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미얀마 교민들은 지금

입력 2021.07.21 (14:02) 수정 2021.07.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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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미얀마는 산소통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환자가 물을 끓여 산소를 공급받고 있다. [사진 : 트위터 미얀마 나우]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미얀마는 산소통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환자가 물을 끓여 산소를 공급받고 있다. [사진 : 트위터 미얀마 나우]

일주일 새 교민 3명이 세상을 떠났다. 미얀마 교민들은 하루하루가 위기다.

7월 18일 저녁 우리 교민 1,500여 명이 있는 카톡방.

호흡이 어려웠던 교민 신 모씨가 어렵게 산소통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교민들이 안도했다.

그런데 이번엔 이 모씨가 산소통을 호소했다. 이동용 산소발생기를 사용하는데도 산소포화도가 77로 떨어졌다고 했다. 50,60대 교민들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봐서 연세가 있는 분인가. 저녁 7시 36분, "급합니다. 호홉이 곤란해지고 있습니다"라는 카톡이 올라왔다.

교민들이 다시 발을 동동 굴렸다. 여기저기서 대형 산소통을 구할 수 있는 연락처나 장소가 카톡으로 올라왔다. 대부분 통화가 안되거나 터무니 없는 가격을 요구했다.

저녁 8시 24분 "너무 급해서 흘라잉타야 어느집에 산소통이 있는데 연락했더니 7십만 짯(50만원)을 달라고 합니다"

한 교민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자 산소를 구할 수 있는 연락처와 장소를 알려주는 교민들의 글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산소통을 수소문해준 교민도 있었다. [출처 : 미얀마교민 카톡방]한 교민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자 산소를 구할 수 있는 연락처와 장소를 알려주는 교민들의 글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산소통을 수소문해준 교민도 있었다. [출처 : 미얀마교민 카톡방]

다급해지자 한국에 있는 미얀마 사업가가 자신의 미얀마 직원을 시켜 산소통을 수소문했다. '힘내고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응원의 글이 계속 올라왔다. 그렇게 이씨와 연락이 됐다.

그리고 다음날 7시 "사경을 헤매다 새벽부터 좀 나아졌습니다"라는 카톡이 올라왔다. 긴장의 일요일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지난 일요일 저녁 교민 이 모 씨가 어렵게 위기를 넘기고 교민들에게 남긴 감사의 카톡. 교민들의 위로와 응원이 이어졌다.지난 일요일 저녁 교민 이 모 씨가 어렵게 위기를 넘기고 교민들에게 남긴 감사의 카톡. 교민들의 위로와 응원이 이어졌다.

월요일 아침. 미얀마 군정은 모든 공공기관과 학교등의 휴무를 발표했다.

어제(7월 18일) 13,900여 명을 검사했는데 5,100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0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면 서너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다. 장례식장에는 시신들이 밀려든다. 교민회는 산소공급기를 직접 사들이고 있다. 이를 위한 안내문에는 기부한 교민들의 명단이 길게 이어졌다.

산소공급기에 의지한 이씨는 여전히 산소통을 찾고 있었다. "산소통을 찾아도 충전을 받으려면 4-5시간씩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저녁 8시9분, 이씨와 계속 연락을 해오던 교민이 이씨가 카톡을 읽지 않는다고 글을 올렸다. 카톡방은 다시 분주해졌다. 다른 지인분이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혹시... 교민들 마음이 급해졌다.

지인이 이씨의 주소를 올렸다. 한시간 쯤 지나 다른 지인과 연락이 됐다. 힘들어 자고 있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다른 교민은 이씨의 집을 직접 찾았다. "제가 지금 옆에 와있습니다. 쉬고 싶으시답니다" 교민들이 다시 안도했다.

이 난리통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미얀마의 확진자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다음 날 상태가 호전됐다는  이 씨가 카톡을 읽지 않자 놀란 교민들이 나서 이씨와의 연락을 시도했다.  한 교민은 직접 집을 찾아갔다. 다행히 이 씨는 상태가 많이 나아져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다음 날 상태가 호전됐다는 이 씨가 카톡을 읽지 않자 놀란 교민들이 나서 이씨와의 연락을 시도했다. 한 교민은 직접 집을 찾아갔다. 다행히 이 씨는 상태가 많이 나아져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미얀마에는 2월 쿠데타 이후에도 2천여 우리 교민이 남아있다. 생업은 물론이고, 그동안 이룬 사업장을 버릴 수 없다.

교민회가 준비한 산소공급기에 봉제기업인들이 돈을 모아 구입한 산소공급기가 다음주 추가로 들어온다. 일단 버텨야한다. 교민들은 백신도 스스로 해결했다. 교민회와 현지 우리 기업인들이 직접 시노백을 계약해 신청을 받고 있다.

교민회는 7월 20일부터 코로나 증상이 있는 우리 교민을 위해 24시간 콜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한국의 의사와의 온라인 문진을 통해, 코로나가 의심되면 준비한 응급약과 산소공급기를 제공한다.

이날 교민 카톡방에는 '다들 똘똘 뭉쳐 힘냅시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라는 글이 올라왔다.

