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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불발’ 이튿날 만난 한일 차관, 팔꿈치 인사도 안 했다
입력 2021.07.21 (06:01) 취재K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이 20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미나토(港)구 소재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한일 외교차관 회담 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이 20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미나토(港)구 소재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한일 외교차관 회담 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제(20일) 오후 4시쯤 한일 외교차관 회담을 위해 일본 도쿄 외무성의 이쿠라 공관에 도착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입구에서 영접했습니다. 전날 진통을 거듭한 끝에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 무산 결정이 내려지고 하루가 지난 뒤였습니다.

차관 취임 후 첫 대면 회담을 위해 만난 두 사람 사이엔 악수는 물론 팔꿈치 인사도 없었습니다. 한일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한 기념촬영은 굳은 표정으로 1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외교행사인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려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앞서 열린 미일 외교차관 회담에선 사뭇 다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미일 양자회담을 한 모리 차관은 활짝 웃는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팔꿈치 인사를 나눴습니다. 최종건 차관과는 불편한 시선을 주고 받으며 멀찍이 거리두기를 한 것과는 확연히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불발되면서 또다시 냉랭해진 한일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차관이 20일 오전 미일 외교차관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팔꿈치 인사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차관이 20일 오전 미일 외교차관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팔꿈치 인사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 최종건 "소마 공사 부적절 발언, 응당조치 해야"

이날 한일 외교차관 회담에서 두 사람은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의 부적절한 발언과 역사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최종건 차관은 주한 일본대사관 고위관계자의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발언에 대해 항의하고, 일본 측이 조속한 시일 내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 자리에서 한 부적절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다시 한번 일본 정부의 가시적 조처를 촉구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방일 불발에는 소마 총괄공사의 발언 파문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부는 해당 발언이 알려진 직후 아이보시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외교관으로서 무례한 발언에 엄중히 항의하고 응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날 모리 차관에게도 조속한 조치를 거듭 요구한 것입니다.

또 최 차관은 강제 징용과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 "피해자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라고 설명하면서 일본 정부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열린 자세로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모리 차관은 한국 법원의 징용과 위안부 배상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한국측 책임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도 두 사람이 팽팽한 긴장을 이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두 사람이 날선 공방만 주고 받은 것은 아닙니다. 최 차관이 도쿄올림픽 개막을 축하하자 모리 차관은 사의를 표했고, 두 사람이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양측간에 이뤄진 실무협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현안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 오늘 한미일 차관협의회…'3국 공조' 잘 될까

오늘( 21일)은 도쿄에서 최 차관과 셔먼 부장관, 모리 차관 등 3자가 함께 '제8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진행합니다. 2017년 10월 이후 약 4년 만인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한미일 적극 공조'의 맥락 속에서 재개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일관계 악화로 오늘 행사에서 또다시 불편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앞서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셔먼 부장관은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해 값싼 박수를 받으면 마비를 초래한다"고 발언해 한국 여론을 들끓게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례가 있는 만큼 셔먼 부장관도 섣불리 한일 관계의 중재를 시도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같은 배경에서 오늘 협의회에서 3자는 한일관계 개선보다는 중국이나 북핵 문제, 기후변화, 코로나19 공동 대응 등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정상회담 불발’ 이튿날 만난 한일 차관, 팔꿈치 인사도 안 했다
    • 입력 2021-07-21 06:01:51
    취재K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이 20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미나토(港)구 소재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한일 외교차관 회담 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이 20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미나토(港)구 소재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한일 외교차관 회담 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제(20일) 오후 4시쯤 한일 외교차관 회담을 위해 일본 도쿄 외무성의 이쿠라 공관에 도착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입구에서 영접했습니다. 전날 진통을 거듭한 끝에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 무산 결정이 내려지고 하루가 지난 뒤였습니다.

차관 취임 후 첫 대면 회담을 위해 만난 두 사람 사이엔 악수는 물론 팔꿈치 인사도 없었습니다. 한일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한 기념촬영은 굳은 표정으로 1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외교행사인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려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앞서 열린 미일 외교차관 회담에선 사뭇 다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미일 양자회담을 한 모리 차관은 활짝 웃는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팔꿈치 인사를 나눴습니다. 최종건 차관과는 불편한 시선을 주고 받으며 멀찍이 거리두기를 한 것과는 확연히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불발되면서 또다시 냉랭해진 한일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차관이 20일 오전 미일 외교차관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팔꿈치 인사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차관이 20일 오전 미일 외교차관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팔꿈치 인사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 최종건 "소마 공사 부적절 발언, 응당조치 해야"

이날 한일 외교차관 회담에서 두 사람은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의 부적절한 발언과 역사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최종건 차관은 주한 일본대사관 고위관계자의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발언에 대해 항의하고, 일본 측이 조속한 시일 내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 자리에서 한 부적절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다시 한번 일본 정부의 가시적 조처를 촉구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방일 불발에는 소마 총괄공사의 발언 파문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부는 해당 발언이 알려진 직후 아이보시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외교관으로서 무례한 발언에 엄중히 항의하고 응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날 모리 차관에게도 조속한 조치를 거듭 요구한 것입니다.

또 최 차관은 강제 징용과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 "피해자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라고 설명하면서 일본 정부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열린 자세로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모리 차관은 한국 법원의 징용과 위안부 배상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한국측 책임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도 두 사람이 팽팽한 긴장을 이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두 사람이 날선 공방만 주고 받은 것은 아닙니다. 최 차관이 도쿄올림픽 개막을 축하하자 모리 차관은 사의를 표했고, 두 사람이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양측간에 이뤄진 실무협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현안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 오늘 한미일 차관협의회…'3국 공조' 잘 될까

오늘( 21일)은 도쿄에서 최 차관과 셔먼 부장관, 모리 차관 등 3자가 함께 '제8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진행합니다. 2017년 10월 이후 약 4년 만인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한미일 적극 공조'의 맥락 속에서 재개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일관계 악화로 오늘 행사에서 또다시 불편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앞서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셔먼 부장관은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해 값싼 박수를 받으면 마비를 초래한다"고 발언해 한국 여론을 들끓게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례가 있는 만큼 셔먼 부장관도 섣불리 한일 관계의 중재를 시도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같은 배경에서 오늘 협의회에서 3자는 한일관계 개선보다는 중국이나 북핵 문제, 기후변화, 코로나19 공동 대응 등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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