넘치는 유동성에 현금 가치가 떨어지면서 지난 4월 가상화폐는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안 하면 바보', '돈 복사'라는 말까지 나오며 가상화폐 시장이 뜨거웠습니다.

이제는 한국은행을 포함해서 세계 각국에서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켜고 있습니다. 돈줄을 죄겠다고 하니, '운'에 의지했던 일부 가상화폐 투자는 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중순, 8천만 원을 넘던 비트코인 시세는 지금 3,500만 원 정도 선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가장 '스테이블'(안정적) 코인이라는 비트코인이 석 달 새 2배 이상 떨어졌으니, 이른바 '잡코인'이라는 가상화폐들은 시세 그래프 보기가 힘든 수준입니다.

'안 하면 바보'라던 가상화폐 시장이었지만, 4월 고점에 투자해 지금까지 투자하고 있다면 괴로운 시기를 겪을 수 있는 것입니다.


■ 가장 큰 걱정은 소형 거래소?

특히 소형 거래소에서 투자 중인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가장 큰 우려 대상입니다.

일단 투자하고 있는 거래소와 입금계좌의 예금주 이름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거래소 이름과 예금주 이름이 서로 다르다면 십중팔구는 '위장계좌'나 적어도 '차명계좌'입니다.

'사고' 가능성이 큰 거래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거래소는 직원 개인 계좌를 불러주고 '일단 이 계좌로 돈을 보내면 거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점검 내용입니다.

이런 경우 횡령이나 배임, 사기 등 거래소 운영자들을 처벌할 법적 수단은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른바 '거래소 먹튀'로 투자금을 잃은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회수시켜줄 방법은 별로 없습니다. 설령, 그게 회수된다고 하더라도 매우 긴 시간이 걸립니다.

적어도 '차명계좌'가 의심된다 싶으시면 될 수 있으면 거래를 재고해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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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다퉈 뛰어들던 가상화폐…‘줄폐업·줄상폐’ 어쩌나?
    • 입력 2021-07-20 18:02:37
    취재K

■ '쉿'...한밤중 57개 가상화폐 상장폐지?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16일 밤 11시 16분에 올라온 게시글입니다. 무려 57개 코인을 더는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유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체인엑스 공지> (7월 16일, 23:16)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시세조작의 위험 노출로 인한 손해의 위험이 있어 프로젝트 팀에게 상당한 기간 동안 유동성 공급 향상을 위한 조치를 요청하였으나 그에 대한 응답 및 대응이 미숙하여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상화폐 발행처의 책임이란 소리로 보입니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는데, 이번엔 거래소로 입금을 금지하기까지 합니다. 또 한 달 안에 예치된 돈을 '출금'해달라는 공지까지 써 붙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폐업신고'로 보고 있습니다. 중소 거래소가 폐업 과정에서 일부 법적인 책임을 경감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중소 거래소 구제 '루머' 돌더니

한밤중 폐업설이 나온 이 날, 낮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금융당국은 '보도 반박' 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보통 '보도 설명' 자료라는 제목으로 나오는 게 보통인데 '보도 반박' 자료라며 특정 보도의 취지를 모두 반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07.16 금융위원회 보도반박 자료
신고 유예기간 추가를 일축하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중소 거래소 측이 마지막으로 기대해보던 정부의 '신고 기간 연장' 카드가 이 '보도 반박' 자료로 사실상 깨진 것입니다.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고 기간을 연장해준다는 '루머'를 기대하던 중소 거래소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겠죠. 체인엑스의 한밤중 상장폐지 공지도 이와 맞물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중소 거래소에 가장 필요한 '실명입출금계좌'를 발급받을 길이 요원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계좌를 발급해줘야 할 은행은 '거래소 사고 위험'을 짊어지기 부담스러워 합니다.

여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까지 "거래소 사고에 은행 면책 없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은행권은 부담을 더 느끼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금융당국의 시나리오와 큰 차이 없이 흘러가는 모양새입니다.


■ 현장에선 "컨설팅 끝났죠, 이제부터 진짜"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최근까지 금융당국의 '현장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자금세탁방지를 이행할 준비가 잘 됐는지 점검하는 차원이었습니다. 아직까지 금융당국에 9월 이후에도 영업하겠다고 신고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없습니다.

업계에선 대부분 이렇게 말합니다. "엄격했던 현장 컨설팅은 '무리 없이' 마무리됐으며, 컨설팅에서 나온 '일부' 권장사항을 보완해 최종 신고까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잘 될 것 같긴 한데 컨설팅해준 금융당국 의중은 잘 모르겠다'는 정도로 풀이됩니다. 안심하고 있는 거래소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 '안 하면 바보'라던 가상화폐...지금은?

넘치는 유동성에 현금 가치가 떨어지면서 지난 4월 가상화폐는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안 하면 바보', '돈 복사'라는 말까지 나오며 가상화폐 시장이 뜨거웠습니다.

이제는 한국은행을 포함해서 세계 각국에서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켜고 있습니다. 돈줄을 죄겠다고 하니, '운'에 의지했던 일부 가상화폐 투자는 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중순, 8천만 원을 넘던 비트코인 시세는 지금 3,500만 원 정도 선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가장 '스테이블'(안정적) 코인이라는 비트코인이 석 달 새 2배 이상 떨어졌으니, 이른바 '잡코인'이라는 가상화폐들은 시세 그래프 보기가 힘든 수준입니다.

'안 하면 바보'라던 가상화폐 시장이었지만, 4월 고점에 투자해 지금까지 투자하고 있다면 괴로운 시기를 겪을 수 있는 것입니다.


■ 가장 큰 걱정은 소형 거래소?

특히 소형 거래소에서 투자 중인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가장 큰 우려 대상입니다.

일단 투자하고 있는 거래소와 입금계좌의 예금주 이름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거래소 이름과 예금주 이름이 서로 다르다면 십중팔구는 '위장계좌'나 적어도 '차명계좌'입니다.

'사고' 가능성이 큰 거래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거래소는 직원 개인 계좌를 불러주고 '일단 이 계좌로 돈을 보내면 거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점검 내용입니다.

이런 경우 횡령이나 배임, 사기 등 거래소 운영자들을 처벌할 법적 수단은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른바 '거래소 먹튀'로 투자금을 잃은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회수시켜줄 방법은 별로 없습니다. 설령, 그게 회수된다고 하더라도 매우 긴 시간이 걸립니다.

적어도 '차명계좌'가 의심된다 싶으시면 될 수 있으면 거래를 재고해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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