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불러줄게 받아적어”…돈 수금하듯 채용 비리

입력 2021.07.21 (07:36) 수정 2021.07.2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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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사학 재단에서 18억 원이 넘는 돈을 받고 교사 13명을 부정 채용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사장까지 개입된 범죄로 드러났습니다.

37.5 대 1의 경쟁률 속에서 들러리를 섰을 뿐이란 걸 알게 된 피해 수험자들은 구제받을 방법도 없습니다.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김용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모 사립 고등학교의 정규 교사 채용 직전.

이상한 통화가 이뤄집니다.

[교직원/음성변조 : "000 뽑기로 다 돼 있어. 얘기가."]

[기간제 교사/음성변조 : "아 진짜요?"]

[교직원/음성변조 : "그렇지. 그거 안 하고서는 어떻게 해. 추진을. 저번에 엄마 아버지에게 얘기했다시피 000 안 뽑으면 (정규 교사를) 안 뽑아 그냥 00과목을."]

미리 짠 '합격 예정자'들에겐 문제와 답이 미리 전달됐습니다.

[정규직 교사/음성변조 : "내가 문제 불러줄게. 3문제 더 추가. 교수님이 이제 이거 킬러 문항 있잖아. 한다니까. 받아적어 알았지?"]

[기간제 교사/음성변조 : "네 잠시만요."]

이렇게 합격한 13명은 이 고등학교에서 기간제로 일하던 교사들이었습니다.

[당시 채용 응시자/음성변조 : "합격자분들이 거의 만점 가까이 나오셔서. (인터넷 카페에) 기존 (해당 학교의) 기간제(교사)라고 이렇게 올라와서, 다 이상하게 느끼기는 했었죠."]

당시 채용 경쟁률은 37.5 대 1.

탈락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교육청 감사가 이뤄지자 학교 측은 당황합니다.

[정규직 교사/음성변조 : "정답 다 적었어?"]

[기간제 교사/음성변조 : "네."]

[정규직 교사/음성변조 : "아. 한두 개만 틀리지 그랬어?"]

경찰이 수사한 결과 이 학교에서 이렇게 부정 채용 대상자를 모집해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받은 돈이 18억 8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승명/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장 : "(이사장을 정점으로) 간부급 교사, 모집책인 브로커들이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기간제 교사들을 정교사로 채용하는데 채용 대가금을 받아왔다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경찰은 이사장의 아들인 행정실장 A 씨 등 3명을 구속하는 등 모두 36명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기소된 행정실장 A 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들은 학교 측의 사과와 구제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채용 응시자/음성변조 : "피해자 대책 방안을 세워달라 민원 신청을 했는데 교육청에서는 회피하시더라고요."]

경기도교육청은 사립학교의 채용도 공립학교와 같은 절차로 하도록 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영상편집:안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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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 불러줄게 받아적어”…돈 수금하듯 채용 비리
    • 입력 2021-07-21 07:36:01
    • 수정2021-07-21 07: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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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사학 재단에서 18억 원이 넘는 돈을 받고 교사 13명을 부정 채용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이사장까지 개입된 범죄로 드러났습니다.

37.5 대 1의 경쟁률 속에서 들러리를 섰을 뿐이란 걸 알게 된 피해 수험자들은 구제받을 방법도 없습니다.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김용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모 사립 고등학교의 정규 교사 채용 직전.

이상한 통화가 이뤄집니다.

[교직원/음성변조 : "000 뽑기로 다 돼 있어. 얘기가."]

[기간제 교사/음성변조 : "아 진짜요?"]

[교직원/음성변조 : "그렇지. 그거 안 하고서는 어떻게 해. 추진을. 저번에 엄마 아버지에게 얘기했다시피 000 안 뽑으면 (정규 교사를) 안 뽑아 그냥 00과목을."]

미리 짠 '합격 예정자'들에겐 문제와 답이 미리 전달됐습니다.

[정규직 교사/음성변조 : "내가 문제 불러줄게. 3문제 더 추가. 교수님이 이제 이거 킬러 문항 있잖아. 한다니까. 받아적어 알았지?"]

[기간제 교사/음성변조 : "네 잠시만요."]

이렇게 합격한 13명은 이 고등학교에서 기간제로 일하던 교사들이었습니다.

[당시 채용 응시자/음성변조 : "합격자분들이 거의 만점 가까이 나오셔서. (인터넷 카페에) 기존 (해당 학교의) 기간제(교사)라고 이렇게 올라와서, 다 이상하게 느끼기는 했었죠."]

당시 채용 경쟁률은 37.5 대 1.

탈락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교육청 감사가 이뤄지자 학교 측은 당황합니다.

[정규직 교사/음성변조 : "정답 다 적었어?"]

[기간제 교사/음성변조 : "네."]

[정규직 교사/음성변조 : "아. 한두 개만 틀리지 그랬어?"]

경찰이 수사한 결과 이 학교에서 이렇게 부정 채용 대상자를 모집해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받은 돈이 18억 8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승명/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장 : "(이사장을 정점으로) 간부급 교사, 모집책인 브로커들이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기간제 교사들을 정교사로 채용하는데 채용 대가금을 받아왔다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경찰은 이사장의 아들인 행정실장 A 씨 등 3명을 구속하는 등 모두 36명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기소된 행정실장 A 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들은 학교 측의 사과와 구제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채용 응시자/음성변조 : "피해자 대책 방안을 세워달라 민원 신청을 했는데 교육청에서는 회피하시더라고요."]

경기도교육청은 사립학교의 채용도 공립학교와 같은 절차로 하도록 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영상편집:안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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