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침입에 밸브까지 잘라…10대 죽음 막을 수 없었나

입력 2021.07.21 (09:01) 수정 2021.07.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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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 침입해 10대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제주경찰청)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 침입해 10대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제주경찰청)

제주에서 40대 남성이 전 연인의 10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가운데, 사건 발생 이전에 범행을 암시하는 여러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졌다면 10대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3시 16분쯤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서 16살 A 군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 주택에 침입한 남성은 A 군의 어머니와 연인관계였던 백 모 (48) 씨와 백 씨의 지인인 김 모(46) 씨로 확인됐다. 이들은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 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 사건 발생 전 누군가 주택 침입하고 가스 밸브 잘라

KBS 취재 결과 사건 발생 이전인 이달 초, 이미 피해자의 주택에서 세 차례에 걸쳐 가정폭력으로 의심되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신고는 7월 2일로, A 군의 모친은 백 씨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폭행 혐의로 백 씨를 입건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7월 3일 또다시 새로운 신고가 접수된다. A 군의 모친이 주택 외부에 있는 가스 밸브가 잘려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재차 신고한 것이다.


해당 범죄가 백 씨에 의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거침입과 가스공급방해죄 등 중대범죄가 발생해 신변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찰이 인지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인 7월 5일 피해자의 주택에서 또다시 이상징후가 나타난다. A 군의 모친은 주택 옥상에 백 씨가 와있는 것 같다며 경찰에 재차 신고한다.

경찰은 차량 이동 내역 등을 분석해 가스 밸브 사건과 옥상 침입자를 백 씨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였지만, 백 씨에게 두 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을 뿐 따로 체포 영장을 신청해 검거에 나서지는 않았다.

백 씨는 이미 다수의 전과가 있는 인물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적극적인 수사가 가능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출석 요구 기한인 7월 21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백 씨를 검거해 범행 여부 등을 파악하려 했다"고 말했다.

또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전화나 이메일 등 전자 통신 접근을 금지하는 임시조치 처분을 내렸다"며 "제도권 내에서 최대한 노력했지만,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A 군의 모친은 이달 초 신변보호를 요청해 대상자로 등록됐지만, 여분이 부족해 위치 추적과 긴급 SOS가 가능한 스마트워치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경찰서에 있는 스마트워치 10여 대가 전부 사용 중이었다"며 "112 긴급 신변보호시스템에 연락처를 등록해 관리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 침입해 10대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 침입해 10대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범행

경찰은 백 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사실혼 관계에 있던 모친이 헤어지자고 하자 격분해 모친의 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프로파일러 등을 동원해 정확한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백 씨는 지난 18일 A 군을 살해한 뒤 도주했다 하루만인 19일 오후 7시 26분쯤 제주시 모 숙박업소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9일 제주시 모 숙박업소에서 경찰에 검거되고 있는 백 모 씨지난 19일 제주시 모 숙박업소에서 경찰에 검거되고 있는 백 모 씨

백 씨는 휴대폰을 끄고 현금 등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지만 경찰의 추적 끝에 꼬리를 잡혔다. 김 모 씨는 범행 도중 주택에서 먼저 빠져나와 차를 타고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장갑 등을 준비한 점, 주택 뒤편으로 몰래 침입한 정황 등을 토대로 계획 살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숨진 A 군의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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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 침입에 밸브까지 잘라…10대 죽음 막을 수 없었나
    • 입력 2021-07-21 09:01:35
    • 수정2021-07-21 09:18:36
    취재K
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 침입해 10대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제주경찰청)
제주에서 40대 남성이 전 연인의 10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가운데, 사건 발생 이전에 범행을 암시하는 여러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졌다면 10대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3시 16분쯤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서 16살 A 군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 주택에 침입한 남성은 A 군의 어머니와 연인관계였던 백 모 (48) 씨와 백 씨의 지인인 김 모(46) 씨로 확인됐다. 이들은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 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 사건 발생 전 누군가 주택 침입하고 가스 밸브 잘라

KBS 취재 결과 사건 발생 이전인 이달 초, 이미 피해자의 주택에서 세 차례에 걸쳐 가정폭력으로 의심되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신고는 7월 2일로, A 군의 모친은 백 씨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폭행 혐의로 백 씨를 입건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7월 3일 또다시 새로운 신고가 접수된다. A 군의 모친이 주택 외부에 있는 가스 밸브가 잘려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재차 신고한 것이다.


해당 범죄가 백 씨에 의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거침입과 가스공급방해죄 등 중대범죄가 발생해 신변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찰이 인지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인 7월 5일 피해자의 주택에서 또다시 이상징후가 나타난다. A 군의 모친은 주택 옥상에 백 씨가 와있는 것 같다며 경찰에 재차 신고한다.

경찰은 차량 이동 내역 등을 분석해 가스 밸브 사건과 옥상 침입자를 백 씨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였지만, 백 씨에게 두 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을 뿐 따로 체포 영장을 신청해 검거에 나서지는 않았다.

백 씨는 이미 다수의 전과가 있는 인물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적극적인 수사가 가능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출석 요구 기한인 7월 21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백 씨를 검거해 범행 여부 등을 파악하려 했다"고 말했다.

또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전화나 이메일 등 전자 통신 접근을 금지하는 임시조치 처분을 내렸다"며 "제도권 내에서 최대한 노력했지만,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A 군의 모친은 이달 초 신변보호를 요청해 대상자로 등록됐지만, 여분이 부족해 위치 추적과 긴급 SOS가 가능한 스마트워치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경찰서에 있는 스마트워치 10여 대가 전부 사용 중이었다"며 "112 긴급 신변보호시스템에 연락처를 등록해 관리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 침입해 10대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범행

경찰은 백 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사실혼 관계에 있던 모친이 헤어지자고 하자 격분해 모친의 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프로파일러 등을 동원해 정확한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백 씨는 지난 18일 A 군을 살해한 뒤 도주했다 하루만인 19일 오후 7시 26분쯤 제주시 모 숙박업소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9일 제주시 모 숙박업소에서 경찰에 검거되고 있는 백 모 씨
백 씨는 휴대폰을 끄고 현금 등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지만 경찰의 추적 끝에 꼬리를 잡혔다. 김 모 씨는 범행 도중 주택에서 먼저 빠져나와 차를 타고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장갑 등을 준비한 점, 주택 뒤편으로 몰래 침입한 정황 등을 토대로 계획 살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숨진 A 군의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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