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대벌레의 역습…‘돌발이 아닌 예견된 것’인 이유

입력 2021.07.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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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벌레의 역습…경기 수리산·청계산·서울 봉산
지난해 서울 은평·경기 고양에 이어 올해 출몰 지역 증가
'겨울 이상 기후'로 부화율 높아지고 '활엽수 많은 수림' 서식환경 맞아
7월부터 가을까지 산란기…짝짓기 없이도 암컷이 600~700개 알 낳아
외래종 아닌 자생종…화학적 방제는 다른 생물에게 영향 줄 수도


경기 군포 수리산, 정상까지 높이가 500미터도 되지 않는 나지막한 산이지만 이 일대 주민들에게는 가볍게 등산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산입니다. 수리산의 여러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감투봉, 그 곳에서 몸체와 팔다리가 나뭇가지처럼 긴 곤충이 무더기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을 자주 오가는 등산객들은 보름 전부터 이 곤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합니다.

"나무며 운동기구며 온통 다 몰려 있어요. 전에는 이렇게까지 안 심했는데…머리 위에서 뚝뚝 떨어지고 의자에는 앉지도 못하잖아요. 징그럽게 사마귀도 아니고…"

■ 사마귀의 변형? 외래종? … 한국에서 자생하는 '대벌레'

'사마귀의 변형이다' 또는 '외래종이다' 추측이 난무하지만 사실 대벌레입니다. 모습이 나뭇가지나 대나무 가지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곤충입니다.

외래종이 아닌,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서식하는 자생종인데 성충은 몸체 길이가 15센티미터 정도 자랍니다. 일부 동남아시아에서는 훨씬 길게 자라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것은 그것보다는 크기가 작은 종으로 5종 가량이 학계에 보고되고 있습니다.


■ 왜 이렇게 급증한 걸까…'온화한 겨울·활엽수림'의 결과?

등산객들이 감투봉 근처에 접근하지도 못할 정도로 산을 뒤덮어버린 대벌레떼들은, 수리산 뿐 아니라 의왕 청계산을 비롯해 하남 금암산에서도 일부 목격되고 있습니다. 지난 이맘때 대벌레떼가 출몰해 대규모 방재작업을 했던 서울 은평구 봉산에도 올해 다시 대벌레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대벌레떼 급증 지역이 지난해보다 많아진 것이지요.

그럼 왜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일까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정종국 연구사는 곤충의 개체 수가 증가하는 데는 비단 한두가지가 아닌, 복합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추정 원인으로 '기후 변화'와 '지형적 특성' 을 꼽았습니다.

대벌레알은 흙에서 월동하다가 3월쯤 부화를 시작합니다. 무릇 대벌레처럼 먹이사슬의 아래에 있는 생물일수록 부화율이나 생존율이 낮아서 알을 많이 낳는 식으로 진화가 거듭됐는데 겨울이 온화하고 봄이 건조하면서 부화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유독 수도권에만 대벌레떼가 집중될까요?

정종국 연구사는 활엽수잎을 갉아먹는 대벌레도시화로 인한 수림의 변화가 서로 맞아 떨어졌다고 지목합니다.

"수도권에서 대벌레가 대발생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는 전국의 임상도(수목의 정보를 집약한 지도)를 봤을 때 활엽수림이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곳이 수도권입니다. 기후 변화와 함께 이러한 수목의 변화가 다년간 걸쳐 영향을 주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 "성체 대부분 암컷…짝짓기 없이도 한 마리가 600~700개 산란"

봄을 지나 성체가 된 이맘때부터 11월까지가 대벌레의 산란기입니다. 성체의 95% 이상이 암컷입니다. 짝짓기 없이도 암컷이 알을 낳는 '단성 생식'을 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수컷보다는 암컷이 월등히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암컷은 한 마리당 600~700개의 알을 낳습니다. 알을 한꺼번에 낳는 것이 아니고 기후에 따라 한두 개부터 10여 개의 알을 꾸준히 땅으로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대벌레떼가 출몰하는 지역에는 과연 얼마나 많이 나타나는 걸까요?

그 수를 일일이 셀 수 없지만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 은평구 봉산에서 올해 부화한 대벌레 수를 조사했더니 가로·세로·높이 각 1미터, 즉 1㎥면적에서 성충 직전 단계(약충)까지 자란 대벌레가 100~150마리가량 관찰됐습니다. 이를 수리산과 청계산 등 다른 출몰 지역의 면적에 대입해보면 대략의 수를 추측할 수 있겠지요.

■ 산림청·지자체 긴급 방제…"인간에게 직접적 해는 없지만 활엽수 생육 저해"

대벌레떼가 나타난 지자체와 산림청이 방제작업에 나섰습니다.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지만 잎을 모조리 갉아먹어 활엽수의 생육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방제 방법에는 살충제를 뿌리는 화학적 방법, 끈끈이 등을 이용한 물리적 방법, 그리고 조류나 미생물 등으로 사멸하는 생물학적 방법이 있는데요, 이 가운데 직접 쓸어 잡거나 끈끈이를 나무 밑동에 붙이는 물리적 방제가 다른 생물에게 영향을 적게 미칠 수 있어서 장려되고 있습니다.

