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낮아지니 고용회복? “뭘 모르는 소리”

입력 2021.07.21 (15: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고용의 양적 측면뿐 아니라 세부 내용 측면에서도 개선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주 수요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입니다.

홍 부총리는 글에서 “5개월 동안 취업자가 84만 명 늘면서 6월 취업자 수(2,763만 명)는 코로나19 직전인 지난해 2월 취업자 수의 99.4%까지 회복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6월 실업자 역시 109만 명으로 집계돼 석 달 연속 줄었고 실업률도 3.8%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주위를 둘러볼 때 썩 와닿지는 않는 숫자입니다. 우리 노동시장, 과연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온 걸까요?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이전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한국은행 조사국 송상윤 과장은 ‘코로나19의 상흔 : 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 보고서로 답했습니다.


■ 자동화의 가속화가 불러온 일자리 소멸

보고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수치로는 회복했을지라도 코로나19는 우리 노동시장에 지워지지 않는 부정적 흔적 3가지를 남겼다”입니다.

송 과장이 제시한 첫 번째 흔적은 ‘자동화의 가속화’입니다.

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은 대면서비스 업종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렇게 한번 줄어든 일자리는 시간이 지나도 다시 늘어나지 않았는데, 특히 관리자나 사무직보다는 판매직과 매장관리(서빙) 직업(직무)에 집중됐습니다.

이들 직업의 공통점은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직업이라는 겁니다. Sedik and Yoo(2021)의 연구에 따르면 SARS와 MERS 등 과거 팬데믹(전염병 확산) 시기에도 전파 강도가 강할수록 산업별 로봇 도입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고용주들이 해당 직무에 대해서 실업자를 다시 고용하기보다 키오스크 등 ‘자동화 기기’를 도입했다는 거죠. 거리 두기 트렌드에도 걸맞고 인건비의 지속적인 부담보다 낫다고 판단하면서요.

실제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보면 2020년 10월 기준으로 대면서비스 업종의 자동화 저위험군’ 취업자가 3년 전보다 2.4% 줄어드는 동안 ‘자동화 고위험군’ 취업자는 10.8%나 급감했습니다.


■ 대기업만 살아남은 고용집중도의 상승

두 번째 흔적은 ‘고용집중도의 상승’입니다.

코로나19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가혹했습니다. 취업자 수 추이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고용인원은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꾸준히 늘었습니다. 300 인 미만 사업체에서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동안에 말이죠.

송 과장은 ‘규모의 경제’가 이유라고 봤습니다. 큰 기업들은 채용을 대규모로 하기 때문에 채용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작은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고용의 집중 정도를 나타내는 ‘허핀달-허쉬만 지수’로 보면 2020년 지수 상승 폭은 2019년의 1.9배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한국은행의 분석결과 허핀달-허쉬만 지수가 10%로 상승할 때 고용증가율은 평균 0.08%p 하락하며,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커질수록 전체 고용증가에는 부정적이었습니다.

문제는 작은 규모의 신규기업이 시장에 진입해야 고용창출 효과도 높고, 경제도 성장할 수 있는데 코로나19는 신규기업의 진입 허들을 더 높였다는 점입니다.


■ 기업 외면에 구직 단념까지

마지막 흔적은 ‘실업의 장기화’입니다.

실업자를 구직 기간별로 나누면 3개월 미만을 단기 실업자, 4개월 이상을 장기실업자라고 합니다.

코로나19는 장기실업자를 크게 늘렸는데,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올해 6월 단기실업자가 15.5% 증가하는 동안 장기실업자는 26.4%나 급증했습니다.

송 과장은 장기실업자가 늘어난 이유로 ‘이력현상(hysteresis)’에 빠진 구직단념자 증가를 들었습니다. 회사들이 구직자들의 경력 공백에 대해 ‘낙인’을 찍어,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상태로 돌아오기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실업자가 3개월 뒤 취업한 비율인 취업전환율도 장기실업자(32.3%)가 단기실업자(37.9%)보다 낮았는데, 특히 여성과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층이 두드러지게 저조했습니다.



선제적인 대응이 강조됩니다.

실업의 장기화, 자동화의 가속화, 고용집중도 상승 등 3가지 흔적은 중장기적인 영향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장기실업자의 경력 공백을 단축할 수 있는 지원책, 자동화 고위험군 취업자의 원활한 업종 이동, 중소기업 채용 확대를 위한 혜택 확대 등을 들었습니다.