19일, 미얀마국영TV가 “민 아웅 흘라잉사령관이 한 장례식장을 찾았으며, ‘장례식장에서 시신이 넘쳐난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보도했다.19일, 미얀마국영TV가 “민 아웅 흘라잉사령관이 한 장례식장을 찾았으며, ‘장례식장에서 시신이 넘쳐난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양곤과 만달레이등 주요 도시의 장례식장에는 수많은 시신들이 밀려든다. 양곤의 한 장례식장(좌), 장례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영구차들이 줄을 이어  정차돼 있다(우). 미얀마 시민들이 sns에 올리고 있는 수많은 장례식장 사진 상당수는 차마 기사에 올릴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사진 : 트위터 미얀마 나우]이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양곤과 만달레이등 주요 도시의 장례식장에는 수많은 시신들이 밀려든다. 양곤의 한 장례식장(좌), 장례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영구차들이 줄을 이어 정차돼 있다(우). 미얀마 시민들이 sns에 올리고 있는 수많은 장례식장 사진 상당수는 차마 기사에 올릴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사진 : 트위터 미얀마 나우]

쿠데타에 맞서고 있는 국민통합정부(NUG)의 조 웨 소 보건장관은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모든 자료를 종합해보면 하루 2만여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매일 1천명 이상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한 조치들이 시의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30~4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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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7-21 14:05:20
    특파원 리포트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미얀마는 산소통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환자가 물을 끓여 산소를 공급받고 있다. [사진 : 트위터 미얀마 나우]
일주일 새 교민 3명이 세상을 떠났다. 미얀마 교민들은 하루하루가 위기다.

7월 18일 저녁 우리 교민 1,500여 명이 있는 카톡방.

호흡이 어려웠던 교민 신 모씨가 어렵게 산소통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교민들이 안도했다.

그런데 이번엔 이 모씨가 산소통을 호소했다. 이동용 산소발생기를 사용하는데도 산소포화도가 77로 떨어졌다고 했다. 50,60대 교민들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봐서 연세가 있는 분인가. 저녁 7시 36분, "급합니다. 호홉이 곤란해지고 있습니다"라는 카톡이 올라왔다.

교민들이 다시 발을 동동 굴렸다. 여기저기서 대형 산소통을 구할 수 있는 연락처나 장소가 카톡으로 올라왔다. 대부분 통화가 안되거나 터무니 없는 가격을 요구했다.

저녁 8시 24분 "너무 급해서 흘라잉타야 어느집에 산소통이 있는데 연락했더니 7십만 짯(50만원)을 달라고 합니다"

한 교민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자 산소를 구할 수 있는 연락처와 장소를 알려주는 교민들의 글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산소통을 수소문해준 교민도 있었다. [출처 : 미얀마교민 카톡방]
다급해지자 한국에 있는 미얀마 사업가가 자신의 미얀마 직원을 시켜 산소통을 수소문했다. '힘내고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응원의 글이 계속 올라왔다. 그렇게 이씨와 연락이 됐다.

그리고 다음날 7시 "사경을 헤매다 새벽부터 좀 나아졌습니다"라는 카톡이 올라왔다. 긴장의 일요일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지난 일요일 저녁 교민 이 모 씨가 어렵게 위기를 넘기고 교민들에게 남긴 감사의 카톡. 교민들의 위로와 응원이 이어졌다.
월요일 아침. 미얀마 군정은 모든 공공기관과 학교등의 휴무를 발표했다.

어제(7월 18일) 13,900여 명을 검사했는데 5,100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0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면 서너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다. 장례식장에는 시신들이 밀려든다. 교민회는 산소공급기를 직접 사들이고 있다. 이를 위한 안내문에는 기부한 교민들의 명단이 길게 이어졌다.

산소공급기에 의지한 이씨는 여전히 산소통을 찾고 있었다. "산소통을 찾아도 충전을 받으려면 4-5시간씩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저녁 8시9분, 이씨와 계속 연락을 해오던 교민이 이씨가 카톡을 읽지 않는다고 글을 올렸다. 카톡방은 다시 분주해졌다. 다른 지인분이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혹시... 교민들 마음이 급해졌다.

지인이 이씨의 주소를 올렸다. 한시간 쯤 지나 다른 지인과 연락이 됐다. 힘들어 자고 있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다른 교민은 이씨의 집을 직접 찾았다. "제가 지금 옆에 와있습니다. 쉬고 싶으시답니다" 교민들이 다시 안도했다.

이 난리통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미얀마의 확진자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다음 날 상태가 호전됐다는  이 씨가 카톡을 읽지 않자 놀란 교민들이 나서 이씨와의 연락을 시도했다.  한 교민은 직접 집을 찾아갔다. 다행히 이 씨는 상태가 많이 나아져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미얀마에는 2월 쿠데타 이후에도 2천여 우리 교민이 남아있다. 생업은 물론이고, 그동안 이룬 사업장을 버릴 수 없다.

교민회가 준비한 산소공급기에 봉제기업인들이 돈을 모아 구입한 산소공급기가 다음주 추가로 들어온다. 일단 버텨야한다. 교민들은 백신도 스스로 해결했다. 교민회와 현지 우리 기업인들이 직접 시노백을 계약해 신청을 받고 있다.

교민회는 7월 20일부터 코로나 증상이 있는 우리 교민을 위해 24시간 콜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한국의 의사와의 온라인 문진을 통해, 코로나가 의심되면 준비한 응급약과 산소공급기를 제공한다.

이날 교민 카톡방에는 '다들 똘똘 뭉쳐 힘냅시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라는 글이 올라왔다.

19일, 미얀마국영TV가 “민 아웅 흘라잉사령관이 한 장례식장을 찾았으며, ‘장례식장에서 시신이 넘쳐난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양곤과 만달레이등 주요 도시의 장례식장에는 수많은 시신들이 밀려든다. 양곤의 한 장례식장(좌), 장례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영구차들이 줄을 이어  정차돼 있다(우). 미얀마 시민들이 sns에 올리고 있는 수많은 장례식장 사진 상당수는 차마 기사에 올릴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사진 : 트위터 미얀마 나우]
쿠데타에 맞서고 있는 국민통합정부(NUG)의 조 웨 소 보건장관은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모든 자료를 종합해보면 하루 2만여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매일 1천명 이상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한 조치들이 시의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30~4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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