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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에 합판 깔고 쪽잠…폭염에 방치된 건설 노동자
입력 2021.07.21 (08:00) 취재K
경기도의 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쉬고 있는 모습.경기도의 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쉬고 있는 모습.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정오. 경기도의 한 공사현장에 건설 노동자들이 누워서 쉬고 있는 모습입니다. 합판을 깔고 눕거나 각목 더미 위에서 눈을 붙입니다. 마땅히 쉴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건설사는 휴게시설로 컨테이너 한 개와 그늘막을 설치했지만, 식사 공간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심 식사를 일찍 마친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 이곳에서 지친 몸을 누인다고 합니다.

인근 아파트 건설 현장들도 휴게 시설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는 곳곳에 그늘막이 설치됐지만,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후 3시부터 30분간의 새참 시간이 주어졌지만, 의자가 없다 보니 노동자들은 건축 자재에 쪼그려 앉아 간식을 먹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늘막은 있는데 의자가 없는 아파트 건설현장의 휴게 공간그늘막은 있는데 의자가 없는 아파트 건설현장의 휴게 공간

또 다른 아파트 공사 현장은 에어컨이 있는 휴게실까지 가려면 5분이나 걸어야 했습니다. 이용자들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임시방편으로 곳곳에 그늘막을 설치했지만, 작업자 규모를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한 노동자는 “그늘막은 작업 중 잠깐 담배 한 대 피우는 공간일 뿐”이라며 “전체적으로 백 명 넘는 사람이 일하고 있는데 휴게 공간은 컨테이너 하나밖에 없어 매우 부족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마련된 컨테이너 휴게실 내부 모습경기도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마련된 컨테이너 휴게실 내부 모습

■'유명무실' 휴게시설…건설사도 인정하는 느슨한 제도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79조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사업주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가 명시돼 있습니다. 휴게시설은 인체에 해로운 분진이 나오는 장소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장소와 격리돼야 한다는 기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휴게시설에 대한 기준은 없습니다. 또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 제재 수단도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입니다. 사실상 사업자의 재량에 맡긴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건설업체조차 공간이 부족해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게 여의치 않다면서도, 제도 자체가 느슨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휴게시설 설치에 대한 내용은 있지만, 구체적인 시설 기준도 없고 처벌 조항도 없다.”라며 “어떻게 보면 공사 현장의 운영자에게 (휴게시설을 많이 설치하지 않아도 될) 여지를 준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햇빛에 노출된 채 일하는 노동자들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햇빛에 노출된 채 일하는 노동자들

■온열 질환 재해 48%가 건설 현장에서 발생…법 개정될까?

최근 5년 간(2016~2020년) 온열 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156명입니다. 이 가운데 76명이 건설 현장 노동자로 집계됐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종식 부연구위원은 “폭염으로부터 근로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이와 함께 한창 더운 시간에 일하지 않도록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사업장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를 현행 규칙이 아닌 법률로 명시하는 방안을 내일(22일) 논의할 예정입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휴게시설의 구체적인 설비 기준을 정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도 부과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 공사장에 합판 깔고 쪽잠…폭염에 방치된 건설 노동자
    • 입력 2021-07-21 08:00:28
    취재K
경기도의 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쉬고 있는 모습.경기도의 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쉬고 있는 모습.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정오. 경기도의 한 공사현장에 건설 노동자들이 누워서 쉬고 있는 모습입니다. 합판을 깔고 눕거나 각목 더미 위에서 눈을 붙입니다. 마땅히 쉴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건설사는 휴게시설로 컨테이너 한 개와 그늘막을 설치했지만, 식사 공간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심 식사를 일찍 마친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 이곳에서 지친 몸을 누인다고 합니다.

인근 아파트 건설 현장들도 휴게 시설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는 곳곳에 그늘막이 설치됐지만,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후 3시부터 30분간의 새참 시간이 주어졌지만, 의자가 없다 보니 노동자들은 건축 자재에 쪼그려 앉아 간식을 먹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늘막은 있는데 의자가 없는 아파트 건설현장의 휴게 공간그늘막은 있는데 의자가 없는 아파트 건설현장의 휴게 공간

또 다른 아파트 공사 현장은 에어컨이 있는 휴게실까지 가려면 5분이나 걸어야 했습니다. 이용자들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임시방편으로 곳곳에 그늘막을 설치했지만, 작업자 규모를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한 노동자는 “그늘막은 작업 중 잠깐 담배 한 대 피우는 공간일 뿐”이라며 “전체적으로 백 명 넘는 사람이 일하고 있는데 휴게 공간은 컨테이너 하나밖에 없어 매우 부족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마련된 컨테이너 휴게실 내부 모습경기도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마련된 컨테이너 휴게실 내부 모습

■'유명무실' 휴게시설…건설사도 인정하는 느슨한 제도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79조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사업주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가 명시돼 있습니다. 휴게시설은 인체에 해로운 분진이 나오는 장소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장소와 격리돼야 한다는 기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휴게시설에 대한 기준은 없습니다. 또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 제재 수단도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입니다. 사실상 사업자의 재량에 맡긴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건설업체조차 공간이 부족해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게 여의치 않다면서도, 제도 자체가 느슨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휴게시설 설치에 대한 내용은 있지만, 구체적인 시설 기준도 없고 처벌 조항도 없다.”라며 “어떻게 보면 공사 현장의 운영자에게 (휴게시설을 많이 설치하지 않아도 될) 여지를 준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햇빛에 노출된 채 일하는 노동자들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햇빛에 노출된 채 일하는 노동자들

■온열 질환 재해 48%가 건설 현장에서 발생…법 개정될까?

최근 5년 간(2016~2020년) 온열 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156명입니다. 이 가운데 76명이 건설 현장 노동자로 집계됐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종식 부연구위원은 “폭염으로부터 근로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이와 함께 한창 더운 시간에 일하지 않도록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사업장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를 현행 규칙이 아닌 법률로 명시하는 방안을 내일(22일) 논의할 예정입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휴게시설의 구체적인 설비 기준을 정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도 부과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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