물론 실업률 하락과 취업자 수 상승의 의미가 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고용환경 속에서 코로나19가 할퀸 상처가 흉터로 남아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책 당국의 세밀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실업률 낮아지니 고용회복? “뭘 모르는 소리”
    • 입력 2021-07-21 15:20:33
    취재K

“고용의 양적 측면뿐 아니라 세부 내용 측면에서도 개선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주 수요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입니다.

홍 부총리는 글에서 “5개월 동안 취업자가 84만 명 늘면서 6월 취업자 수(2,763만 명)는 코로나19 직전인 지난해 2월 취업자 수의 99.4%까지 회복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6월 실업자 역시 109만 명으로 집계돼 석 달 연속 줄었고 실업률도 3.8%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주위를 둘러볼 때 썩 와닿지는 않는 숫자입니다. 우리 노동시장, 과연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온 걸까요?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이전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한국은행 조사국 송상윤 과장은 ‘코로나19의 상흔 : 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 보고서로 답했습니다.


■ 자동화의 가속화가 불러온 일자리 소멸

보고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수치로는 회복했을지라도 코로나19는 우리 노동시장에 지워지지 않는 부정적 흔적 3가지를 남겼다”입니다.

송 과장이 제시한 첫 번째 흔적은 ‘자동화의 가속화’입니다.

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은 대면서비스 업종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렇게 한번 줄어든 일자리는 시간이 지나도 다시 늘어나지 않았는데, 특히 관리자나 사무직보다는 판매직과 매장관리(서빙) 직업(직무)에 집중됐습니다.

이들 직업의 공통점은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직업이라는 겁니다. Sedik and Yoo(2021)의 연구에 따르면 SARS와 MERS 등 과거 팬데믹(전염병 확산) 시기에도 전파 강도가 강할수록 산업별 로봇 도입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고용주들이 해당 직무에 대해서 실업자를 다시 고용하기보다 키오스크 등 ‘자동화 기기’를 도입했다는 거죠. 거리 두기 트렌드에도 걸맞고 인건비의 지속적인 부담보다 낫다고 판단하면서요.

실제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보면 2020년 10월 기준으로 대면서비스 업종의 자동화 저위험군’ 취업자가 3년 전보다 2.4% 줄어드는 동안 ‘자동화 고위험군’ 취업자는 10.8%나 급감했습니다.


■ 대기업만 살아남은 고용집중도의 상승

두 번째 흔적은 ‘고용집중도의 상승’입니다.

코로나19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가혹했습니다. 취업자 수 추이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고용인원은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꾸준히 늘었습니다. 300 인 미만 사업체에서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동안에 말이죠.

송 과장은 ‘규모의 경제’가 이유라고 봤습니다. 큰 기업들은 채용을 대규모로 하기 때문에 채용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작은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고용의 집중 정도를 나타내는 ‘허핀달-허쉬만 지수’로 보면 2020년 지수 상승 폭은 2019년의 1.9배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한국은행의 분석결과 허핀달-허쉬만 지수가 10%로 상승할 때 고용증가율은 평균 0.08%p 하락하며,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커질수록 전체 고용증가에는 부정적이었습니다.

문제는 작은 규모의 신규기업이 시장에 진입해야 고용창출 효과도 높고, 경제도 성장할 수 있는데 코로나19는 신규기업의 진입 허들을 더 높였다는 점입니다.


■ 기업 외면에 구직 단념까지

마지막 흔적은 ‘실업의 장기화’입니다.

실업자를 구직 기간별로 나누면 3개월 미만을 단기 실업자, 4개월 이상을 장기실업자라고 합니다.

코로나19는 장기실업자를 크게 늘렸는데,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올해 6월 단기실업자가 15.5% 증가하는 동안 장기실업자는 26.4%나 급증했습니다.

송 과장은 장기실업자가 늘어난 이유로 ‘이력현상(hysteresis)’에 빠진 구직단념자 증가를 들었습니다. 회사들이 구직자들의 경력 공백에 대해 ‘낙인’을 찍어,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상태로 돌아오기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실업자가 3개월 뒤 취업한 비율인 취업전환율도 장기실업자(32.3%)가 단기실업자(37.9%)보다 낮았는데, 특히 여성과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층이 두드러지게 저조했습니다.



선제적인 대응이 강조됩니다.

실업의 장기화, 자동화의 가속화, 고용집중도 상승 등 3가지 흔적은 중장기적인 영향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장기실업자의 경력 공백을 단축할 수 있는 지원책, 자동화 고위험군 취업자의 원활한 업종 이동, 중소기업 채용 확대를 위한 혜택 확대 등을 들었습니다.

물론 실업률 하락과 취업자 수 상승의 의미가 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고용환경 속에서 코로나19가 할퀸 상처가 흉터로 남아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책 당국의 세밀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