또한, 대벌레의 산란 특성상 가을까지 꾸준하게 방제를 해야만 내년에 이보다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곤충의 역습. 한여름 도심에서 일어나는 곤충떼의 출몰은 지난 겨울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이미 예견된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였는지도 고민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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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다시 대벌레의 역습…‘돌발이 아닌 예견된 것’인 이유
    • 입력 2021-07-21 14:58:26
    취재K
<strong>대벌레의 역습…경기 수리산·청계산·서울 봉산<br />지난해 서울 은평·경기 고양에 이어 올해 출몰 지역 증가 <br />'겨울 이상 기후'로 부화율 높아지고 '활엽수 많은 수림' 서식환경 맞아<br />7월부터 가을까지 산란기…짝짓기 없이도 암컷이 600~700개 알 낳아<br /></strong><strong>외래종 아닌 자생종…화학적 방제는 다른 생물에게 영향 줄 수도 </strong>

경기 군포 수리산, 정상까지 높이가 500미터도 되지 않는 나지막한 산이지만 이 일대 주민들에게는 가볍게 등산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산입니다. 수리산의 여러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감투봉, 그 곳에서 몸체와 팔다리가 나뭇가지처럼 긴 곤충이 무더기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을 자주 오가는 등산객들은 보름 전부터 이 곤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합니다.

"나무며 운동기구며 온통 다 몰려 있어요. 전에는 이렇게까지 안 심했는데…머리 위에서 뚝뚝 떨어지고 의자에는 앉지도 못하잖아요. 징그럽게 사마귀도 아니고…"

■ 사마귀의 변형? 외래종? … 한국에서 자생하는 '대벌레'

'사마귀의 변형이다' 또는 '외래종이다' 추측이 난무하지만 사실 대벌레입니다. 모습이 나뭇가지나 대나무 가지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곤충입니다.

외래종이 아닌,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서식하는 자생종인데 성충은 몸체 길이가 15센티미터 정도 자랍니다. 일부 동남아시아에서는 훨씬 길게 자라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것은 그것보다는 크기가 작은 종으로 5종 가량이 학계에 보고되고 있습니다.


■ 왜 이렇게 급증한 걸까…'온화한 겨울·활엽수림'의 결과?

등산객들이 감투봉 근처에 접근하지도 못할 정도로 산을 뒤덮어버린 대벌레떼들은, 수리산 뿐 아니라 의왕 청계산을 비롯해 하남 금암산에서도 일부 목격되고 있습니다. 지난 이맘때 대벌레떼가 출몰해 대규모 방재작업을 했던 서울 은평구 봉산에도 올해 다시 대벌레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대벌레떼 급증 지역이 지난해보다 많아진 것이지요.

그럼 왜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일까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정종국 연구사는 곤충의 개체 수가 증가하는 데는 비단 한두가지가 아닌, 복합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추정 원인으로 '기후 변화'와 '지형적 특성' 을 꼽았습니다.

대벌레알은 흙에서 월동하다가 3월쯤 부화를 시작합니다. 무릇 대벌레처럼 먹이사슬의 아래에 있는 생물일수록 부화율이나 생존율이 낮아서 알을 많이 낳는 식으로 진화가 거듭됐는데 겨울이 온화하고 봄이 건조하면서 부화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유독 수도권에만 대벌레떼가 집중될까요?

정종국 연구사는 활엽수잎을 갉아먹는 대벌레도시화로 인한 수림의 변화가 서로 맞아 떨어졌다고 지목합니다.

"수도권에서 대벌레가 대발생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는 전국의 임상도(수목의 정보를 집약한 지도)를 봤을 때 활엽수림이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곳이 수도권입니다. 기후 변화와 함께 이러한 수목의 변화가 다년간 걸쳐 영향을 주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 "성체 대부분 암컷…짝짓기 없이도 한 마리가 600~700개 산란"

봄을 지나 성체가 된 이맘때부터 11월까지가 대벌레의 산란기입니다. 성체의 95% 이상이 암컷입니다. 짝짓기 없이도 암컷이 알을 낳는 '단성 생식'을 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수컷보다는 암컷이 월등히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암컷은 한 마리당 600~700개의 알을 낳습니다. 알을 한꺼번에 낳는 것이 아니고 기후에 따라 한두 개부터 10여 개의 알을 꾸준히 땅으로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대벌레떼가 출몰하는 지역에는 과연 얼마나 많이 나타나는 걸까요?

그 수를 일일이 셀 수 없지만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 은평구 봉산에서 올해 부화한 대벌레 수를 조사했더니 가로·세로·높이 각 1미터, 즉 1㎥면적에서 성충 직전 단계(약충)까지 자란 대벌레가 100~150마리가량 관찰됐습니다. 이를 수리산과 청계산 등 다른 출몰 지역의 면적에 대입해보면 대략의 수를 추측할 수 있겠지요.

■ 산림청·지자체 긴급 방제…"인간에게 직접적 해는 없지만 활엽수 생육 저해"

대벌레떼가 나타난 지자체와 산림청이 방제작업에 나섰습니다.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지만 잎을 모조리 갉아먹어 활엽수의 생육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방제 방법에는 살충제를 뿌리는 화학적 방법, 끈끈이 등을 이용한 물리적 방법, 그리고 조류나 미생물 등으로 사멸하는 생물학적 방법이 있는데요, 이 가운데 직접 쓸어 잡거나 끈끈이를 나무 밑동에 붙이는 물리적 방제가 다른 생물에게 영향을 적게 미칠 수 있어서 장려되고 있습니다.

또한, 대벌레의 산란 특성상 가을까지 꾸준하게 방제를 해야만 내년에 이보다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곤충의 역습. 한여름 도심에서 일어나는 곤충떼의 출몰은 지난 겨울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이미 예견된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였는지도 고민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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